〈 136화 〉 chapter 134. 보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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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올라간 우연의 브이로그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좋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처음 보는 우연의 일상이 담긴 영상인 만큼 쉽게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실제 성격과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더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모델로서의 모습들을 생각하면, 흔히들 갭 차이라고도 말하니까.
그렇게 영상이 올라간 당일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2위에 올라가면서 기염을 토해냈다.
사람들은 앞으로 나올 브이로그는 또 어떨지 내심 기대감에 차올랐고.
영상이 편집되어 있긴 해도 정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우연에게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거북하지 않았다.
“뭐야, 누구야?”
오히려 너튜브로 또 다른 유입들을 들어오게 만드는 계기가 됐지.
우연이 해외 활동을 하는 동안 아무런 소식을 접할 수 없었던 팬들은 단비와도 같은 너튜브 활동 소식을 그 누구보다 좋아했다.
BEST [너튜브 안 한다며 아ㅋㅋ]
알림 설정 해둔 것도 몰랐었는데 ㄹㅇ 알림 뜬 거 보고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 고작 15분 편집 영상인 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앞으로 계속 올린다는 거겠지? ㄱㅇㄷ.
추천 9455개 댓글 5021개
: 이렇게 말 바꾸기 있음? 개꿀이네
┖ 근데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이러는 건 좀;;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 일부러 서프라이즈 한 거잖아. 공지하려면 진작했지
: 세상에 이토록 예쁜 남자는 없었다.
┖ 영상 진짜 개설레.
┖ 편집도 깔끔해서 우연이 이미지랑 잘 맞는 듯.
┖ ㅇㅈ 돼도 안 되는 리얼리티 이딴 거 했으면 별로였음.
: 너튜브 영상도 안 올린다고 하고 올렸으니까 안 한다던 팬미팅도 하겠지?
┖ 행복회로 오지게 굴리는 중
┖ 그릇에 물 떠놓고 매일 기도하는 중임.
┖ 또라이네ㅋㅋㅋㅋㅋㅋ
[쟤가 먼저 나 꼬셨다니까]
공항에서 눈 마주치고 그대로 비행기 타서 사랑의 도피하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음...... 아.
댓글 20개
: 기억조작ㅋㅋㅋㅋㅋ 개웃기네
┖ 그 부분 좌표 찍혀서 계속 재생하는 거 ㅇㅈ
┖ 카메라 보고 있는 건데 진짜 눈이 마주친 거 같아서 설렘.
: 그게 화장 안 한 얼굴이라는 게 ㄹㅇ 사기다ㅋㅋㅋㅋ
┖ 나이 때문에 성형설도 원천봉쇄임.
┖ 공백기도 없이 쭉 활동해서 다 남아있음.
[영상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데]
우연이 브이로그 같은 느낌에 다른 너튜브 없냐? 추천 좀.
추천 50개 댓글 33개
: 있겠냐?
: 브이로그 느낌 자체가 얼굴 엌ㅋㅋㅋㅋㅋ
┖ 저런 인재가 있었으면 진작에 떴다.
┖ 예쁜 남자 일상? 먹방? 게임? 다 볼 수 있음.
데마시아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모니터링했다.
대체로 좋은 평가들이 이어지자 비로소 영상 담당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고.
‘편집 방식이랑 컨셉 어떻게 잡을지 진짜 회의 엄청 했었는데.’
정석이라면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았지만, 영상 소스도 그렇고 친구 같은 컨셉으로 잡았었다.
‘물론, 우연 같은 사람이랑은 친구 불가능이지만.’
카메라와 워낙 아이컨택이 잦았던 우연이었기에 이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국내 활동을 안 해서 주춤했던 화제성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 되었고.
그렇게 너튜브 영상 반응이 좋은 반면에, 아직 데마시아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 어떡하죠?”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긴 한데.”
“다른 에이전시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나 봐요.”
그게 말이 되나.
신입이었던 영상 직원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듣기만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패션쇼에서 일어난 노출 사고.
아직 국내에서는 따로 얘기가 퍼지지 않은 상태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충분히 언급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우연의 노출 사고가 쇼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프로페셔널한 정신을 보여줬다며 좋은 평들이 잇따르는 바람에.
이걸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득을 얻은 해외 에이전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 일이야 한 번쯤은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냐.’
‘결과도 나쁘지 않고 당사자도 괜찮다니 문제는 없다.’
이런 말들이 돌아오면서 데마시아 측에서는 몇 번 더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 주목받는 거 좋고, 프로페셔널한 거 좋지 그런데.
“괜찮을까요?”
“말로는 못해도 마음고생 할 수도 있는 일인데......”
“예진 씨는 뭐래요?”
“대표님도 연락해 봤는데 괜찮다고만 대답했다네요.”
자신의 가슴이 노출된 사진이 버젓이 떠도는 걸 생각했을 때, 우연의 멘탈이 걱정됐다.
우연의 담당 팀을 비롯해서 데마시아 에이전시에 있는 이들은 전부 우연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아직 패션위크가 끝나지 않아 패션쇼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트라우마로는 안 남겠지?’
그로 인해 주성훈 대표를 포함한 몇몇 이들이 직접 통화까지 했다고 하지만 전부 괜찮다고 말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직 쇼가 많이 남았기에 다른 패션쇼들도 무사히 마무리하고 오겠다고.
당장 해야 하는 모든 패션쇼들을 캔슬 할 수는 없지만, 덕분에 직원들은 우연을 걱정함과 동시에 책임감이 있는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반했다.
그렇게 너튜브 영상이 올라간 지 5일 뒤.
“....... 떴네요.”
안절부절하는 동안 드디어 한국 포털에도 우연에 관한 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외 패션쇼 모델, 아찔한 의상 사고]
[갑작스러운 사고에서 패션쇼는 계속 진행된다.]
[모델 우연, 노출 사고에도 빛난 ‘프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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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질 거면 다 벗겨지지 감질맛 나네ㅋㅋㅋ]
[아직 열아홉인 모델 가슴]
[지금 떠도는 가슴 사진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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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영상 보고 헤벌쭉하다가 사진 보고 헐레벌떡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음. 이렇게 대놓고 남자 가슴 사진 보는 건 처음인데, 아무리 기사라도 이런 거 올려도 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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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보자마자 신고 누름, 미쳤어.
┖ 징쨔 어떡해ㅜㅜㅜㅜㅜㅜ
┖ 내용 보고 충격 먹음. 프로페셔널 다 얼어 죽었냐.
┖ 우연이가 안 봤으면 좋겠다. 사고라도 내 가슴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데......
: 덕분에 눈호강 함
┖ ㅋㅋㅋㅋㅋ 개이득
┖ 이렇게 나오시면 진짜...... 감사합니다.
┖ 근데 노빡구로 사진 넣은 것도 ㄹㅈㄷ네
┖ 어차피 기사 났으면 찾아볼 사람 다 찾아봤음. 해외에서도 이미 사진이랑 다 있더만.
: 성희롱 글 개많아ㅋㅋㅋㅋ
┖ 아직 미성년잔데 돌았나 봐.
┖ 하지만 얼굴만큼 가슴도 좋......
┖ 여기 미친놈 한 명 더 있네.
결국 데마시아 측에서 막는 건 불가능했다.
사진을 없애려면 해외에 있는 사진부터 없애야 했으니까.
물론 국내 기사나 커뮤니티에 박제되는 사진들은 데마시아에서 직접 조치를 취하는 걸로 결정을 내렸지만.
어떻게 보면 그저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눈에 불을 켜고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찾아봐야 했다.
가뜩이나 너튜브 영상으로 인해 화제가 됐었던 우연은 그보다 더, 아니 훨씬 이슈가 되어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락 내렸고.
동시에 떠돌고 있는 한쪽 가슴을 노출한 우연의 패션쇼 사진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욕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안타까워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순식간에 아웃스타그램 팔로워 수와 너튜브 구독자 수가 증가하는 게 눈에 보였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언급되었던 우연의 프로 의식에 관한 이야기 또한 수면 위로 올라왔다.
BEST [근데 나 같았으면 진짜 당황했을 듯]
패션쇼라지만, 솔직히 우연이 아직 19살이고ㅠ 옷 흘러내리면 가리거나 당황했을 텐데 그런 거 하나 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로 정신으로 걸었다는 게 놀라워.
내가 패션에 문외한인 것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저런 일은 벌어진 적도 없고, 났으면 진짜 다 뒤집어졌음.
그것보다 더 충격인 건 그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거지만...... 우연아 진짜 힘내 진심으로 응원할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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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는 진짜 리스펙 할 수밖에 없다.
┖ 섹시 컨셉 아이돌들도 가리는데 저건 완전 다 보여줬잖아.
┖ 전국민에게 공개된 가슴
┖ 얼굴+몸매 제대로 인증했다. 꽃길만 걷자.
: 이번 일로 충격받더라도 더 잘 됐으면 좋겠음.
┖ 모델에 진심인 남자...... 이우연.
┖ 가슴이 웅장해진다.
: 이번 일로 유명해지긴 했음 ㅇㅇ
┖ ㅋㅋㅋㅋ 이런 걸로 유명해지는 거면 안 유명해질래...
┖ 가족들도 봤을 텐데 억장 와르르
┖ 원래부터 유명했었어.
그나마 패션계에서는 노출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노출 사고와 관련해서 우연에 대한 이슈가 가라앉지 않자
국내에서는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여론을 보고 서둘러 에이전시 측에 연락했다.
화보 촬영 제의, 광고 제의, 심지어는 예능 출연 제의까지.
처음에는 우연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던 직원들이 어느새 이런 일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고 있었고.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주성훈 대표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역시나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우연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커다란 고민을 떠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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