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화 (1/140)

* * *

〈 1화 〉 어쩌다 보니 새로운 인연

* * *

커버보기

“아니! 그러히니까아~ 왜 내 탓 히냐고요오!”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칵테일 바라는 느낌이 나는 가게답게 은은한 조명이 비치고 있다.

그곳에는 바의 상석이라 할 수 있는 프런트 바에 앉아, 고주망태가 된 채로 한탄을 하는 여성이 있다.

“아니, 근데, 진짜, 시x!!! 생각하니까 화나잖아요! 내가 왜! 그 고생을 했는데! 실수 한 번에…한 번에…흐에에엥…”

그녀는 바 테이블 위에 엎어져 불만을 토로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지만, 어떠한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교외 지역에 있는 가게이기에, 다양한 손님을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울먹이는 그녀의 외모는 매우 상위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허리까지 오는 윤기가 넘치는 흑발에, 잘록한 허리 그리고 눈물이 넘칠 듯 말 듯 울먹이는 노란 눈동자와 붉은 기가 감도는 눈을 보면, 확실히 미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나의 기준으로는 그녀는 매우 큰 키지만, 이 세상 기준으로는 평범한 키를 보며 다른 세상은 다른 세상인 점을 새삼 느끼고 있다.

물론 다른 세상이기에 이 정도 되는 미녀와 대화가 할 수 있는 거겠지만…그렇게 생각하면 더 슬퍼지니까 생각을 돌리고 싶어도 퇴근을 못 하게 죽치는 내 앞의 진상손님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까 싸장니이임 들어봐요! 전위 공격담당으로써 최선을 다했는데, 왜! 제가 질타받아야 하죠?! 네!?”

이 사람, 감정이 격해질수록 말이 안 꼬이데…. 취한 척을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참아야 한다. 내 안의 이데아. 이 사람은 손님이다. 손님! 손님 = 돈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그녀가 말한 ‘전위 공격담당’이라는 말만 들으면, 전 세상의 기준으로 프로게이머가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는 ‘헌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난 전생자이다.

나의 전생 기준으로 보면, 이번 생은…게임이 현실화하였으며, 내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감각만 있었다.

그래 ‘있었다’ 이다.

현실을 인지 못 하고, 헌터가 되겠다고 날뛰던 과거와.

몬스터와의 조우에서 깨닫게 된 현실.

그리고 드는 생각.

아아, 난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구나.

이 세상이 돌아가는 사회라는 기계의 흔하디흔한 볼트 쪼가리에 지니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만이 가득하였다.

도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무능력’인 내가 날뛴 걸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웃지 못할 사건이지만, 당시에는 자살도 생각할 만큼 심각했다.

과거야 어찌 되었든 나의 퇴근을 막는 내 앞의 진상 손님을 어찌할지 고민이다.

심지어 내일은 휴무일이다….

거기다 그녀의 주사를 들어보면, 직업이 ‘헌터’ 이기에, 나 같은 일반인이 대들어도 반항도 못 하고 역으로 맞을 수도 있다.

음… 차라리 깽값을 벌까?

아니다, 스마일~ 웃어야 한다.

손님 앞이기에 최대한 웃음기를 두며, 오늘은 그만 마시고 돌아갈 것을 간접적으로 권유한다.

“저어 손님?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오늘은 여기까지 드시는 편이…?”

“그렇지만 싸자아앙니임…억울하다구요오!! 거기서 대방패병이 제 능력을 맞을 줄은 몰랐다구요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무능력자이며 이 세계 문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녀가 말하는 대방패병이 무엇인지는 감은 오나, 정확히는 모르며, 애초에 이 손님의 능력 또한 모른다.

그녀는 단골도 아닌 오늘 처음 온 손님이다.

내일이 휴무일이라고 하지만, 가게 마감 시간까지 죽치고 있는 손님이다.

아 마감 시간 직전인데.

아 쉬고 싶은데.

잘 마셔주니 좋긴 한데.

아 그냥 나가줬으면.

어차피 잊을 건데.

오만 감정이 교차한다….

이거 서비스업으로 실격일지도?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나도 우울해지는데, 같이 마셔서 퍼질러질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