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러스티 네일 한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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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숲속 & 바 만월]
나의 가게 이름이다.
점심 이후 시간에 카페로 운영하고, 오후 8시 이후 즈음부터는 칵테일 바가 되는 가게이다.
숲속의 만월이라는 느낌으로 지은 가게 이름이지만, 이 속뜻까지 알아주는 손님은 적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대이기에, 지금 출근해서 영업 준비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여어 젊은 사장 지금 출근하는 거야? 오늘도 여전히 잘생겼구먼! 역시 전에 소개해준 내 딸 어떠니? 요즘도 가게에 자주 들리지? 딸은 언제라도 좋다고 하던데, 한번 사귀고 생각해 보는 건?”
여러 생각을 하다 만난 그녀, 일반적인 성인일지라도 밀기 힘들어 보이는 중량감을 가진 운반 대차를 땀 한 방울 안 흘리면서 가볍게 밀고 있다. 역시 전직 A급 헌터답다.
그녀는 몇 안 떨어진 블록에 있는 재료상 겸 약방의 주인이다. 이동 경로가 자주 겹치기에 이렇게 길가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게 일상이다.
그녀가 취급하는 재료와 약은 헌터들 사이에서도 품질 좋고 싸다. 그렇기에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이 나 있는 가게이며, 이제는 중소기업에 준하는 규모까지 성장하였다.
개업을 비슷하게 시작한 거 같은데, 역시 장사수완이 뛰어난 거 같다.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아직은 생각이 없어서요….”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잘나가는 가게를 보유한 집안의 딸을 배우자의 직업 선호도 상위 직업도 아니며, 손해를 안 보는 정도의 수익을 내는 작은 카페 겸 바를 운영하는 남성에게 혼담 혹은 사귀는 것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을까?
정답은 매우 많다.
간단한 이유다. 이 세상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기 때문이다.
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까?
여성의 신체적 능력이 남성보다 높으며, 능력 각성률도 남성보다 근소하게 높다.
그렇기에 대부분 일을 여성이 주도하는 쪽이며, 남성보다 사회적 지휘나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남성 또한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여성보다 신체 능력이 부족하기에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되어있다.
그렇다, 이 세상은 전생의 소설에서 몇 번 읽어본 ‘남녀역전’의 개념을 가진 세계다.
“어휴 또 거절한다. 딸내미가 얼마나 성화인 줄 알아? 가게에 가도 손님으로서만 대해주고 전혀 상대를 안 해 준다고 울적해 하는데, 한번 속는 셈 치고 만나보는 건 어떠니?”
전생이었다면 지 복을 지가 찬다며 욕먹을 상황이지만, 나는… 아니 그저 변명일 뿐이다.
“죄송합니다….”
“에휴…내가 주책이지. 딸내미가 울적해 보이니까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었어, 미안하니 이거라도 받으렴.”
가끔 권유해오던 사장님은 이번 거절에도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나에게 주는 작은 통, 그 통 안에는 종이로 포장된 작은 환 하나가 있다.
헌터들이 흔히 사용하는 피로회복제다.
“매번 이렇게 비싼 물건은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역시 받더라도 값을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요…”
“어허, 또 거절하려 한다. 우리 가게는 언제나 싼 물건만 취급하니까, 부담 없이 받으렴”
정말 싸다는 듯이 말씀하시지만, 이 환약은 시중의 약품보다는 비싼 물건이다.
아니, 헌터들이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이 이세계로 연결된 문 너머에서 채집해온 물건이 대다수이기에, 값이 좀 나간다.
이세계의 문은 생각보다 자주 열리지만, 채집해올 만한 자원이 있는 문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 해서, 엄청 비싼 물건은 아니다.
헌터나 민간인이 구매 및 판매가 할 수 있는 자원이면, 어느 정도 일정한 공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말 비싸고 희귀한 자원은, 국가 전략자원 취급이다.
여기서 한 번 더 거절하면, 며칠간 더 많은 환약을 주시려 하니, 겉치레는 이 정도로 해 두는 편이 좋을 거 같다.
주섬주섬 환약을 챙기며, 공손히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어…음 매번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제 가게에 오시면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아냐 아냐 매번 내 주책을 받아주니까 이쪽이 고마워해야지, 딸내미는 다 컸다고 부모는 신경도 안 써, 이렇게나 신경 써주는 부모 마음도 몰라주고 말이지.”
남녀역전의 세계라 하여도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걸까?
자식이 울적해서 하면,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부모의 모습에, 나도 모르는 새 미소가 그려졌다.
“아하하, 그렇네요.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한 번만…이런 또 주책이야 시간 잡아서 미안해, 가게 오픈 준비해야 할 시간이지? 어서 가봐.”
약방 사장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3시를 조금 넘은 거 같다. 카페로써 가게 영업시간은, 매우 늦은 시간에 매우 짧게 연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커피를 주로 판다면, 오후 8시부터 오전 1시~2시까지는 칵테일을 판매하는, 음료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복합 업종이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젊은 사장 오늘도 많이 팔렴!”
“네 들어가세요.”
짐을 운반하는 겸 근처의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 가던 길이신 걸까? 대차의 손잡이에는 담배가 담긴 봉투가 걸려있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만 ‘남녀역전’ ’이세계의 문’ ’능력’ 무능력자이며,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자각한 시점에서 전부 나와 무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니 ‘남녀역전’이라는 개념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자신이 남녀역전 세상에서 역전되지 않은 세상의 신체 능력 혹은 특이한 능력을 갖췄다면, 이전 세상에서 상상해온 하렘이나 판타지라 이프를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철저히 이 세상의 남성의 기준에 부합한다.
여성보다 작은 키에 발달하지 못한 근육 등, 표현한 그대로 이 세상 남자의 표준적인 신체 능력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남성들의 대부분은 여성의 신체 능력보다 낮기에, 헌터를 직업으로 삼은 남성은 지원 혹은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을 담당한다.
이 세계가, 새삼 내가 살았던 전 세계와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걸어 다니니, 어느덧 문이 닫힌 한 가게에 도착하였다.
문에는 신문이 꽂혀 있다. 신문을 보면 과학 기술의 발달 차이가 있는가 싶지만,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도, 전 세상과 비슷한 수준의 과학 기술 수준이다.
그래도, 왜 신문을 구독하는가 하면, 스마트 폰과는 또 다른 장점과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에 꼽힌 신문의 앞면에는 어제 일어난 사건·사고 기사가 하나 실려 있었다.
[(속보) A급 파티의 공략 실패! 역시 S급 이상이 담당했어야…]
언론이란…. 매번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궁리한다.
A급이라 해도 필시 자신들의 실력에 맞지 않는 문을 선택함으로 ‘모험’에 배팅한 거겠지, 아니면 운이 없었거나.
가게 문 앞의 신문과 잡다한 전단지 등을 정리해서, 문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왜 이건 열쇠 감성이 아니냐고? 열쇠를 들고 다니는 건 귀찮음의 영역이다. 감성을 위해서 귀찮음을 느끼긴 싫다.
딸랑~
청명한 방울 소리와 함께 열리는 나의 가게 내부는 숲속의 만월이라는 가게의 의미답게 목재로 구성된 가구와 전체적으로 어두운 실내, 그리고 꽃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이 가게의 이름과 인테리어의 영감을 얻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몬스터와의 조우에서 허겁지겁 도망치며 도착하게 된 이름 모를 숲속의 공터이다.
담벼락을 형성하듯 오밀조밀하게 밀집된 나무들이 원형을 이루었으며, 밤하늘에 떠 있는 만월로 인해 주변은 매우 밝았다.
그리고 발 밑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꽃들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몽환적인 분위기, 아마 평생을 잊을 수 없는 풍경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곳에서 살아서 귀환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도 그럴 용기도 없으며, 필시 그날의 악몽도 떠 오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잠긴 나머지 가게를 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남들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나의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다.
“일단 재고정리부터… 어제 시럽하고 라임을 많이 사용한 거 같은데 재고가 남아 있으려나?”
카운터 이자 바 테이블의 뒤쪽 백 바(back bar)에 들어가, 쭈그려 앉은 채로 테이블 아래인 언더바(underbar)에 비축된 재고를 확인해 본다.
“커피콩은 문제없고, 생크림이랑 우유만 발주하면 되겠네?”
냉장고에 3일간 쓸 우유와 몇 통 안 남은 생크림이 있다.
역시 지금 발주하지 않으면, 이번 주 휴일은 임시휴업을 걸지도.
“라임은 왁스 코팅을 안 벗겼고, 아직은 한 상자 남아 있으니 괜찮고. 아, 역시 S&S 시럽이 부족하네, 다음 주 입고까지는 버티려나?”
스윗 앤 사워 시럽, 속칭 S&S 시럽이라 불리는 칵테일계의 조미료라 불리며, 상큼한 맛이 나는 칵테일에는 대부분 들어가는 시럽이다.
이 시럽은 실제로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자니, 레몬과 라임의 가격과 즙을 냈을 때 강산성으로 인해 손끝이 매우 따가운 점 등이, 기성품 시럽을 사게 되는 요인이다.
이게 확실히 싸기도 하고 가루보다 덜 귀찮다.
호텔의 바 정도면, 이런 거 안 쓰고 실제 과일로 만들겠지만, 여기는 손님이 10명만 들어와도 만석인 작은 규모인 카페이자 바다.
작은 규모이기에 청소도 금방 끝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 세계의 남성들은 가정적이기에 청소나 집안일들을 꼼꼼히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나로서는 청소는 매우 귀찮은 일과 중 하나다. 그렇기에 청소가 금방 끝난다는 정말 이점이다.
“청소 끝! 오픈까지는 20분 정도 남았네, 잠깐 쉴까?”
4시 정각까지 앞으로 20분 남짓, 문득 출근할 때 약재상 사장님에게 받은 환약이 생각나 주머니에서 꺼냈다.
작은 원형 플라스틱 통에 든 종이로 싼 환약, 그 통에서 내용물을 꺼내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종이 포장을 뜯는다.
검붉은 색의 엄지손가락 즈음 되는 크기의 환약, 손에 들고 한입 씹어 먹어보니, 쌉싸래한 맛과 뒷맛에서 올라오는 단맛, 그리고 끝에 퍼지는 침향의 향, 역시 마냥 쓴맛보단 지구의 재료를 어느 정도 첨가하길 건의해 본 게 정답인 거 같다.
그 뒤로 가성비와 더불어 맛도 좋은 가게로 소문이 났다 하니.
이런 거 안 주셔도 어차피 나는… 아니 그보다 왜 매번 피로 해소 관련 환약을 주시는 걸까? 그렇게 피곤해 보일까? 아니면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챙겨 주시는 걸까? 그래도 챙겨 주시니까, 감사를 하자.
딸랑~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러 가지 생각하는 사이에, 4시가 지났나 보다.
그래 고민해봐야 무엇이 바뀔까? 나는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데, 무엇 하나 바뀔 것이 없다.
해결되지 못할 고민보다는 오늘의 손님을 위해서 스마일.
“안녕하세요. 카페 숲속입니다”
오늘도 카페 겸 바의 영업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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