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러스티 네일 한잔(5)
* * *
무엇을 들은 것일까?
황급히 귀를 땐 이후.
다시 한번 더 헤실거리면서, 자신의 핸드폰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 그녀.
“아 지냐언냐다아아 에헤헤”
핸드폰에는, 고성과 욕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본인은 새로운 시련이 찾아온 것을 모르는 걸까?
만취 상태로 장난스럽게 전화를 받고 있다.
저러면, 흑역사와 후폭풍은 어쩌려고... 욕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스마트폰을 보며, 명복을 빌어준다.
엿들은 이름으로 추측 하면….
지나…아마 [불굴의 김지나]일 것이다.
이지혜 헌터의 선임 이자, 이세계 문의 공격조 총괄팀장이 김지나라니, 매스컴 같은 곳에서 보던 유명인사라 신기할 따름이다.
조금 전의 대화로, 천칭조직 내부에서 한번 싸운 것을 알았기에, 이지혜 헌터를 말리지 않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
“저기…요? 지혜씨?”
“언니 그러니까아 한번 다 같이 오자니까아아?”
나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본인의 대화에 열중이다.
그런 대화 중에 끼기는 어렵기에, 포기하고 블랙보틀이나 홀짝이는데….
좀 그렇다.
종이컵으로 위스키를 마시는 경우, 무슨 로망이냐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생각보단 나쁘지 않다.
컵의 테두리를 내 마음대로 조절을 하면서, 위스키가 혀에 떨어지는 양을 대충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기에, 나쁘진 않다.
한 번에 흘러들어오는 위스키의 양에 의해서, 향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 정도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슬슬 블랙보틀도 도매점에 주문하지 않으면, 내가 마실 양이 없어져서 곤란한데...
역시 술 상대를 앞에 두고 혼자 마시고 있으니 씁쓸하다.
평소에는 상관없을지 모르겠으나, 나 또한 취기가 도는지 조금은 그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마음속 어딘 가가 간질간질한게 기분이 나쁘다.
“에헤헤 그렇게 화내지말구우, 언냐아 좋은 술집 찾았는데 다음에 한 번, 으힉!! “
했던 말을 또 하던 그녀는,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귀를 황급히 뗀다.
정말 김지나 헌터의 성량은 꽤 큰 듯하다.
이쪽도 들릴 정도니까.
대충 [야, 이, 미친년아!] 와 [걱정하고 있는데 장난치냐!] [너! 지금 어디야!?] 등등 엿듣는 건 아니다.
들리니까 듣는 것뿐이다.
가족 같은 친구 인가… 나쁘지 않지만, 괜스레 마음 한쪽이 우울해지긴 하다.
“알아써 알아써어 바꾸면 되잔하아아”
만취 상태인 김지혜 헌터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김지나 헌터는, 아마 주변 인물 혹은 가게 종업원에게 전화를 넘기라고 지시한 걸까?
전화를 받는 것을 예상 못 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딴생각 중인 나에게 핸드폰을 대뜸 넘기는 것에서, 딴짓하다 걸린 학생처럼 놀랐다.
“엣? 저요?”
“네에 언니가 바꿔래요오.”
“아…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니, 전체적으로 정갈한 듯하며 절도 있는 목소리의 여성이 인사를 해온다. 목소리도 여성치고는 굵은 느낌이 드는 게,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한 조직의 총괄팀장급의 분위기가 난다.
[“네 안녕하십니까, 천칭의 공격조 대표 김지나라고 합니다. 늦은 새벽까지 저희 팀원이 민폐를 끼치는 것에 사과를 드립니다”]
바로 사과부터 시작할 줄은 몰랐다. 그렇지 않은가? 상대는 대기업에 준하는 조직의 팀장이고, 나는 길가에 치일 정도로 넘치는 업종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아, 네. 라고 답변을 시작하려 했으나, 김지나 헌터의 말이 더 빨랐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팀원이 만취 상태인 듯하니, 제가 직접 ‘회수’ 하러 가겠습니다. 주소를 알려 주시면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아앗, 네! 네 여기는 강 건너편 쪽….”
일단 이지혜 헌터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듯하기에, 가게의 주소를 알려줬다. 그래도 도시에서 먼 곳이 아닌 장소이기에, 금방 데리러 올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 그녀. 급하게 옷을 입으며 열쇠 등을 챙기는 소리도 들린 듯하니, 아마도 이지혜 헌터에게는 큰일이 난 걸지도?
정말로 명복을 빌어줘야 하나?
“저어…. 지혜씨? 김지나 헌터님이 지금 당장 오시겠다는데요…?”
“정말요오? 와아! 언냐랑 같이 마시래여어!”
“어…정말로 괜찮으세요? 목소리 정말 안 괜찮은데”
와이와이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도 싸워서 화가 난 부분은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일까? 지금이라도 같이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모습이, 맛있는 거를 나눠 먹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술이란 그런 것이기도 하다. 정말 힘들고 지칠 때 혹은 머릿속이 엉망이라 생각이 정리되지 못할 때, 술을 마시고 잠시간 생각을 해보면, 사실은 정말 간단한 정답이 존재한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과음을 하면, 간 건강은 물론 자신의 지갑이 아파지니, 적당히 해야 한다.
그렇게 둘만의 잡담 시간 정도는 가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은 정리하셨나요?”
그녀의 표정과 행동만 봐도 안 물어봐도 될 문제지만, 그냥 심심하니까 대화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물어봤다.
응, 그냥 바텐더로서 직업정신을 발휘할 뿐이다.
“네에! 언냐아 오면요오...대화좀 해보려고요오.”
여전히 턱을 괸 채로 헤실헤실하는 모습이 귀엽긴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뉴스 등에서 나오는 강인한 인상 같은 것은, 역시 방송이나 대외적 활동에서 보이는 모습이고 이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습이 진짜면 좋을지도라는 상상을 해본다.
“나쁘진 않네요.”
"나쁘지 않아요오오."
나쁘지는 않다.
마음을 풀었으면 성과가 있는 것이기에, 그렇게 종이컵과 유리잔을 맞대며 건배를 하였다.
역시 유리와 유리가 맞부딪히는 소리는 없었다. 종이컵이라…. 너무 로망이 없는 걸까?
시간 외 근무라고, 너무 대충 술 상대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오시면, 서로 같이 유리로 된 잔으로 마셔봐요”
“네에헤~!”
정말이지 활기찬 대답이다. 그렇게 건배를 받아주고는, 서로 다시 한번 더 술을 마신다.
“칵테일도 나쁘지 않죠…?”
“네에! 달달하고 마시써요오!”
이런 기분은 오랜만에 느끼기에.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잠시 가슴 한편이 간질거린다.
그렇게 10분이 조금 지났을까?
끼익 하는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가게 바깥 창문으로 한 대의 차량이 보인다.
얼핏 보이는 크기로 보아 하니, 2인승에 차량의 높이가 극단적으로 낮으며,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스포츠카일까?
도심에서부터, 못해도 20분 이상은 걸리는 거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과속한 걸지도.
“어…음 지혜씨? 손님이 오신 듯한데요…?
“네헤…? 아 언냐다아!”
유리창에는 얇은 커튼이 쳐져 있기에 뚜렷한 형체는 볼 수 없으나, 차에서 내린 한 사람이 절도 있게 걸어서 가게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딸랑
언제나 느끼지만, 저 종소리는 청명한 음을 내는 것이 듣기 좋다.
그리고 또각또각 들어오는 건장한 여성.
검은색 정장을 입은, 커리우먼 느낌의 여성이다.
역시 헌터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그녀는 검은색 정장을 입었지만, 격한 움직임을 대비해서 꽉 끼는 일반 정장보다는 품이 넓은 바지와 단정한 셔츠보다는 가슴골이 보이는 흰색의 탱크톱을 입고 있다.
역시, 흑색 백색의 조합이 제일 무난한 조합이긴 하다.
그래도 가슴골에 조금씩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남자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 그녀의 표정은 다양하였다. 처음에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
아니 알 수 없다는 듯이 갸웃거리는 듯한 표정도 보인다. 왜일까?
“아…저 안녕하세요…?”
답변 없이 가벼운 눈인사로 화답하며, 이지혜 헌터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포스가 상상 이상으로 굉장하다.
얼굴에 주름이 지는 게 실시간으로 화를 참는 듯한 모습이….
음…여기서 이지혜 헌터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무언가 일이 터질 듯한 분위기다.
“앗 지나 언냐아아 ~ 쿠헥!”
쾅!!
하지만 만취자는 그러한 분위기를 읽기에는…. 취기로 인해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한 김지나 헌터는, 즉시 이지혜 헌터에 대한 다시 만듦이 들어간다.
‘꺄아악’이라는 여성스러운 비명도 아니다.
그런 비명을 지를 만한 여유도 없이, 그대로 뒤통수를 후려갈긴 결과가 이상한 비명이다.
그리고 가속도의 법칙에 따라서, 이지혜 헌터의 머리는 테이블에 이마를 찧었다.
바 테이블은 무사할까? 흠집 나면 안 되는데.
“저어…소…손님?”
“아,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만….”
김지나 헌터 본인도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라 그런지, 그녀도 약간 굳은 자세다.
나는 프로다.
웃으면 안 된다….
그렇게 김지나 헌터는 이지혜 헌터에게 눈길 한번 안 주면서, 나에게 90도 각도로 머리 숙여 인사를 해온다.
이 정도로 저자세로 면, 되려 이쪽이 더 불편한데, 나는 그저 칵테일을 팔았을 뿐인데.
“천칭의 공격조 대표자로서 사과를 드립니다.”
너무나 정직한 사과.
하지만 그 사과에서 그녀의 곧은 성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격을 보아 하면, 이 둘의 성격은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닐 것이다.
“아뇨아뇨, 딱히…문제 될 일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만취하여 자신의 몸도 못가 누게 된 시점에서, 민폐는 민폐입니다. 이 녀석의 교육을 제대로 못 한, 저의 책임입니다.”
‘우와아아 상대하기 곤란한 상대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생각을 해보자.
너무 우직한 성격이 되려 상대하기 힘든 예도 있지 않은가? 이쪽은 괜찮지만, 상대편은 미안하다는 이유로 사과와 보상을 치르려는 그러한 성격 말이다.
되려 이쪽이 부담스럽다.
“어…그 정도까지는 민폐는 아니었어요, 저도 같이 마시게 된 시점에서, 저 또한 잘못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사실이다.
술에 취한 상대에게, 나도 술을 마고 싶다는 이유로, 술 상대를 한 시점에서 잘못한 일이다.
기분에 취한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말 상대를 놓치기는 싫었다.
그래…그저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아닙니다. 이지혜 헌터를 동생 같다는 이유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쪽 잘못이 우선입니다.”
정말 군인을 상대하는 느낌이다. 딱딱해도 너무 딱딱하다.
어떠한 말을 하여도 넌 내가 원하는 답변만 말해라는 식의 말투다.
이것이 나쁜 쪽이 아니라 정직하고 올바른 방향이기에, 이지혜 헌터의 편을 들어줄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으음, 정말 큰 일이나 이상한 일 같은 건 없었어요, 정 못 믿으시면 가게 내부의 CCTV를 보여 드릴 수도 있어...요오...”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생각보다 그녀의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남녀역전 세계라서 남자가 강인한 여성 앞에서 기를 못 쓰거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전생의 일반 세상에서의 여군 장교 중, 정말 FM대로 철칙을 지켜서 승진한 대령급 이상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기에, 자연스레 주눅이 들어버린다. 비슷한 비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대를 받지 않고 승진한, 대기업의 여성 CEO 느낌?
“음…. 그런 거라면,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그보다 계산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 언냐아아 너무 아프 잖아아…!”
이때까지 마셔온 칵테일 가격에 대해 계산을 하려 하지만, 그 새에 정말 뒤통수가 아픈 듯이, 잔을 내려놓으며 머리를 들려 하던 이지혜 헌터가 있다.
그렇다. ‘들려 하던’ 이다.
“넌 그냥 그대로 조용히 있어, 숙소에 가서 보자”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면서 위협하는 동물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지혜 헌터의 뒤통수를 한 손으로 누르면서, 다른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해 카드 결제를 준비한다.
이지혜 헌터의 ‘언니 왜 그래’ 라는 느낌의 반항은 싹 무시하였다.
“얼마죠?”
간단한 질문 하나에도 절도가 느껴진다. 역시 헌터 조직의 팀장급 클래스일까?
일단은 나의 책임도 일부 인정하는 바이기에, 칵테일 가격의 일부를 깎아서 정산하였다.
이런 말 없는 할인은 상대가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10만 원 되겠습니다.”
정확히는 16만~20만 원 정도, 그만큼 많이 마셨고 나도 분위기에 취해서 몇 잔을 줬는지 까먹었지만, 그래도 15잔 이상쯤 마시고 마지막에 블랙보틀을 따라줬으니, 대략 16만 원~20만 원은 확실하다.
“정말인가요?”
못 믿는 듯 다시 한번 물어오는 김지나 헌터지만, 나 스스로 10만 원이라 정하였기에 거짓 한 점 없이 당당한 표정으로 답변하였다.
“네 10만 원 맞습니다”
“그럼, 결제는 이것으로 부탁드립니다”
나의 말에 못 믿는다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계산대에 선 사람이 정하는 값이 오른 법이다.
아등바등하는 이지혜 헌터를 누르면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는데 핸드폰조차 정갈한 케이스를 쓰는 것을 보니 정말 군인 같다.
그리고 뒤통수가 눌리고 있는 이지혜 헌터는, 계속 [언니 같이 마시자] 혹은 [이야기 좀 하자] [아! 쫌!] 등등 말을 하는데 그때마다 김지나 헌터의 눈빛이 무섭다.
정말로 나까지 잘못한 느낌이 들 정도로 눈빛이 시리다.
같이 마신 시점에서 나쁘긴 하지만 무서우니까 조용히 있자.
“저어…이지혜 헌터는 정말 사고 친 거 아니…아뇨 계산하겠습니다”
아, 이건 전생의 나라도 말대꾸하기가 불가능하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남에 동시에 즉시 울려오는 핸드폰의 진동,
요즘은 확실히 결제가 더 편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네 감사합니다”
결제가 끝났기에 매번 하는 인사말과 함께 영수증을 제외한 핸드폰만을 넘겨준다.
영수증이야 요즘은 안 받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할인한 것을 들키기 쉬워서 그렇다.
영수증에 몇 잔도 아니고 10만 원 결제라 찍히긴 했지만, 그래도 영수증은 주지 않았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해 두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뒤통수가 눌러진 이지혜 헌터를 일으켜 세운다.
“지혜 너! 얼마나 마신 거야?”
화가 난듯한 표정도 있지만 걱정한 표정이 한가득하다. 그러한 걱정도 몰라준 채, 이지혜 헌터는 조금 전까지 물리적으로 제압을 하던 김지나 헌터에게 안겨버리니, 김지나 헌터가 굳어버렸다.
“와ㅡ아 언니다아 언니야아”
헌터를 업으로 삼기에, 두 여성의 신체는 매우 탄탄하다.
그렇기에 두 여성이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은 그림이 된다.
이 경우는, 일방적으로 이지혜 헌터가 안겨버린 그림이지만, 안긴 채로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것이, ‘이건 이것대로 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아…일단 집에 가자, 그럼 실례하였습니다”
아무리 철옹성 같고 완고해 보이던 성격이라도, 가족같이 여기는 친구에게는 약해지는 면모도 있는 듯하다. 그래도 손속이 없는 것은 그녀 성격을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가게를 나가기 전에 나에게 인사를 한 뒤, 안겨 있는 이지혜 헌터가 부담스러웠는지 왼팔 겨드랑이 사이에 머리를 넣어 이지혜 헌터를 부축하였다.
그렇게 가게를 나가면서도, 이지혜 헌터는 뒤돌아보며 오른팔을 파닥이며 ‘안녕!’ 하는 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대형견이 맞다.
“바이바이이 나중에 봐요. 사장니이이임”
“시끄러워!! 지금…! 하아 새벽 시간이니 넌 숙소 가서 보자”
와우, 처음 봤다.
심야 시간이기에 큰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고성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큰소리를 칠 수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네에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는 듣지 못하겠지만, 내 나름대로 답변을 보냈다.
그렇게 이지혜 헌터는 그대로 차량 옆좌석에 던져지는 게, 정말 친구를 걱정하면서도 손속에는 자비가 없는 성격을 잘 나타낸다.
그렇게 차 문을 닫은 김지나 헌터는, 나에게 눈인사를 한 뒤에 차를 타고 상가 거리를 빠져나갔다.
하긴, 아는 사이도 아니고 민폐 끼치는 동생이 뒤치다꺼리하러 왔는데, 부끄러워서라도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거겠지. 이해는 한다.
딸랑~.
그렇게 닫히는 나의 가게의 문 그리고 들려오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
기분에 취하여 연장근무를 하였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가 급작스럽게 우울해지는 듯하다.
조금 전부터 오른손으로 긁던 왼쪽 손목이 아파온다. 셔츠의 소재로 인해 마찰이 나서 피부가 쓸린 것인지 따끔따끔한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 피는 안 난 건가?”
나도 모르게 긁고 있던 것에 깜짝 놀라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꽉 쥐었다. 다 치료된 줄 알았는데, 아니 평생 안고 가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떻게 할지 방향도 모르겠다.
그렇게 머리를 난잡하게 헝클이며, 마시던 블랙보틀이 들어있는 종이컵 잔을 원샷 하였다.
위스키 자체는 다 마셨기에 남은 건 위스키 향이 가미된 녹은 얼음의 물맛이다. 이 또한 위스키의 향을 더욱더 자세히 느끼는 방법이나 오늘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 같은 동성의 친구라, 여려 잡생각이 교차한다. 마시던 종이컵을 그대로 구겨서 버린다. 내일 쓰레기 버리는 날인데 내놓기가 너무 귀찮다.
현재 시간대가 손님이 없을 오전 3시를 넘었지만, 그래도 손님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배전함의 간판 스위치 등을 포함해서 일부의 조명만 남기고, 전원을 내린 뒤 가게의 문을 잠가뒀다.
“하, 더는 안 되겠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기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카운터에 들어가, 유리잔을 꺼내 드람뷔와 블랙보틀을 1온스로, 각각 1:1 비율에 얼음도 없이 섞었다.
“하나가 부족해.”
하지만 아직 부족하며, 나의 마음은 나의 속은 답답함 느끼기에, 스피리터스라는 증류주를 0.5온스 정도 넣었다.
답답하다.
실내의 공기가 답답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의 무언가가 내지를 수 없이 막힌 듯이 답답하다.
그렇게 완성된 이전의 러스티네일보다는, 연한 빛의 러스티네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아…쓰다. 웩…이건 칵테일 아냐.”
속에서 올라오는 향신료의 향과 다른, 식도가 아파져 오는 알콜의 향 그래도 나쁘지 않다… 머릿속이 흔들리는 느낌에 잠시 안심이 된다.
칵테일의 맛과 철학?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냥 어지러운 머리와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마시는 배합이다.
“여기 어딘가…. 뒀을 텐데…. 아, 여기 있다.”
그리고 카운터 아래에 둔 담배를 꺼냈다. 괜스레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만 피우는 담배이긴 하다. 몇 달 전에 사둔 물건일 텐데 아직도 반 이상은 남아있다.
“재떨이가 어디 갔지? 귀찮으니까 에스프레소 잔이라도.”
막상 찾으면 보이지 않는 재떨이. 그렇게 매번, 에스프레소 잔을 재떨이로 쓰게 된다.
“오랜만인데 빨간 담배 괜찮으려나.”
그렇게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여보니, 바로 퍼지는 담배의 연기와 향. 그리고 그 담배의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이면서 폐부에 연기를 밀어 넣었다.
갑자기 일어설 때, 순간 뇌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멍해지는 그런 느낌과 비슷한 종류의 느낌.
여기서 실내 영업장은 금연이 인가에 관해 묻는다면, 이미 영업 종료를 하였고 내가 운영하는 가게이며, 손님 또한 없기에 신고당할 위험은 없다.
신고만 안 당하면 합법이다.
그렇게 두세 번 정도 담배의 연기를 폐부에 때려 박으니, 마음이 진정되는 듯하다.
가끔 이렇게 하는 흡연은 나쁘지 않을지도. 매일 피우는 것도 아니고 너무 힘들 때 피우는 물건이다 보니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진정된 마음으로 조금 전의 대화를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가족이자 친구…친구이자 가족…인가…좋은 관계인 거네.”
부럽다는 속내를 입으로 말하지 못하며, 담배를 손에 끼운 채로 머리를 괴며 다른 손으론 술을 홀짝여본다.
그렇게, 가게 안을 맴도는 잔잔한 피아노의 음률을 즐기니, 자연스레 고개가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다시 보자 인가, 나쁘지 않은데 부럽네.”
그런데, 무엇이 부러운 것일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술이 정말 쓰다.
향신료 맛이 희석될 정도로, 높은 도수의 술이 섞인 러스티네일이다.
그런데 향신료 향도 아닌 알콜 향을 쓰다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쓰다고 하자.
창밖의 환한 거리를 보며, 오늘이 만월인 것이 얄궂게 느껴진다.
아아, 나도 자고 일어나면, 숙취로 고생할지도 모르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