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나의 마음은(1)
* * *
“눈부셔어.“
눈이 부시기에 일어나 보니, 동이 트려 하는 시간대다.
결국, 나는 가게의 소파에 누워서 자 버린 거다.
소파에서 자는 습관은 좋지 않은데…. 특히 허리와 목 건강에 좋지 않다.
시간을 보아하니, 6시…3시간도 못 잔 시간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콜의 분해 작용으로 인해, 몸 안에서 간이라는 해독 공장이 풀가동되기에, 수면에 방해된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도 잔 기분이 들지 못하거나 거의 못 자는 이유이다.
술이란 그런 것이다.
일단은 뭐라도 마시고 싶다.
“물…무…우울!”
일어나려 했으나,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 파묻혀 버렸다.
“아 진짜 스피리터스는 오버였어! 무슨 생각으로 넣은거야아악!”
왼손으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러 주면서, 어제의 행동에 대한 후폭풍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다. 매번 폭음한 뒤에 하는 말이지만, 다음번의 술은 좀 줄이자고 다시 한번 되새긴다.
지켜질 리 없겠지만….
그래도 지혜씨라 했지? 괜찮으려나…?
소파에 앉은 채로 등받이에 푹 파묻힌 나는, 어두운색의 나무로 인테리어된 천정을 보며 다양한 생각이 들고 있었다.
역시 헌터들은 외모 보정이라도 받는 것일까? 남녀 관계없이 왜 다들 예쁘거나 멋지지?
말이라도 한번 걸어봤으니, 다음번에 기회라도 있을까?
남녀역전 세상이기에, 나도 한번 여성과 마음껏 사귀어 보고 싶은데…
같은 사심이 한가득한 생각을 이어가지만, 이내 그 생각은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곧 무시당하겠지…?
전생 자라는 기억의 잔재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가까워지려 하여도 이내 배척당한다.
아니면 이 세계 만의 규칙이 있으며, 내가 그 규칙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 규칙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행동? 성격? 외모?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은 게 없다. 행동과 성격을 이 세상 남성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으며, 외모 또한 미용실을 다녀보거나 관리 등을 해왔지만, 전부 다 실패다. 그 누구의 시선을 끌지 못하였다.
지금 와서는, 다 쓸모없구나 싶어 포기했지만.
“일단…마실 거라도….”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 두통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 마리의 좀비가 된 듯이 어기적거리며, 카운터 아래의 냉장고를 열어 한 계량컵을 꺼내어 본다. 계량컵에는 다행히 물이 많이 남은 듯하다. 정수기가 아닌 일반 물을 왜 계량컵에서 꺼내느냐는 의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일반 물이 아니라 [소금 커피]의 재료인 소금과 설탕을 녹인 물이다.
“숙취에는 이만한 게 없긴 해….”
평소에 술을 제외한 단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숙취의 경우 예외가 된다.
숙취에는 해장술 혹은 매운 음식이 최고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해장된 기분이 든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건강에는 최악이다.
술로 해장하면, 술기운으로 감각을 다시 한번 둔하게 하는 악순환이고, 매운 음식으로 해장하면 빈속이 한 번 더 뒤집히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본인이 숙취로 고생하면 얌전하게 콩나물국 같은 맵지 않은 국으로 전해질을 보충해주자, 국조차 없고 만들기도 귀찮다면 나처럼 설탕과 소금을 섞은 물을 마시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웩…역시, 단독으로 마시기에는 좀 그래….”
애초에 소금 커피 재료이기에, 단독으로 마시면 오묘한 맛을 낸다. 짠맛이 있는 듯 없는 듯 단맛이 올라오려다 훅 꺾이는 그런 이상한 맛.
역시 소금 커피의 포인트인 시럽 가득 넣은 생크림 없이 마시면 이런 이상한 맛이 되는 듯하다. 그래도 숙취에는 나쁘지 않다.
“진통제는 어디 있지…?”
전해질을 포함한 물을 마셔도 숙취로 인한 두통은 오랫동안 가기에, 진통제 정도는 한 말 먹어 두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카운터 아래 약통, 매직으로 진통제라 써 둔 통에서 두세 알 꺼내어 먹었다.
생각해보니 이 진통제를 준 것도 약방 사장님이다.
어째서라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약을 주신 게 문제가 아니라, 왜, 아주머니는 나를 신경 써 주시는 걸까? 불쌍해서? 웃겨서? 자기만족? 우월감? 동정…?
또 이런다. 그럴 리 없는데, 마음속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은 매번 이런 식이다. 너무 우울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다시 잠이나 잘래….
생각해봐야 알 수도 없고, 지금은 머릿속의 뇌가 정지 정지한 것일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하기도 싫다.
그렇게 카운터 아래에 둔 담요를 꺼내어 본다. 여기까지 움직이는데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확실히 어제 심하게 마시긴 했구나 싶다…
왜 술을 마시면 온몸에 힘도 없는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가? 이 또한 간단하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해서다. 만취 상태에서 잠을 자게 되면 간이 활성화된다는 앞서 말하였지만, 정확히 비유하자면 알콜은 인체에서 독극물이기에 간이라는 해독 공장이 풀가동된다. 그리고 뇌를 포함한 전신은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그렇기에 내가 잔다고 눈을 감아도 전신은 활성화된 상태 그대로 쭉 이어진다. 그 결과 본인은 잠을 잤다고 생각하지만, 신체는 잠을 잔 적이 없기에 머리도 띵하고 몸에는 힘이 안 들어가지는 피로한 상태가 된다.
이럴 때 최고의 방법이 존재한다.
1. 물 혹은 전해질이 풍부한 음료・음식을 마신다.
2. 두통약을 먹는다.
2번까지 하였는가? 그렇다면 3번까지 시행하면 된다.
“안녕히 주무세요.”
소파에 파묻히는 소리와 함께 담요를 얼굴까지 덮어버린다. 이제 막 동이 트고 있기에 눈이 부시는 것은 싫다.
3번? 그냥 다시 한번 더 자면 된다. 이게, 나에게 있어서 나름 직빵인 숙취 해소방법이다.
@@@
익숙해지지 못할 어둠.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의 몸은 마술같이, 공중에 띄워졌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이 멀어져 간다.
숨을 쉬어 보지만,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느낌과 전신이 마비된 듯이 무엇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익숙한 경험이기에, 천천히 몸의 끝부분…발가락 손가락 등에 힘을 주었다 빼는 거를 반복하여서 내 몸에 신호를 줬다.
“허억…허억…하아아….”
깊은 한숨과 함께 드는 안도감. 다행히도 마비가 풀린 듯하다. 그렇게 그대로 동그랗게 눈을 뜬 채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지 못하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다.
대게 가위눌렸다고 표현들 하는 수면 마비증세다. 뇌는 깨어있고, 몸의 근육은 이완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마비증세이다. 아마도 술을 마신 후유증이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분 나빠.”
수면마비 증세는 마비만 온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대부분은 악몽이 동반된다. 게다가 눈을 뜨면 숨을 정말 못 쉬었던 것인지, 산소를 더 달라는 듯이 크게 숨을 내쉬는 폐와 악몽의 영향 때문인지 끊임없이 고동치는 심장, 마비가 덜 풀린 전신.
최악이다.
“…”
숙취 때문에 아직도 피로한 눈을 깜빡여 보니, 눈이 아려온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된 눈을 굴려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점심시간쯤일까? 평소대로의 기상 시간이다.
배가 고파 오는 것이, 뭐라도 먹지 않으면 곤란할 듯하다. 그래도 가게 내에는 디저트류만 있기에, 편의점에서 사와야 한다.
하아…라는 소리와 함께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다. 음…나쁘지는 않지만 구겨짐이 많기에 일할 때 입는 청 앞치마와 바람막이를 덧입어 본다. 데이트할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을까?
그렇게 가게를 나서 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대라서 그런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이 상점가를 걸어 다니고 있다. 특히 많이 보이는 것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 정도?
사람이 많으니까 괜히 어깨가 움츠려 들린다. 안 그래도 작다고 느껴지는 키인데.
그렇게 인파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가장 가까운 편의점 들어갔다. 이 주변에선 그나마 큰 가게다. 가게에 들어갔지만 아무런 인사 없이, 자신의 전화만을 계속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무시하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본다. 숙취에는 라면과 삼각 김밥 정도일까? 역시 해장은 매운 라면이다.
…?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속이 풀리는 기분과 몸의 건강이 양립할 수 없다면, 난 나의 기분을 선택한다. 일단 결제를 하지 않으면….
“…원 되겠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서, 얼마 인지 듣지를 못하였다. 그래도 카드로 결제하기에 상관없다. 그렇게 나의 카드 건넬 때 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눈빛.
정말 싫다…무생물을 보는 듯한 눈빛… 그 눈빛에 괜히 움츠러든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대부분 사람이 이런 식이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내가 매번 물어보거나 계속 말을 걸지 않으면, 보기도 싫은 것인지 다들 무시한다.
카드를 돌려주는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인 내가 있음도, 그대로 자신이 통화하던 상대와의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애초에 나라는 존재는 인식도 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편의점 바깥에 나온 나는,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아침에는 햇살이 비치는 날씨였지만 오후가 돼서는 약간의 구름이 낀 것이 곧 비 내릴 러나…? 오늘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을 깜빡하였다.
정말 난,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전생하였기에 전생의 기억에 얽매여서 무언가 이 세상의 규칙에 반하는 무언가를 한 것일까?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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