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9화 (9/140)

〈 9화 〉 나의 마음은(3)

* * *

…?

여기는 어디일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 봤다.

컴퓨터의 로딩화면의 완료 퍼센트처럼, 이곳이 어디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아, 독신자 숙소의 중앙로비 천장을 보니 숙소까지 어떻게 알아서 온건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용케도 숙소까지 왔다 싶은 생각을 하며 대형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보지만 이내 찾아오는 격통에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져버렸다.

“끄아아악 ㅡ 머리가 죽을거같아아아아!”

혹시 서유기의 손오공을 제어하는 긴고아라는 물건을 아는가?

손오공이 날뛸 때 주문을 외우면 머리의 고리가 줄어 들면서 머리를 꽉 조으는 그 물건 말이다.

서유기 설화를 쓴 작가는 분명히 자신의 숙취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긴고아를 창작하였을 것이다.

머리전체를 울리는 미칠듯한 두통에 죽을 맛이다.

아무 말도 못하며 신음소리만 끙끙거리는 것이 도데체 얼마나 마신 것일까?

아니 그보다 왜 ‘뒤통수’가 제일 아프지…? 숙취는 양옆 머리가 조여오는 느낌이 아니었나?

그러한 의문의 느끼며 몸을 일으켰지만.

팡, 소리와 함께.

얼굴에 무언가가 던져졌다.

누군가가 베개를 던진건가?

던진 대상을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외부의 충격 때문 인지 두통이 더 심해진 기분을 느끼며, 소파의 등받이에 기대어 머리를 감싸매었다.

“누구야아!!으아아 ㅡ 머리아파 죽겠는데!! 어느년이야!!나와!!!!”

아플 때 누가 건들면 신경질이 나지 않는가?

지금상황이 딱 그 상황이다. 얼굴에 인상을 쓰는 것조차 엄청난 두통이 동반된다.

하지만 그런 인상과 짜증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나다. 이.지.혜 이제 일어났냐?”

절도 있는 목소리에 여성 치고는 낮은 목소리, 아 이건 좀 망한듯싶다.

그렇게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보니, 츄리닝을 입은 지나 언니가 팔짱을 한채로 이쪽을 내려보고 있다.

눈빛이 정말로… 대기업 하청으로 인해 중급으로 책정되었지만 내용물은 하급인 이세계 문 탐색 짬처리 당했을 때의, 그 분노 넘치는 표정을 다시 볼 줄은 몰랐다.

이거 위험할지도?

“아하...하, 어...언니? 안녕...?”

나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골이 울려온다. 울리기만 하면 괜찮지만 심각한 두통까지 동반되는게 큰 문제다.

“목침을 안던진거만 해도 감사해라 알겠나?”

“으응? 어제 무슨일 있었...어?”

호랑이 앞의 먹잇감이 이런 기분일까? 정말이지 언니는 왜 아침부터 이러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보다 왜 다들 로비에 나오려다가 황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 갈까? 나 진짜 지나언니 앞은 무서운데 왜 다들 도망가는 것일까?

애들아?? 어디가니?? 팀장을 두고 가니??

“정말로 생각 안나냐?”

눈빛이 더 싸늘 해지는게 공포 스럽다.

그렇게 지나언니의 거친 오른손에 의해 머리가 잡혔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힘을 주는게, 정말 두통과 통증으로 죽을 것 같다.

“아악! 언니 스탑 스탑!! 나 죽어! 토할거같애!! 스타압”

꽉 조으면서 좌우로 흔들어 대는 것이 정말 고통을 주려는 것일까?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공격조 제5팀 팀장 이지혜, 정말로 생각나는 것이 없는 거냐? 이 언니는 지혜한테 실망했다.”

실망이라는 단어의 부분에서 정말로 감정이 실린 듯이 검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에 힘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이럴 때는 무조건 비는게 답이다.

“언니!!미안해!! 잘못했어!! 잘못했습니다 총괄 팀장님!!”

“우리 지혜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무조건 빌기의 단점은 상대가 캐묻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점이다.

“어…술마시고 꽐라된거??”

머리에 들어간 힘이 풀어진다.

정답을 말한 건가?

빠악!!

눈앞이 핑 돌며 눈물이 난다.

단 한 대의 딱밤일지라도 지나 언니의 파워는 무시하지 못한다.

과거 천칭의 막내로 입사했을 때부터 딱밤의 여왕이라 불리며 선임들이 딱밤 내기를 피하려 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거 같다.

물리적인 아픔이 지나감과 동시에 올라오는 머리의 두통 이건 진짜 못 참겠다.

그렇게 물리적 위력에 의한 고통과, 숙취로 인한 두통으로 인해, 소파위에서 구르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언니가 있었다.

“하아…마지막 기회다. 다시한번 잘 생각해봐”

한숨을 쉬고는 다시한번 팔짱을 끼는 지나 언니.

무엇을 잘못 했던걸까…어제의 행적을 다시한번 생각해 봤다.

아… 이건 좀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변하는 나의 표정을 본 지나 언니는 크게 숨을 쉬더니 그대로 내뱉는 것을 보니 양심이 아파온다.

“하아…기억 났냐?”

“응….”

“내가 얼마나…!”

갑작스레 낮은 목소리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지나 언니.

나라도 화가 날것이다.

동생이라는 년은 탐색에서 실수를 해놓고 자신은 더 잘할 수 있다고 헛소리를 하지 않나, 그 후에 적반하장식으로 팀원과 언니에게 엄청 화내면서 기숙사를 나가서 하루 종일 방황하고, 기껏 찾아 냈더니, 만취상태로 있지를 않나.

“미안해 언니 자존심 같은 거 내세운 내가 잘못했어”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이해 못하여 내세우는 자존심이라는 것을.

탐색 중 전투는 언제나 변수가 가득 하기에, 나의 능력이 실패가 되거나, 일격에 수호자를 처리하지 못하고 능력에 의해 대상을 끌고 오는 경우를 대비해서 다들 준비를 하고 계획을 짜 왔던 점을 알고 있다.

누구라도 능력사용의 변수가 있기에 헌터 훈련의 기본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공략이 실패한 것 같기에, 괜히 짜증이나 내면서 나의 능력은 그럴리 없다.

그러니 다음번에는 혼자서도 충분하다는둥, 그렇게 팀원과 언니를 믿고 의지하는 것 보다 나의 자존심을 내세웠기에.

팀장임명 이후 첫 실패에 너무 심란한 나머지 공격조 5팀 전체와 대판 싸운 뒤 기숙사를 나가버렸다.

그렇게 어느 술집의 사장님을 뵌거같은데…사장님? 어라…?

“자존심에 관해서 먼저 사과라니, 철이라도 든거냐?”

깜짝 놀랐다는 듯이 목소리의 톤이 평소대로 변하였다.

사과를 한 것이 그렇게 놀랄 일일까?

“응, 어제 술을 마시고 대화를 했어, 자존심 같은거 한순간이라고 한소리 들었고, 그래서 언니랑 이야기해보고 싶어 졌고, 대화로도 안풀리면 한번 진짜 싸워서 풀어볼까 까지, 생각 했는데…어라 누구랑 대화 한거였지…?”

술이 덜 깬 것일까? 필름이라도 끊긴 걸까?

무언가 부끄러운 술주정을 한 기억은 있는데 누구와 대화를 하였는지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하! 싸워? 지혜니가?”

싸워서라도 풀어 보고싶다는 말에 반응한 것일까?

역시 전투광스러운 면도 있다 싶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번에는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말과 행동이 다르긴....

그래도 숙취로 인한 두통 때문에 쓰다듬어 주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언니의 얼굴이 많이 풀린 것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진다.

어제의 대화가 맞다.자존심 같은 것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세울게 아니다.

언니에게도 말했으니, 내가 자존심을 너무 내세운 나머지 폭언 등에 상처 입었을 팀원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조만간 팀원들과 술자리를 가져야겠다.

“자존심 같은 거라...그래도 많이 생각했나 보네, 그 바의 사장의 영향인가?”

바? 사장? ... 어? 아! 생각이 났다.

어제 어느 바에 들어가 그곳 사장님과 오랫동안 마신 기억이 난다.

“아! 그거다! 응! 어제 바의 사장님과 한참 마시고 이야기 한 것 같아!... 같…아?”

생각이 나기 시작하니 물 밀려 오듯 떠오르는 기억들. 점점 얼굴에 피가 몰리기 시작하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모르는 남성 앞에서 그런 추태라니.여성이라면 멋진 모습을 보여 야지 그런 추태라니. 아, 자살이 하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부끄럽다.

“의심스러운 가게라 생각 했는데 아닌가 보군, 다행인건가?”

“의심스럽다니 뭐가?”

의심스러운 가게라니 그럴리가. 사장님은 초면인 나와 같이 술도 마셔주며, 고민 상담도 해주었는데 그럴리가 없다.

“아직 미숙하구나, 팀장 자리에 너무 일찍 앉힌 것도 있겠지만 그 가게에서 뭔가 이상함을 못 느꼇냐?”

“이상함이라니 그런 것…? 어…있긴해”

딱 한 번 있었다.

사장님의 눈을 처음 보았을 때,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아마 탐색 중에 흔히 느끼던 그 기분이었다. 지나 언니의 표정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인데,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 감지계열이 아니니 알아내기 힘들겠군, 그러니 임무다 어제의 추태를 사과하러 갈 겸 그 가게의 이상한점을 알아내와”

“이상한점…? 임무가 너무 광범위하지 않아…?”

너무 갑작스럽긴 하지만, 사실 나 또한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다.

치안이 어느정도 좋은 도시 옆의 교외라고 하지만, 남성 혼자 가게를 영업하는 점이 짚인다.

게다가 경찰은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만 최근 유괴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에 사장님이 신경쓰인다.

“그 사장 귀여웠지?”

갑작스런 분위기의 변화, 군인스럽던 표정은 어디 가고 이번엔 유부녀 아줌마 같은 표정을 지으며 능글해진다.

“어...언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답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지끈거림...

다시는 폭음하지 않으리라, 그보다 왜 그런 질문을 해오는것일까.

“어제 데리러 갔을 때 사장에게 그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아주 귀엽던데?”

얼굴이 이 이상 더 붉어질 수 있을까? 실시간으로 부끄러운 흑역사를 읊어주는 언니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 거리더니 내 머리카락을 헝크려트린다.

“언제나 남자한테 철벽인 지혜가 그렇게까지 남자한테 헤실거릴 줄은 꿈에도 몰랐지 슬슬 남자정도는 사귈 나이 아니냐?"

“아…아니, 그…어제 처음 본 사이고”

아닌 척하지만 음…그런 남성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목석인 거지…어라?연예인을 하고도 남을 듯한 외모면 여친 정도는 있을 법한데….

그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 내려 해도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한게...생각이 날듯 나지 않는 게 기분이 나쁘다.

“지금이라도 조금 철이든 지혜랑 술을 마시면서 대화 좀 해보고 싶지만, 이쪽이 더 급한 것 같으니 2일주마 이상한 점을 찾아내 와”

너무 갑작스러운 임무이다.게다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조사라니.

“언니? 그 사장님 민간인인데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그 민간인이 일주일 이내로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거니?”

있던 사람이 사라진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예고된 범죄라도 당하는 것일까?

“사귀라고는 안하마, 그래도 지혜의 마음의 짐을 덜어준 듯하니 이정도 보답은 나쁘지는 않겠지 가서 조사해봐”

더는 반론을 받지 않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파 옆에 앉는 언니를 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임무라는 이유가 있으니까 사장님을 보러 가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다.

오늘부터 3일간은 이세계 문 탐사종료로 인한 휴무를 받았으니...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응, 이건 언니가 준 임무를 하러 가는거지 사장님이 생각나서 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간은 오후 1시인가? 지금 바로 씻고 가면 되려나?

“아, 근데 언니 형부랑 싸운건 어떻게...“

팡!!

아 이번엔 분노와 더불어 힘의 무게가 실린 배개어택이다.

역시 평소보다 엄하다 생각 했는데, 형부랑 싸운 것이 원인 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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