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0화 (10/140)

〈 10화 〉 나의 마음은(4)

* * *

아직도 머리가 무겁다.

시중의 약이 아닌 특수배합 약품인데 이렇게나 두통이 오다니, 역시 숙취는 이세계 문의 재료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보다 언니는 형부랑 싸우기만 하면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데 ...안부를 묻는 것 치고는 너무하잖아”

그렇게 등짝의 화끈함과 미약하게 올라오는 두통을 버티면서 교외지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왔다. 개인차량? 숙취가 남아 있으면 속에서 알콜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공격팀 총괄팀장의 명령 하에 모든 팀원은 다음날 운전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방어팀쪽은 그런 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들었는데 부럽긴하네.

게다가 저 멀리 지나가는 군 부대의 행렬을 보아하니 차를 끌고 왔어도 한참동안 차량이 정체되었을 테니 잘된걸까? 이동 방향을 보아하니, 대형폐급이 떴나보다.

현역들 X뺑이쳐라며 위로의 말을 속으로 해준다.

그보다 지나 언니가 말하길, 나 대신한 계산으로10만원을 냈다고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 못해도 최대 20만원은 낼 수준으로 마신 것은 확실하다. 받은 영수증을 확인해 보면 확실할 것이지만, 지나 언니 말대로면, 사장님은 영수증이 인쇄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손으로 구겨 버렸다고 한다.이를 언니가보기에는 의도성이 보여서 의심을 했다고한다.

“이렇게나 싸게 해주다니, 역시 의심스러운 것일까?”

확실히 동네도 자체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상가거리로 유명하기에 관광객이 많으며, 치안 또한 좋다고 알려진 곳이지만, 안쪽 뒷골목만 들어가도 팔뚝에 주사를 꼽은 채, 도로변에 퍼질러져있는 약쟁이들이 있기로 유명한 동네로 헌터들 혹은 하류층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나 있다. 아마도 도시근교에는 꼭 있는 블랙마켓의 영향이겠지만. 이런 곳에서 영업이라….

아마 이쯤 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보이는 1층의 자그마한 가게, 외부 장식은 단조롭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장식들은 가게 이름 답게 많은 식물과 꽃들로 장식되어있다.

“카페 숲속 & 바 만월 인가, 이거 흑월 놈들이랑 관계 있는 것 아냐?”

높은 양반들과 상위권 헌터들만 아는 흑월이라는 조직은 블랙마켓의 판매 물품을 공급하는 놈들이다. 여기서 물품은 사람도 포함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워낙 알 수가 없는 조직이다. 그래도 달이 들어가는 의미를 자신들만의 신호로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칭이고 흑월이고 100년 넘어가는 조직이라 그런지 네이밍 센스 구리다.

총괄팀장의 말 때문이었을까?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가게이름이 만월이라는 것조차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역시, 고민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면 돌파가 최선책이다.

딸랑

그렇게 가게안을 들어가보니

테이블 석에서 식사를 하였는지, 다 먹은 컵라면과 삼각 김밥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으며 식후땡이라도 하는 것일까,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 폰을 보고 있던 사장님과 눈이 마주친다.

“아 ~ 어제의 손님!”

술을 마시던 때와 다른 느낌이, 생각보다 쳐진 느낌이다. 아마 숙취탓일까? 역시 숙취로 인한 두통은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보다 내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지혜씨라고 불러도 괜찮은데.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천칭의 공격팀장 이지혜입니다. 어제 추태를 보인 점을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나의 사과에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다시 가라앉은 눈으로 바뀐다. 표정변화가 큰 성격인 것일까?

“네, 지혜씨. 아니 실례했습니다. 이지혜 헌터라 부르면 될까요”

“아 네! 이지혜 헌터가 적합할 듯 합니다 하하...”

솔직히 맨정신으로 지혜씨라 불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무난한 호칭이 좋을 듯싶다. 하지만 그 호칭이 잘못된 것일까? 조금 실망하는 눈빛이 스쳐 지나간 기분이 든다.

“아, 어떠한 일로 오셨는지? 오늘은 정기 휴무일인데요”

가게 영업일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무작정 와버렸다. 신입 헌터도 하지 않을 사전조사 실패라니.

그보다 담배를 계속 피우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생각보다 다양한 느낌이 든다.

일부 논다는 부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남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안 하는 척을 하지 이렇게까지 담담하게 피우는 남성은 드물다.

게다가 눈빛이 퀭하고 다크서클까지 있는 것이, 스모키화장을 한 듯한 모습이기에 흔히들 말하는 퇴폐적인 외모라 할까? 귀여운 외모지만, 하나하나가 귀여움과 반대되는 행동들이다.

지나 언니가 은근슬쩍 ‘사귀어 봐라’ 라면서 아줌마 표정으로 장난친 일이 생각 난다.

지금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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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이어진 인파사이를 헤쳐내어 가게에 도착하니 진이 다 빠진다. 체력적인 느낌도 있지만 정신적인 의미로도 타격이 크다.

그냥 사람이 많으면 괜히 무서워진다. 일단은 가게안에 들어가야 안정이 될 지도 모르겠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나의 가게.

들어오자마자 드는 마음의 안정과 풀내음들, 역시 꽃과 식물을 많이 둬서 그런지 공기는 깨끗 하다. 단지 물관리가 너무 귀찮을 뿐이다. 그래도 이세계 식물들은 생각보다 생명력이 질긴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왜냐면 생명력이 질길수록 적당히 관리하기 편하다.

“너무 커도 손질이 귀찮고 너무 작아도 장식한 의미가 없으니, 너네들이 제일 적당할지도 모르겠네”

식물은 관리를 너무 잘하면 쑥쑥 자라기에 영업장 같은 곳은 적당함이 중요하다.

그렇게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카운터 자리가 아닌, 일반 테이블위에 물건들을 올려둔 후에 그대로 카운터 안에 들어가서 대형물잔으로 온수디스펜서의 뜨거운물을 받았다.

업소용 온수디스펜서이기에 일반 정수기의 온수보다는 높은 96도의 온수를 자랑한다. 게다가 필터도 업소용 이기에 물맛도 보증된다.

96도라는 온도는 커피의 온도 및 각종 차의 온도를 맞추기 위하여 설정하였다. 그렇기에 물의 온도를 100도에 맞추면 커피의 맛이 떨어진다.

단점으로는 100도에서 4도라는 차이가 있기에 라면물과는 조금 아쉬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지만, 익숙해지면 라면이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도 괜찮다. 아니 전기포트를 연결하고 물을 끓이는 것조차 귀찮으니까 맛에 익숙해졌다 착각하는 것일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온수 디스펜서의 원버튼이 제일 편하다.

테이블 자리에 대형 물잔을 가져가서 미리 준비해둔 라면용기에 뜨거운 물을 들이 붓는다.

이때가 즐겁지 않은가? 컵라면 용기안에 산처럼 쌓은 분말 스프를 물줄기로 무너트리는 그 즐거움은 나만 즐거운 것일까?

그리고 물을 다 부웠으면 삼각김밥을 뚜껑에 올리는 것은 국룰이다. 그렇게 해야 삼각김밥도 라면 온도와 비슷해질 정도로 따뜻해진다. 그리고 3분을 기다려주면 완성.

대단한 음식은 없지만 나홀로 가지는 작은 만찬회. 매일 있는 일 이기에 이제는 별 감흥도 없다.

“오히려 변함없는 일상이니까 익숙한게 편할지도”

혼잣말을 중얼거려 보지만, 부질없는 변명이다.

식사를 끝낸 후에 커피와 담배가 땡겨오기에 주머니를 뒤져 보려 했지만, 그전에 눈에 들어오는 왼쪽 팔목의 상처. 어제 셔츠를 입은 채로 무의식적으로 팔목을 너무 비벼서 그런 것일까 결국 자상의 흔적이 남아있던 자리의 피부가 조금 벗겨졌다. 생각보다 따끔거리는 것이 오묘한 기분이다. 차라리 상처라도 났으면 딱지가 앉아버리니 덜 아플 텐데...생살이 벗겨져 나온 상태라서 그런지 노란 진물이 나오며 따끔거린다. 나중에 소독하고 밴드라도 붙이지 않으면 생살이 벗겨진채로 일주일은 갈만한 상처다.

바람막이의 주머니에 넣어둔 담뱃갑에서 한 개비의 담배를 꺼내어 본다. 이것만 피우면 아마 다음번까지는 안 피울 것이다. 그래도 우울해지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비싼 약 보다는 술과 담배만한게 없다. 너무 과하면 알코올이나 흡연중독이 오려나..?

아무래도 좋다.. 몸의 건강이 안좋아 지는 것보단 심신안정이 우선이다.

그렇게 막 불을 붙인 담배를 물고는 뉴스나 검색해본다.

ㅡ 오늘의 상위 랭킹 뉴스 ㅡ

[탐사대 조직의 세금 탈루의혹!..]

[블랙마켓 신종약물 확산 우려! 맞으면 전신이 마비…]

[천칭의 탐사 실패 원인 분석 – 분석 전문가가 말하길]

[의문의 실종 신고가 급증 ­ 경찰 당국 ‘확인된바없음’]

[이전까지 없던 신개념의 술의 개발 ‘카모트린’]

[준대형 폐급의 ‘문’발생 – ‘군’당국 즉각 화력지원 개시]

나 같은 소시민 에게는 전부 쓸모없는 소식이다. 조회수로 수익을 벌려는 악질적인 뉴스가 대다수다. 어디 새로운 레시피나 검색이라도 해볼까?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레시피나 다른 사람이 만든 레시피등을 검색하려 하지만 가게의 문이 열리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기전에 너무 과음하고 자버려서 문단속만 했지 영업종료 표지판을 걸어 두는 것을 잊었다. 게다가편의점을 갔다오면서 문을 잠그는 것또한 까먹었다.

이런, 평소 휴무일을 포함한 영업외 시간에는 손님이 들어오지 않기에 방심을 해버렸다.

딸랑

그렇게 들어오는 한 사람.

그 사람은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 ㅡ 손님 안녕하세요?”

헌터는 역시 외모가 상위권인 것일까 검은색 브라가 얼핏 비치는 하얀 터틀넥 스웨터에,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진, 확실히 헌터다운 몸매일지도? 어떤 용무로 온 것일까? 역시 어제의 추태를 사과하러 온건가?

아니 안 해도 상관은 없다. 취객의 경우 의외로 자주 방문한다. 그때마다 귀신같이 약방 사장님이 오셔서 제압하기에 문제는 없다. 생각해보니 약방사장님에게 받기만 했다. 보답하지 않으면 곤란한데..

그보다 이지혜 헌터가 이곳에 다시 온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과하러 온 거겠지라고 생각 되지만, 그래도 무언가의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보고 싶다.

전생의 기억 탓으로 인해 이 세상에서 배척당하는 것인지 그 어떤 무언가가 작용하기에 나라는 존재가 무시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의 온정을 알기에

나의 마음은, 사람의 따뜻함을 잊지 못하기에 배신당할 것을 알면서도 기대하게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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