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1화 (11/140)

〈 11화 〉 나의 마음은(5)

* *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천칭의 공격팀장 이지혜입니다. 어제 추태를 보인 점을 사과하러 왔습니다”

만취한 목소리만 들어서 그런걸까, 생각보다 맑은 목소리다. 이런 목소리에 어제처럼 귀여운 성격을 가끔 보이면 주변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많겠지?

부럽네...

“네, 지혜씨, 아니 실례했습니다. 이지혜 헌터라 부르면 될까요?”

아, 실수했다. 어제 같이 마실 때처럼 지혜씨라 불러달라며 조르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에, 나도 모르게 지혜씨라고 불러 버렸다.

“아 네! 이지혜 헌터가 적합할 듯 합니다 하하...”

무언가 시무륵해하는 기분인데, 본인이 기억을 못하는 듯하니 괜찮은 걸까? 그래도 좀 아쉽네 술 탓이 아니면 이제 잊기 시작할 때 인걸까?

응 그렇네 일주일 이내로 잊겠지, 그게아니면 날 조금씩 기억하거나, 도대체가 잊혀지는 조건을 모르겠다.

“아, 어떠한 일로 오셨는지? 오늘은 정기 휴무일인데요?”

휴무일이긴 하지만 밥 좀 먹는다고 전등좀 켜고 있었으니 영업중인줄 알고 들어 온걸까?

생각해보니 어제 그냥 자버려서 휴무일 팻말도 걸지않았다.

아, 내 잘못이네.

휴무일 일지라도 방문한 손님이니 커피라도 대접해야 할까?

“그럼 잠시 옆테이블에 앉으실래요? 이 자리는 너무 더러워서요”

새삼 테이블을 보는데 더럽긴하다.

크고 간단하게 치울 수 있는 용기와 비닐을 정리해두고, 가게 문에는 휴무일을 붙인 이후 카운터로 들어갔다.

무엇을 줘야 할까?

커피라 하여도 종류가 있고 취향이 있는 법인데.

어제 숙취 괜찮으려나? 물어 봐야겠다.

“저어 이지혜 헌터씨? 헌터님? 커피 괜찮으신가요?

“아! 네, 네헵!”

카운터에서 테이블까지는 잘 안들리니 큰소리로 물어봤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물어봐서 그런 것일까, 답변이 조금 이상했다.

“네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커피도 괜찮으면 그게 좋을지도.

먼저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본다.

에스프레소라 하여도 굉장한 물건은 아니다.

그냥 기계로 뽑아서 물에 타면 아메리카노가 되는 커피의 원액 정도로 생각하면 쉽다.

물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 배워야하는 지식은 많지만 일반인은 들어도 재미가 없는 기계적 지식들이 중심이다.

필터 교체법, 머신 청소법, 보일러탱크 관리방법, 압력관리 등등 그래도 배워 두면 재미는 있다. 청소가 너무 귀찮을 뿐이지.

진짜 바리스타의 실력을 알고 싶으면 핸드드립 종류의 커피를 마시면 일반인이라도 쉽게 실력을 알 수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 또한 실력의 척도라 할 수 있지만, 너무 미세하고 섬세한 맛이 평가대상이라 그런지 맛을 평가하기가 힘들긴하다.

추출하는 동안 물3 : 우유1 비율로 얼음이 든 잔에 따른다.

그리고 서비스라는 생각에 나만 먹기위해 주문해둔 브라우니를 쟁반에 셋팅하였다.

준비하는 사이에 에스프레소의 추출이 끝났다.

원래라면 준비한 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준비해둔 쟁반 위에 에스프레소 잔도 같이 둔다. 그렇게 준비는 끝.

그렇게 준비한 음료와 디저트를 올린 쟁반을 들고 카운터에서 나왔다.

“아, 불러 주셨으면 제가 들고 왔을 텐데요”

“아뇨, 제 일이랍니다.”

그녀는 미안한듯이 말하지만, 손님은 손님이다.

어제 하루종일 마시고 일어나서 그런 것일까 이지혜 헌터의 안색이 좋지 못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 지만 뭔가 술 마시고 난 다음날 가지는 해장국 마시러 온듯한 느낌이다.

이경우는 해장국이 아니라 커피겠지만.

게다가 우유와 물이 섞인 잔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다.

역시 에스프레소를 따로 들고온게 정답이다.

“어, 저어…이 커피는...?”

“화이트 아메리카노라고 아세요?”

“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테이블 위에 올린 쟁반을 보고는 처음 보는 음료인 듯이 답변하는 그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생각보다 대중적인 커피도 아니며 듣기만 하면 조금 이상한 커피다.

이름 그대로 흰 아메리카노 즉, 아메리카노에 흰 우유를 탄 커피다.

“화이트 아메리카노라고 불리는 커피에요, 우리 둘 다 숙취로 고생중이잖아요? 아메리카노는 너무 쓸 것 같고, 카페라떼는 우유가 무거울 것 같고, 그래서 절충안으로 화이트 아메리카노로 했답니다. 아 아이스가 싫으시면 핫으로 바꿔드릴까요?”

“아, 처음보는 커피라서 당황했을 뿐이에요 ”

이지혜 헌터는 확실히 방송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잘 웃기도 하고 방송에서 보면 아주 철벽이던데, 역시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나쁜 버릇 일지도 모르겠다.

“제 마음대로 따로따로 준비했는데 이 에스프레소 잔에 들어있는 에스프레소를 한번 컵에 따라보세요 예쁠거에요”

“네,넷!”

역시 처음 마시는 커피라 그런지 조금 긴장한 걸까? 아니 왜 긴장을 하는거지..?

그렇게 우리는 에스프레소잔을 들고 잔에 따라본다.

그렇게 우유물과 섞여가는 에스프레소를 보면 매번 새로움을 느낀다.

“아름답죠…?”

“와아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면 이렇게 구분된 모양 보기가 힘들어요, 어서 맛도 보세요”

“그러기엔 아깝지 않을까요?”

“아뇨, 아마 1분쯤 지나면 층으로 나뉘어 질거에요”

같은 패턴이 나올수가 없는 무늬들은 카운터에서 바로 만들지 않으면 손님들은 이미 섞인 뒤의 침전된 층만 보게 된다.

그렇게 음료를 휘저은후 빨대로 마신다. 아마 커피를 마신다면 문제없이 마실만한 맛이다.

“카페라떼에서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네요?”

그렇다 화이트 아메리카노의 맛은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의 중간맛 비슷하다.

아메리카노처럼 많이 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카페라떼처럼 우유가 무겁게 느껴지지않을 부드러운 맛, 물론 애매한 맛을 싫어할 사람은 싫어할 것이다.

나도 잘 안마시지만 가끔 아이스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가 싫을 때 마시는 메뉴이기도 하다.

“그렇죠? 여기 브라우니랑 같이 드셔도 좋고, 원하시면 바닐라 시럽이나 생크림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보다 맛있네요 다음에 언니나 팀원이랑 같이 와야 겠어요!”

정말 맛있는 것일까 즐겁다는 듯이 마시지만, 언니나 팀원이라는 이야기에 무언가 그녀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아직 마시지 않아서 우유와 커피의 층이 나뉘어진 잔을 내려다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는데.

어차피 이 사람도 곧 나를 배척하거나 무시할 것을 생각을 하니 왠지 억울해진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양손으로 친 뒤에 일어서 버렸다.

아, 그냥 저지르고 생각하자.

“어 사장니임?”

당황하는 이지혜헌터를 무시하며 그녀의 앞에 선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머릿속이 빙빙 도는 것이 저지르고 보자라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그렇게 그녀의 다리위에 앉았다.

잠시간의 정적.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의 얼굴이 더 붉어질것 같기에 얼굴을 살짝 뒤로 돌려 이지혜 헌터에게 말하였다.

“빨리 머리 쓰다듬지 않고 뭐해요?”

이 이상 말하면 정말이지 부끄러워서 심장이 터질것 같기에 황급히 얼굴을 돌려서 테이블만을 바라본다.

머릿속에는 저질러버렸다아아아!! 어쩌지? 어쩌지? 아니 어차피 잊겠지? 등의 생각이 한가득하다.

그렇게 나의 몸을 이지혜 헌터쪽으로 살짝 기대었다.

헌터를 업으로 삼은 여자의 몸은 다 이런 것일까? 근육이 느껴지면서 말랑한게 나쁘지 않다.

그래 나쁘지는 않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체온은 정말이지 나쁘지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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