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푸근한 양 한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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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과잉장애 증후군]
정신병 중 발달장애와 비슷한 병으로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증후군이다.
여기서 발달장애란 무엇일까? 일반인 기준으로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생각과 시점을 가졌으며, 몸과 정신의 연결 또한 다르기에 표현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
그중에는,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정도로 인지해도 좋다.
그렇다면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은 어떤 병일까?
일단 능력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현대에서도 밝혀진 것은 많이 없지만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는 능력 사용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영역은 감정이다.
그날의 기분이나 스트레스 강도에 따라서 우리 신체의 능력이 변하듯, 능력 또한 기분과 스트레스에 의해 변동 폭이 강하다.
의도적으로 스트레스를 줘서 순간적인 능력을 강화하는 공격계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여 치료 효율을 높이는 회복계열 등 감정은 능력 사용에 있어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은? 현재의 감정과 관계없이 능력이 과해지는 경우다.
이 경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능력으로 폭주하기에 장애로 분류된다.
아마 사장님의 경우는 은신계열이었지만 장애로 인해서 나라는 존재가 인지되지 않게 되는 상황에 부닥친 걸까?
나도 잘은 모른다. 정밀한 검사 혹은 지나 언니처럼 감지계열이면 판단이 가능할 텐데…
“처음 듣는 병인데요? 저랑 관계가 있을까요?”
기운이 여전히 없다.
그래도 내 손을 계속 만지는 것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 건가? 그보다 핥지 않았으면 한다….
음, 사실은 속물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혓바닥의 감촉이 나쁘지는 않았다.
“네, 아마도? 이쪽 관련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일 가능성이 커요.”
“과잉장애요…? 그저 병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저주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저 병?”
일반인은 모를 병이다. 경증의 능력 과잉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자신의 능력이 강해지는 수준으로 끝나기에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제어 수준을 넘어서면? 그 시점부터는 장애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헌터라면 능력이 강해져서 좋다는 쪽으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중증일 경우에는?
만약 원소를 다루는 능력자 본인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주변이 초토화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사회 질서]를 위한 명목으로 가공 처분하는데, 그 뒤 가공자의 행방은 기밀 사항이라 알려지지 않는다.
아마, 가공이란 의미는 절대 좋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네, 병일 거예요.”
병이라…사장님이 울면서 한 말을 생각해보면, 사장님의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의 경우,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능력일 거 같다.
자신을 무시 혹은 잊혀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려 할 때 자신을 기억해주는 존재들이 있을 것이고, 그 조건을 모르니 미쳐 말라가는 상황이었던 걸까?
소동물 같아 보이던 탓은 외견뿐만 아니라...능력으로 인해서 위축된 성격이 묻어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품속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 나쁘진 않다. 언니가 보면 평생 놀림감이 될지도...
“그렇다면, 절 가끔 안 잊는 사람은요?
“아마, 감지계열의 능력자들 아닐까요?”
나는 공격계열이기에 잘 모르지만, 감지계열의 경우 능력의 강약에 따라서 기억하거나, 혹은 기억이 애매해지는 수준일 것이다. 자세한 건 역시 언니한테 물어봐야겠지만.
“아하하…하…병이었구나…병이었네요.”
그렇게 사장님은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감을 느끼며 흘리는 눈물처럼 느껴졌다. 남자들은 잘 안 울 텐데...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
만난지 하루도 안된 관계이지만, 그냥내버려 둘 수도 없기에 천천히 사장님의 머리를 쓰다듬어 드렸다.
정신적으로 몰려있다가 원인을 찾았기에 흘리는 눈물일까?
그보다 언니는 이 상황을 예측한 것일까?
…
그렇게 잠시 후, 사장님과 마주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너무 상황이 어색하다...이러한 분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 화이트 아메리카노라 했던가? 나쁘지는 않다. 여기에 설탕 혹은 시럽 등을 넣어 마시면 숙취에 더 좋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다음에 한 번 해봐야겠다.
사장님은 단것을 싫어하시는 걸까?
“치,치료법은 있나요…?”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은 아직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괜히 [장애], [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붙었을까? 본인도 제어하지 못하기에 장애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원인도 알 수 없기에 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그래도 사장님의 경우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은신계열 능력자의 과잉장애 증후군의 경우, 가공되었다는 전례가 없는 거로 알고 있다.
애초에...은신 능력을 가공해봤자, 은신이 되는 무언가를 만드는 정도다. 가공된 물건을 들고 있어봤자 그 능력이 소유자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방출계열이 가공 당한다.
더구나 은신계열이면...오히려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영역이다.
감시장비나 적외선 장비에도 걸리지 않는 은신 관련 증후군 환자에 대해서는, 상위 헌터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치료법보다는 본인의 노력이 필요해요.”
“어떤 노력요…?”
본인의 능력을 제어할 때까지 연습하는 간단 하면서도 힘든 방법이다. 공격계열 혹은 무언가를 방출하는 계열은 통제가 힘들어서 [가공] 처리하는 것이지 은신계열이나 회복계열은, 오히려 국가에서 훈련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어제 민폐를 끼친 것도 신경 쓰이고, 사장님이 울던 모습을 보니 여러 가지 드는 생각도 있다 보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훈련이 필요한데 장비가 없기도 하고 저보다 전문가가 있으니, 천칭의 본사에 갔다가 내일 올게요”
“네? 내,내일요?!”
갑작스레 사장님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다.
감지계열인 지나 언니가 더 잘 아는 영역이며, 훈련에 필요한 장비는 본사 창고에 있을 것이다.
천칭은 능력자 위주로 고용하니,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까지는 아니지만, 능력 과잉에 관한 대응 정도는 준비해두고 있다.
“네, 지금 본사에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요”
언니의 조언 및 장비를 챙기러 가는 이유 이전에, 이 상황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처음 만난 사람과 서로 흑역사를 적립해가다니, 이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
하지만 나의 손목을 붙잡는 사장님이 더 빨랐다. 솔직히 놀랐다.
잊힌다는 발언에 은신 능력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사장님의 손이 나의 손목을 잡는 것을 눈으로 봤지만, 잡힌 것을 자각하기 전까지 머리는 인지를 못 하였다.
어..이거, 은신계열에서 조금 다를지도…?
은신보다는 인지계열...? 이러한 쪽은 잘 모르지만...확실히 조금 다른 능력이다.
“저…안 가시면 안 될까요? 아니, 내일 아침에 같이 가요!? 혹시 돈이라도…아니, 헌터면 돈 문제는 없을 것이고…수…술이라도!”
정말 다급한 듯이 나의 손목을 잡는다.
그렇게 보이는 사장님의 손목, 자상히 한가득하며, 최근에 또 했는지 일부 벗겨진 피부로 인해 노란 진물이 굳어 있다. 그래도...칼로 긋지는 않아서 다행으로 보인다.
하!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우울증도 심각한 것 같다.
괜히 나만 나쁜 년이 된 기분이다.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이 중증일 경우 대부분 정신병이 동반되고, 사장님또한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상태를 뻔히 알면서도 자리를 피하려 하다니...하...최악이다 이지혜.
“저어, 사장님? 괜찮으세요?”
“수…술도…안 되면…가,가진건 없지만...! 모…몸이라도!”
몸이라니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 그런 것은 안된다!
게다가 남자가 이런 말이라니! 몸을 소중히 해야지!
상황이 더 심각해 지기 전에, 진정시켜야겠다.
"사,사장님 진정하세요! 그런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에요!"
"그...그, 그치만…! 이, 이제 알았는걸요!? 제, 제발! 부탁드릴게요. 조, 좀더…! 제 병에 대해서 알게 될 때까지 여…. 옆에 있어 주세요! 네?!"
사장님을 진정부터 시키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야겠다.
그보다 나는 왜 초면인 사장님을 도우려 하는 것일까?
사실...잘 모르겠다. 그냥어느순간부터 도우려 하고있다.
처음 사장님을 봤을 때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
술을 마시면서, 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이 더 좋았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조언을 해주던 모습이 더 좋았다.
그래, 남녀간의 관계니 그런 것보다는, 그냥 사장님의 즐거워하던 표정이 더 좋았기에 도우려는 것뿐이다.
그래,천칭의 공격조 제5팀 팀장으로서 어제의 추태를 사과하기 위해서이다.
단지...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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