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신맛 커피&쓴맛 커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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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라는 명분이지만, 가게를 선택한다면…어디가 좋을까?
어느 정도 시장조사를 끝낸 프랜차이즈의 경우, 어디에서나 맛이 동일하다는 특징이 있기에 굳이 다시 한번 조사할 필요는 없다. 신메뉴가 나온다면 마시러 가긴 하지만, 매년 비슷한 제품을 내기에 그렇게까지 참고는 안 된다.
하지만, 개인 카페라면 사정이 다르다. 개인 영업장의 경우는 가게별 특징과 시그니쳐메뉴가 다르다. 계절별보다는 그 가게의 재료 수급 상황에 맞는 특색이 있는 메뉴가 많다. 예를 들면 어느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디저트와 음료, 해외 어디에서 유행하는 차 등등.
그렇기에 동네 카페를 조사하기로 생각하였다.
때마침 버스정류장 앞에 몇 달 전까지는 보지 못한 가게가 있다.
최근에 오픈한 곳인가? 인테리어가 비교적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자,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가계인데, 한번 가보실래요?.”
“동네 카페면…경쟁 상대 아닌가요?”
“그렇게까지 신경은 안 쓴답니다. 자, 들어가요!”
경쟁 상대라…음식이나 안주를 팔면 그러한 느낌이 들지는 모른다.
하지만 카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가게마다 시그니처메뉴가 다르기도 하지만, 겹쳐지는 콘셉트가 적기도 하다.
예를 들면…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복고풍, 골동품박물관 컨셉, 애니메이션 피규어 수집장식 등등.
집에서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 취미가 없다면, 대다수 소비자는 카페의 컨셉과 분위기를 보고 선택한다.
즉, 외관상 보이는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다.
프랜차이즈는 인테리어 템플릿이 존재하기에 커피의 맛처럼 어느 가게를 가던 동일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보니, 프랜차이즈가 지겨워지면, 옆에 있는 개인 카페를 방문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도 그것을 알기에, 대도시 번화가 쪽에 기존의 인테리어와 다른 컨셉형 가게를 오픈한다.
그보다, 이 가게는 중규모의 피규어 컨셉의 카페인가? 벽 진열장에 피규어가 한가득하다.
물론 피규어 이외에 헌터들의 무기도 장식되어 있다. 실용성 있는 무기보다는 의장용 무기들…아마도 주거 지역이다 보니 학생들을 노린 컨셉일까?
“안녕하세요. 두 분이신…헉…!”
카운터의 ‘남성’ 아르바이트생이 인사를 건네어 오지만, 지혜씨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역시 유명인이었구나. 한눈에 못 알아본 내가 이상한 건가?
“저, 저, 저…! 팬입니다! 싸, 사인이라도!”
“해드릴게요. 그보다 주문 먼저 안 받나요?”
응…? 무언가 약간 다르다. 약간 쌀쌀한 느낌?
“네!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으음, 성화씨 뭐 드실래요?”
그보다 주문이라…역시 아메리카노 아닐까? 개인적으로 처음 방문한 가게는 아메리카노를 먼저 마셔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커피가 들어간 메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는 어떤 블랜드를 사용하는지 어떠한 맛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극단적으로 쓴맛의 커피를 활용해서 다른 메뉴를 만들 수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라떼 같은 경우 쓴맛의 에스프레소를 활용해서 우유와 섞어서 고소한 맛을 내게 하기에 아메리카노가 기본적으로 쓰다.
만약 프렌차이즈면, 커피콩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해서 보관과 사용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개인사업장이면 공간적 한계와 분쇄기를 추가로 구매해야 해서, 공간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조금 힘들기는 하다.
그렇기에 블랜드커피 한 종류로 승부 보는 경우가 많다.
“그, 그럼 저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로요.”
“아메리카노 핫, 알겠습니다.”
역시 나를 제대로 인지 못 한다.그래도…그래도 말이다.
이런 경우는 정말로 처음이지만, 이렇게 인지를 못 하는 상태가 이번에는 나쁘지 않았다.
나와 같이 있는 모습이 매스컴에 알려지면, 지혜씨에게 민폐이기도 하고, 이렇게 지혜씨의 팔을 꽉 잡고 매달려있는 듯한 모습은…부끄럽기에 다른 사람들은 봐주지 않았으면 하다.
물론 다른 헌터들이 본다면 볼 수는 잊지만 금세 잊힐 것이다.
아니 아니! 그냥 접촉이 지속해야 나를 잊지 않기에 이러는 것뿐이다. 정말이다!
“음, 저는 초콜릿 라떼 아이스로요.”
“네~에, 알겠습니다. 아메리카노 핫 하나, 초콜릿 라떼 아이스 하나. 추가 주문은 없으신가요? 그, 그보다 사인 좀…”
“추가 주문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종이랑 펜 없죠? 그러면 나중에 나갈 때 사인하죠.”
그렇게 말하면서 카드를 꺼내어 빠르게 결제를 해버렸다.
이런…지혜씨의 팔을 잡고 있다 보니 계산을 신경 쓰지 못했다. 나중에 내가 마신 값은 드려야지.
그보다. 아르바이트생한테는 쌀쌀맞은 태도가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어제부터 생각해 왔지만, 지혜씨는 단 것을 좋아하는 걸까?
기억해 둬야겠다.
일단은 진동벨을 받아서 적당한 자리에 앉아 마주 보았다.
막상 마주 앉으니 할 말이 없기도 하고, 쌀쌀한 모습이 신기해서 질문을 해보았다.
“그게 평소 모습인가요?”
“이런…저도 모르게 평소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평소에 이런 모습을 안 보이면 징그럽게 들러붙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는듯한 시선은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성격이 꼬인 걸지도 모르겠…아…저, 그…그…미안해요. 성화씨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사과를 해온다.
아마도 나를 의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혜씨는 언제나 과도한 관심 속에 살아왔고, 나는 언제나 무관심 속에서 살아왔다.
아마도 자신의 말이 일반적인 상대면 푸념으로 들리겠지만, 나에게는 자랑으로 들릴까 봐 사과하는 것이겠지.
으음, 그 정도까지 속이 좁지 않은데…하루 동안 어떤 모습으로 보인 걸까?
“아뇨아뇨…서로 원치 않은 관심과 무관심이었잖아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쓴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고마워요.”
분위기가 다시 한번 조용해진다.
곤란한데…
게다가 가게 내에서는 ‘이지혜 헌터다.’라면서 사진을 찍거나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아, 내 사진은 안 찍히겠지? 렌즈 방향이 지혜씨를 향해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아마도….
“손…손이라도 줘봐요.”
그보다 뭔가 허전해서 손이라도 달라 하였다.
아니, 이 순간이라도 잊히면 안 되기에 달라 한 거뿐이다.
“아, 네 넷…그보다 괜찮으시겠어요? 사진이라도 찍히시면….”
“글쎄요…찍혀도 의미가 있을까요?”
설사 사진에 찍힌다 하여도 나를 찾아낸 후 기억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지계열 정도?
그보다는 지혜씨의 손이 더 중요하다. 까칠 하지만 따뜻하고 주무르는 재미가 있다.
지이잉ㅡ 지이이잉ㅡ
막 손을 만지기 시작했는데, 울리기 시작하는 진동벨.
타이밍 참….
“제가 갔다 올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가지러 가는데, 역시나 이쪽을 향해 바라보던 시선이 지혜씨를 향한다.
인기인은 인기인인 것 같다.
한 방에 날려버리는 능력으로 유명해져서 그런 것일까?
대부분 공격이 시원시원하고 예쁘게 생겼으며, 성격도 그녀의 능력과 비슷하게 차갑고 날카로워서 좋다는 이미지가 붙었다.
사실 그 능력이 적중 후 상대를 끌어오는 능력일 줄은…아마 같은 팀원이 아니면 알려진 내용은 아닐 것이다.
지혜씨도 상대를 끌어오지 않도록, 한방에 제거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교하면, 나는 헌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라도 했나 싶다.
정말이지 나란 존재는 구제 불능이었던 걸까?
그래서 잊히는 벌을 받는 것이고?
“또, 또 그러신다. 성화씨!”
“네, 녯!”
음료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온 그녀의 일갈에 나도 모르게 정자세로 앉아버렸다.
“후우…사장님 너무 그렇게 풀 죽어 있지 마세요. 다~잘될 거에요. 그러니 지금 상담할 사람한테 가는 거잖아요?”
“죄송해요....”
“지금 부터 사.과.금.지 아시겠죠?”
“네….”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으면서 커피를 건네준다.
나도 인지는 하고 있지만, 매번 우울해지는 생각을 하는 것은 조절이 안 되기에 어쩔 수가 없다.
“정말 걱정이면 빨리 마시고 조금 일찍 출발해요. ‘가서 총괄팀장 빨리 나와!’라고 말해버리죠. 뭐.”
“푸흡...그러다가 혼나지 않을까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요! 자 마셔보세요. 시장조사잖아요?”
“으음, 그렇네요.”
그렇게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보았다.
연갈색의 거품이 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용어지만 ‘크레마’라고 불리는 거품층이다.
일반적인 드립 커피 경우 지방 같은 유분이 필터 용지에 걸러진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추출은 높은 온도의 물을 고압으로 추출하는, 흔히 짜내는 느낌으로 추출을 하기에 커피콩의 유분이 그대로 추출된다. 그 유분이 거품을 형성한 층을 크레마라 부른다.
크레마가 형성되어야 좋은 커피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생각보다 다른 경우가 많다.
분명히…향은 좋지만, 크레마가 부족한 느낌이다.
설마…이 커피…?
그렇게 한 모금 마셔봤다.
혀에 닿자마자 침이 살짝 나오는 그러한 맛.
신맛 커피다.
“윽…신맛 커피네요.”
“어? 성화씨는 신맛 커피 싫으신가요? 커피와 술은 다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저도 취향이란게 있답니다.”
크레마가 부족하다 느꼈는데 역시나 신맛이라니… 즉 산미가 높은 커피다.
못 마실 커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마시고 싶은 맛은 아니다.
이 가게의 문제는 아니다.
취향의 문제다.
커피에는 다양한 맛이 존재하지만, 쓴맛과 신맛이 대표적일 것이다.
흔히들 산미가 높은 커피가 고급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산미가 높을수록 커피콩을 연하게 굽는 로스팅 기술이 필요하고 관리하기도 까다로워진다. 연하게 볶다 보니 크레마의 형성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왜 연하게 볶는가에 대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커피콩 그 자체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강하게 볶을수록 우리가 아는 커피의 맛과 가까워지지만, 커피콩이 가진 고유 개성이 많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관리가 쉬워지며 일정한 맛을 뽑을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커피가 쓴맛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신맛 커피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에 산미가 높은 커피는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붙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체적인 향과 맛은 나쁘지 않다. 좋은 커피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가게를 자주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신맛이라고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차이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신맛이 싫다.
“이런…다른 음료라도 주문할까요?”
“아뇨아뇨 마실 수는…있답니다.”
그렇게 비장하게 말하면서 커피를 반쯤 마셨을까?
입안에 진동하는 신맛의 느낌이…솔직히 더는 마시기 싫다.
“저…지혜씨?”
“네?”
“그 초코라떼좀…더는 입안이 못 버티겠어요….”
신맛보단 단맛이 좋기에 지혜씨에게 초콜릿라떼를 요구하였다.
그렇게 건네어 받은 잔으로부터 한 모금 얻어 마셨다.
초코라떼는 음...평범한 맛? 시중의 초코시럽을 녹여서 우유에 섞은 맛이다.
아…생각해보니 그녀가 입을댄 빨대로 마셔버렸다.
혼자 사는 생활이 익숙하다 보니 이런 기초적인 예절도 실수해버리다니.
“아, 새 빨대 들고 올게요.”
“괜찮아요. 정말...괜찮아요.”
정말 괜찮다는 듯이 초코라떼를 마셨다.
그보다 얼굴이 왜 붉지…?
***
카페를 방문했다면…역시 잡담 등을 하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어색하기도 하면서도 향후 있을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남아있는 커피잔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볶는지에 따라서 신맛이 될 수도 쓴맛이 될 수도 있는 커피콩처럼…. 변할 수 있겠지…?
변해야 한다. 이제 혼자는 싫다. 그리고 무섭다….
“사장님 또, 또 이러신다. 저만 봐도 문제없이 인식하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읏,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양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있는 내 손을 잡아주는 지혜씨…내가 너무 고민했나 보다.
고민해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내가 행동을 해야만 바뀔 수 있다.
내가 말주변이 없기도 하고…서로 다 마신 듯하니 슬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부탁하러 가는 입장에서, 미리 도착해서 대기해야 예의라 생각한다.
“그럼 갈까요? 성화씨?”
“네! 가요 한번 가서 확인해봐요.”
그렇게 트레이를 카운터에 가져다주고 나가려 하였지만….
“저, 이지혜 헌터님 싸…싸인쫌! 해주세요!”
아, 아까 계산대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사인을 요구해온다.
다른 ‘남성’이 이지혜 헌터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왜 이리도 짜증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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