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25화 (25/140)

〈 25화 〉 나는 누구인가(2)

* * *

본사에 가까워질수록 성화씨는 나를 잡았던 손을 놓고 거리를 두었다.오히려 겁을 먹거나 처음 오는 곳이기에 나의 팔을 더 잡을 줄 알았는데…나를 배려해주는 것일까?

어제부터 생각해 왔지만, 여성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행동부터…스킨쉽을 먼저 요구해오는 등,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꽃뱀을 의심하겠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사람의 손을 신기하게 만지거나 체온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 점을 생각하면....

아니,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이러한 성격이 된 것일까? 본인이 아니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눈이 계속 가는 남성이다.

안 그래도 남성치고 작은 체형에 무덤덤하게 행동을 하지만, 정신이 한계에 몰려 있는 모습이 보호욕을 자극한다. 정말이지….

사귀고 있는 사이면, 하루 종일 껴안고 뒹굴 자신이 있다.

그보다는 담배가 급하기에 사내 흡연실로 향하는 중이다.

성화씨의 경우 그렇게까지 피우지 않고 너무 힘들 때만 피운다 하며 흡연실에 같이가는 것을 거절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더…어떤 말을 할지 모를 정도로…마음속 어딘가에서 말은 해주고 싶은데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러한 기분을 느꼈다.

어쩔 수 없이 성화씨를 응접실에 잠시 두고 오긴 했지만…괜찮겠지…?

나름 긴장해서 그런지 잠시 떨어져도 괜찮은 듯했고….

아니, 본사에 들어온 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본사라면, 능력자 비중이 높아지기도 하고, 사무직이 아닌 이상 다들 상위권 헌터이기에 성화씨를 인지하고 있다. 외부인 이기도 하고 내가 데려온 사람이라 그런지 보는 시선이 늘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표정이 귀엽긴 했는데, 응접실까지 오는데도 내 손은 안 잡아 주더라…사실 기대했는데 아쉽네.

“여어~오공팀장. 귀여운 남자애 데리고 왔다는 소문이 쫙 퍼졌던데 누구야? 친구? 애인? 나 좀 소개나 시켜주라! 비싼 밥 한 끼 사줄게!”

“아 좀, 꺼져요. 칠방팀장.”

흡연실에 들어오니 먼저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제7번 방어팀의 팀장. 입사 동기이기도 한 류은혜다. 만나도 이런 상황이라니…귀찮은데.

하긴 평일이기도 하고, 전투휴무를 받은 것은 공격조만 받았기에 방어팀의 팀장이 본사에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사무직은 비 능력자들 중심이기에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실책이다.

“에이~ 우리 사이 이러기야? 동기잖아? 동기 좋은 게 어디야? 응? 사귀는 사이 아니면 소개 정도는 해달라구~? 벌써 사내 게시판에 쫙 퍼졌어~. 거기에 거미줄을 치다 못해 목석이라 불리는 오공팀장님이 남자를 데리고 왔다! 라고 말이야?”

“콜록, 콜록, 어떤 년이 올렸어!? 오랜만에 집합 걸어야 정신을 차리지!!”

“나야 모르지~익명 게시판인데. 서버실 이라도 털어봐~.”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데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담배 연기와 함께 헛바람이 들어가 버렸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걸까? 어쩌지…?

“그보다 왜 데리고 온 거야? 진짜 남자친구일 리는 없고 신입?”

“몰라, 묻지 마. [과잉장애 증후군] 때문에 공격팀 총괄팀장님한테 상담받으러 온 거뿐이니까.”

“응? 신입 아냐? 그러면 내가 연락처 받아도 상관없네?

“안돼. 제발 부탁인데 저리 좀 꺼져.”

“칫! 자기 남자다 이거지? 치사하다. 우리 오공팀장님 애인 생겼데요~. 특보다 특보~ 내가 소문내야지~!”

평소처럼 여성들 간의 의미가 없는 잡담이지만, 아무리 동기라고 하여도 네년이 뭔데 성화씨한테…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사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어제 처음 만난 사이인데…. 머릿속이 복잡하기에 불을 붙이고 제대로 빨지도 못한 담배를 피워보니 머리가 띵해진다. 거의 하루 만에 피우는 첫 담배인가? 복잡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다. 성화씨라….

어제는 다양한 일이 있어서 성화씨 곁을 떠나지를 못하였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피우자니…성화씨는 집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흔적도 없어서 말조차 못 꺼냈다. 아니 말을 꺼낼 만한 상황이 아니긴 했다. 그, 그…성화씨가 자꾸 안겨들고 하는데 어떻게 담배 따위를 피우러 가겠는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얼굴에 피가 쏠리는 기분이다. 아니 뭐…여성으로서 나쁘지 않은 경험이기도 했고, 성화씨는 엄청 귀엽기도 했고…능력만 아니었다면 상위권의 연예인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응, 확실히 귀여운 남성인데, 남성답지 않은 성격에서 오는 갭차이가 신선했다.

“호~오. 나의 동기 목석의 지혜양이 드디어 봄날이 온 건가 봐?”

“어?”

하루만의 흡연으로 인해 머리가 띵해진 기분인데, 은혜 이년은 옆에서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표정에서 다~나온다. 난 그렇게까지 상도덕이 없는 년은 아니라서 말이지. 뭐, 연락처는 필요 없고 나중에 ‘잘’되면 소개나 해줘.”

“하아?? 너 오랜만에 한판 싸우고 싶다 이거지?!”

“어이쿠, 은혜는 무셔워여~. 너 지금 표정을 본인 스스로 확인해야 했는데 말이지.”

“표정…?”

“아주 그냥 사랑에 빠졌어요~ 라는 표정인데? 진짜 사귀는 거 아니야?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만 봐도 아주 그냥 여성이면 뻑갈만하드만. 보호욕을 자극하는 외모면서도 표정은 차가워 보이는 게 와…소리밖에 안 나오던데?”

“사진까지 퍼진 거야? 하 시발…진짜 방어팀만 아니면 단체 집합인데…. 씨발 뭣 같네.”

공격팀은 전원 전투휴무고…사무직은 무능력자 중심이라 인지를 제대로 못 하니…올릴 사람은 방어팀뿐인데…팀이 다르니까 건들지도 못하고 썅….

그런데 왜 짜증이 나지…진짜 성화씨를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상관이 없는데 성화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뭐어 잘해봐? 저런 외모가 소문나지 않은 게 신기하기 하지만 말이지.”

“너어! 소문내면 죽여버린다?”

“아하하!! 난 안 했지만, 이미 사내에는 쫙 퍼졌는걸? 서로 잘해봐~!”

그렇게 말하면서 담배를 다 피웠는지 흡연실을 나가는 은혜다.

반쯤 남은 담배를 피우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성화씨가 만약 나랑 사귄 다면서부터 시작서 누군가 사귄다면? 이라는 상상까지.

누가 보면 한참 알고 지낸 사이인 줄 알겠다.

하아…담배를 피우면 생각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정리된 생각들로 인해서 머릿속이 더 복잡하다.

일단은…언니한테 상담부터 받아봐야겠다.

***

“아시겠죠. 성화씨? 잠시 총괄팀장님이랑 이전에 있었던 작전 이야기를 먼저 끝내야 해서요. 먼저 이야기하고 올게요.”

“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갔다 오세요.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거랍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자리에서 안 보여도 손을 한번 뻗어주세요. 혹시 기억이 안 나면…제가 먼저 잡을게요.”

“끄응…. 성화씨 그렇게 빨리 잊히지는 않아요. 그래도 걱정되시면 그렇게 하죠. 꼭 어디 가지 마시고 여기 앉아 계세요. 약속?”

“네 약속이랍니다.”

아무리 헌터라 하여도 감지계열이 아니면 자신을 잊기 때문일까? 나와 잠시 떨어지는 순간에도 확인과 약속을 한다.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소유욕? 독점욕? 나도 여자다 보니 이러한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성화씨를 팀장실 문 앞 의자에 두고 나 혼자 들어왔다.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앉아있는 지나 언니가 보인다. 총괄팀장이다 보니 서류검토작업 때문에 휴무일 없이 출근 중이긴 하다. 서류를 검토 중이었던 걸까?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면서 나를 본다. 왜 저리 나를 보면서 웃음기가 넘치지…?

“그래서, 우리 지혜 재미 좀 봤나 봐?”

윽…역시나 언니도 사내 게시판을 본 것일까? 웃는 표정이…그냥 놀릴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거 생각보다 부끄럽다.

“아, 아니…아무 일도 없었는데…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만 봐도 그냥 같이 들어온 정도…고.”

“무슨 소리야? 난 신문에 올라온 기사를 이야기하는 건데 지혜 너 기사 아직 안 본 거니?”

“응? 기사라니…?”

“뭐야, 너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지나 언니는 태블릿 하나를 넘겨준다.

응? 무슨 기사라도 있는 건가? 기삿거리가 될만한 일은…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 정도라 생각을 하면서 태블릿을 바라보는데…아 큰일이다….

[속보] 이지혜 헌터의 ‘애인?’

이지혜 헌터 ‘숨겨진 그?’

얼음 공주 이지혜 드디어 ‘남자’ 생기다.

문 공략’실패’ 후 한 남성과 열애확인!

등등…다양한 뉴스가 나열되어 있다.

그중 하나의 뉴스를 눌러보니…버스 정류장에서 성화씨가 내 팔을 양손으로 팔짱을 끼듯 꼭 잡은 모습과 나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스크롤 해서 내려보니 댓글 창이 보인다.

[댓글]

Se_xwe: 와 이걸? 공략서 개판을 쳐놓고 남자끼고 다니네?

Qwed_123: 남자 외모 실화냐? 와! 존나 부럽다!

Sdglw: 공략서 삽질하더니 남자랑 놀고 한심하네ㅉ

별로 좋지 않은 여론이다.

헌터의 연애의 경우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너무 방심했나…?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니, 시기가 좋지 않았다. 내가 문 공략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도 있고….

그러한 내 표정을 본 것일까? 김지나 언니는 피식하고 웃더니 나에게 위로하듯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 지혜는 A급이기도 하고 매스컴 인터뷰마다 쌀쌀맞은 태도로 대하다 보니 얼음공주로 인기도 얻기도 했지. 사실 전혀 다른 성격인데 말이지? 댓글들은 무시해, 시기와 질투가 섞인 글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날에도 말했지만, 공격조 팀원 중에 그 누구도 너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머릿수를 맞춘 공정한 게임도 아니고 변수야 얼마든지 있지. 그러니까 매일 팀워크 훈련을 하지 그렇지 않나 제5공격조 팀장 이지혜.”

“아…네! 그렇습니다!”

이런 대화가 되어버리면 나도 모르게 군대식 말투가 되어버린다. 관등성명까지 안 한 게 어디야.

그러고 보니…팀원들과 이야기 한번 해본다는 게 성화씨랑 쭉 있었네. 아직도 내가 일방적으로 화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더욱더 미안해진다.

그렇게 웃으면서 다음 말을 이어가는 지나 언니.

“기자 놈들이야 매번 자극적인 기사만 내니까 그렇다 쳐도…. 내가 분명 조사만 지시한 것 같은 데 사귀기까지 하다니, 지혜는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구나?”

“아, 아니! 언니! 아니 아니 총괄팀장님! 전혀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뭐…?”

그렇게 말하고는 모니터에 띄워둔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본다.

으음, 나라도 저런 사진을 보고 사귀지 않는다 하면, 믿지 못하겠지…?

“진짜냐…? 정말로? 지혜야 진심이냐?”

“어…으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 이게 진짜로 성화…아니 사장님이 과잉장애 증후군으로 인해서 나한테 붙는 것인지.”

그렇게 나의 말을 듣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다. 나는 정말로 성화씨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불쌍한 사람? 동정심? 성화씨로부터 우월감이라도 느끼고 있나?

아니다. 그럴 리는 없다. 나는 정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긴…만난 지 하루도 안된 사이에, 그런 관계까지 발전하면 더욱더 이상하지.”

“그렇지? 언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기는 하다. 하루 겨우 지날까 말까 하는 사이에 사귀다니. 서로 고백한 적도 없고…엄밀히 말하면 성화씨의 일방적인 스킨쉽이다. 그 행위가 애정이 있어서 하기보다는, 그냥 외로움에 사무쳐서 하는 행위에 가깝기에, 나 자신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인간관계가 고립된 상황에 있는 남성에게 사귀자고 말하면, 정말 애정이 있어서 사귀는 것일까? 아니면 그 상대의 상황을 악용하는 것일까? 전자이길 기대하지만, 성화씨의 경우…무조건 후자일 것 같은 기분이 들기에…그런 감정을 악용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것 치고는…그 사장님 집에서 자고 오는 길 아니냐?”

“쿨럭쿨럭…! 언니가 어떻게 알아!!!”

지나 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핵폭탄 발언을 하였다.

지나 언니의 경우 독신자 숙소가 아니라 자택에서 출퇴근하기에 분명 모를 줄 알았다….

알고 있다는 의미는 분명…우리 팀원이 그대로 말한 것이겠지…?

하…그래 문에 있었던 일은 사과를 하지만 집합만큼은 걸어야겠다…!

절대로 사적인 감정으로 집합을 거는 것이 맞다.

이런 것까지 언니에게 보고하다니…너무 부끄럽잖아!!!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