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26화 (26/140)

〈 26화 〉 나는 누구인가(3)

* * *

언니의 폭탄 발언으로 인하여 분위기가 이상 해져 버렸다.

아니 뭐…나만 이상하게 느끼긴 하겠지…. 언니는 놀릴 생각으로 한가득 할 테고. 평소에도 남자 좀 사귀라던 언니와 형부의 말이 생각난다. 으음…슬슬 결혼을 생각할 시기이긴 한데…성화씨라…솔직히 애를 낳고 키우는 상상까지는 해봤다. 성화씨와 닮은 딸과 아들이라 으음…나쁘지 않은데?

“일단, 바 사장님 집에서 지혜가 자고 온건 넘기고. 자, 나름 조사해서 정리해본 문서다.”

“어, 언니 뒷조사까지 한 거야!?”

“뒷조사라니 국가 공식 자료다. 뒷조사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지 않니?”

“아니 뭐…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뒷조사는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아무리 공격팀 총괄팀장이라고 하여도 예산은 한정되어있다. 잘못 썼다가는 재무과에서 지랄하지 더럽게 쪼잔해서는….

이번에는 태블릿이 아니라 프린트한 서류 뭉치다. 내가 올 시간을 예상한 것일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정말 깔끔하다 못해 몇 장 안 되는 수준의 자료다. 성화씨의 개인 정보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확인을 해보았다.

이름: 조성화

성별: 남성

주민등록번호: ******­2******

주소: ■■■■■■■■■■■■

모: [사망]

부: [사망]

정말 기본적인 인적사항만이 쓰여 있다.

거기다 양친이 이미 고인이라는 점을 성화씨로부터 듣기는 했지만, 서류로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그렇다면 이때까지 혼자 살아온 것일까? 일단은 서류를 더 봐야겠다.

학력: 고졸

능력: 무능력 추정

특이사항:

양친이 민간 탐색대의 일원이었으나 탐색 도중 조직 전체 전멸로 인해 사망.

양친 사망 사건 후 도시 인근의 [이세계 식물이 자란 숲속]에서, 순찰 중이던 감시대에 의해 구조.

­근처 야생화된 오크 부락지가 있었음.

­구조 당시 피투성이였으나 본인의 피는 아님.

­구조대원의 말을 인지하지 못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림.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사료됨.

­전체적인 건강 상태확인과 정신적 상담이 필요.

­인근 병원 XO■로 이동.

성화씨는 현재 능력이 있지만, 아마 검진 혹은 갱신을 하지 않았기에 무능력으로 기재되어 있다. 거기다 추정이라…추정이면 있을지 없을지 현대의 기술로 정확한 확인이 힘들기에, 향후 능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미인데…역시 징조는 있던 것일까?

그보다는…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내용이 써져 있다. 이런 글을 본 이상…성화씨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마도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 능력을 각성한 경우일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정해진 시기에 맞춰서 각성하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 생기는 힘이지만, 정신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힘이기도 하다.

하…어떤 말을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생각보다 심각하지?”

“어…응…그냥 우울증이 심한 상태인 줄 알았는데…이 정도일 줄 정말로 몰랐어….”

“서류의 마지막, 병원에 긴급이송된 이후 그에 대한 정보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짐작 가니?”

아, 그러고 보니 병원으로 이동된 이후의 행적이 없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구조대에 의해서 구출되었다면, 최소한 조서를 작성하는 등의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왜?

나의 의문스러운 표정을 본 지나 언니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듯한 혼잣말을 하더니 나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흐음, 지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구나. 그 당시 최소한의 기록을 보면, 감정적으로 폭주 상태였을 거다. 폭주로 인해서 점점 인지를 못 하게 되어버렸겠지. 감시대의 경우 중상위권 능력자들이니 어떻게든 인지했겠지만, 병원이라면 대다수가 일반인이지, 병원에 대기 중인 회복 능력자의 경우, 일반 무능력자 시민까지 신경 쓸까?”

“아, 언니 그러면…. 이때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으로 발달해버린 걸까…?”

“아마도 그럴 거다.”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이라는 점만 생각해서 우울증만 생각해왔지만, 이러한 배경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게에서 쭉 이어지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양친은 없지…사람들은 자신을 인지해주지 못하거나 인지해주다가 잊는 사람들이 많지. 교외 지역에 살기에 상위권 헌터들도 잘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혼란만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어떻게 버텨온 것일까? 나라면…못 버텼을지도?

“그래서 지혜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응? 갑자기 뭘?”

서류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지나 언니가 질문해온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사장 말이다. 굳이 네가 도울 필요는 없잖니?”

“어…그렇긴 한데….”

“내가 너한테 조사를 시킨 이유는 어디까지나 가게에서 있었던 일의 사과 겸 너의 경험을 위해서 보낸 것이기도 하지. 처음 봤을 때 위화감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이해했지?”

“응…. 첫인상에서 뭔가 기분적으로 일그러진 느낌? 문에서도 가끔 느끼던 그 느낌이었어.”

“그래, 그 느낌 잊지 말고 기억해둬라, 가끔 문에서도 그런 능력인지 마법을 쓰는 놈들이 있으니. 감지능력자면 얼마든지 감지하지만, 비 감지계열은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방법뿐이니 한번은 경험해두는 것이 좋지.”

그러고 보니 첫인상의 위화감이 바로 능력 때문일까? 확실히…첫 위화감을 느낀 이후 대처를 하지 못하면, 기습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장님의 능력은 무엇일까?

“그래서 언니는 성…아니 사장님의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어?”

“흐음. 확정은 못 하지만, 사진이 찍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은신은 아니고 인식방해?”

“아, 그래서 사람들이 인식을 못 하고, 답변만 해주는 느낌이었나?”

은신이면 모습이 완전 차단될 것인데 성화씨의 경우는 인지 저해이기에 주변인들이 답변만 하고 성화씨를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응? 답변이라니…. 아…과잉장애가 의심된다 했지? 일반적인 인식방해면 어디까지나 걸리지 않았으면 인지를 못 하겠지?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정보다. 기억하지?”

“교범에서 본 적은 있어. 워낙 회복 능력자랑 은신계열이나 암살 쪽은 희귀해서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 원래 희귀한 회복계열과 다르게 은신 및 암살 관련 능력은, 능력검사에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기에 자신이 그쪽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수이며, 대부분 무능력자인 줄 알고 넘어간다.

성화씨도 그런 경우겠지만….

“그래, 은신하고 다른 점은 은신일 경우 공격을 하면 모습이 전체에게 들키지만, 인지 저해는 암살 상대를 즉사시키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겠지. 대신 누군가 접촉이나 말을 거는 순간 접촉한 대상 혹은 말을 들은 상대에게 들키겠지만.”

“그렇다면 사장님은?”

“인지 저해 능력이 과해져서 조건 불문 지속적으로 잊히게 되었고, 말을 거는 정도는 인지 못 하게 된 거라 생각한다. 대신 접촉하면 안 잊는다고 했던가? 미성년자일 때 능력을 알게 됐으면 S~A급으로 스카우트 보장이겠지만 아쉽군.”

“역시…현역 헌터는 힘들겠지…? 그리고 손이라도 잡고 있으면 사장님에 대한 기억이 안 잊혔으니까…언니의 추측이 맞을지도.”

확실히…나랑 손을 잡는 등의 접촉이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안개가 낀듯한 사장님의 이미지에서 또렷한 기억으로 바뀌는 경험을 몇 번 하였다. 그렇다 해서 한 번에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능력자는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한 거겠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거냐? 사귀고 싶어서 데리고 온 거니, 불쌍해서 데리고 온 거니?”

“어….”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느낌이 클 뿐이다. 그러게…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뭐, 돕는다면 못할 것도 없긴 해. 그 사장님은 비방출형 능력자지? 그러면 다행히도 통조림이 되지는 않잖니?”

“언니!! 말이 심하잖아!”

“예시다. 예시.”

그래,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을 겪을 경우. 국가에서 사회질서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 시술을 시행하지만…일반인이 생각하는 온건한 방법이 아니다. 통 속의 뇌…그래 필요 없는 살과 장기, 뼈를 제거하여 뇌와 척수만 남겨서 전기적 자극으로 능력을 발현하게 하는 방법…. 군과 협동작전하는 헌터들은 다 아는 비밀 중 하나다. 필요할 때마다. 능력을 발현하는 특수 장갑차량이 존재하는데 그 안에 든 것을 누가 모를까? 재정비할 때마다 차량을 개폐하는데 그때 지나가면서 본 ‘무언가’는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그러한…상태였다.

“그래도!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잖아!!”

그렇기에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진정하렴.”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잖아!”

최근 작전에서 보게 된 그 차량 내부의 ‘무언가’가 신경이 쓰여서였을까? 그때 내 능력이 한방에 적을 꿰뚫지 못하고 수호자급을 끌고 오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것을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공과정에 여러가지 말로 못 할 짓을 다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보고도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는가?

“이지혜, 몇 번이고 말하지만, 헌터는 냉정해야 한다. 마지막 경고다 진정해.”

“하지만…!”

“어차피 그 사장님은 가공될 염려는 없을 텐데 왜 그리 화를 내는 것이지?”

“읏, 그…그건 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이번 건은 냉정하지 못했다. 성화씨가 그렇게 된다는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앞뒤 안 가리고 화를 내긴 했다. 헌터답지 못한 처세이긴 하지만, 성화씨가…. 그런…상상만으로도 역하다.

“하아…정말로 첫눈에 반한 거 아니냐?”

“모…몰라!”

연애를 해본 적도 없기에 반하다는 의미를 알기나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성화씨에게 눈이 갈 뿐이다.

그렇게 나의 답변에 피식하며 웃는 지나 언니.

“흐음…내가 감지한 그 사장님의 증세 수준이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말이지.”

“방법이 있어? 어떤 방법?!”

그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얼굴의 표정이 밝아지며, 언니의 말을 다시 한번 경청하기 시작했다. 가공 언급한 번에 화를 낼 때는 언제고 나도 참….

“아직은 일반적인 헌터들은 어느 정도 인식은 하는 정도라면…역시 억제장치 및 보조도구를 사용해서 스스로 훈련을 해야겠지?”

“아, 그 정도로 충분해…?”

헌터들의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억제장치라 하면 이세계의 재료로 만들어진 팔찌 모양의 도구다. 이것을 착용하면 헌터들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능력이 반감되기에 훈련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물건이다. 과잉장애가 그 정도로 억제가 될까?

“내 감지에 의한 판단은, 아직은 가능하다. 그래 아직은 말이지. 억제장치와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 정도면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감정을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능력 제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정말…?! 고마워 언니!”

“하지만 말이다. 이 도구들을 준다고 한 적은 없다. 이 두 가지만 해도 가격이 좀 나가는데 천칭 소속이 아닌 일반인을 위해서 여기까지 해줘야 할까?”

“아…그…언니의 힘으로 어떻게든 안 될까?”

“이. 지· 혜 공과 사는 구분해라. 그 사장님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다.”

큰일이다. 해결 방법을 찾은 듯한데 여기서 막히다니. 거기다 억제도구나 감정을 확인하는 도구의 경우, 대부분 각 헌터 기업별로 독자적인 방법으로 제작을 하지 시판되는 물건이 없다. 아…어쩌지…?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이대로면…성화씨의 능력이 더 억제할 수 없게 되는 걸까? 마지막 접촉 이후 30분이 지난 것일까? 성화씨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마치 전체 윤곽은 기억나지만, 어떤 얼굴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니 제발 도와줘! 내가! 비용은 내가 전부 지불할게! 내가 사용하는 것으로 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총괄팀장님…!”

솔직히 답이 안 보였다. 어떻게 생각을 하여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머리 회전이 빠르지도 않다. 그렇기에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서 고개를 숙일 뿐이다.

그렇게 머릿속은 이렇게 빌어도 안 되면 어쩌지? 성화씨를 알게 되었지만…하루도 안 지난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잊기는 싫다.

“지혜야.”

“네!”

한숨을 크게 쉬고는 나의 이름을 부르는 지나 언니…아니 총괄팀장님. 솔직히 공과 사가 확실하기에 이렇게 빌어도 안 될 가능성이 클지 모른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나가서 성화씨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져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그래, 첫사랑이란 감정이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다. 네가 그렇게 하여도 보답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도와주고 싶니?"

헌터 일이 즐거워서, 일에 집중하느라 진지하게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에, 첫사랑이라는 감정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성화씨에게 눈길이 갈 뿐이고 도와주고 싶을 뿐이다.

“네! 사장…아니 지금은 성화씨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지금은 여러 고민보다는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을 뿐이다.

그 말을 듣고는 팔짱을 끼며 눈을 감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총괄팀장님.

나의 머릿속 또한 어지럽다. 여기서 해결을 못 보면 암시장이라도 찾아야 하나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고민을 끝낸 것인지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하아…. 그래, 네 형부가 제대로 안 도와주면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말라 하기도 했고. 네 마음도 확고하다면야. 분실처리로 줄 수는 있지.”

“서준 오빠가!? 정말!?”

“야, 야, 지혜야 너의 마음이 확고하지 않았다면 안 줬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성화씨를 어떻게든 도울 수 있어서 기쁜 것일까? 정말로 기쁜 생각뿐이지만,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기긴 하다.

나는 정말 성화씨를 사랑하는 것일까? 동정하는 것일까? 그러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만난 지 겨우 하루 지난 사이에 사랑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지금은 성화씨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아, 그래도 규정은 규정이니, 분실에 대한 비용은 지혜 너의 월급에서 제한다.”

저런 감동 없는 말만 없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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