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28화 (28/140)

〈 28화 〉 달밤에 나 홀로 술을(1)

* * *

그렇게 지혜씨 손을 잡고 들어간 김지나 헌터의 사무실은 현역군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김지나 헌터는 의자에 앉아서 서류철을 보고 있으며, 사무실에서 회의를 자주 하는 것일까? 큰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한 10명 전후 앉을 수 있을까?

높은 직급의 사무실에는 낮은 테이블과 소파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이건 좀 색다르다.

그리고 뭐든 각이다. 군대에서 자주 보는 그 직각. 테이블 위의 책자류나 종이뭉치 등이 정리가 잘되어 있다. 서류의 상태들은 튀어나온 종이를 용납 못 한다는 듯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역시 가게에서 본 성격이 맞을지도…?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가게에서도 인사를 드렸지만,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했군요. 공격팀 총괄팀장 김지나라고 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현역시절 똥별이 아닌 진짜 스타포스의 느낌처럼 김지나 헌터로부터 무언가가 느껴진다. 위압감 같은 느낌일까? 가게에서부터 느꼈지만, 갑과 을이 되는 느낌이…상대하기 까다롭다.

일단은 의자에 앉아야….

역시 테이블의 의자도 고급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저어…능력상담이 가능하시다고 하셔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에이 성…. 아니, 사장님 왜 이리 딱딱해졌어요. 지나 언니 앞에서…크흠크흠, 총괄팀장님 앞에서 너무 긴장하신 거 같네요. 조금은 긴장을 푸세요.”

방문 목적을 말하려 하였지만, 역시 말투가 딱딱해졌다. 너무 긴장했나 보다.

지혜씨 나름대로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옆에 같이 앉으면서 말을 걸어주지만, 김지나 헌터의 째려보기 한 번에 태도를 바꾼다.

역시 지혜씨도 별수 없는 건가? 김지나 헌터는 지혜씨를 날카롭게 보면서 본인의 의자에서 일어나, 나의 맞은편 테이블의 의자에 앉는다.

“예, ‘어제 지혜한테 연락을’ 받았습니다.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이 의심되신다고요?”

“네…. 지혜씨와 간단하게 테스트 정도는 했는데…. 지혜씨 말로는 인지 저해가 의심된다고 하던데요.”

“잠시 손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역시 김지나 헌터도 대충 나의 상황에 대하여 들은 걸까? 나에게 손을 요구한다.

그 말에 테이블 위로 손을 건네어 김지나 헌터의 손을 만졌지만, 지혜씨보다는 굳은살이 없다.

팀 전체를 지휘하는 입장이라서 손에 굳은살이 적은 걸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감지능력이기에 최전선에 나갈 일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나의 손을 만지며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옆에 있던 종이에 기록한다. 기록을 살짝 봐도 모르겠다. 글보다는 숫자나 선을 그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김지나 헌터는 기록을 끝내며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종이를 다시 한번 보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제 예상대로 아직은 괜찮습니다. 아마 능력제어에 관련된 도구를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장님 제가 문제없을 거라 하였죠? 그렇죠? 쉽게 해결될 거라 했잖아요!”

“오공팀장 목소리가 시끄럽군, 조금은 정숙하도록. 그보다 ‘그 물건’을 좀 꺼내어 오겠는가? 저쪽 캐비닛에 들어있다네.”

“아, 네!”

아직은 괜찮다는 말에 다양한 감정이 몰려온다. 불치병인 줄 알았는데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분일까? 나의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의미일까? 그러한 생각을 하던 도중에 지혜씨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온다.

“쨔쟌~. 이게 사장님을 보조해줄 물건이랍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상자를 여는데, 상자 안에는 투박해 보이는 팔찌 2개가 들어있다. 하나는 파란색의 보석 같은 무언가 박힌 끈으로 된 팔찌이며 또 하나는 약간 곡선을 그리는 직사각형 철판에 금속으로 된 시곗줄을 붙인 느낌을 주는 밴드 느낌이다. 두 팔찌다 투박해 보이면서도 소재가 고급이라 느껴진다.

“자 사장님 왼손…아, 일단 붕대를 좀….”

“앗, 잠시만요.”

나의 손목에 팔찌를 채우려 하였지만, 손목 아대 느낌으로 감은 붕대의 두께가 두껍기에 바로 팔찌를 찰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내 손목에 붕대를 먼저 벗겨내야 한다. 으음, 김지나 헌터 앞이면 괜찮을까? 붕대를 벗긴다고 해서 자상의 흔적과 살짝 벗겨진 피부의 상처는 밴드로 가리고 있기에 문제는 없을 텐데…. 손목 안쪽에 밴드를 한 시점에서 아웃 아닐까?

그렇게 고민을 하여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이 있기에 천천히 붕대를 벗긴다. 그렇게 드러나는 정사각형의 대형 반창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흉터 전체를 가려주고는 있다.

그보다는 반창고 너머로 보이는 거즈 부분이 살짝 노란색이다. 아직도 진물이 흐르고 있을까? 차라리 상처를 내서 딱지가 붙게 하는 편이 치유가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다. 피부 벗겨진 상처는 정말이지, 치유가 느리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도중 지혜씨가 금속 밴드 모양의 팔찌를 나의 손목에 대어본다. 크기는 내 손이 빠질 정도로 크다. 이거 너무 크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 잠시만요 크기 조절을 해드릴게요.”

“지, 지혜씨 제가 할 수 있어요.”

“에이, 힘이 약간 필요한 작업이다 보니 손끝이 조금 아픈 작업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할게요.”

씨익 웃으면서 금속 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린 후, 상자 안에 동봉되어 있던, 송곳같이 끝이 날카로우면서 얇은 철사를 꺼내어 들었다. 음…. 철사보다는 핸드폰의 유심칩을 뽑을 때 쓰는 핀 같이 생긴 물건에 가까웠다.

그렇게 그 핀을 잡고는 금속 밴드 옆에 있는 작은 원형 구멍 부분에 넣으니 작은 철 막대가 떨어지고 원형이었던 밴드는 하나의 줄이 되었다.

아, 철심이 빠지면 밴드 블록의 결합이 풀리는 구조다. 그렇게 몇몇 개의 철심을 뽑으면서 밴드의 길이를 줄이는데, 확실히 지혜씨 말 대로 손끝이 아플 만한 작업이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힘이 없지는 않은데….

그리고 김지나 헌터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지켜만 보는 상황이…무언의 압박을 받는 기분? 상당히 무섭다.

“자, 이쯤 줄였으면 된 거 같네요! 사장님 손!”

“네, 넷!”

손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왼손을 건네어 주었다.

그렇게 지혜씨는 나의 왼 손목에 팔찌를 채워 주었다. 이번에는 딱 맞지만, 착용하고 나니 무언가 나를 누르는 기분? 누른다는 표현보다는 뭔가 힘이 빠지는 기분일까? 몸 전체는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으로 그러한 기분을 느끼는 상황이 이상하기만 하다….

“사장님 지금 기분 어때요?”

“어…음, 으으음… 설명하기가 힘든데, 몸은 멀쩡한데 무언가 눌러진 기분이랍니다?”

“다행히도 능력 억제는 문제가 없는 상태군요.”

“네? 능력을 억제하는 물건인가요?”

“신입 헌터들을 훈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능력제어를 못 하거나, 혹은 능력에 제한을 주는 상황을 만들어서 모의전을 하기 위한 용도죠. 천칭에서는 ‘일반적’인 물건입니다. 그렇지 않은가? 오공팀장?”

“네! 그렇습니다! 그보다 사장님 저도 신입 때 엄청 많이 착용해서 능력을 나름 단련했어요! 눌러지는 기분 같죠? 단련할 때는 그 느낌을 뚫어버린다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훈련했어요!”

김지나 헌터에게 답한 지혜씨는 들뜬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지혜씨 괜찮을까? 상관을 너무 무시하는 행동 아닐까? 김지나 헌터님도 지금 한숨을 살짝 쉰 거 같은데….

“지혜씨가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저…거기까지는….”

“하아, 눌러지는 상황에 맞춰서 행동하면 됩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은신 혹은 인지 저해 계열 같으니. 그 느낌에 익숙해지면, 팔찌를 벗은 다음 팔찌 없이 그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할 겁니다."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지혜씨를 대신하여 김지나 헌터가 설명을 해준다. 역시 총괄팀장급은 설명이 달라도 다르다.

“사장님! 아마 자전거를 처음 타는 그 기분일 거예요! 아니면 감각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기분? 애초에 개개인의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화를 할 수는 없잖아요?”

“저, 지…지혜씨?”

“그보다 이 팔찌도 껴보세요!”

틀렸다.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맞은편의 김지나 헌터의 표정이…아니 무표정으로 지혜씨를 쭉 보는 모습이 무섭다.

내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 그렇기를 빌어준다.

이번에는 파란 보석이 박힌 끈으로 된 팔찌를 내 손목에 채워 주었다.

파란색의 보석이 나쁘지는 않은데…. 비싼 물건이 아닐까? 그보다 이 팔찌는 어떤 용도일까?

“이번에는 착용자의 감정을 볼 수 있는 팔찌에요. 지금 파란색이죠?”

“네, 파란색이네요.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평정 상태인 거죠! 붉은색이 될수록 흥분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를 나타내는 물건이에요. 그…그러니까 설명이….”

“하아…오공팀장. 나중에 따로 대화 좀 하자. 그러니까 조성화님?”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진 걸까? 애초에 나 때문에 오게 된 본사인데…이거 어쩌지.

다음에 가게에 오시면 서비스나 많이 해 드려야겠다….

부디 조용히 지나가길….

“편, 편하게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목소리 박력에 나도 모르게 긴장해버린다. 전생의 군대 경험이 생각나기 시작하는데… 이런 기억은 필요 없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걸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천칭에 방문하신 손님은 손님입니다. 조성화님 ‘감정을 눈으로 확인한다.’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흥분하고 있으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상태일지 자각하지 못하죠?”

필드 매뉴얼…즉, FM의 성격이다. 정말 이런 상대는 상대하기가 힘들다. 그냥 반말로 편하게 대해주시면 좋을 텐데….

“네, 확실히 자각하지 못하죠…자각보다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겠죠?”

“정답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자신의 감정 상태를 볼 수 있다면?”

“어…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제어 혹은 절제할 수 있게 되겠죠…?”

확실히 자신의 감정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너무 흥분해서 상대와 싸우는 등의 경황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보게 되면?

나라면 아마도…진정하지 못한 감정을 보고 ‘왜 진정을 못 하고 있지?’라며 잠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감정도 몰라서 날뛰는 상태가 되는 그것보다는 좋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모르거나 제어를 못 해서 날뛴다라…어…이거 ‘어제의 나.’ 아니야?

“그…그렇다면! 제가 감정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예. 능력과 감정의 관계는 밀접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공격성이 더해지는 능력 혹은 평온할 때 오르는 능력 등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조성화님의 능력의 경우는? 아직은 확정을 못하지만 최소한 우울해지거나 좋지 않은 생각 등을 할 때마다 능력이 격해진다라 판단되는군요.”

능력에 있어서 감정이 그 정도까지 중요한 요소였나…? 정말 몰랐다. 그냥 전생하니까 능력자가 있는 헌터 세상이라는 점에서 기뻐하던 유년 시절만 생각난다. 그 당시에 무능력자 추정이라는 판정을 받아서 급격히 우울해했지만, 그래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열심히 단련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그날 이후 일상이 급격히 비틀린 기분이 들기는 한다.

장례식 이후의… 감정을 회상해보면… 하아…. 지금 살아있는 상태가 용하다고 생각이 든다….

“저…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까지 해주실 이유가 있을까? 그냥 큰 병원 가면 해결될 문제 아닐까?

“아…! 그, 병원 가시면 보험 해도 엄청 비싸요! 그러니까 제가 가게에서 민폐를 끼친 거도 있기도 하고…그러니까! 제가 소속된 천칭에서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기도 해서 도와드릴 뿐이에요 그, 그렇죠. 초, 총괄팀장님?!”

“크흠, 그렇군. 보험을 한다고 하여도 생각보다 비싼 치료 및 ‘처치’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고. 이편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도 있지.

왜들 이리도 당황하지…? 지혜씨는 처치라는 단어에 왜 김지나 헌터를 슬쩍 보는 걸까? 역시, 숨기는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 천칭의 평판을 생각하면 범죄 쪽은 아닐 테고…왜지…? 라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 그러면 전체 다해서 얼마죠? 아무리 병원이 아니라지만, 값은 치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나의 말 한마디에 지혜씨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에…? 어째서 지혜씨가 당황하지? 김지나 헌터님은 덤덤한데…?

“아, 저, 그, 그러니까! 이건 그냥 드리는 거예요!”

“그래도…헌터 훈련용 비품 아닌가요?”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왜 돈을 내겠다는데… 피하려 하지?

왜 김지나 헌터는 이 상황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을까?

뭐지? [개꿀잼 몰카]라는 상황인 걸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