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쓰면서도 고소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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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영업 시작 직후라서 아직은 손님이 없다.
처음 보는 가게에 간다면, 제일 먼저 보이 것이 가게의 분위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위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청결도를 먼저 확인한다.
가게에 들어왔는데 가게의 첫인상이 더럽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 가게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는 이상, 그 가게를 두 번 다시 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빗자루를 든 채로 가게 안을 점검하고 있다.
가게를 운영한다면 오픈이후에도 첫 손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손님의 시선에서 가게를 둘러보는 편이 좋다.
거미줄은 안 처져 있는지, 음료를 흘린 끈적한 자국이 남아 있는지,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 등등 나 같은 평범한 가게는 청결도 같은 세세한 부분에서 가게의 평가가 판가름 난다.
평범한 가게라….
어제 들을 말로는 동네에 은신 컨셉형 카페&바라고 소문이 나 있는데, 다른 소규모 가게보다 장사가 잘된 이유는 그러한 이유였던 걸까?
어제 단골 두 분이 소문을 내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이미 카페 영업시간대에 소문이 다 났을 거라 생각된다. 사진을 찍는 손님은 없어서 다행 일려나?
평소 카페 영업시간대에는 남성 손님이 많기는 하지만, 드문드문 여성 손님도 온다. 여성 손님이 오시는 경우는 카공족 혹은 커플끼리 오는 경우다.
팔찌를 끼게 된 이후 유독 여성 손님으로부터 많은 시선을 받았는데, 역시 남성 혼자 운영하는 게 이상하게 보였으려나?
커플 손님은 왠지모르게…. 남성 쪽이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기까지 했는데 왜 그런 걸까?
가게 크기가 작기에 전체적인 손님 적다 하여도 시선 집중을 당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천칭 로비에서 시선 집중을 당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기는 했나 보다.
일단은 팔찌는 집에 두고 온 게 아니라 언제든지 낄 수 있도록 청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다. 가게 오픈을 한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팔찌를 낄지 말지 고민 중이다. 팔찌를 안 끼면 능력제어가 안 되고, 팔찌를 끼면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지혜씨 말로는 자전거 처음 타는 느낌으로 한번 제어가 시작되면 쉽다고는 했지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에 감을 잡지 못하겠다. 이런 느낌으로 줄이면 되나? 싶어도 확인시켜줄 상대도 없기도 하고 감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감을 못 잡게 하는 단어 같다.
딸랑~
능력에 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손님이 온 것 같다.
오늘의 가게 점검은 여기까지다. 이제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안녕 하세….”
“오빠, 나왔어.”
“아, 수아구나. 어, 어서 와?”
아는 사람이 가게에 방문하였기에, 카운터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홀에서 빗자루를 든 채로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박수아 언제나 약을 챙겨주시는 약방 사장님의 딸이다. 그녀는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캐쥬얼한 옷을 입고 있으며, 머리 스타일은 단발머리에 빛바랜 은색의 느낌이 난다. 표정 또한 언제나 은은하게 웃고 표정을 짓고 있어서, 가끔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웃으면서 같은 직장의 동료 욕을 하던 모습은 아직도 살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수아는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 중 한 명이지만, 가게에서 나를 인지하던 경우와 인지 못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던 상대 중 한 명이다.
오늘은 나를 인지해주고 있는 걸까? 역시, 그렇다면 수아도 감지능력자겠지?
“오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왜 한 주간 쉰 거야?”
“이것저것 머리가 복잡해서 한 주간 쉬게 된 거뿐이야. 아하하….”
지금은 팔찌를 하지 않고 있지만, 역시 나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
매번 사귀자고 들이대던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나를 기억해주는 경우와 기억해주지 못하는 경우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그녀를 피하였다. 전생에 여자와 사귀어본 적도 없었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
그렇기에 수아를 보면 감정이 복잡해진다. 이때까지 거리를 두면서 행동해온 나의 모습과 그날 지혜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혜씨에게 했던 돌발 행동을 수아에게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곤란하게 한다.
결국에 나 스스로 무너져서 지혜씨에게 그런 짓을 해버렸다. 그 당시에는 생판 남에게 안겨보는 게 덜 부끄럽다고 생각하였다. 최소한 두 번 다시 못 만날 사람이라 생각하고 저지르긴 했지만…. 결국 지혜씨의 연락처까지 받아버렸다. 만약 전생이었다면 신고 안 당하면 다행인 행동이긴 했다.
게다가. 새삼 생각해보면 수아의 어머니인 약방 사장님은 나를 쭉 기억해주신 것 같은데…. 어라? 나의 능력에 관한 힌트는 여기저기 있었던 것일까? 그저 우울증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상황이었던 걸까?
“복잡했어…? 지금은 어때? 괜찮은거야?”
“음…. 어떻게 설명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평온하다 느껴져. 우울증약도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 같네.”
“평온해…? 그래, 그렇구나….”
한 주간 푹 쉬고 와서 그런 걸까? 확실히 정신적으로 평온함을 느끼고는 있다.
아, 이거 한 주간 쉬었다고 약방 사장님이 나한테 약을 왕창 주시려는 건 아니겠지?
내 말에 수아는 고민하기 시작하였는데 뭔가 잘못 말한 걸까?
“수아야 문제라도 있니?”
“응? 아냐 아냐 아무것도 아냐 오빠. 그냥 개인적인 고민이었어.”
“그래? 일단 앉을래? 마시러 온 거지? 뭐로 줄까? 아직 시간은 아니지만, 단골이니까 알콜류도 가능한데?”
약방 사장님과 수아에게 매번 신세만 지는 기분인데, 뭐라도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그녀 또한 가게의 단골이기에 알콜이 들어간 음료 정도는 판매 시간대가 아니라도 주문을 하면 줄 수 있다.
“오빠. 아직도 ‘단골이니까’라는 식으로 피하는 거야? ‘수아야~.’라던지 ‘우리~자기’ 같은 호칭으로 해주면 좋을 거 같은데, 되도록 마지막에 말한 자기로 해줬으면 해.”
“네에 ‘손님’ 무엇으로 드릴까요?”
“피이, 또 그런다.”
매번 편하게 불러달라 하지만, 그녀를 대하기가 어려웠던 때에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끝까지 손님이라 말하였다. 지금은 본인의 능력도 파악하지 못하고 혼자서 멋대로 삽질한 기분이라서 더욱더 껄끄럽다. 정말 사람은 한 번씩 푹 쉬어야 한다. 몇 주 전만 하여도 죽지 못해 살아가는 기분이었는데, 나의 문제 원인 파악과 한 주를 푹 쉬니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게다가 수아는 삐진 듯이 말하지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기에 정말로 삐진 거는 아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넘겨서 익숙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카페라테로 해줘.”
“시럽 필요하니?”
“오빠, 내 취향 알잖아? 시럽 없이 해줘. 아, 그리고 테이크아웃으로 해줘.”
“테이크아웃으로?”
매번 한두 시간씩 테이블 석에서 마시고 가기에 당연히 마시고 가는 줄 알았다.
포장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되묻는 실례를 저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하긴, 날짜를 세 본 적은 없지만 대충 알고 지낸 지 일 년쯤 되었으니, 그녀의 취향 정도는 알고 있다.
게다가 세상이 좁다고 느끼기도 한다. 작년 첫 만남 이후에 수아가 약방 사장님의 따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때도 우울증약을 먹고 있었는데, 수아를 만난 시기쯤 우울증이 심하게 오기 시작해서 수아를 대하기가 더 곤란하긴 했었다.
우울하지 사람 온기는 필요하다 느끼지…. 알고 지낸 사람에게 지혜씨에게 한 것처럼 돌발 행동을 해버릴까 했지만, 가게 평판과 전생의 나를 생각하니 차마 하지 못하겠더라.
뭐…. 결국에는 버티다 버티다가 무너진 거 같은 기분이 들지만, 지혜씨를 만나서 다행인 걸지도…? 수아한테 했어 봐…. 아는 사람이라서 더 껄끄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응, 오늘은 조금 바쁠 거 같아서 테이크아웃으로 부탁해.”
“그럼 언제나처럼 아메리카노 투 샷이랍니다?”
“몇 달 전부터 생각해왔는데, 그 ‘이랍니다.’ 그만해주면 안 돼? 오빠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드라마나 카페에 오시던 손님들이 그러기에 따라 해봤는데 좀 그래?”
“응, 안 어울려. 가끔 가게 영업 종료 전에 술과 같이 맞담배 하는 시점에서, 그런 말투를 들으면 이상하게 들린다 생각해.”
수아가 평소에도 잘 웃기고 있기에 비웃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웃는 얼굴로 저러한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아니 뭐, 가끔 영업 마감 전에 가게를 방문하면, 같이 술을 마신 경험이 몇 번 있다.
수아나 나나 수다스러운 성격이 아니기에 술친구 느낌보다는, 오늘 하루가 끝나 간다는 느낌의 침묵과 클래식 음악을 즐기긴 했다.
‘이랍니다.’ 화법은 귀여워야 가능한 화법이긴 하다. 나같이 귀염성 없는 놈이 무슨, 새삼 생각해보니 전생의 기억도 있는데 무슨 생각이었을까?
너무 오래 살아와서, 이 세상에 적응이 되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생 시절 때 이 세상 기준으로 여성 같은 짓을 친구들과 많이 하기는 했는데 그 녀석들 잘 있으려나?
그렇지만 지혜씨는 ‘이랍니다.’라고 할 때마다 재미있는 반응이었는데, 상대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수아한테는 안 하는 편이 좋겠지?
이전 세상에 돌아가지도 못하는데도, 아직도 이 세상에 적응 못 하는 나 자신이 바보스럽다.
“그럼 카페라테 투 샷으로 우유 많이면 충분해?”
“응 그렇게 한잔이면 충분해. 오빠, 오늘은 카페 시간대에 말 상대가 없어서 외롭겠지만 미안.그래도 바영업 시간에 올게.”
“오늘 다시 온다면, 미안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카운터 안에 들어가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말투도 그렇다면 옆머리 또한 안 어울리려나? 옆머리도 관심받기 위해서 기른 거다. 여성 우위 사회라서 그런 건지 남성이 머리 기르는 거부감은 없지만, 대체로 남성의 경우 짧은 머리가 선호된다.
“역시 말투도 그렇고 머리카락도 자르는 편이 좋을까?”
“오빠한테 어울리니까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 말투는 어디까지나 안 어울려서 그런 거야.”
“그치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에스프레소를 뽑을 준비를 하면서 그런 말을 하니, 수아는 즉답으로 반대하였다.
“오빠 그거 자의식 과잉 아니야? 나는 마음에 드니까 자르지 마.”
“그런가? 역시 자르지 않는 게 좋겠지?”
“오빠는 내 말 잘 들어 주잖아? 안 자를 거지?”
“으, 응. 수아 말대로 길러볼까 해.”
자의식 과잉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받으려고 몇 년간 고생해왔는데, 갑작스레 관심을 받아서 타인에 대한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막상 시선을 받으니까 당황하다니, 이건 뭐 소동물도 아니고….
그보다 수아의 표정이 순간 무섭다 느껴졌는데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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