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36화 (36/140)

〈 36화 〉 쓰면서도 고소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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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카페라테를 다 마신 이후,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능력에 익숙해져야겠지라는 생각에, 청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팔찌를 착용하고 영업을 하였다.

팔찌를 착용하니 정신적으로 무거운 기분이 든다.

분명히 팔찌 자체는 가벼운데 무거운 무언가가 내 몸을 누르는 느낌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지만, 이 정도는 누르는 느낌은 들어야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연습할 때 참고해야지.

가게 영업을 하면서 팔찌를 뺏다 끼면서 능력제어를 하는 편이 좋겠지?

감정 상태는 투명한 파란색이다. 내 기분이 최상이라는 의미겠지.

힘내서 능력제어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지혜씨한테 팔찌를 빨리 반납할 수 있다.

@@@

하, 팔찌를 꼈다 빼면서 능력제어를 빨리 성공시키자?

그 계획은 얼마 못 가서 수정하게 되었다.

확실히, 어제 있었던 일이, 주변에 소문이 났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 영업시간쯤 많은 손님이 몰려왔다.

소문의 가게에서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 궁금해서일까?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여성 손님들로 꽉 찼다.

아니 왜? 여성들이 올 만한 시간대는 맞긴 하지만….

오늘따라 왜 이리 손님이 많지?

“주문하신 보드카 스트레이트 나왔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에 마지막 주문부터 해결해야겠다.

게다가 손님들이 많아서 바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회전율이 낮아서 바쁜 상황은 아니다.

이러면 내 몸이 편하지만 가게 수익에 좋지 않은데….

바에 앉아서 스트레이트 보드카를 받은 손님이 잠깐 고민하다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어…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네?”

보드카가 미지근해서 얼음을 추가하려 할 줄 알았는데 연락처라니, 이건 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남녀성비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헌터 세상이라서 건장한 남성을 좋아하는 사회적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또 헛다리 짚은 걸까?

나 같이 이상한 놈이 뭐가 좋다는 건지….

팔찌 보석의 색이 살짝 탁해졌다. 감정 제어가 안 되기 시작한 걸까? 냉정해지자….

가게 평판을 위해서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사적인 연락처는 안 될 거 같네요.”

거절하여도 내 번호가 그리도 궁금한 걸까?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다른 질문을 해온다.

“그럼! 번호가 안되시면…. 유명한 가게라서 그런데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주실 수 있나요?”

본인은 웃으면서 숙녀적으로 권유한다 생각하지만, 내 시선에서 보자면 좀 그렇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 번호를 줘야 할 이유와 같이 사진을 찍을 이유가 뭘까?

사무직이라 그런지, 정장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나쁘지 않지만, 지혜씨와 비교하면 전혀 아니다.

왜 이런 요구를 해오는지 잠깐 고민해보니, 남자 혼자 일하고 있으니까 접근해봤다 혹은 한번 따먹어 보고 싶어서 접근해봤다 중 하나겠지? 아마도 후자 일게 뻔히 보인다. 사진을 같이 찍자는 권유도 사전작업을 위한 걸지도 모른다.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철벽을 치거나 어버버 거리다가 연락처를 가르쳐주어서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겠지?

아무리 타인의 관심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그녀의 행동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직접 당하니까 그냥 귀찮다.

생각도 없는 상대에게 내 신상정보를 가르쳐준다?

나중에 무슨 귀찮은 일을 당하려고…?

그보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쪽을 보지 않지만, 귀를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 바텐더 석에서 훤히 보인다.

보석의 색도 점점 탁해지는데 어쩔 수 없나?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변보다는, 한숨을 푹 쉬고 차고 있는 팔찌를 풀었다.

팔찌를 풀어버리니 나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하던 여성은 순간 멍하니 있었다. 정신을 차리더니 별일 없었다는 듯이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다.

아, 그거 그렇게 마시면 향 아까운데….

@@@

그렇게 심야에 가까워질수록 손님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남은 손님은 2팀 정도.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으려나?

아직 능력제어가 미숙하니, 팔찌를 자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서 몇 번 뺏다 끼기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능력을 제어한다는 느낌이 어떤 감각인지 전혀 모르겠다.

팔찌를 착용으로 인해서, 추근대는 손님이 생긴 점은 마이너스이다.

이런 관심은 나 자신을 봐주는 게 아니라, 그저 놀 상대를 찾는 거처럼 느껴졌다.

일단은 심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제어 팔찌를 풀어둔 상태이다.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면, 능력제어가 너무 안 되는 거 같다.

최대한 빠르게 반납하고 싶은데….

지혜씨에게 잘했죠? 라고 자랑도 하고 싶었는데….

능력제어에 관한 일은 지금 당장 해결이 불가능하기에, 카운터 안쪽의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그편이 나중에 물건을 사용하기가 편하다.

행주로 흘린 술 자국을 닦아내고, 꺼내어 놓은 가니쉬 통 등을 정리하던 도중 헌터들의 잡담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두 여성이었다.

단검 같은 무기를 옷에 결속시켜둔 모습이 헌터라 생각된다.

“크! 위스키는 역시 팔봉 드워프 위스키라니까? 숙성이 매우 짧아도 맛좋지 값도 싸지, 비싼 위스키 못 마시면 이게 최고야 안 그래?”

“드워프 특유의 마법으로 숙성을 처리한다 했던가? 나 참 마법 못 쓰는 인간은 서러워서 눈물이 나네.”

“야, 야! 우리 같은 서민은 소주가 싫으면, 이거라도 마셔야지, 안 그래?!”

현 세상에서 만든 위스키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만든 위스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두 여성.

위스키 한 병을 주문한 손님이다. 일반적으로 바에서 위스키 한 병을 주문하면 엄청난 가격이 나오겠지만, 그녀들이 마시고 있는 위스키는 이쪽 세상과 비교하면 매우 값이 싼 위스키다.

값이 싼 이유는 인류가 점령한 이세계 문에서 생산하는 위스키이기 때문이다.

드워프의 마법이 술 숙성에 제격이라던가?

드워프는 CG 연출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돌 같은 단단한 판에 글을 새겨서 상시 발동시키는 방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위스키 저장고의 벽과 바닥, 천장 구석구석에 글자를 새겨서 위스키의 숙성시간을 단축한 물건이다. 그렇게 시장에 팔고 있는 상표가 팔봉 드워프 위스키다.

단지, 현 지구의 대부분 국가가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인간 우월주의를 의식해서 그런지, 이쪽 세상에서 만든 위스키보다 상위급의 위스키는 생산하지 않는다. 그저 대량으로 생산하여 서민에게 값싸게 공급하기 위한 정도?

물은 엘프가 살던 문에서 채취해가고, 곡물은 수인이 살았던 문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기에 품질이 괜찮은 재료라 생각한다.

그런 재료로 만든 원액을 몇 년 더 숙성시키거나 증류법을 바꾼다면 이쪽 세상 위스키보다 더 맛이 좋은 위스키를 생산이 가능할 텐데, 이런 사소한 곳에서도 인간이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걸까?

인간 우월주의야 어찌 되었든, 원재료 좋지, 문 너머 현지의 노예를 사용하기에 노동비도 없어서 술값이 싸지, 중하위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에서 대량생산까지 하지. 3박자가 두루 갖추어 있기에 싼 맛으로 마시기에는 제격인 위스키다.

그렇기에 원샷으로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걸까?

서로 대화를 하면서 원샷으로 잔을 털어버렸다.

위스키를 원샷으로 마시는 행위 또한 돈을 낸 사람의 자유라 생각하지만, 싼 물건이라서 거부감이 덜한 걸지도?

원래라면 바텐더인 나에게 추가 음료를 주문했겠지만, 병으로 주문하였기에 서로의 잔을 채워주고 있다.

위스키를 따르던 헌터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 보이네. 아까 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왜 이러지?”

“너 벌써 치매야? 옆머리가 긴 남성이었잖아!”

“아, 기억났다. 귀여운 남자아이 같았는데…. 아이라면 지금 시간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거 불법 아냐?”

“으이구. 이년이 벌써 노안이 쳐오고 있나. 키가 작았을 뿐이지 성인이었어. 그리고 작고 귀여우면 괜찮지 않을까?”

카운터에 사람이 없다고 인식하는데 이상함을 못 느끼는 모습이 신기하다 느껴진다.

아니면, 취기가 감돌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의 대화에서 유추하면, 팔찌를 풀어도 바로 잊히지는 않는다 생각된다.

헌터라도 저항 강도가 다르구나?

능력의 강도에 따라 잊히는 정도가 다른 건, 지혜씨랑 실험해서 확인되었으니 또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능력은 대충 확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귀엽더라….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얼굴에 피가 쏠리는 기분이다.

‘잘 생겼다. 혹은 멋지다.’ 였으면 더욱더 좋았겠지만, ‘귀엽다’도 나름의 칭찬이니까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

몇 년 만의 칭찬일까? 직접적인 칭찬이 아닌,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서비스를 드리기는 좀 그렇고 다 마시고 또 주문할 때 서비스라도 드릴까?

그러한 생각을 하던 도중 헌터들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보다. 너 이쪽 구역의 골목에 들어가지 마라. 뒤질 가능성이 높아졌댄다.”

“왜 또? 동네 양아치 년들이 지랄이야?”

“아니, 아까 저녁 시간쯤? 이쪽 상가 국밥집에서, 저녁밥 먹다가 옆자리의 대화를 들은 건데, 독거미년의 지랄병이 터졌대.”

“엑…. 아 그건 좀…. 아, 맞다! 씨발! 한동안 약을 구하러 골목에 들어가는 건 포기해야겠네….아 씨발 올해는 잠잠하나 싶었는데 왜 지랄이야…. 야 너 다른 루트 알어?”

“나도 못 구하게 생겼는데, 뭘 니년꺼 까지 구해줘.”

“하, 씹. 조졌네.”

대부분 사람은 취하면,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진실 된 이야기 혹은 오늘 들은 소문, 상상 속의 이야기나 거짓말 혹은 잡담 등등 다양한 말을 하게 된다.

바텐더 일을 하게 되면, 다양한 소문을 접하는데 조용히 들으면 재미있는 소문이 많다.

어디에 누가 뭘 했니, 누가 병신 짓을 해버렸네, 최근 동네에 웃긴 일이라던지. 듣다 보면 웃기기도 하면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소문을 듣게 된다.

오늘은 뒷골목 쪽의 소문인 걸까?

으음, 확실히 안 좋은 소문이 돌 정도로 좋지 않은 골목이었구나….

하하하….

대로 주변의 치안은 멀쩡하다 했으니 괜찮겠지?

치안은 여차하면 제어 팔찌를 풀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독거미는 누구일까? 약은 뭘까?

같은 동네 이야기다 보니 호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제어 팔찌를 풀고 있지만, 대놓고 듣기는 그러니 주변 청소를 하는 척하면서 두 헌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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