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41화 (41/140)

〈 41화 〉 쓰면서도 고소한(9)

* * *

외출 전에 개판이 난 상황을 처리해야겠지?

로비의 상태를 지나 언니에게 들키는 순간, 정신이 해이해졌니 뭐니 하면서 극한의 생존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결혼해서 기숙사에서 나간 지 좀 돼서 이놈들은 모르지…. 그래도 가끔 기숙사에 놀러 오기에 로비 청소는 확실히 해둬야 한다.

나리는 자신의 주변 녀석들을 깨우기 시작했으니 나도 적당히 깨워볼까.

“야, 야. 너희 빨리 일어나.”

“으어어어…. 누구… 억, 오공팀장님!”

“일어나서 지금 개판 난 거 나리랑 같이 정리해 어서!”

“예! 옙!! 지금 하겠습니다! 전원 기상!”

나의 말에 벌떡 일어서더니 널브러진 녀석들을 깨우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리수거 철저히 하고, 거기 남자들 지금 당장 너희 기숙사로 이동해!”

‘네’라는 우렁찬 대답 소리와 함께 전원 기상을 하지만, 역시 술을 진탕 마셨는지 다들 행동이 굼뜬 다.

이렇게까지 말해 뒀으니 깔끔하게 치워놓겠지.

외출준비를 위해서 일단 방으로 돌아가려 하였지만, 로비 정리를 지시 감독하던 나리가 말을 걸어왔다.

“저…팀장님! 오늘 저녁에 할 거 없는 애들끼리 모여서 번화가에 나가기로 했는데, 팀장님도 가실래요!?”

“엉? 또 술 마시게? 너희 두통 괜찮냐? 난 속은 참아도 두통은 죽을 거 같던데.”

“두통이 문제입니까!? 이번에 멋진 애들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걸요!?”

끄으응…또 홍등가를 가겠다는 건가.

본인들의 돈이기에 상관은 없지만 적당히 좀 했으면 싶은데….

“하아 됐다. 너희끼리가. 매번 안 간다고 하는데 왜 자꾸 권유야.”

“에이. 그래도 저희 팀장님이니까 저희가 가는 곳 권유 드리는 거잖아요… 아…!”

“또, 뭐야?”

대화하던 도중 나리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이 말을 멈춘다.

“팀장님 남자 생기셔…쿠헥!”

“으휴…적당히좀 해라 적당히. 아무런 관계 아니라고.”

나리와 대화 도중 자연스레 손바닥으로 머리를 쳐버렸다.

강하게 때린 거는 아니고 두통으로 머릿골이 울릴 정도의 강도였다.

남의 연애 이야기에 뭐 그리도 관심이 많은 걸까?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까.

나도 사귀고는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성화씨 상황에 너무 급작스럽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남자라…. 흠…

“나리야. 남자들이 좋아할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

“으아아…골이 아직도 흔들려요.”

“아거, 손부터 나가는 버릇에 대해서는 미안해. 그러니까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은 뭐가 있을까?”

나의 사과를 듣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게이트 안에서는 언제나 내 말을 잘 들어주는데 왜 평소에는 이런 분위기지…?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좋긴 한데 가아아끔 불편할 때가 있다.

그보다 고민하는 나리의 뒤에서, 나리를 껴안는 현준이가 있었다.

여성 기숙사에 들어오자고 말한 주동자겠지…?

“그럼 향수나 보석류는 어떨까요? 저는 예쁜 여성으로부터 잔뜩 선물 받으면 기분 좋던데! 그쵸 나리 선배!?”

“혀, 현준아! 거기가 닿고 있거든!? 좀 놓아주지 않을래!?”

“에이 남성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뭐가 부끄러워요? 게이트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화장실이고 샤워실이고 다 같이 쓰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햐읏! 야! 너!”

“그럼 전 먼저 남성 기숙사로 가볼게요~! 누나들 나중에 봐!”

나리를 한번 꼭 껴안더니 그대로 자신의 기숙사 건물을 향해서 간다.

아무리 천칭의 부지 안이라고 하지만, 웃통은 입고 나갔으면 좋겠다.

“야, 현준이가 껴안아 준 게 그렇게도 좋냐?”

“여자로서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요?”

“여자고 나발이고, 진짜 그런 선물을 벌써 주기엔 그렇잖아? 뭐가 좋을까?”

“어…팀장님 진짜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 남성분이 신경 쓰이시나요?”

하긴…평소에도 남자에게 관심 없는 듯한 행동을 해왔기에, 나리도 평소처럼 장난을 걸어온 걸 수도 있겠다.

“아, 관심이 없지는 않지. 나도 이 감정을 잘 모르겠고. 그냥 옆에 있고 싶다 정도라 생각했는데. 서준 오빠가 한 말이 신경 쓰여서 말이지…”

처음에는 친구니 뭐니 나의 감정을 잘 모르고 부끄럽기도 해서…나와 같은 시선에서 바라봐줄 수 있는 친구를 원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친구니 연애니…성화씨가 아닌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더 모르겠다.

“쓰읍…팀장님이 그렇게까지 진지하시다면야…. 혹시 그분 좋아하시는 물건이나 취미 같은 거 아세요?”

“취미나 좋아하는 물건? 음…술?”

성화씨의 방안에 가득했던 인형과 술이 생각났지만, 성화씨의 정신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으며, 인형들을 볼 때마다 옛날의 나처럼 강박증에 모은 느낌이 들었다.

술병들과 비교하면 매우 낡은 느낌의 인형들이었으니, 술이 정답이겠지….

“술이라…어렵네요, 저희 같은 헌터들은 그냥 싸고 양이 많으면 좋은데, 술이 취미라면…음.”

“그러게, 확실히 어려운 문제네.”

뭐, 나도 막내 시절이나 조장 시절에 먼저 죽어버린 녀석들 생각한다고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셨지. 술에 대한 맛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술맛에 관한 관심은 성화씨에 관한 관심과 같이 시작되었으니 어떤 술이 좋은 술인지는 모르겠고…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요. 최근 나온 엘프제 야이라 와인은 어떨까요?”

“처음 듣는 와인인데? 맛이 있대?”

이름만 들어도 게이트 생산제품일 것 같은데…게이트에서 생산된 제품은 품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요즘 남자들 사이에서 유행이래요. 생각보다 맛도 괜찮고 싸니까?”

“비싼 술도 모으는 사람인데, 그걸로 괜찮겠냐?”

“팀장님, 아직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잖아요?”

“그렇지? 직접 본 거는 3~4일 정도고 아직은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

“그렇다면 너무 비싼 물건을 받으면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흠, 처음부터 비싼 물건이면 부담스러운 걸까?

옛날부터 돈에 대한 감각이 둔해서 그런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나리 말대로 적당한 가격이 좋겠지.

“아 팀장님 선물 말고도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요!”

“응? 선물 말고 또 뭔데?”

그렇게 말한 나리는 자신의 가슴을 쭈욱 펴더니 자신의 지방 덩어리를 자랑한다.

나리는 B70 이랬나…?

“그게 뭐?”

“아니! 팀장님 그 가슴을 두고도 무기로 안 쓰시려는 거에요!?”

“히얏!? 나리 너 무슨 짓이야!”

기습적으로 나의 가슴을 만지는 나리였다.

“팀장님! 남자들은 말이죠! 여성의 가슴만 봐도 부끄러워한다니까요!? 팀장님 정도면 몸에 꽉 끼이는 옷만 입어도 남자들은 바로 넘어올 텐데 말이죠? 만지는 느낌만으로도 70은 될 거 같은데! 이걸로 남성들을 안 꼬셔서 너무 아까워요!”

“야 이 나리너! 적당히 해! 적당히!”

일단은 나리를 밀어내었다.

이번에는 장난치는 모습이 아니라 진지한 모습으로 행동하기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나리야 이 지방 덩어리가 뭐가 좋다는 거야!?”

“아우 답답해 팀장님은 가끔 이상한 곳에서 상식이 부족해요!”

“상식이고 뭐고 전투 때 가슴이 얼마나 귀찮은데.”

“전투가 아니에요! 홍등가 남성들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는데 여성의 가슴에는 남자의 꿈과 희망이 들어있대요! 그럴싸하죠?”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두통이 심해지는 기분이다.

“하아…알았어, 알았어. 적당히 가슴을 강조할 수 있는 옷을 입어라는 거지?”

“이그젝클리!”

“되지도 않는 영어는 그만해, 쨌든 고맙다. 로비 청소 감독 끝내고 푹 쉬어.”

“옙! 팀장님도 힘내십쇼!”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내 가슴을 양손으로 잡으면서 내려다봤다.

‘흠…가슴이라. 이런 게 뭐가 좋다고. 전투상황에서 제대로 고정해두지 않으면, 흔들릴 때마다 얼마나 아픈데.’

남자들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

일단은 씻어야겠다 싶어서 샤워부터 시작하였다.

@@@

샤워를 끝낸 이후 한참을 머리를 말리면서 성화씨의 가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개인정보 조사가 아닌, 영업시간과 가게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을 뿐이다.

[카페 숲속 & 바 만월]

qweqw ★★★★☆ : 신비한 체험하기 좋은 곳

vpzswv ★★★★★ : 무능력자라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좋아요

안보여 ★★☆☆☆ : 일반적인 마스터가 있는 바라고 생각했다면 아쉬움

대부분 성화씨의 능력으로 인해서 컨셉형 가게인 줄 알고 있다.

정작 가게 주인은 능력으로 인해 고통받아 왔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떠한 반응일까?

흠…내가 가게에 방문하면 다른 소문이 나겠지?

첫 만남처럼 영업 마감 시간에 가면 될까?

그편이 단둘이서 대화하기 좋겠다.

@@@

자정이 지난 늦은 시간.

솔직히 무엇을 입을지 몰라서, 입을 일이 거의 없는 정장을 입고 버스를 탔다.

‘쓰읍…성화씨도 남자니까 이 정도는 입어야겠지?’

입어서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하기에 입고 나온 거지만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몇몇 남성이 흘깃 보지만 별 감흥은 없다.

‘일단 와인도 샀으니까 괜찮을까?’

와인 하나만 사기에는 좀 그렇다고 생각해서 쿠키도 덤으로 샀다.

이 또한 게이트에서 만든 제품이라서 품질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와인을 만든 곳과 같은 장소에서 만든 물건이라 하기에 구매하였다.

‘성화씨가 좋아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러한 생각을 하던 도중 버스가 상가 구역에 정차하였다.

역시 흑월놈들의 관리구역이라 그런지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거리다.

‘뒤는 썩을 대로 썩었겠지.’

그놈의 3대 조직 협약 건이 뭔지….

한국에서 등급으로 보면 천칭 광휘 흑월이 낮은 등급으로 보일지는 모르나, 실권은 3대 조직이 가지고 있다.

3대 조직 협약은 100년 전에 합의된 협약인데, 범죄조직을 완전히 막지 못하기에 흑월이 암시장 및 범죄조직을 담당하되 민간인은 건들지 않겠다는 협약이다,

천칭과 광휘는 그 협약으로 다른 것들을 얻었다.

광휘는 매스컴의 실권을 장악했으며, 천칭은 도심 쪽 상권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의 기반이 약하던 시절에, 조직적으로 장악을 하였기에 현재도 정부는 3대 조직을 쉽사리 건들지는 못한다.

이건 각 조직의 간부급만 아는 사실이니 굳이 입 바깥으로 낼 필요는 없겠지.

성화씨의 가게가 보인다.

창 너머로 무언가를 마시는 성화씨가 보이는데 보고는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얼굴이 흐릿하게 느껴진다.

지금 제어 팔찌를 빼둔 상태구나. 늦은 밤이니까 팔찌를 잘 뺐다고 생각된다.

‘그럼 들어가서 놀라게 해 볼까?’

생각했으면 실행을 하여야 한다.

연락하고 싶은 것도 참고 왔다.

“성화씨 많이 늦었죠! 서프라이즈~! 하려고 연락 없이 왔어요!”

“지혜씨!“

깜짝 놀래키니 성화씨가 총총걸음으로 카운터에서 걸어왔다. 역시 얼굴 전체를 인지하기는 어렵다.

‘손을 만져볼까? 아니, 볼을 만져보는 게 말랑하고 좋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을 하던 도중. 메뉴판에 붙여져 있는 이 세계에는 없는 크기의 검은색의 깃털.

까마귀 놈들의 상징인 검은색 깃털이 왜 카운터에 달려있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