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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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싸늘해져서 내가 먼저 말을 걸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아가 먼저 말하였다.
“어라 손님 와있네? 게다가 유·명·한 손님이시네요?”
왠지 모르게 지혜씨에게 적대적인 분위기인데 착각이겠지?
아니면 아는 사이거나.
“성화‘씨’ 아는 사람인가요?”
지혜씨도 목소리가 딱딱해져서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이런 경우를 경험한 적이 적어서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어…. 주변에 사는 아는 동생요…?”
“그렇구나…. 아는 동·생 이구나.”
‘뭐지…? 왜 이렇게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정말로 아는 사이인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던 와중에 수아가 말을 걸어왔다.
“'오빠' 이 ‘유명한’ 사람과 어떤 관계야?”
“어…. 은인?”
나의 말에 어깨가 으쓱하는 지혜씨다.
누구든 은인 같은 분이라 말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래…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수아야 오늘따라 왜 그러니? 문제라도 있어?”
“아냐~ 오늘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던 수수께끼가 풀렸거든? 그렇죠 유명인 씨?”
“그러게요? 전 다른 궁금증이 해결된 기분인데…. 그쪽의 현재 소속이 어떻게 되는지?”
“아하하. 소속이라뇨? 저는 민간인인데요? 아니 따지면 약방 딸내미라고 불리고 있네요? 그치 오빠?”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감지하고 수아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수아야 내일 다시 와도 좋으니까, 오늘은 먼저 온 손님과 대화좀 해도 될까?”
“흐응~ 오빠 너무한 걸, 이 귀여운 수아를 두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려 하다니!”
으음. 지혜씨로부터 제어 팔찌를 받기 전부터 수아가 거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기분이다.
‘그때는 정말 몰라서 수아와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더 미안해지네.’
높은 등급의 감지능력자이기에 나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던 거겠지?
수아는 헌터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에 관한 정보도 모르는 게 당연할 것이고….
그래도. 지혜씨가 먼저 온 손님이라서 지혜씨에게 맞춰줄 생각이다.
서로 아는 사이인듯한 눈치라서 합석도 불가능할 분위기고….
‘약방 사장님 천칭에도 납품하시는 건가?’
약방 사장님이 납품할 때 수아도 일을 돕는다면, 천칭의 사람과 만날 확률이 생길 것이며, 지혜씨와 수아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전개겠지…?
나쁘지 않은 추리 같다.
여러 추측을 하던 도중 수아가 가게 바깥으로 나가려 한다.
“수아야 미안해! 내일 오면 서비스 많이 줄게!”
“오빠가 미안해할 이유는 없어~ 내가 미안하지 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으면서 저런 말을 하는 의도를 잘 모르겠다.
“뭐…. 잠시 뒤 보시죠 유명인 씨?”
고개만 뒤로 돌려 지혜씨에게 저런 말을 한 뒤 가게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수아가 가게에 들어왔을 때, 지혜씨에게 주변 약방의 따님 정도라고 소개할 생각이었는데, 뭔가 많이 꼬인 기분이다.
‘역시 천칭에 약품 납품에 있어서 서로 간 오해가 존재하는 거겠지?’
아무리 예상을 해보아도 그런 전개 말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저어…. 지혜씨 죄송해요! 수아가 원래 저런 아이는 아닌데 오늘따라 기분이 나빴나 봐요!”
수아가 나에게 화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수아의 저런 모습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민 중이던 지혜씨는 나의 두 손을 잡으면서 말을 시작하였다.
“아뇨아뇨,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성화씨?”
“네? 그보다 손은 왜….”
“능력 제어 아직 힘드시죠? 속성으로, 잠시라도 좋으니까 같이 연습해봐요.”
그 말을 한 지혜씨는 나의 손을 잡은 채로 집중하는 모습을 취하였다.
손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은 들지만, 평소의 감각과는 다른 기분이다.
나 같은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이게 능력의 원천이라 부르는 힘인 걸까?
그보다 왜 지혜씨가 급해진 기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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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씨는 신기한 남성이다.
성화씨를 만나기 이전의 남성에 대한 생각은 두 분류였다.
헌터라는 직업으로 인해서 거친 성격이 된 남성. 혹은 여성에게 의지만 하려는 남성의 모습만 보아왔다.
게다가 집안의 교육관으로 인해서, 누군가와 사귀는 행위를 귀찮다 여겨왔다.
하지만.
성화씨를 보면 신기하다고 느껴진다.
‘그 누구보다도 남에게 의지할만한 모습이지만,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모습….’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이 있지만 스스로 일어서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성화씨에게 시선이 간다.
이게 사랑이라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서준 오빠의 말대로 나의 마음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말은 쉽지 잘 모르겠다.
‘그냥 확 사귀고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정말로 내가 성화씨를 책임질 수 있을까?
헌터라는 직업적 특성상 금전적인 지원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성화씨를 정신적으로 내가 보듬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득할 뿐이다.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인데, 그걸 빌미로 접근하는 건 비겁하잖아?’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접근하여 사랑을 쟁취하고 싶지는 않다.
‘성화씨의 능력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내가 먼저 고백해볼까?’
사실은.
내가 준비가 덜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성화씨와 술자리를 하다가 누가 먹던걸 주면 어떤 기분인지 묻어왔지만, 딱히 별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이트 원정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데, 남이 먹던걸 먹는 정도는 애교지.’
전장에 널브러진 부패한 시체 조각이나 오물들이 튀어서 입안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훨씬 양호하다고 생각된다.
“이것도 드셔보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마시던 술을 따라 준다.
‘어라?’라는 생각과 함께 ‘성화씨가 마시던 술’이라는 생각이 한가득해졌다.
‘이래서는 내가 남자 같잖아.’
성화씨는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여성스러울 때가 간간이 존재한다.
본인이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닐 테고…. 타고난 성격인 걸까?
“그럼 마셔 볼게요!”
너무 고민하면 이상하게 볼까 봐 술을 마셔 보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인스턴트커피의… 싼 느낌의 단맛이 가득 했다면, 이번에는 커피의 향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어때요?”
“이번에는 단맛이 없고…. 그냥 시럽 안 넣은 커피 같은데요?”
“괜찮죠? 저는 커피 리큐르의 단맛이 싫어서 술과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이렇게 마신답니다. 쓰면서도 고소한 맛이거든요.”
“헤…. 술맛이 거의 없고 커피 같은데…. 이게 술이라니 신기하네요.”
남성치고 술에 관한 지식도 해박한데…. 어디서 배운 걸까?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
‘맛과 다르게 도수가 높은 술이라 하였지?’
첫 만남처럼 만취되어서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기에, 두 잔째부터는 천천히 맛을 보면서 마셨다.
평소에 마시는 술과 비교하면… 이런 맛의 술도 있구나?
‘헌터 일에 너무 집중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네’
가끔 취미 좀 즐기라면서 지나 언니나 팀원들의 타박을 들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술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이 든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도중 성화씨는 카운터의 돈 통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나에게 건네어 준다.
환약인가? 일반인이 가질만한 물건은 아닌데….
“이거 드셔보실래요? 주변 분에게 자주 받는 약인데 효과 좋다고 소문난 약이래요.”
“아니 안 주셔도 괜찮은데….”
전투 중에 알약을 까먹거나 주사를 놓을만한 시간이 없을 때 환약을 활용한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올려주거나 칼로리 공급원으로 활용하거나 용도는 다양하지만, 맛이 너무 없어서 꺼리는 물건이다.
“자 2잔이나 드셨으니 적당히 이쯤 하시고 논 알콜로 드실래요? 아니 그보다 자양강장제 먹어보세요. 생각보다 맛있어요.”
“성화씨 진정해요! 가끔 브레이크가 부서진 것 같으세요!”
“브레이크가 부서진 적은 없답니다? 그러니까 빨리 드셔보세요.”
맙소사 환약이 맛있다니. 성화씨는 벌써 취한 걸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거의 마시지도 않았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성화씨는 ‘이거다!’라고 생각한 행동에는 거침없이 움직인다.
두 번째 만남부터 안겨들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요구하거나.
확실히 브레이크가 없는 성격인 걸까?
“으으…. 항복! 먹을게요!”
성화씨가 자꾸 권유해오길래 항복을 하였다.
본인 같은 일반인보다는 헌터가 먹는 게 좋다나 뭐라나.
후…. 쓰기만쓰지 고무 씹는 느낌의 무언가를 먹는 느낌이 벌써 들기 시작하였다.
‘성화씨의 입맛이 이런 취향이라니…. 이건 예상 못 했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환약을 먹었지만, 내 생각은 잘못되었다.
‘생각보다 맛이 멀쩡한데…? 아니 맛을 숨긴 거야?’
첫맛은 보급되는 환약과 다르게, 그냥 맛있게 배합된 약초를 먹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씹을수록 혀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 맛이 있다.
‘아마도 정신 마비 독의 원재료가 되는 약초 같은데….’
약초에 해박하지는 않지만, 게이트에서 몇 번 사용해보거나 직접 맛을 본 적도 있다.
정제하지 않으면 효능이 크지 않으며, 말린 약초를 먹으면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정도라서, 진통제가 부족하면 사용하게 되는 물건이다.
‘확실히 그 독초의 맛 같은데…. 왜 그 맛이 환약에서 나는 걸까? 향을 강하게 입힌 이유는 독초의 향을 없애기 위해서?’
여러 생각이 오간다.
벌써 성화씨를 노리는 조직이 있는 걸까?
정부라고 생각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정부 놈들이 특정 능력자를 납치한다면, 이렇게 복잡한 절차 없이 그냥 납치한다.
내가 너무 고민했던 걸까? 성화씨의 표정이 걱정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 지혜씨 죄송해요…. 그 취향이 비슷해서 드린 약인데…. 이상한 맛이죠…?”
“푸하, 아뇨아뇨 독특한 약초 맛이 나서 그랬어요. 게이트에서 재배한 약초가 아니면 나지 않는 맛이라서 그렇거든요. 어디서 받으셨어요?”
독초라 하여도 이 정도면 정신을 살짝 몽롱하게 하는 정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성화씨에게 현재 상황을 들킬 염려가 있어서 뱉지 못하고 삼켰다.
이런 약을 성화씨에게 준 놈들은 도대체 누구지?
“어 가게 근처에 있는 박 씨네 약방요…?”
박 씨… 박 씨…. 아, 그 모녀의 약방인가?
고민하던 도중에 가게에 손님이 들어왔다.
내가 마지막 손님일 줄 알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반사적으로 가게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까마귀 놈들의 깃털이 달린 것까진 구역이 구역이다 보니 이해하는데, 왜 가게의 주인에게 이런 약을 먹인 거지?
‘이번에는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독사년…. 제 구역이라고 날뛰는 건가?
사랑 고백 이전에 성화씨를 어떻게든 보호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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