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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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씨의 갑작스러운 능력제어 특강이라고 해야 할까?
능력제어를 좀더 해보자면서 나의 양손을 잡았다.
지혜씨와 맞잡은 손으로부터, 한번은 지혜씨 쪽에서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파도가 연상되는 흐름이 느껴진다.
“대충 감은 오시나요?”
“글쎄요? 지혜씨의 손으로부터 무언가…. 흐르는 느낌은 드는데, 이 느낌이 능력을 쓰는 방법인가요?”
“능력이 워낙 주관적이라서, 제가 느끼는 것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 흐름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능력제어가 좀더 정밀해져요”
손에서 물결처럼 느껴지는 힘이지만, 처음 겪는 일이기에 신기할 따름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상위권 헌터들만의 훈련 방법일까?
“학교에서 이런 이론은 본 적이 없는데, 특별한 훈련 방법인가요?”
“특별하기보다는…. 어, 음…. 그, 그러니까.”
지혜씨는 말을 더듬으면서 단어를 고르기 시작하였다.
특별한 훈련법이면 말하기가 곤란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와주시는데 이상한 거 물어봐서 죄송해요. 상위권 헌터들만의 비밀 훈련인 거겠죠?”
“아뇨! 아뇨!! 절대 그런 것 아니에요! 아으…. 그냥 숨쉬기랑 비슷한 거라서 딱히 이론에도 실리지 않았겠죠.”
“아…. 그런가요?”
“네. 중학교 때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힘을 내보내거나 당기는 느낌 어쩌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었죠? 그게 이런 느낌이에요.”
아,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냥 표현이 다를 뿐이었나.
나는 파도가 치는 느낌인데, 선생님은 언젠가 능력이 생기면 밀고 당겨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런 의미인가?
‘역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네.’
그렇게 지혜씨와 계속 힘의 흐름을 느꼈다.
“성화씨 아시겠죠? 대충 이런 느낌으로 방출계열과 다르긴 하지만, 힘을 내보내거나 들여오는 거예요.”
힘든 일이었던 걸까? 땀을 흘리면서 힘든 노동을 한 것처럼 땀을 닦는다.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던 걸까?
“네, 대충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그보다 마실 것이라도 한잔 드릴까요?”
“그냥 냉수로 한 잔만요. 술은 오늘 이 이상 마시면 안 될 것 같네요.”
“아, 네 잠시만요!”
얼음이 한가득한 컵을 준비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영업 마감 직전의 시간이다.
지혜씨도 영업 종료 시간을 생각해서 더 마시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내일이 휴일이었다면 같이 마시고는 싶은데 어쩔 수 없나?’
일단 준비된 냉수를 주면서 아까부터 생각하던 궁금증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그, 능력이란 게 지금 느낀 힘의 방향에 따라서 결정되나요?”
“푸하! 물 시원해서 좋네요! 능력요? 음, 저 같은 경우는 힘을 밀어낸 다음에 찰흙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으로 창을 만들어요. 그래서 창을 정해둔 형상 외에 다른 형상으로 바꾸려 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아! 그렇다면 저도 밀어내는 느낌으로 힘을 움직이면 될까요?”
“우와와와! 성화씨 스탑! 정지! 멈춰! 안돼요! 지금은 하지 마세요!”
내가 힘의 흐름을 바깥으로 향하게 해보려니, 지혜씨가 다급하게 나를 제지하였다.
능력사용에 큰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성화씨 잘 들어봐요. 성화씨는 지금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이시잖아요?”
“그렇죠…?”
“저는 창을 만들어서 활용하는 방식이라서 능력을 바깥으로 방출해서 창을 만든 거예요. 성화씨의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건가요? 나에게 맞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안 맞는 거랑 같나요?”
지혜씨는 정답이라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나의 말에 호응을 해주었다.
“그렇죠? 은신 능력도 사람마다 달라져요. 힘을 방출하면 은신이 풀려서 힘을 안쪽으로 집중하게 하거나, 힘을 방출하면 은신이 가능한 경우처럼 사람마다 달라요.”
“음, 어렵네요. 그렇다면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과 내가 능력을 연습해보는 것이 무슨 관계일까?
“그게…. 음…. 제가 무섭거든요.”
“네? 능력제어가 왜 무서워요?”
단순히 잊히거나 인지 저해하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지혜씨는 조금 다른 문제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능력 강도에 따라서 잊히는 정도나, 인지 저해가 피부 접촉을 통해서도 안 풀릴 수도 있으니까요.”
“으음, 지혜씨 그 정도로 대단한 능력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요.”
“성화씨. 이때까지 무의식적으로 힘을 흘리고 다니신 게 이 정도였어요. 만약 제어에 능숙하시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수로 능력이 과하게 사용되면 어떻게 될지 보장을 못 하겠어요. 최악은 제가 성화씨를 완전히 잊는 거겠죠?”
이때까지 잊힌 것을, 내가 무의식적으로 흘리고 다닌 힘이라 표현하였다.
확실히 지혜씨로부터 흐름을 알기 전까지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능력을 제어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한 상태다.
‘확실히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네…. 이전 같으면 잊히기 싫다고 우울해하거나 할 텐데….’
무능력자라 해서 우울해하던 과거가 생각나서일까? 아니면 전생에는 능력이 없는 사회에서 생활해서 그런 것일까?
헌터가 될 생각은 없다.
그래도 능력 정도는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지혜씨 말대로 능력사용 후에 나의 존재가 망각이 된다면 사용하고 싶지도 않은 능력이다.
하지만 훈련을 위해서는 흐름의 방향을 알아야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데…. 진퇴양난일까?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생각보다 간단해요. 저 없을 때 하세요.”
“네??”
오늘따라 되묻는 경우가 많다. 지혜씨가 없을 때 하면 관계가 없는 것일까?
“성화씨 제가 게이트에 원정? 아니 출장 갔을 때, 그때도 몇 번 제어 팔지를 뺐다 꼈다 하셨죠?”
“그렇죠? 저도 사람에게 익숙해지려고 몇 번씩 팔찌를 사용하였답니다?”
“어라…? 뭔가 눌러지는 기분은 없으셨고요?”
눌러지는 기분이라면 아마 모래주머니를 찬 정도의 기분을 말하는 걸까?
“있었어요. 약간 가벼운 모래주머니를 찬 느낌? 살짝 눌러지는 기분이었어요.”
“아…. 살짝…. 아니 그게 아니라. 성화씨가 팔찌를 착용했다면 게이트에서 저는 성화씨 얼굴을 제대로 기억해내야 했는데 안 그랬거든요. 아마도 성화씨 능력의 범위는 타인의 시선 안에 들어오면 발동되는 쪽이 아닐까요?”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의 경우에는 나를 인지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인지하지 못하였다.
“혹시 게이트 내에 있으셔서, 제어 팔찌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아닐까요?”
“저어언혀요. 어제는 게이트에 나와서 팀원들의 정리를 지시한다고 이쪽 세계에 있었어요. 그리고 가게에 방문하기까지의 시간에도 성화씨 얼굴이…. 음…. 설명하기 힘드네요. 퍼즐 조각이 하나둘 사라지는 느낌으로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어요. 어제부터 제가 가게 오기 전까지 팔찌를 몇 번이고 꼈다 뺐죠?”
“그렇네요. 어제도 몇 번을 착용하거나 빼두거나 했으니까, 아마도 지혜씨의 말이 맞겠네요.”
지혜씨의 말대로라면…. 아무도 없을 때 연습해야겠다.
‘그런데 방출계열이 아니라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 어떻게 알 수 있지?’
어떻게 나를 잊히게 하는지 인지하게 하는지 검증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은 다행인 걸까?’
생각하던 도중에 지혜씨가 일어나서 가게에서 나갈 준비를 한다.
“자아~. 이지혜 특강은 여기까지 랍니다아?”
“억지로 제 말투 따라 하지 마요.”
“에이. 성화씨 목소리로 들을 땐 좋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말하니까 이상한가요?”
국어책 읽는 어투가 좀 그랬다. 그래도 예쁜 여성이 해서 그런지 어울린다 생각된다.
‘이 세계에서 여성이 저런 말투라면 남성스럽다고 놀림 받겠지.’
이 세계에서 남성인 내가 저런 말투를 쓴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수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지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그래도 습관이 되었는지 가끔 그런 말투가 나오는 게 문제지만.
“자! 계산해주세요!”
“어…. 지혜씨면 얼마든지 무료로 가능한데요.”
“정말요? 와아! 무료가게다! 그래도 계산해주세요!”
“아니 정말로 돈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너무 공짜만 받으면 계속 방문하기 미안해지는걸요?! 그러니까 계산해주세요!”
“그…. 지혜씨가 그렇다면 계산은 할게요. 그래도 서비스값은 뺄게요?”
“네! 대신 서비스나 가끔 해주세요! 그리고 내일…. 아니 모레 다시 올게요!”
“그럼 지혜씨가 마신 두잔 값만 계산할게요.”
일단 카드를 받고 계산을 하지만, 지혜씨의 텐션이 갑자기 오른 느낌이다.
두 잔을 마셨기에 일반적인 손님 수준으로 마신 건 확실하지만 취할 정도는 아닐 텐데…?
계산을 끝내자 지혜씨는 가게 바깥으로 나가려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성화씨 이만 가보려는데. 능력사용은 방출계열이 아니니까 흐름 제어부터 연습해보세요! 그럼 가볼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지혜씨가 나간 뒤 가게의 문이 닫혔다.
시계를 보니 영업종료 시간 직전이다.
‘뭔가 하루가 짧게 지나간 기분이네.’
수아도 왔다 갔고 지혜씨도 방문해서 그런지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 기분이다.
그보다 지혜씨와 수아의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사이가 안 좋아 보이던데…. 천칭에 약을 납품하는 관계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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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씨에게 속성으로나마 능력에 관하여 가르쳐주었다.
본사에 방문한 날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일이 생기면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것 같기에 팔찌에 익숙해진 뒤에 시작하자 생각하며,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왔다.
나 또한 훈련할 때마다 착용하였지만, 이물이 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싫었는데, 성화씨는 가볍게 누르는 정도라 하였나…?
‘그만큼 능력의 총량이 거대한 거겠지.’
속성으로 가르쳐드릴 때 성화씨의 능력 총량 자체는 확실히 엄청났다.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능력의 원천이 되는 힘의 흐름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성화씨의 손을 잡고 성화씨가 가진 능력을 끌어당겨 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비유하면, 훈련할 때처럼 있는 힘껏 능력을 쥐어짠 기분?
다행인 점은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쉽게 움직여준다.
‘아마도 혼자서 훈련하여도 쉽게는 안 움직여주겠지.’
능력사용에 익숙하지 못하니 아마 몇 주, 혹은 몇 달간 힘들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마다 위로해주면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성화씨에게 그런 약을 준 건 까마귀 놈들과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제3의 존재일까?’
정신이 살짝 몽롱한 기분이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된다. 환약 자체도 작은 크기였고…. 문제가 된다면 지속적인 섭취겠지?
가게를 나와 골목을 지나가려던 때에 나의 능력으로 창을 만들어내어 골목을 향해 휘둘렀다.
‘챙’하는 소리와 함께 창이 막혔다.
“어라아? 이런 거 휘두르면 위험하잖아? 그렇지?”
짧은 단도로 나의 창을 막아낸 그녀.
3대 조직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며, 나와 같이 몇 번의 작전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 잘난 ‘까마귀의 독사’ 가 나에게 무슨 볼일이실까?”
“아~. 여기서는 ‘독거미’로 불러주지 않을래? 독사보다는 독거미가 마음에 들었거든?”
아까 먹은 약으로 인해서 힘 조절이 안 될까 봐 긴장된다.
그녀도 3대 조직의 일원이기에 가벼운 싸움 정도야 경고로 끝나겠지만, 다치게 하면 징계뿐만 아니라 조직간 분쟁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성화씨가 가진 ‘약’, 니가 준거냐?”
창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독사년은 감지계열이라 그런지 창을 막고 있는 단검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그녀의 표정은 웃음기가 가득하면서 여유로웠다.
“글쎄에? 나는 모르겠는걸? 그보다 이거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자신이 밀리는 상황에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다.
‘뱀 같은 년….’
지금 이 자리에서 징계를 각오하고 조져버리던지…. 말로 해결하던지 둘 중 하나겠지?
몽롱한 정신상태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생각은 있었다.
‘성화씨는 내가 지켜야 해!’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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