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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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청소는 힘들지 않지만, 생각보다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다.
자그마한 먼지 하나라도 보이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손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 오게 되는 손님을 최소화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잘 안보는 구석진 곳까지 확인을 하였다.
‘매번 느끼지만, 먼지는 하루라도 안 닦으면 너무 티가 나서 싫네…공기청정기라도 정말 사볼까?’
가게 청소에서 매번 힘든 존재는 손님이 흘린 음료보다는 먼지의 존재가 힘들다.
바영업도 같이 하기에, 살짝 어두운 계열의 원목 느낌이 드는 가구라서 그런지, 자그마한 먼지 하나라도 눈에 띈다.
또한 만월 아래 숲속이라는 가게 컨셉상 분재나 꽃 화분이 많은데, 식물의 잎의 왁스층에 먼지가 쌓이면 먼지가 눈에 띄는 게 문제다. 대충 청소를 하고 싶지만, 먼지떨이로 터는 순간 잎이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기에, 한주에 한 번씩 마른 행주로 잘 닦아 줘야하는 귀찮음이 존재한다.
‘화분을 가꾸는 건 좋은데 너무 귀찮단 말이지…. 가게 컨셉을 잘못 잡은 걸지도 모르겠네.’
그냥 모던 바로 운영하는 편이 좋았으려나 라면서 가끔 불평을 하지만, 그날 본 광경을 재현하지는 못해도 비슷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이렇게 운영 중이다.
그렇게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가게 청소를 끝냈다.
이번에는 온다는 손님이 있어서 그런지, 좀더 꼼꼼히 한 기분이다.
먼지와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고 닦았다면, 다음은 카운터를 정리할 시간이다.
개인 사업장에서 카운터 쪽은 중요한 장소이며, 가게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기에, 가장 청결에 신경 써야 하는 장소다.
특히 위생점검이 제일 무섭다. 책이라도 잡히면 벌금에서부터 영업정지까지 다양한 페널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음료를 만들면서, 카운터석이 있다면 대화 상대도 해줘야 하지만 이때까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중요한 장소이기에, 행주를 들고 꼼꼼히 청소를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때까지는 능력 때문에 대화를 못하였지만…바 영업을 한다면, 이제부터 대화 연습을 해야겠지?’
이때까지 말을 걸어도 반응들이 없거나 시큰둥한 반응뿐이었다. 게다가 첫 손님이라도 말을 걸고 나면 재방문 하였을 때 나를 잊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반쯤 포기하고 살았지만, 이제는 말을 걸어본다는 선택지가 생겼기에 나름 궁금하기도 하면서 무서운 심정이다.
아마도 오늘 오는 손님이 첫 연습 대상이 될 것이다.
그전에 능력제어를 어느정도 감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팔찌를 하는 정도로 만족을 하고 있다.
일단 카운터의 정리가 끝났다면, 재고 확인을 한번 하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 좋다.
‘생크림 재고는 들어왔고…. 이런, 레몬 손질해야 하네.’
재고를 확인하면, 전체적인 가게의 파악과 함께 손질을 해야 하는 품목을 알 수 있게 된다.
딸기나 복숭아 같은 과일은 논 알콜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알콜이든 논 알콜이든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레몬이나 라임 같은 귤속과의 과일이다.
여기에선 라임이 구하기 힘들고 비싸다 보니, 레몬을 주로 사용한다.
논 알콜이나 칵테일 가니쉬 용으로 생 레몬을 자르거나 슬라이스 해서 건조해 둔다.
라임은 생각보다 비싸고, 레몬정도면 그나마 값이 싸고 향도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레몬 손질 오래하면 냄새가 손에 베이는 점일까?’
귤속과는 향이 매우 강하기에 손질을 하다 보면 향이 피부에 스며들기도 하고, 산도가 높다 보니 피부 감촉이 몇 시간동안 이상해지는 점이 문제다.
‘오늘은 일찍 출근하기도 하였고…레몬 손질이나 할까?’
고급바나 모던바의 경우에는 생 레몬을 활용하겠지만, 나 같은 개인사업장에서는 슬라이스 해서 건조한 레몬을 활용한다.
그 편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용기에서 꺼낼 때 건조하기에 때내기도 편한 장점이 있다.
레몬 손질을 위해서는 뜨거운 물과 소금 혹은 베이킹파우더가 필요한데, 레몬을 장기간 보관 및 선도 유지를 위한 왁스 코팅을 벗겨 내기 위해서이다.
과육만 먹는다면 괜찮지만, 껍질까지 장식으로 사용하는 음료계에서는 중요한 작업이다.
일단 큰 볼에 베이킹 파우더와 물을 붓고 레몬 몇 개를 넣었다.
그리고 음료용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둔다.
일반적으로 물을 끓여도 무방하지만, 정수기를 사용하는 이유는…그냥 물을 따로 끓이기가 귀찮고…24시간 준비 되어있는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뭐, 귀찮아서 이러는 게 맞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귀찮은 작업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했을까?’
일단 뜨거운 물을 준비했지만, 음료용 정수기라서 물의 온도가 기존의 일반 정수기보다 매우 높다. 그렇기에 잠시 온도도 식힐 겸 미리 떠 둔 것이다.
이제 베이킹파우더를 섞은 물에 담궈둔 레몬을 손으로 한 번씩 문질러 주었다.
이때 왁스층이 살짝 녹아서 그런지, 레몬이지만 껍질이 미끌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 작업을 끝냈다면, 준비된 뜨거운 물을 이대로 살짝 섞어서 미지근한 물로 만든다.
뜨거운 물을 바로 사용하지 않고 온도를 맞추는 이유는 너무 온도가 높으면 레몬이 익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몬이 익게 되면, 과육이 흐물흐물 해져서 사용할 수가 없기에, 적당한 온도 조절이 필수다.
그렇기에 미지근한 물에서는 더욱더 빠르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왁스층이 더욱더 녹은 느낌을 받으면, 물을 버린 후에 굵은 소금을 넣어준다.
이번에는 소금으로 문질러주는 작업인데, 손에 상처가 있다면 가장 고된 작업중 하나다.
‘자그마한 상처 하나로도 엄청 따가웠지…?’
레몬의 껍질에는 향이 강한 에센셜 오일이 함유되어 있다. 거기에 소금까지 더해서 상처에 들어가면? 고문 받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뒤로 상처가 있다면, 고무장갑을 낀 채로 작업을 하게 된다. 오늘은 손에 상처도 없으니까 괜찮겠지?
이제 물로 헹구면 레몬 손질이 끝난다. 처음과 다르게 표면의 감촉이 달라졌다.
‘후…매번 생각하지만, 물 관련 능력자면 이런 거 금방 처리하지 않을까?’
물을 사용하는 능력자면 실생활에서 유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마를 준비한다.
레몬을 반월형태로 자르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칼로 레몬을 자르면서 나는 통통 거리는 소리가 가게안을 맴돈다.
칼이 도마를 치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을 이루다 보니 리듬을 타게 된다.
격하게 춤을 추거나 하지 않고 흥얼거리는 정도?
흥얼거리다 보니 문득 능력에 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지혜씨가 가르쳐주었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아직은 팔찌를 해야 하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흐름은 완벽하게 컨트롤 하지는 못하지만, 나 스스로도 하루만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어젯밤에 연습하였다.
대충…지혜씨가 ‘움직여준 수준까지’는 움직이게 되었다.
이제 어떤 조건에서 능력이 발동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 하는데…몇 안 되는 지인에게는 하고싶지 않고, 일반 손님을 대상으로 연습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레몬을 다 썰었다.
이제 건조기에 펼쳐 두고 몇시간 정도 두면 레몬칩이 완성이다.
생과일에 비교하면 활용도가 낮지만, 보관성과 사용하기는 쉽다는 장점이 있다.
레몬 에이드나 차, 칵테일의 경우 말린 칩을 꼽으면 그만이다.
생 레몬과 다른 장점으로는 부피가 좀더 얇어서 마시는데 방해가 안되는 정도?
레몬을 건조기에 올리고 나니까 시간이 오픈전이다.
‘목도 마른데 한잔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레몬을 썰다 보니까 새콤달콤한 무언가를 마시고 싶어 졌기에, 라임주스와 탄산수를 준비한 뒤, 얼음을 담은 컵에 라임1: 탄산수5 정도로 배합하여서 마셨다.
여기서 설탕과 민트 잎, 화이트 럼을 넣어주면 모히토가 된다.
아니면 탄산수 + 라임주스를 베이스 삼아서 보드카나 진을 부어주면 적당히 어레인지 된 피즈 계열의 칵테일이 가능하며, 알콜 향이 약한 게 싫으면 라임주스와 드라이 진만 넣어서 김렛을 만들면 된다.
‘지금은 영업 시간이니까 오늘 영업 마감 후에 오랜만에 김렛이나 마셔 볼까?’
식사류도 그렇지만, 음료 또한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맛과 향을 내기에, 음료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베리에이션이 다양해지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라임주스를 넣은 탄산수를 한잔하면서 카운터에 앉아 있다 보니 가게 오픈시간이 다 되었지만, 조금 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에이 설마, 오픈하자마자 바로 손님이 들어닥칠까봐. 아직 퇴근시간 전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여유를 부려볼까?’
가게오픈은 오후4시 전후로 하기에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손님이 많아졌다가 한 번에 빠진다. 그리고 9시부터 시작해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서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진다.
카운터 의자에 앉아서 논 알콜을 마시다보니 너무 방심한 탓일까?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당황해서 말을 조금 더듬어 버렸다.
어라? 들어온 손님은 수아였다.
“쨔쟌~! 오빠! 나왔어! 놀랐지!?”
“어라…? 수아야 이 시간에는 조금 바쁘지 않았어?”
“너무해에! 오빠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데! 바쁘더라도 와야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텐션인데…?’
기분탓이라 생각하면서 수아에게 앉을 것을 권한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으음, 그럼 뭐 라도 마실래?”
“우~! 또, 또 나의 사랑을 회피한다! 사장님 제 사랑을 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
“장난은…. 매번 말했듯이 나보다 좋은 사람 찾으라니까?
“에이~ 나는 오빠가 아니면 안된다니까아?”
능글맞게 웃으면서 또 다시 장난쳐온다.
지혜씨와 다르게 단정하게 정리된 단발 머리에, 몸매를 가리는 사이즈가 큰 옷을 입고 다니는 수아는, 남녀역전세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남자들에게 고백을 많이 받을 만한 모습이다.
지혜씨가 야성미가 넘치는 말 같다면, 수아는 음…. 동내의 노는 언니? 왠지 모르게 내 앞에서만 이러지 다른 곳에서는 날카로운 모습일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가끔 웃음에서 위화감을 느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다시한번 열리는 가게의 문.
‘어라…? 오늘따라 오픈시간이 되자마자 왜 이리 손님이 많이 오는 거지?’
이번에도 손님에게 인사를 하려 하였지만,
한참을 달린 듯한 모습으로 황급히 들어오는 손님으로 인해서, 인사를 하지 못했다.
손님의 정체는 지혜씨 인데….왜 뛰어온 거지…?
“성화씨! 제가 좀 늦었…죠?”
지혜씨는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수아와 지혜씨의 눈이 마주쳤다.
““아.””
‘아’딱 한마디. 그리고는 가게안의 온도가 내려가는 기분이다.
역시 아는 사이 같은데…중재하는 편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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