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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49화 (49/140)

〈 49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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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님과 대화하는 기술을 연습을 해이지 라면서 다짐했지만, 가게에 방문한 첫 손님 아니 두 명의 손님은 나의 지인이었다.

박씨 약방의 박수아, 천칭의 제5공격팀 팀장인 이지혜, 몇 안 되는 나의 지인이다.

수아의 경우에는 정확히 몇 월에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1년은 지난 사이다. 첫 만남은…. 수아의 대학 졸업 이후 박씨 아주머니의 약방의 후계자로서 가게 일을 시작하면서 이쪽 상권 가게마다 인사를 다닐 때였나? 그때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쯤 나의 능력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라서 지속적인 우울증 같은…. 음, 흔히들 말하는 멘탈이 터진 상태였지만, 수아 쪽에서 들이댄다고 해야 할까? 매번 말을 걸어왔지만, 피하기만 급급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도한 상황이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수아의 평소 옷차림이, 약방에서 약재 등을 관리와는 조금 먼 스타일이다. 언제나 폼이 넓은 옷을 입으면서도 웃음기를 잃지 않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 걸까? 매번 수아를 경계하긴 하였다.

내가 경계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능글맞게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피했고.

아니 뭐, 이런 세상에 몇 십년을 살다 보면 적응이 안되면서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다. 범죄관련 뉴스에서 남성 피해자를 보게 되면, 내가 신경을 안 쓴다고 말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쓰게 된다.

‘여러가지 의미로 정신이 내몰리기도 했지….’

확실히 정신적으로 쫓기는 느낌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수아를 대할 때 회피하는 식의 대화로 이어 나갔다.

만약에 그때 수아와 대화를 많이 하였으면, 나의 능력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까? 수아가 감지능력자인 것을 알고 내가 조건만 알았다면, 지금과 다른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수아 정도면 최고의 신붓감 까지는 모르겠고, 재력으로 문제없다 생각한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아주머니와 수아가 약을 주게 된 점을 뺀다면 말이지. ‘

그래도 먹다보니 기운은 났다 해야 할까? 너무 자주 주다 보니 좀 그렇긴 했지만…. 거의 매일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받다 보니 지혜씨에게도 좀 줬는데, 맛이 이상했던 걸까? 어제의 ‘윽’ 하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수아와 다르게 지혜씨는 만난지 이제 2주가 다되어 가는 사이다. 여러가지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보이기도 했으면서,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으음, 내가 좀 비상식 적인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다 받아 주었다.

아니 남녀역전세계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좋으면서도 괜히 손을 댔다가는 신고당할지 몰라서 그런 어정쩡한 행동을 취한 걸까?

이도 저도 못하던 지혜씨의 서툰 모습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남녀역전 세상의 법칙을 몸으로 알게 된 계기는, 그날 지혜씨에게 안겼을 때였다.

‘전생의 여성들은 남자들을 놀릴 때 이런 재미를 느꼈겠지.’

여우짓 같기는 한데 재미있다.

‘너무 하면 역효과 일려나?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네.’

어찌되었든 상대하기 편한 지인이라서, 대화 연습을 편하게 할 줄 알았지만, 그 둘은 만난 직후 ‘아.’를 서로 외친 후에 카운터 테이블에 앉은 뒤 말이 없어졌다.

‘대화가 없어진지 5분은 된 것 같은데…역시 아는 사이겠지?’

아마도 아는 사이라서 이런 냉랭한 분위기가 된 것이라 추정된다. 역시 납품 관련으로 인한 트러블인 걸까?

가게 주인으로서 어떻게 든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데…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지를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내가 가게 주인이잖아?! 아직은 바 영업 시간은 아니지만 바의 마스터로써 최선을 다해서 화해시켜야지!’

일단은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는데.

“저기….”

막상 말을 꺼내려니 어떠한 말이 좋을지 몰라서 ‘저기.’라고 하였다.

나의 말에 먼저 반응한 건 수아였지만, 지혜씨도 거의 동시에 말하였다.

“아, 오빠를 잊었네 미안미안! 누군가 때문에 말하기가 껄끄러워서 말이지~.”

“성화씨! 이런 이상한 여자는 내보내고 저희끼리 이야기나 하죠?”

생각보다 관계가 매우 나쁜 것 같은데….

“하아? 단둘이서? 뭘 믿고? 요즘 안 좋은 뉴스도 많이 떠도는데…. 혹시?”

“웃기지마! 내가 너처럼 간….”

“워워, 진정해 진정. 그 이상 말하면 좀 그렇지 않을까~?”

지혜씨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이 손을 들고 지혜씨의 말을 끊는 수아였다.

어떤 말인지 궁금한데….

수아와 지혜씨의 대화를 듣다 보니 으음….

“사실 너네 사이 좋은 거 아니야?”

사실은 좋은 사이거나 그런 관계가 아닐까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거든!”

“아니에요!”

거의 동시에 말하는 둘. 진짜로 사이가 좋은 것 아닐까 싶지만, 본인들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 냉수라도 드실…아니 마실…음, 둘이 있으니까 말투가 애매해지네, 요….”

어투를 어떻게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수아면 동생 같은 아이라서 그런지 편한 말투가 되지만, 지혜씨는 아직 말을 놓기가 그렇다.

나의 말에 무언가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수아가 웃기 시작한다.

“어머. 아직도 말을 못 놓는 사이야? 역시 내가 제일 친근한 거지 오빠~?”

“아, 아니 꼭 그런 거는 아닌데. 아으….”

“아닌 게 어딧어~. 친근하다 안 친근하다지. 누구와는 다르게 우리는 친하잖아?”

“수, 수아야 오늘따라 왜 이러니!”

평소의 수아라면 조용히 일상적인 대화를 하거나 서로 침묵을 즐기거나 했을 텐데. 오늘따라 수아의 발언이 지혜씨를 도발하려는 발언으로 가득하다.

수아의 말에 의해서 지혜씨의 몸짓이 발끈 했다는 듯이 움찔거렸다.

“성화씨! 저희도 말을 편하게 하죠!”

“아니 그래도 예의라는 게….”

“아뇨! 괜찮아요 성화씨와 더 친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아요!”

“그, 그럼 지…지, 지혜야?”

“응~!”

지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수아에게 눈짓했고, 수아는 ‘칫’ 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

수아의 발언에 의해서 말을 놓게 되었다.

‘이쯤 되면 둘의 관계가 궁금해지는데…둘이 있을 때 말을 해줄리가 없고 나중에 물어봐야 겠다.’

그렇게 둘의 관계가 궁금해할 때 지혜가 질문을 해왔다.

“아참! 어제준 약 어디서 사 오신건가요?”

앗, 평소라면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지만, 수아 앞이라서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그보다 갑자기 말을 놓으려 하니 국어책 읽기 어투가 되어버렸다.

“그…그, 수아가 운영하는 약방서 받은 거예요. 아니 받았어. 역시 맛이 이상 했어…? 으! 역시 존댓말 하다가 말을 놓으려니까 더 이상해지는 기분이에요!”

“아하핫! 너무 귀여운 걸요! 뭐, 정 힘드시면 편하게 말해주세요.”

“하아…. 아직 가게 영업 시작한 시간인데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기분이에요. 약은 ‘수아한테 받은 약이에요.’ 평소 자주 받던 약이라서 지혜씨에게 챙겨드린 건데…. 어, 수아야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야.”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지혜씨에게 약의 출처를 알려주었지만, 수아에게 미안해진다. 나름 나를 신경을 쓰기에 챙겨준 물건인데 다른 사람에게 줬다니….

“그, 약방 광고해주려는 의도도 있었어! 그러니까 미안해!”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니까~?”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약간 실망한 듯한 느낌을 받는 목소리였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본인이 준 물건이 남에게 갔다? 역시, 신경을 쓰이겠지.

“하아…정말 미안해 다음에 오면 서비스라도 해줄게.”

“뭐어~. 그 정도면 충분해~.”

웃으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지혜씨와 수아의 침묵속에서의 기싸움은 여전한 상태다.

진짜 이대로 둔다면, 들어오는 손님도 나갈 기세다.

아직까지 손님이 오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정말로 내가 해결해야할 문제일까?

“일단 뭐라도 마실래?”

이대로 둔다면 끝이 없을 것 같기에, 뭐라도 마신 다음 따로따로 오도록 해야겠다.

둘 다 특별한 답변 없이 끄덕인다.

“그럼 커피로 한다?”

“오빠가 해주는 커피면 뭐든 좋지~.”

“성화씨가 해준다면 뭐든 좋아요!”

둘은 정말 사이가 좋은 것 아닐까?

분위기상 서로 상극되는 느낌인데….

‘역시 그 커피가 좋겠다.’

짜면서도 달달한 커피 같은 극과 극의 조합 정도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냉장고에서 병들을 꺼내면서 커피를 준비하였다.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서로 말없이 신경전만 계속되니까 잠시 마실 것을 준비하면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런 엉망진창인 대화라도 즐겁다니.’

어떤 의미로는 정말로 가게 영업을 한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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