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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50화 (50/140)

〈 50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7)

* * *

음료를 만들려고 하는 도중이지만, 역시 이상한 분위기다.

“정말 분위기 이상하게 있을 거야?”

“오늘은 좀 그러고 싶네~.”

“아니 성화씨 그런 게 아니예요.”

내가 말을 걸면 답변을 해주지만, 여전히 서로 말이 없는 둘.

아무리 납품 관련 일 때문에 싸운 것일지라도 이정도까지 사이가 나빠질까?

“하아…. 일단 커피부터 줄게.”

내가 한숨을 쉬자, 지혜씨는 움찔했고 수아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내가 갑이 된 기분인데?

그보다 음료준비가 우선이기에 카운터 아래의 냉장고를 확인하였지만, 준비된 재료가 없는 빈 병만 있었다.

‘이런…깜빡 하고 다 쓰고 병만 넣어버렸네.’

어제, 마감 시간전에 다 사용하였지만, 퇴근후에 능력 연습을 어떻게 하지라는 잡생각을 하다 보니 습관대로 빈 병을 냉장고에 넣어버렸다.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

만드는데 오래 걸리는 물건은 아니기에 즉석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뜨거운 물 50ml 정도 준비하고 소금과 설탕을 넣는다.

비율은 설탕 10~16: 소금 1 정도일까? 본인 취향대로 넣는 게 음료지만, 판매하는 음료이기에 되도록이면 맛이 일정할 수 있도록 비율을 정해 놓고 판매한다.

하지만, 이번 손님은 지인이기에 나름 맛의 강약조절을 해볼 생각이다.

‘날씨도 좀 그렇고 하니까, 약간 강한 맛으로 하는 편이 좋겠지?’

설탕의 비중을 조금 낮춰서 뜨거운 물에 녹여준다.

적당히 휘저어주면 설탕과 소금이 녹지만, 2인분 분량의 설탕과 소금이라 그런지 잘 녹지 않기에용해율을 높이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50g 더 넣어줬다.

‘여전히 말이 없네. 아니 그보다 왜 자꾸 날 봐?’

지혜씨와 수아는 서로 말이 없지만, 둘 다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음료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내 얼굴만 보는 기분인데, 수아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자주 그래왔기에 그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지만, 지혜씨의 경우 이러는 모습이 처음이다.

아니, 만난지 몇 번 안돼서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를 빤히 보다가 수아를 흘겨보았다.

아무리 봐도 ‘우리 둘 무언가 문제가 있습니다.’ 느낌인데, 말을 안 해주니 알 수 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슬쩍 바라보면, 둘 다 내 시선을 피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오늘 하루는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대화의 기술을 늘려 야지’를 다짐했는데….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속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 적당히 녹였으니 물을 추가해준다. 두 명 분량이라서 전체적인 물의 양이 200ml가 될 정도로 냉수를 넣었다.

처음부터 냉수를 넣으면 되지 않았냐 싶지만, 냉수를 넣고 시작하면 설탕과 소금이 잘 녹지 않는다.

설탕이나 소금을 탄 물을 마셨는데 맹물 맛만 나고 끝에 가루 같은 게 입안에 들어와서, 전체적인 맛을 망치는 느낌으로 과하게 달거나, 심하게 짠 맛을 내면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

그렇기에 좀더 빠르게 녹일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을 쓰는 이유이다.

‘일단 설탕이랑 소금 섞은 물은 완성했고, 다음은 커피랑 크림이지?’

빠르게 설탕 소금물을 만든 이후 테이블석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한가득 한 상태다.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 싸워서 서로 나쁜 분위기지만, 내가 말을 걸어도 문제없는 분위기.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생각을 하던 것을 묻게 되었다.

“그래서 수아랑 지혜씨가 싸울 일이면, 약초나 환약 관련 납품 쪽이야?”

너무 궁금하기에 말을 꺼내어 봤지만, 생각 없이 입이 먼저 열린 탓일까? 수아와 지혜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응?”

“예?”

음, 헛다리를 짚은 걸까? 나름 용기내서 말해본 것인데 부끄러워진다.

“아니야? 으음, 멋대로 생각해서 미안해.”

“아냐 아냐~. 오빠 말 대로야 어떻게 알았어? 너무 놀라서 되물은 것뿐이야~.”

“야! 너 뭔 개소…으앗! 아프잖아!”

내가 사과하자 수아가 내 말이 맞다는 듯이 말을 해왔다. 그리고 지혜씨가 화를 내려 하였지만, 수아가 지혜씨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하~. 우리 지혜 팀장님 내가 납품 실수했다고 아직도 뚱해 있어~? 술은 아니지만 한잔 마시고 풀자구~.”

“아니…. 하아. 그래 커피라도 마시고 풀어 야지. 성화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기업간의 일이 에요. 그렇지?”

“그러엄. 천칭의 팀장이 얼마나 깐깐한데~. 대부분 넘어가는 일조차 따지고 넘어간다니까? 놀랍지 오빠?”

“으, 응 그렇네.”

“야! 뭔 쌉소…으악! 그만 좀 찔러!”

둘이 그렇다고 말하는데… 그런 거겠지…? 아무리 봐도 말 돌리는 중인 것 같은데….

‘진짜 지혜씨든 수이든 다음에 왔을 때 물어봐야 겠다.’

일단은 계속해서 음료를 준비하였다.

이번에는 에스프레소를 뽑는 동안, 생크림을 준비하였다.

생크림은 프랜차이즈처럼 휘핑크림이 아니라 생크림에 시럽을 더 해서 휘핑기로 거품을 부풀려서 묽은 크림을 만드는 정도이다.

프랜차이즈의 휘핑은 가스를 사용한 크림이라서 일반 개인 사업장과 비교하면 다른 느낌이다.

휘핑기로 생크림을 부풀리는 동안 지혜씨와 수아를 바라보지만, 아까 보다는 편해진 분위기인데…암묵적으로 무언가의 합의를 본 것일까?

음료부터 집중해야겠다.

밑재료를 준비했으면 컵에 얼음 한가득 넣어서 두 잔을 준비했다.

자, 이제 준비된 설탕 소금물을 각각 100ml씩 컵 안에 따라준다.

여기서 포인트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섞인 미지근한 물을 식혀줄 겸, 잔을 잡고 살짝 흔들어주는 편이 전체적인 온도가 안정화된다.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음료를 마시면 최악이지 않는가? 그런 이유로 안정화가 필요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제 얼음이 동동 떠있는 설탕 소금물위에 얼음위에 붓는다는 느낌으로 에스프레소를 부어주면 약간 불투명한 층과 에스프레소 층이 나뉘어진다.

‘온도가 일정하지 못하면 이 층이 안 나오지.’

그렇게 층을 나누었으면,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자, 다되었 답니…아니 여기 소금커피 나왔습니다.”

이번에 만든 커피는 흔히들 솔티커피라 부르는 소금커피다.

소금커피라 하여서 짠맛만 나는 커피라 착각하기 쉽지만, 재료만 보면 알 수 있듯이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다.

단맛이 가득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짠맛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단짠단짠의 음료다.

“네…? 소금요?”

“어머나, 팀장님은 그런 것도 몰라?”

조금 전에 분위기가 그나마 나아지나 생각 했던 것은 아마 임시 휴전의 느낌이었던 것일까?

지혜씨가 발끈하였다.

“야, 박수아 너.”

“이런, 말투가 좀 습관이 되어버려서, 미안해~?”

아무리 봐도 의도적인데….

“적당히들 하고 한잔 마시고 진정들 해주면 안 될까?”

“으음, 오빠가 그렇게 말한다면 여기까지 할게.”

지혜씨는 수아의 말투로 인해서 짜증이 난 상태이기에, 내가 직접 말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가 사장이잖아? 그러니까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할 의무가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혜씨를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지혜씨의 말이 더 빨랐다.

“하. 내가 말을 말지.”

윽…화가 난 모습인데 괜찮으려나…?

달달한 무언가를 먹으면 사람의 기분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는가?

일단 한잔 마시게 한다음에 진정시켜야겠다.

“지혜씨도 진정하고 한잔 마셔보세요. 소금커피라고 해서 정말 짠맛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후. 그러네요 성화씨가 주는 건데 이상한 맛일리가 없잖아요?”

지혜씨와 수아를 보고 있으니 떠올라서 만든 커피인데. 역시 처음 보는 커피라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나의 말을 듣고는 머뭇거리던 느낌이 없어지고 커피를 마시려고 하였다.

“이상한 맛이라고 혼자 상상해 놓고는~.”

“수아야. 그만. 오늘따라 둘 다 이상해. 말해줄게 아니라면 그만 싸워줘.”

“아니, 오빠 싸운 게 아니야. 그냥 대화인걸?”

수아의 빈정거림에 지혜씨가 순간 멈칫했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뭔가…생각나던 단어가 있었는데, 이제 제대로 생각이 났다.

‘유치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싸움이다.

‘여자들이란’ 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하아…둘 다 오늘따라 유치하다고 생각하는데…내 착각이겠지?”

“아니…뭐 인정할 게.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하죠 천칭팀장씨?”

내가 슬슬 짜증을 내려 하니 수아가 눈치를 채고는 지혜씨에게 사과하지만, 너무 건성 건성이다.

이 이상 일을 벌리기는 싫어서 모른 척하였지만, 뭔가 알 듯 말 듯한 기분이 좀 아니다.

지혜씨는 수아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사과를 한 귀로 흘러 듣고는, 나의 말에 억울하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어…음, 저는 말 많이 안 했는데요?”

“행동요 행동.”

“아, 죄송해요.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지혜씨의 경우에는 수아의 일방적인 비꼼에 말린 기분이다.

어떤 의미로 피해자이지만, 반응이 어른답지 못했다.

둘 다 유치한데…음. 이런 장면 어디서 본 듯한 가시감이 느껴진다.

아….

전생에서나 보던 드라마나 연애 이야기?

에이, 설마.

근데 현재를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게 매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나쁘지는 않겠네.’

생각을 하다 보니 재미있어져서 피식 하면서 남아있던 탄산수를 더한 라임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손님 응대를 하다 보니 얼음이 녹아서 많이 묽어 졌지만, 다양한 농도를 맛보는 것 또한 음료의 즐거움이다.

그보다. 솔티커피에 대한 감상은 어떨까? 수아에게도 준 적이 없는 커피인데, 일반적으로 손님들은 음료나 음식, 서비스에 관해서 불만이 있다면, 말없이 그 가게를 재방문 하지 않기에 직접 감상을 들을 기회가 적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에는 능력으로 인해서, 인간 관계가 거의 단절이 되었고…. 남들이 들려주는 감상이 궁금해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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