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짜면서도 달달한 맛(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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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티커피를 칵테일의 빌드 형식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잔안에는 물과 커피, 생크림 층이 확연하게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크림 위에 뿌려진 하얀색 소금이 보석가루를 뿌린 느낌을 내고 있다.
처음 보는 커피라서 그런지 둘 다 마실지 말지 머뭇거린다.
“안 마시나요? “
“아뇨, 마실 거예요! 정말 보기도 예쁘네요! “
지혜씨는 처음 보는 커피라 그런지 당황하면서 잔을 들지만, 수아는 알고 있는 커피였는지 여유롭게 잔을 들었다.
“듣기만 했지 처음 마시는 커피인 걸? 그냥 마시면 되지?”
“아니 딱히? 수아야 빨대라도 줄까?”
“아직도 애 취급이야? 이정도는 그냥 마셔~.”
딱 봐도 처음 마시는 커피라 살짝 당황한 느낌인데….
수아의 나이가 나보다 어려서 그런지 가끔 속마음이 뻔히 보인다.
그리고 두사람은 경쟁하듯 마시지만, 딱히 마시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마시면 된다.
현재의 물방울 모양 잔으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그대로 마시는 방법이다.
생크림이 제일 위층에 있어서 그대로 마시면 생크림만 한가득 들어올 느낌이지만, 제일 아래층의 설탕 소금물이 입안에 흘러 들어오면서 에스프레소와 생크림을 같이 마시게 된다.
일반적인 수직 잔이면 힘들지 모르나, 물방울 모양 잔이라서 쉽게 마실 수 있다.
물방울 모양 잔의 특징은 아래쪽이 넓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진다.
즉, 실제 에스프레소와 생크림의 양은 적다. 그래서 그냥 마시면 물이 흘러 들어와서 전체적인 맛을 볼 수 있게 된다.
단점으로는 입술에 생크림이 많이 묻는다는 정도?
‘지혜씨나 수아나 둘 다 화장을 안 하니까 상관없겠지.’
여성들은 화장을 잘 안 하지만, 피부가 매끄러운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입술에 생크림이 묻는 게 싫다면 섞어서 마시는 방법도 있다.
빨대로 잘 섞은 다음에 마시는 방법도 있지만, 생크림의 윗부분에 뿌린 소금 맛은 못 느끼는 단점이 있다.
본인의 취향대로 마시는 게 정답이다.
솔티커피, 소금 커피라 불리는 이 커피는 듣기만 하면 매우 짠 맛을 낼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달다.
하지만, 실제 들어가는 소금의 양은 아주 조금이다.
지혜씨는 한모금을 마시더니 깜짝 놀랐다는 표정이다.
저거 분명히 소금 맛나는 커피를 상상했지만, 생각 외로 맛이 좋아서 놀란 표정이다.
깜짝 놀란 표정이지만, 입술에 생크림이 묻어서 그런지 귀여움이 느껴진다.
평소에도 자주 만들지만, 손님으로써 감상이 궁금하기에 지혜씨에게 맛에 대해서 물어봤다.
“맛 특이하죠?”
“네! 생각보다 달아요! 진짜 소금만 들어간 커피인 줄 알았어요.”
“그렇죠? 첫 맛은 어떠셨나요? 손님으로서 감상을 듣고 싶어요.”
“생크림이 한가득 해서 ‘이거 제대로 마실 수 있을까?’ 라고 생각 했는데. 그냥 마시니까 커피향이 나면서 달달한 게 좋네요. 특히 생크림 위에 뿌렸던 소금 가루가 입안에 들어왔을 때 짠맛이 강렬하네요.”
역시 소금 커피의 포인트는 설탕 소금물이 아니라 생크림 위에 올라가 있는 소금이 입안에 들어왔을 때 퍼지는 짠 맛이 포인트이다.
실제로 들어간 소금은 미량이지만, 설탕과 대비되는 맛이기에 강렬하게 느껴지며 이름 그대로 소금 커피라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소금을 많이 넣어서 소금 커피가 아니라 소금의 맛이 강렬하기에 소금커피인 것이다.
“그게 포인트인 커피 랍, 커피죠. 단맛과 짠맛은 극과 극이지만, 균형만 잘 조절하면 나쁘지 않은 맛이랍니…아니 커피죠.”
수아가 말한 ~랍니다 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말하려 하니 혀가 조금씩 꼬인다.
의식하기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의식하기 시작한 후에는 어째서인지 말하기가 부끄러워진다.
“어쨌든 수아는 어땠니?”
“언.제.나 같.이 오빠의 실력을 느꼈지~. 이런 조합도 나쁘지 않은데 혹시 이색적인 다른 조합도 있어?”
막상 생각하려 하면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지혜씨와 수아를 보다가 이런 메뉴 추천을 해준거지, 연상없이 떠올려 봐라 하면 막막한데.
“막상 이색적인 조합을 달라 하면 떠오르는 게 없어서 말이지? 원하는 맛이라도 있어?”
“글~쎄. 지금은 이 커피로도 만족해서 말이야. 그보다 오빠. 나랑 사귀자니까? 이런 일 안 해도 지내게 해줄 수 있어.”
“
“미안 이번에도 못 들은 거로 할 게. 그보다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라니까?”
“오빠보다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성격 좋지 귀엽지, 가끔 여성스러운 모습도 보여주지 얼마나 좋아?”
가끔 수아가 이런 장난을 시작해오면 곤란함을 느낀다.
아니 나같이 이상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 것일까? 게다가 여성스러움이라…. 보이쉬 하다 단어가 여기에서는 뭐였지….
수아의 ‘장난’을 애써 무시하려 하였지만, 계속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혜씨가 한마디 하였다.
“사람이 싫다는데 자꾸 그러는 건 실례 아닙니까?”
“응~?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말은 안 들리는데?”
“안 들리긴, 귓구멍 잘 뚫려 있네. 그렇게 억지로 사귀려는 여자치고 정상은 없던데…혹시?”
“하! 나이 많은 것 치고는…. 연합 공식 아다가 어디서 끼어 들려 할까~?”
“아~. 걸레셨구나? 난 순정을 지킬건데?”
“아니~? 미사용인데? 연.식이 있는 신품보다. 젊은 신품이 좋지 않을까?”
…
…
…
음….
정말 나만 없었다면 싸움이라도 터졌을 기세다.
‘동성끼리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성 앞에서 아다가 웬말이야….’
아니 아다라 놀리는 건… 고자새끼라고 과거 친구를 놀렸던 거로 생각해도 될까?
어째서인지 둘은 계속 싸우자는 말투인데 내막이 궁금해진다.
“하아….”
서비스업 종사자이기에 최대한 한숨을 자제해왔지만, 더는 참지 못하고 한숨이 절로 나와 버렸다.
‘이런, 손님 이전에 지인 앞에서 이런 실수라니.’
하지만 나의 한숨에 둘은 나를 한번 바라봤다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사과를 시작하였다.
“웁스, 이번에는 진짜 생각 없이 나온 말이야. 미안합니다 팀장씨?”
“거 적당히 좀 합시다. 약방 아.르.바.이.트씨?”
“하하…. 네, 그러네요 오.공.팀.장?”
아무리 봐도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서로 모른 척을 하더니 이제는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
둘이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뒷목이 당기는 느낌은 오랜만인데 몇 년 만에 받는 느낌일까?
아니 전생 이후에 처음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의 톤이 높아져서 약간 화를 내버렸다.
“어쨌든 둘이 어떤 이유로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요.”
남들이 보기에는 투덜대는 말투일지 모르지만,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게 최대한의 표현이다.
“네…. 죄송합니다.
“오빠 화났어? 미안해!”
둘은 사과를 해왔지만, 약간 화가나 있기에 애써 무시하면서 다른 손님이 올 것을 준비하는 척을 하였다.
그렇게 침묵이 내려앉은 가게안에서 지혜씨와 수아는 서로 눈도, 말도 안 붙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
…
…
지혜씨와 수아가 가게를 나가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잔에 남은 음료를 다 마시고 계산을 하더니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가게를 나섰지만, 계산할 때 말고는 대화도 안 하려 하였고,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화났다는 표현을 과하게 한 것 같은데 괜찮겠지…? 화내는 정도를 잘 모르겠네….’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들 때쯤 문자가 왔다.
성화씨 오늘 일은 죄송해요! 너무 애같이 군 것 같네요!
오빠 화났어? 아에 안 한다고는 다짐 못하겠지만 한동안 그런말 안할게! 화풀어ㅠ!
둘다 울고 있는 이모티콘을 붙여서 보내다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와버렸다.
‘아니, 이건 뭐 밀당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인데?’
전생이라면 생각치도 못할 일을 최근에 격어서 그런지…. 이제 이 세상에 살아 간다는 느낌이 난다.
조금은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문자를 보니 화도 풀리기도 하여서 답장을 하려 할 때쯤,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길의 손님 혹은 야근 전 커피를 사가려는 손님 등등.
큰 가게는 아니지만 회전율은 괜찮은 가게이다.
이게 평소의 가게 풍경이 맞는데….
아까 전에는 왜 손님이 안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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