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53화 (53/140)

〈 53화 〉 데이트 칵테일(2)

* * *

버스 보다는 지하철이 빠르기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고 있다. 평소라면 역간 거리가 짧게 느껴졌겠지만, 마음속의 초조함으로 인해서 그런지 지하철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지하철은 성화씨의 가게에서 조금 먼 곳에 역이 위치하기에 역에 도착하자 마자 달리기 시작하였다.

가게까지 달리면서 부딪치는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그런 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지금 빨리 가지 않으면 늦을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기에, 달리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숨이 차는 정도야 전장에서 익숙해진 상태이기에 문제는 없지만, 역시 독사 아니 수아가 신경이 쓰인다. 관할 구역이다 보니 성화씨에게 접근하기 쉽기도 하고…. 물론 민간인은 건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녀석들이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약을 주는 이상한 짓만 안 하였다면, 까마귀깃털로 인해서 오히려 잡놈들로부터 가게가 보호받는 상태일 텐데…. 약에 관해 알게 된 이상 성화씨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다.

달리는 나의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이 이상하게 바라보지만, 그런 것을 무시한 채 달리고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가게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카페 숲속 & 바 만월’ 이라는 가게 규모에 비해서 작은 간판. 성화씨의 가게이다.

숨이 차지만 성화씨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숨을 고르지 않고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화씨! 제가 좀 늦었…죠?"

나름 달려온 것을 어필하면 호감이 오를까 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지만, 나보다 먼저 와서 앉아있는 수아가 있었다.

““아. ““

수아놈도 내가 지금 시간에 올 것을 예상치 못했던 걸까? 서로 멍청한 소리나 하였다.

@@@

그 뒤로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신경전이 펼쳐졌다. 주로 성화씨와 대화 주도권을 뺐기 위한 기 싸움 정도?

문제가 있다면 수아에게 말싸움으로는 밀릴 게 분명한 점이다.

단 둘이서 이야기하자고 하니까 범죄자로 몰지 않나….

나에게 편히 말했으면 싶어서, 말을 놓자고하였으나성화씨의 말투가 딱딱해졋다.

어찌되었든 자꾸 수아에게 밀리는 느낌이 들어서, 하는 수 없이 그것을 묻게 되었다

“아참! 어제 주신 약 어디서 사 오신 건가요!?”

수아가 순간적으로 전신이 굳은 느낌을 받았다.

‘말로 상대를 농락하는 기분은 이런 기분인 건가? 나쁘지 않은데?’

수아는 평소에 이런 기분을 자주 느꼈던 것일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유명하신 독사가 곤란 해한다.

‘그렇겠지 일반적인 약이 아니니까 곤란한 거겠지. 마약 같은 약물도 아니고 독초를 민간인에게 썼다? 딱 걸렸어.’

자주 써먹을 패를 뽑은 기분이라 그런지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문제는 성화씨도 당황해서 그런지 안 그래도 딱딱해졌던 말투가, 국어책 말투가 되었다.

“그…그, 수아가 운영하는 약방서 받은 거예요. 아니 받았어. 역시 맛이 이상 했어…? 으! 역시 존댓말 하다가 말을 놓으려니까 더 이상해지는 기분이에요!”

“아하핫! 너무 귀여운 걸요! 뭐, 정 힘드시면 편하게 말해주세요.”

“하아…. 아직 가게 영업 시작한 시간인데 벌써피곤해지는 기분이에요. 약은 ‘수아한테 받은 약이에요.’ 평소 자주 받던 약이라서 지혜씨에게 챙겨드린 건데…. 어, 수아야 미안해 그런 의도는 아니야.”

성화씨의 말투가 귀엽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니다. 그냥 귀엽다.

환약은 역시 수아가 준 것이 확실 해졌다.

나를 위해서 준 것은 고맙지만…. 그런 독초라니.

아니 나를 위해서 줬기에 일반적인 약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라도 성화씨와 연관 짓게 되는데 조금 앞서 나간 생각일까?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수아는 애써 아닌척 하지만, 말하면서 나를 슬쩍 노려보았다.

나의 ‘약’ 발언으로 인해서 가게안에 침묵이 감돌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서 성화씨가 먼저 지적하였다.

“정말 분위기 이상하게 있을 거야?”

“오늘은 좀 그러고 싶네~.”

“아니 성화씨 그런 게 아니예요.”

수아는 여유롭게 받아 쳤지만, 나는 성화씨를 화나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변하러 하였지만 성화씨가 한숨을 쉬어버렸다.

“하아…. 일단 커피부터 줄게.”

그렇게 말한 성화씨는 이것저것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키도 조금 작은 게 뭔가 작은 소동물이 열심히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 마치 햄스터나 토끼 같은 느낌이 든다.

일단은 수아와 할 말도 없어서 성화씨를 쭉 바라보다가, 성화씨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수아랑 지혜씨가 싸울 일이면, 약초나 환약 관련 납품 쪽이야?”

“응?”

“예?”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인데. 역시 나랑 싸우던 모습이 신경이 쓰였나…?

‘대외적으로 수아는 약방에서 일하고 있고, 나는 천칭의 팀장직에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려나?’

일리가 있는 추리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박수아는 약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거기서 생산되는 각종 약품류를 납품 받고 유통을 하면서 상권을 쥐고 있는 쪽이다.

나와 수아의 표정이 이상했던 것일까? 성화씨가 사과를 한다.

“아니야? 으음, 멋대로 생각해서 미안해.”

“아냐 아냐~. 오빠 말 대로야 어떻게 알았어? 너무 놀라서 되물은 것뿐이야~.”

“야! 너 뭔 개소…으앗! 아프잖아!”

약에 관해서 폭로할지 고민을 하던 도중 수아가 내 발을 밟았다.

감정을 실어서 밟은 게 분명하다. 아니면 이렇게 아플리가 없다.

‘성화씨 앞에서는 말하지 말자 이건가?’

성화씨에게 안 들켰기를 이라 생각하면서 수아의 말에 맞장구 쳐주었다.

“아하~. 우리 지혜 팀장님 내가 납품 실수했다고 아직도 뚱해 있어~? 술은 아니지만 한잔 마시고 풀자구~.”

“아니…. 하아. 그래 커피라도 마시고 풀어 야지. 성화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기업간의 일이 에요. 그렇지?”

“그러엄. 천칭의 팀장이 얼마나 깐깐한데~. 대부분 넘어가는 일조차 따지고 넘어간다니까? 놀랍지 오빠?”

“으, 응 그렇네.”

성화씨에게 이상한 말을 하는데 그러면 내가 쪼잔해 보이는 것 같기에 항의를 하였다.

“야! 뭔 쌉소…으악! 그만 좀 찔러!”

이번에는 옆구리를 찔렸다.

커피 준비를 하던 성화씨 몰래 신호를 주는 모습이…. 역시 비밀로 하자는 건가?

성화씨가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인가 무언가를 뽑으려 할 때 수아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문자 한통이 왔다.

­말 ㄴ, 마시고 나가서 이야기

대충 말하지 말고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건가?

아마도 성화씨에게 들킬 까봐 빠르게 문자를 보낸 모습이 역력하다.

답 문자를 보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 하는 것으로 답변을 하였다.

수아의 문자도 문자지만, 아버지로 받은 문자 또한 이제 확인하게 되었다.

­네 어머니가 걱정한다. 집에 돌아와서 손녀도 보여줬으면 한다. 결혼 상대는….

전화로는 무뚝뚝하더니 문자는 장문이다…. 아마 적당히 요약하면 다른 집안과 결혼시킬 준비가 되어있네 마네 라는 글일 게 분명하다. 안 봐도 뻔하지….

결혼이라….

사귄다면 성화씨랑 결혼까지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하면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독사년이 옆에 있다는 점만 빼면 정말 완벽 할텐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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