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55화 (55/140)

〈 55화 〉 데이트 칵테일(4)

* * *

지나 언니에게 부탁해서 훈련용 비품을 성화 씨에게 팔찌를 준 것은 나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이길래 독사년은 팔찌에 관해서 걸고 넘어지는 걸까?

성화 씨에게 오빠라면서 친하게 보이려는 모습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나는 쏘아붙이는 말투가 되어서 독사년의 말에 답변하였다.

“팔찌가 뭐가 문제지?”

왜 팔찌를 말한 걸까? 그러한 궁금증이 더해 질려는 찰나, 뜸을 들이면서 한껏 여유부리는 독사년이 말을 이어간다.

“흐음~ 웃기지 않아? 정말 능력 과잉 환자를 위해서라면 영구적인 억제 방법이 있을 텐데…굳이 훈련용 팔찌를 준 이유가 있을까~?”

“성화 씨의 능력 연습을 도와주려고 한 것인데 뭐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독사년 때문일까? 나의 목소리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훈련용 팔찌를 준 이유라….

“에이~. 나도 알건 다 알고 있는데~? 천칭의 훈련용의 억제 팔찌 품질은… 어디까지나 훈련용 이잖아? 과잉장애에는 임시방편 정도라는 것. 언젠가 능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는 점. 그렇지 않아?”

“….”

“그냥 팀장씨는 내 오빠를 가지고 싶은 것뿐이잖아?”

하….

정곡이다.

독사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해 오고 가지는 것에 심취해 있어서, 은연중에 성화 씨를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화 씨와 더욱더 가까워지려고 팔찌선에서 능력의 완벽 제어가 되는 척 어필을 하였고…. 지나 언니도 소모품인 것을 알기에 준 것일 테다….

그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애써 부정을 한다.

“닥쳐!”

나의 목소리가 골목안에 울려 퍼졌다.

“당황했나 보네~? 역시 팀장 씨가 생각해도 억제 팔찌와 능력 제어 요령을 가르쳐 주어도, 빠른 시일 내로 제어가 가능하다 생각해? 최소 년 단위는 걸릴 텐데~?”

“….”

독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능력의 제어가 쉽다면 장애라고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제어를 못하기에 병이라 부르는 것이다. 더구나 훈련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훈련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때 능력제어를 가르쳐 준 이유는…. 나의 흑심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날 독사의 등장에 당황해서 능력 제어를 가르쳐 준답시고 손도 만져 보고 스킨십을 하려던 이유가 가장 컸다.

“내가 훈련하면 되는 일이니까 손 때시지?”

“응~ 싫어. 내 오빠는 내가 지켜야 한다 생각하는 걸?”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말인가…?

“쓰레기가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거야?”

“그래, 그렇지, 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게 쓰레기잖아? 3대 조직들이 다 그렇지 안 그래~? 팔찌를 미끼로 접근하려 하다니, 우리 팀장 씨 좀 치는데~?”

“난 너와 달라!!”

“에이~. 난 오빠를 위해서 약을 준 건데 뭐가 다르다는 걸까? 그치?”

할 말이 없어졌다.

정신 마비약이 무슨….

성화 씨를 위해서 줬다는 말인가?

“약이 뭔 관계인데! 흑월놈들이 약을 뿌리고 다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니야?! 그럼 네년이 또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거겠지!”

“아니? 흑월과 관계없는걸~? 마비약은 내 사비로 만들었는데? 내가 요 일년 동안 오빠 멘탈 케어 해준다고 얼마나 고생한줄 알어?”

“멘탈 케어…? 사람 납치하려고 한 짓이겠지!”

“그럴 거면 첫 만남부터 몰래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이란 것을 해 줬으면 하는데~.”

아차…. 그녀가 소속된 조직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된 판단하지 못하였다.

수작질을 부린다면, 사람 하나를 제거하거나 납치를 한다 이미 끝내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성화 씨를 위해서 한 일이란 말인가?

당황하는 나의 표정을 보면서 독사는 말을 이어간다.

“나는 전~부 오빠를 위해서 한일인데 넌 그저 잘 보이려고 한 것일 뿐이잖아? 그러니까 넌 그저 오빠를 소유 하려한 쓰레기야.”

“하….”

완전히 독사의 말에 말려 버렸다.

흑월과 관계가 없고, 정말로 본인 사비를 들여서 남을 도운 것이라면, 위원회에 민간인을 건드렸다고 고발하기도 애매해진다.

게다가 이미 대화에서 진 느낌이라서 말을 꺼내면, 나만 이상해지는 대화가 이어질 것이다.

골목길 벽에 등을 기댄 채, 한 손으로 양 눈을 덮으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한숨만 나오네. 이지혜 언제부터 추해진 거야…?’

집을 나온 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쟁취한다는 기분에 심취하여서, 성화 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사랑이니 뭐니 이전에, 성화 씨의 생각을 물은 적이 있던가?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사이인데 내가 너무 밀어붙이는 건 아닐까? 성화 씨는 쟁취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그래, 그냥….

나의 자존심과 고집,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래 난 쓰레기야. 그래서 문제 있어?”

“어라~? 팀장 씨 인정하는 거야? 의외네~.”

“성화 씨에게 모든 것을 말할 생각이야.”

“이지혜 너…!”

약점을 잡힌 채로 있는 것보다는 그냥 성화 씨에게 말하는 편이…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독사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본인의 정체와 약에 관해서까지 말할 까 봐 당황한 것일까?

“몰래 약을 준 거는 찔리나 봐? 뭐, 그건 말할 생각 없으니까 신경 꺼.”

독사년의 비밀을, 지금의 성화 씨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무언가를 말할지 말지 고민하던 표정으로 있는 그녀를 무시한 채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꺼낼 때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위원회 쪽에 연락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내 소속의 4번 조장인 현준이다.

현준이가 바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으니….

현준이에게 연락하는 게 사람 모으기가 편할 것이다.

­“야 현준아.”

­“으, 으응? 팀장님, 이 시간에 무슨 일?”

목소리가 잠자다가 깬 목소리인데, 이때까지 잔 모양이다.

시간이 몇 시인데….

‘어제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적당히 좀 마셔라 했는데.’

일단은 나의 용건이 우선이기에 현준이에게 용건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내일이 마지막 전투 휴무일이지?”

­“어, 음, 그렇죠…?

­“혹시 전에 말한 가게에 관심 있냐?”

­“어라, 혹시 술 자리 잡으시려고 전화하신 건가요?”

조장 중 청일 점 답게 눈치는 빠르다.

­“내일 2~3명 정도 모여서 전에 말한 술 집이나 가자. 내가 쏜다.”

­“오! 그럼 제가 사람 모을 게요! 딱 기다리세요 팀장님 통장 잔고 전~부 털거예요!”

­“그래, 끊는다.”

전화를 끊으니 무슨 생각 중이냐는 듯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독사가 눈에 밟혔다.

“너 무슨 생각이야?”

“별생각 없는데?”

별생각이 없기는… 그냥 혼자 가서 말을 꺼내기가 용기가 안 나서 다른 녀석들 이랑 술 좀 마신 뒤에 진실을 말 하려 하는 것뿐이다.

현준이에게 전화를 끝냈으면 이제 예약을 잡아볼까? 그렇게 말하면서 성화 씨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를 거는 사이에 독사가 말을 하려 하였지만, 전화를 건 다음부터는 입을 다물고 있다.

내가 누구에게 전화하는지 알고 있기에 입을 닥친 거겠지.

독사 보다 성화 씨에게 전화하는 게 신경이 더 쓰인다.

조금 전 가게 안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아직도 화났을까? 문자도 읽은 뒤에 답장도 없는 게 역시 화가 나서 인 걸까? 아니면 손님들을 상대중인 걸까?

평소라면 별 신경 쓰지 않아온 착신음이 길게만 느껴진다.

­“여보세요.”

성화 씨의 목소리다. 평탄한 음색인 것으로 보아서 화는 어느 정도 풀린 걸까?

나는 애써 초조함을 숨기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성화 씨~! 저예요! 혹시 화나신 거 아니죠?!그보다 바쁜데 전화한 건가요?”

­“화 안 났어요. 그리고 지금은 서빙 끝나서 전화 잠시돼요.”

­“혹시 내일 3~4명 정도 예약될까요?!”

­“네? 3~4명요? 몇 시쯤 오실 건가요?”

­“아마도 영업 마감 한 시간 전후쯤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성화 씨도 저희랑 이야기하는 게 편할 거 아니예요?”

­“음, 저는 언제든 상관없답니다. 아니, 없어요. 그보다 예약 확인했습니다. 적당히 그 시간대에 오시면 돼요.”

­“그때쯤 갈게요! 그보다 성화 씨….”

­“네?”

성화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말을 걸었지만, 바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을 해 보았다.

­“혹시, 조금 전 일 때문에 화나신 거 아니죠?”

­“어…. 그렇게까지 화나지는 않았어요. 그냥 둘이 아는 사이 같은데 말을 안 해주니 알 수도 없고, 계속 말없이 싸우기만 하니까. 그냥, 음, 그냥 그랬어요. 그러니까 어쨌든! 지금은, 화 안 났어요! 정말이예요!”

­“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네~. 내일 마감 전 예약으로 기록해 둘 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성화 씨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와 버렸다.

‘목소리 톤도 나쁘지는 않았고….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것일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감이 안 오지만, 정답이라 느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보다 독사년은 기가 차다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뭐야? 천칭 팀장 씨~ 설마 마음이라도 바꾸셨어~? 꽁꽁 숨기려 하지 않았나?”

“맞아. 너처럼 꽁꽁 숨겨서 가지려 했지. 그런데 너 같은 모습이 겹친 거 같아서 말이야.”

“실패작년이…. 무슨 생각이야?

“별생각 없는데?”

실패작이라고 도발하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이 정말 볼 만한데…. 독사는 평소에 이런 느낌을 느껴온 것일까?

어쨌든 팔찌에 관해서 제대로 말을 해야겠지?

나의 욕심이 작용해서 능력 제어에 관해 임시방편만 알려 줬다는 거?

말할 용기도 없어서 팀원들 이랑 같이 가서 술이나 마신 뒤…. 용서를 구한 뒤 고백이라도 할 생각이다.

성화 씨가 용서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피식 웃어 주면서 독사에게 도발을 해 보았다.

“어차피 서로를 못 건든다면 먼저 사귀는 쪽이 임자 아닐까?”

“하하…. 이지혜 너 한번 해 보자는 거지?

“그래 해 보자.”

이렇게 도발하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와 독사는 골목에서 서로를 차갑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독사와의 경쟁이라…. 나쁘지는 않지만, 성화 씨의 의견은 어떨까…?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놓친 게 있는데, 성화 씨를 위해서 약을 줬다면 어떤 이유로 준 것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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