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데이트 칵테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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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임시 휴가이후 며칠간 가게를 영업해 본 느낌상, 손님의 패턴이 다양해졌는데, 이걸 좋아해야 할까? 곤란해야 할까?
정말 궁금한데, 가게에 관해서 어떤 소문이 난 걸까?
은신 컨셉을 그만두고 남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가게로 소문이 난 걸까?
아니면 그동안 은신해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온 사람들?
어느 쪽이 되었든, 평소에 자주보는 단골이라 생각되는 손님 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여성 손님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능력 억제 팔찌를 지혜 씨로부터 받기 전에는, 오전은 남성 손님이 많았고, 오후에는 퇴근하는 길에 가게를 들리는 여성 중년 층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 최근의 가게 상태는 젊은 여성층이 주류가 되었다. 그래도 밤 10시 전후쯤 되면 원래 패턴의 손님으로 돌아왔다. 정 아니다 싶으면 내가 억제 팔찌를 풀어 버리거나 하였다.
‘아니 왜? 손님 층이 치우쳐지지? 컨셉 가게를 그만 뒀다는 이유로?’
내가 능력을 조절하지 못한 거라서, 컨셉을 포기했다 보기에는 모호하지만 제3자가 본다면 컨셉을 바꾸었다 생각이 될 것이다.
그보다 젊은 여성층의 나이는 20~30대 전후로 보이는데, 대부분이 이상한 질문을 해 왔다.
저 연락처좀…
생각보다 귀여운데? 이 누나랑 좋은 곳 갈래?
여친 있으세요!?
안색이 안 좋은데 조상님이 화나셨 나 봐요
등등
이런 식의 질문이 한가득했다.
평소라면 기겁하면서 피하거나 곧 잊혀지겠지라 생각하면서 최대한 회피적인 행동을 취해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외모는 어디서 꿀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으음, 나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소문을 직접 듣지 않아도 대충 감은 온다.
주변 시야를 넓게 봐야 하는데 좁게 살아온 것이 더욱더 체감된다. 아니, 그럴 여유가 이제 생긴 거지.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보고 니…. 이 세상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 정도야 최근 들어서 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전 세상에서는 못하는 성별 갑질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갑질이라 하여도…음 더치페이 안 하기 정도? 너무 소소한 걸까? 아니면 내 맘대로 데이트해보기?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사귀고 있는 상대가 없기도 하고, 막 사귀기에는 싸 보이고….
뭔가 전생의 여성 같은 생각이나 하는 내 자신이 웃기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다양한 생각해서인지, 며칠 전 휴업이후 기겁해서 팔찌를 뺏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억제 팔찌를 빼거나 하지는 않았다.
‘능력의 실험 대상이 생겼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능력의 흐름을 제어하기는 힘들지만, 틈틈이 연습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대화하다가, 흐름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던지, 안으로 향하게 하던지 하는 방식으로 강약을 조절해 보고 있지만, 만만치 않게 어렵다. 흐름이야 이제 적당히 움직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가 최적인지 찾는 중이다.
‘오늘 지혜 씨 예약 손님 이랬는데 3~4명쯤 올려나? ‘
마감시간 전에 잡힌 예약 손님의 특성을 생각해둘 필요가 있어서, 생각하면서 준비를 하려 하였지만, 조금 전부터 치근 대는 여성 손님 때문에 곤란하다.
“그래서 말이야, 여친 없으면 어때~?”
아직은 퇴근시간대라 그런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젊은 여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혜 씨나 수아랑 비교하면 수준 미달? 그렇게 느껴진다.
무의식 적으로 평소와 다른 쌀쌀맞은 목소리가 어제 오늘 나오고 있는데, 비슷한 질문을 몇 번씩 받으면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쌀쌀맞게 변하게 된다.
본인들은 딱 한 번 했다고 생각 하면서 쌀쌀 맞게 구는 것을 싸가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질문을 받는 처지에서 같은 질문을 몇 번 이상 들어서 그런지 답변 이후의 반응까지 예상이 된다.
‘아마, 어떻게 든 말을 붙여 보려고 발악을 하겠지?’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필요 하신 것 있으신가요?”
“에이 비싸게 구는 거야? 그러지 말고 이 누나랑 놀자니까?”
어울리지 않는 금발 생머리에 복장은 노출이 많고 화려한 패턴을 보면…. 흔히 양아치라 불리는 느낌의 손님이다.
역시…. 예상대로 계속 말을 걸어 댄다.
‘흠… 오히려 잘됐는데 능력 실험이라도 해볼까?’
조금 전에는 정장을 입은 아주머니가 이런 곳에서 일하지 말고 ‘아르바이트 하지 않을래?’ 라면서 명함을 주려 하길래, 한숨을 쉰 후 능력의 흐름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해 보았다.
잠깐 힘의 흐름을 바깥으로 내 보낸다는 느낌으로 있으니, 명함을 주고 대답을 기다리던 아줌마는 가게 안을 둘러보고는 이내 가게에 방문한 용건이 생각이 나지 않는지, 나를 직시하면서 ‘어라 왜 왔지? 아 아메리카노 한잔 리필 되나요?’ 라고 말한 뒤 리필 해준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나갔다.
그녀가 말한 아르바이트의 의미는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젊은 여성도 아니고 아줌마라니 끔찍하다.
거절을 하여도 들러붙을 것 같아서 능력을 사용해 본 결과,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면 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단기적인 기억 상실? 혹은 망각을 일으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안쪽으로 향하게 해 보았다.
흐름이라고 해서 쉽게 움직여 지는 느낌은 아니다. 말 그대로 흐름을 제어한다는 느낌인데, 비유하자면, 격한 파도가 치는 호숫가의 물을, 한 방향으로 힘을 줌으로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혜 씨도 힘의 흐름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
단지 처음 흐름을 탈 때까지가 힘들 뿐이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탄력이 붙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팔찌를 찬 채로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 말이 없어지자, 내가 말을 무시하는 줄 알고 슬슬 짜증을 내려던 양아치 손님은 내가 보이지 않는지 깜짝 놀란다.
“와! 이게 소문의 컨셉 카페네! 그런데 어디 있…. 어라?”
아줌마 손님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눈의 초점이 약간 흐릿한 점이 다르다. 이 눈빛은 아마 평소에 내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던 느낌과 비슷해서 그런지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다.
“제 가게 소문이 어떻게 나 있어요?”
“끝내주게 귀여운 남성이 혼자 운영하는 가게?”
질문을 해 보니 답변을 해주는 모습이 확실히 평소에 나를 무시하면서도 대답은 해주던 모습과 같다.
양아치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남성 혼자라서 운영하는 가게로 소문이라도 난 것 같다.
남성 혼자 영업하는 가게라 소문난 게 이 정도라면…. 역시, 여성으로 아르바이트 혹은 고용으로 한 명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아…. 진짜 여성 종업원이라도 구해야 하나…? 아니면 엘프 메이드라도 구매해야 할지도?’
일단은 계속해서 질문을 해 보았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싫다는데 왜 놀자고 들이대세요?”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타입 같고, 얼굴도 반반하고 귀여운 모습이 따먹기 좋을 것 같아서?”
맙소사….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인상이라는 이유로 따먹을려고 접근한 것이라니…. 기분도 매우 더럽기도 하고, 정말로 놀랐다.
나의 능력이 이렇게까지 나를 지켜준 쪽이라니…. 아니 괴롭혀 온 것같이 느껴지는데 주변 상황을 둘러보면 그리 평화로운 사회 같지도 않고…. 으음, 휴일 날 한번 뉴스 좀 제대로 봐야겠다.
그보다 귀엽다라니, 오늘 나에게 주문 이외에 말을 걸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귀엽다.’ 혹은 ‘잘 생겼네.’ 라면서 말을 걸어왔기에 단순히 칭찬하면서 말을 걸려는 수작으로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적으로 본심을 듣게 되다니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칭찬받으니까 나쁘지는 않은데…. 이런 여성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네.’
귀엽다고 말한 건 칭찬이라 해 줄 수 있지만, 상대가 문제였다. 만약에 지혜 씨나 수아 같은 친한 사람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좋겠지만, 상대가 어디서 몸 좀 구르고 다녔을 법한 양아치라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계속 말을 해봤자 실속이 없을 느낌이라,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능력의 방향을 바깥쪽으로 바꾸었다.
“어라 나 왜 여기에 있지?”
힘의 방향을 안으로 향하게 하니 아줌마 손님과 같이 자신이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깜짝 놀라 혼잣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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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고 있던 양아치녀는 가게 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하였다.
“어, 일단 아아 하나만 주세요. 테이크 아웃으로.”
“네~ 잠시만요.”
그렇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준비해서 테이크아웃용 컵에 따라서 주었다.
양아치녀는 음료를 받더니 도망치듯 가게 안을 나갔다. 아마 자신도 왜 여기에 있는지 몰라서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그냥 나가기는 좀 그렇고 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으리라 여겨진다.
어쨌든 이제 가게 안의 손님은 어느 정도 안정화된 느낌이라서, 카운터의 의자에 앉아서 나의 능력에 관해서 생각해보았다.
힘의 방향을 바깥으로 향하면 나를 보면서도 대답은 해주고, 안으로 향하면 망각을 일으키는 느낌이, 억제 팔찌를 벗었을 경우 일어나는 현상이 둘로 나뉜 것 같다.
팔찌를 끼고 힘의 방향을 움직인 게 이 정도면 팔찌를 빼면 과연 컨트롤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된다.
‘벌써 초초해할 필요가 있을까? 나름 훈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래도 지혜 씨에게 배운 힘의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억제 팔찌, 아니 훈련용 제어 팔찌를 낀 채로 ‘이틀’ 만에 어떻게 움직였다는 것은 큰 성과 아닐까?
팔찌를 뺀 이후에 흐름의 제어는 아직 먼 길이기에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팔찌를 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팔찌를 낀 채로 능력의 강약 조절이 시급하다.
조금 전 양아치 손님에게 망각의 강도를 조절해 보려 하였지만, 아직 힘의 강약까지는 조절되지는 않는다.
천천히 느긋하게 배워가자고 조금 전에 생각을 했지만, 될 듯이 안 되는 느낌은 그리 선호하지 않기에 어떻게 하면 ‘능력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연습말고는 답이없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아 오늘 지혜 씨 온다고 했지? 지혜 씨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확실히, 오늘 지혜 씨가 온다고 예약까지 하였다. 양아치 손님이 말을 걸기 전까지 예약손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난입한 양아치녀 때문에 깜빡했다. 이건 다 양아치녀 탓이다.
‘어찌 되었든 지혜 씨 말고도 다른 분이 온다면 헌터겠지? 그때 물어봐야겠다.’
아마 동행하는 손님도 헌터라 추정이 되기에 지혜 씨 말고도 다른 분에게도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일단은 심야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현재의 손님에게 집중을 하자.
중간에 들이대는 손님이 있다면 능력 연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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