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데이트 칵테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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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복장으로 가게를 들린 지혜 씨 뒤로 2명의 손님은, 각각 남녀 손님이었다.
여성 손님은 지혜 씨만큼 키가 크거나 탄탄한 근육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웨이브진 단발에 땋은 머리가 포인트였으며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지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옷 또한 활동적인 복장 보다는 청초한 느낌에 가슴을 강조하는 복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헌터 보다는 머리를 쓰는 사무직으로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지혜 씨가 헌터 직업을 가진 손님이라 말하지 않았잖아?’
내가 너무 예측해서 생각했나 보다. 이런 건 좋지 않은 습관인데…. 아마 사람들과 말을 나눈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혼자 예측하는 버릇이 들었나 보다.
어찌 되었든 또 다른 동행자인 남성 손님은, 이 세상 남성 치고는 짧은 머리 스타일이다. 남자가 화장품을 쓰고 외모를 관리하다 보니 머리카락을 단발에 가깝게 기르는 편이인데, 그 이유는 스타일하기 편하다는 이유다. 외모를 관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꽁지머리를 하거나 적당히 자르며, 가끔 짧은 헤어 스타일의 남성을 만나지만, 지금 남성 손님처럼 머리에 왁스까지 써서 머리카락을 고정하는 편은 드물다. 대부분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연출하는 편이지만, 어딘가 많이 봐온 스타일이다….
‘전생에서 저런 스타일이 남성들의 기본적인 헤어 스타일 아니었나?’
아무리 봐도 머리 스타일이나 정장을 캐쥬얼 하게 입은 느낌이….
좀, 잘 노는 동네 형 느낌이다.
일단 지혜 씨는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늦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팔찌를 한상태라서 동행한 손님도 나를 제대로 직시하였다.
“성화 씨! 저, 안 늦었죠?!”
“오히려 조금 일찍 오셨네요. 그보다 앉으세요.”
가게 안에 들어왔지만, 앉을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서 바 테이블 석에 앉을 것을 권유하였다.
지혜 씨를 중심으로 좌우로 두 명씩 앉게 되었다.
지혜 씨는 평소대로 앉았으며, 여성 손님은 지혜 씨의 눈치를 보는지 조용히 앉았지만, 남성 손님은 앉으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 왔다.
“저희 팀장님 어떻게 생각 하세요!? 아니면 벌써 사귀는 사이인가요?!”
…?
??
잘못 들었나? 팀장님이라면 지혜 씨일 테고….
사귀는 사이라니?
아니, 정말 사귄다면 나쁘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나랑 지혜 씨가 사귀기에는 내 급이 부족하지 않을까?
내가 답하기 전에 지혜 씨가 당황한 목소리로 남성 손님에게 말을 하였다.
“야! 김현준! 내가 그런 질문 하지 말라고 도착하기 전에 몇 번이나 말했어?!”
“에이~. 팀장님두~. 궁금하지 않으세요? 본인 이야기잖아요?”
“아니 그, 그, 그건 그렇지만…!”
지혜 씨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데…진짜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
‘그럴 리가.’
전에 가게에서 그렇게 내가 난리를 치고, 내 집에서 같이 자는 짓까지 저질렀는데, 이상하게 보면 이상하게 봤지 좋게 생각해줄까? 미친놈 하나 구제해주고 단골 가게 하나 만든 느낌으로 나를 도와 줬을 것이다.
애초에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가진 거라고는 가게 하나인 소시민에게 무슨 관심을 가질까?
뭐, 정말로 사귄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지혜 씨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야 한다 생각하여 담담히 내 생각을 말하였다.
“지혜 씨라면 제 은인 같은 분이죠.”
“어…. 그게 끝?”
“문제라도?”
“아니 그, 문제는 없는데….”
남성손님은 당황한 모습으로 반문하였다.
아니, 지혜 씨가 김현준이라고 했으니 현준씨라 해야 할까? 처음 방문한 손님인데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을지도.
“손님이라 부르기에는 두 분이 오셔서 그런데 지혜 씨 가 말한 거 들었는데 성함이 김현준 씨 맞으시죠?”
“네, 그렇죠…?”
“그럼 현준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 이름으로 편하게 부르 셔도 문제없습다! 그래서 우리 팀장님에 대한 생각은 그게 끝인가요!?”
무언가 기대하는 느낌의 질문인데…. 내가 무언가를 놓친 걸까?
음, 으음….
아!
“지혜 씨라면 얼마든지 바에서 마실 수 있답니다? 정도겠네요? 공짜로 해 드릴게요.”
양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나의 답변을 듣고는 탄식을 하였다.
‘가게 안의 분위기가 내려간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은 아니겠지?’
지혜 씨 옆의 여성분이 등을 두드리면서 말을 꺼내었다.
“팀장님 힘내십셔.”
“하아…. 그래.”
뭔가 잘못 말한 건지 분위기가 더욱더 다운되어 간다.
바의 마스터로써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분위기 하락의 원인을 전혀 모르겠다. 침체된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서, 뭘 마실지 묻게 되었다.
“아, 너무 대화만 한 거 같은데 뭔가 마실래요? 주문만 하세요, 진짜 공짜로 해드릴게요!”
바의 마스터라면 당당해져야 한다 생각하기에, 가슴을 쭉 내밀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지혜 씨는 더욱더 우울해하고, 옆에 앉은 여성 손님은 당황을 하였다.
유일하게 남자 손님이 처음에는 위로를 하더니 이제는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다가 무엇을 주문할지 물어보니까 바로 답변을 해 줬다.
“그럼 나부터~! 코스모폴리탄 한잔! 아, 그보다 팀장님과 나리 선배는 칵테일은 잘 모르니까 제가 고를까요?”
“하아. 그래, 현준이 알아서 해 봐.”
“팀장님 기운 좀 내세요…. 으음, 현준아 부탁해?”
지혜 씨는 왠지 모르게 우울해하고 있으며, 동행한 여자 손님 또한 지혜 씨를 위로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지 감이 오지 않는다.
주인으로써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이라는 생각으로 고민을 해 보려 했지만, 음료 주문이 들어왔기에 메모장에 주문을 쓸 준비를 하였다.
단골 손님이라면 무엇을 마시는지 기록을 해 두는 편이다. 그러는 편이 취향 분석에도 좋고 취향에 맞추어서 자연스레 맛을 맞추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메모를 준비하니 그에 맞춰서 현준 씨가 주문을 시작하였다.
“그럼, 제꺼 포함해서 핑크 맨 한잔이랑 다이키리 한 잔씩 주세요”
메모장에 주문을 쓰다가 순간 멈칫해 버렸다.
‘핑크…맨? 아 핑크레이디를 말하는 건가? 핑크 레이디를 여기서는 핑크 맨이라고 부르는구나.’
가끔 이 세상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다.
성별요소가 들어간 주제는 반대가 되어 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흠칫하게 된다.
그보다… 주문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공통점이 느껴진다.
“어라? 주문하신 칵테일이 전부…어….”
“작업주로 유명한 칵테일이죠?”
작업주 혹은 킬러 칵테일이라 불리는 술은, 겉 모습이 화려하고 맛 또한 알콜 향이 없는 강한 단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작업주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아까 커플 손님도 스크류 드라이버라는 데이트 칵테일을 마시고 갔는데, 이번에도 그런 종류을 칵테일을 만들 줄은 몰랐다.
킬러 칵테일 같은 화려하면서도 달달한 맛은 플레어바 라고 불리는 곳에서 잘 나가는 물건이다. 가게 안도 화려하고 분위기도 들뜬 곳이라 그런지 그런 칵테일계열이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바에서는 작업주와 비슷한 달달하고도 화려한 칵테일을 만드는 경우가 적다. 대부분 위스키 베이스 혹은 슬링, 하이볼, 피즈 계열이 잘 나간다.
슬링, 하이볼, 피즈라는 말만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암호 같은 단어지만, 단맛을 얼마나 넣었는가, 시트러스라는감귤 계열향이 들어갔는가 혹은 과즙이 들어갔는가에 따라서 구분한다. 셋 다 공통적으로 소다수가 들어가기에 본인이 그렇게까지 따지지 않는다면 있구나 정도로 이해해도 문제는 없다. 칵테일은 계열을 따지기보다는 명칭으로 주문하기 때문이다.
‘알콜 향이 강한 스피리츠 계열 칵테일로 추천할 게 한가득했는데, 데이트 칵테일이라….’
데이트 칵테일만 주문한 이유가 너무 궁금하기에 질문을 하였다.
“일부러 이렇게 주문하신 건가요?”
“네, 팀장님이나 나리 선배는 이런 쪽으로 전~혀 모르니까 이렇게라도 가르쳐 줘야 하거든요.”
“이런 종류의 술은 몰라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요?”
데이트 칵테일은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데이트나 헌팅할 때 작업용 술이라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그러한 말을 이어가기 전에 현준 씨의 말이 더 빨랐다.
“팀장님은 직급이 있으니까, 깡소주나 맥주만 마시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아, 확실히 직급이 있다면 사교 모임정도는 하겠네요.”
확실히 지금 주문한 칵테일 들은 작업주라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 있는 모임에서도 적당히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교 모임이라면 대부분 진 토닉, 마티니 혹은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더락 스타일 같은, 모양새가 있는 칵테일로 마실 텐데…?’
일단 손님이 주문한 메뉴이기에 준비하려고 하지만 동행한 여자 손님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의 대답에 화답하였다.
“그렇죠? 게다가 나리 선배는 남자를 꼬신답시고 스타일 지적으로 보이게 엄청 꾸미면서, 술만 마시러 가면, 현직 헌터 아니랄까 봐 깡소주만 뜯고 있고…. 옆에서 보면 얼마나 답답한지.”
“야, 현준아! 그런 말은 여기서 할 게 아니지!”
“으응? 그렇지만 숙소나 숙영지에서 백날 말 해봤자 안 들어 주잖아? 그래서, 휴가 마지막날이라고 오기 싫어하던 녀석들은 그냥 뒀지만, 나리 선배만큼은 어떻게든 끌고 온 거라니까?”
“아하하…그, 그러네요. 두 분도 헌터신가요?”
질문을 하자 지혜 씨가 아차 하면서 두 사람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둘 다 제 부하죠. 이쪽은 금나리라고 2번 조장인데 저희 팀 작전 담당이고, 통성명 정도는 한 거 같은데 다시 소개를 시켜 드리면, 김현준이라고 저희 팀 후방 지원 담당 4번 조장이죠.”
“두 분다 헌터시네요?”
“네, 나리가 오고 싶어해서 휴가 마지막 날에 오자 했는데, 다들 마지막 날에는 술 마시기 꺼려해서요. 성화 씨 매출을 올려 드릴려 했는데 죄송해요.”
“지혜 씨 및 관련 되신분은 돈 받을 생각 없다니까요?”
내가 그런 말을 하니 옆에 앉아 있던 현준 씨가 나를 만류하듯이 말을 해 왔다.
“에이 그냥 받으세요, 그래야 편하게 오지 공짜로 받아 마시면 몇 번 오고 부담스러워서 안 오게 된다니까요? 그렇죠 팀장님?”
“그, 그렇지? 정말이예요 성화 씨 계속 공짜로 마시면 안 오게 된다니까요? 유일한 친구를 잃기는 싫네요….”
“엑, 팀장님 저희는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너희는 동료겸 부하잖아?”
지혜 씨는 무엇을 말하냐는 듯이 멀뚱히 현준 씨를 바라보고 있으며, 현준씨는 부당한 대우 금지 라면서 작은 항의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니 수평적인 조직인가 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 정말 좋네요?”
“뭐, 매일 이런 느낌이죠? 저 생각보다 힘없는 팀장이예요.”
“에이, 평소에 이렇게까지 풀어 주는 팀장은 우리 팀장님뿐이라니까요? 대신 작전중에는 제일 무섭죠.”
“현준아…. 너 자꾸 이상한 말할래?”
“에이~, 칭찬이예요! 할 때는 한다는 어필이잖아요?”
“끄응…. 너희는 어째 평소에만 이러니.”
“그만큼 팀장님을 믿어서 그런 거죠?”
“그래, 나리 너뿐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벌써 지친다는 듯이 바 테이블에 엎드리며 얼굴을 파묻지만, 좌우 양옆에 있는 사람들이 지혜 씨를 가만히 두지 않고 말을 걸고 있다.
한쪽은 위로하면서 팀장님을 챙기려는 모습, 또 한쪽은 위로하면서도 간간이 놀릴려는 모습.
전생의 군대 경험 때문인지 헌터 조직이라 해서 강압적인 수직적 구조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일단 주문하신 칵테일 드리면 되죠?”
세 손님은 나에게 맞다는 듯이 네라고 하였다.
난잡하면서도 시끄러워진 가게 안, 이런 경험은 정말로 처음이다.
그렇게 기쁜 감정을 간직한 채로 일단은 주문받은 음료부터 만들어야겠다.
능력에 관한 질문은 어느 정도 마신 뒤 하는 편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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