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59화 (59/140)

〈 59화 〉 데이트 칵테일(8)

* * *

자 이제 칵테일을 만들 시간이다.

‘플레어 바가 아니 라서 화려하게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야겠지.’

주문받은 코스모폴리탄, 핑크 레이디, 다이키리, 는 겹치는 베이스 술이 없어서 바 위에 올려지는 술의 종류와 부재료가 많았다.

기주 라 불리는 베이스 술은 화이트럼, 보드카, 드라이 진 3종류인데, 증류주 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주재료가 다르기에 각각의 맛이 다른 술 들이다.

‘음…이번에는 좋은 술을 써야 할까?’

칵테일은 특별히 원하는 향이 있는 술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퀄리티의 술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 혹은 오이 맛이 나는 진, 향을 입힌 보드카 같이 칵테일의 맛을 크게 좌우하는 술은 손님의 요청이 있지 않은 이상 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바텐더가 사전에 취향을 물어보는 것이다.

“단맛 위주의 칵테일인데…. 단맛을 싫어하시면 시럽류를 줄여 드릴까요?”

나의 질문에 여성진들은 어떤 말을 할지 몰라서 헤매고 있지만, 유일한 남성 손님인 현준 씨가 나의 말에 답변해주었다.

“그냥 평범하게 해주세요. 그 편이 칵테일을 외우기 쉽잖아요?”

“음, 칵테일이 처음이면 기준이 되는 맛을 아는 편이 좋겠네요.”

확실히 처음 칵테일을 마신다면, 오리지널 레시피가 좋을 것이다.

현준 씨는 바 유경험자라는 느낌이 드는 모습으로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풀 네임이 금나리였나? 아직 통성명하지 않았기에 이름만 부르기는 그렇지만, 나리 씨의 경우에는 바는 처음인지 주변 장식을 둘러보고 있으며, 백바의 진열장에 전시된 술들을 보고는 처음 보는 술이 많은 듯이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중 장식으로 세워둔 와인에 멈추었다.

“저 술은 야이라 와인 아니예요?”

“네, 지혜 씨한테 선물 받은 술인데요?”

“헤, 아직 안 마시…으극!”

아이스 와인은 아직 마실 생각이 안 들어서 보관 중에 있었는데, 나리씨는 왜 도중에 발이 아픈 듯이 움직임을 멈췄다.

아마 테이블에 엎어진 지혜 씨가 그대로 나리 씨의 발을 밟은 듯한데…. 지혜 씨가 생각보다 많이 부끄러워하나보다.

‘역시 이세계의 술은 잘 모르니까 게이트 너머의 현지 사정을 잘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지?’

그렇게 칵테일 잔에 얼음을 채우면서 질문을 하였다.

“게이트 너머의 술은 싸다는 생각만 드는데, 품질을 올릴 생각을 안하나요?”

공업 개발이 진행된 이쪽 세상보다는 게이트 쪽이 자연 환경이 좋기에, 거기서 생산된 재료면 충분히 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위스키도 그렇고…. 수익성이 있다면 당연히 수익을 위해서 고품질화가 될 텐데, 인간 우월주의라고 쳐도 고품질 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나의 질문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셋 다 눈을 똥그랗게 뜬다.

“어… 거기까진 잘 모르겠는데요…. 나리야 넌 아니?”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지혜 씨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나리에게 질문을 하였다.

“저도 그렇게까지 상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 이 종족 노예쪽 문제가 있어서 그럴걸요?”

“게이트 쪽이 혹독하긴 해도, 그게 관계가 있나?”

헌터들끼리 아는 대화인가 보다.

게이트 쪽이 혹독하다니…. 어느 쪽에 위치하나에 따라서 대우가 틀린 걸까?

노예제도가 제품 생산과 관계가 있는지, 너무 궁금하기에 다시한번 질문하였다.

“여기 와 다르게 대우가 열악 한가요?”

“네, 열악하면 열악했지 좋지는 않을걸요? 이쪽에서는 인권단체들이 설치잖아요?”

“으음, 설친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정치인 다음 뉴스에 잘 나오는 단체인데… 오히려 이 종족의 권리를 찾게 돕지 않을까요?”

나의 말에 다들 어떻게 말할지 말을 고르는 표정이 되었다.

나리 씨와 현준 씨는 팀장인 지혜 씨를 슬쩍 바라보고 있다. 아마 민간인 에게는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혜 씨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을 느꼈는지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휴…. 뭘들 그리 보는 거야, 조금 민감한 사항이긴 해도, 대외비도 아니잖아?”

“그, 민감한 사항이면 말 안해주셔도….”

대외비가 아니라고 하지만 민감한 사항이라는 점이 신경이 쓰인다. 언론 보도가 안 된 무언가 있는 걸까?

칵테일 잔에 얼음을 다 채운 이후 쉐이커 통을 각각 칵테일에 맞게 3개씩 꺼내면서 지혜 씨를 보았지만, 바로 답변이 나오지는 않았다.

잠깐 생각하는 중인 것 같다.

지혜 씨가 생각하는 동안, 음료 주문이 먼저 이기에 음료 제조를 계속 하였다.

칵테일 잔에 넣은 얼음은 그대로 둔 채로 쉐이커에 얼음을 넣었다.

잔과 쉐이커통에 각각 얼음을 넣는 이유는 잔을 미리 차갑게 하려는 이유가 있으며, 쉐이커에 넣은 얼음은 칵테일의 재료인 술과 주스를 차갑게 하기 위해서이다. 잔에 미리 얼음을 넣는 것을 칠링(chilling)이라 하며, 나 같은 동네 주점 같은 느낌의 바에서는 잘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나름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잔에 얼음을 넣었다.

칠링을 하는 이유는, 쉐이커로 차갑게 섞은 칵테일이 상온에 둔 칵테일잔에 따라졌을 때 미묘한 온도의 변화로 맛이 조금 변할 수도 있으며, 칵테일의 차가움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잔을 차갑게 하기 위한 용도이기에 얼음 조각이라도 문제없지만, 쉐이커에 들어가는 얼음은 조금 다르다.

칵테일에 있어서 얼음은 조금 민감한 물건이다. 얼음의 양이 많으면, 얼음이 녹거나, 얼음끼리 부딧힐 때 나오는 얼음의 파편화로 인해 액체와 닿는 표면적이 늘어나면 칵테일의 맛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칵테일을 쉐이커로 섞을 때는 되도록 크고 기포가 없는 얼음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술을 차갑게 하면서 섞을 때 물로 희석되는 양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첫 번째 주문이 뭐였더라…. 아, 코스모폴리탄’

오랜만에 칠링을 해서 그런지 첫 번째 주문을 깜빡하였다.

코스모폴리탄은 보드카 1온스, 트리플섹 1/2온스, 라임주스 1/2온스, 크랜베리 주스 1/2온스를 쉐이커에 넣어 주면 된다. 외우기 힘들면 그냥 보드카 기준으로 부재료를 50% 해서 넣는다고 생각하면 외우기가 쉽다.

얼음이 가득한 쉐이커에 재료를 다 넣었다면 이제 흔들어 주면 된다.

쉐이커를 잡는 방법도 일반적인 음료라면 그냥 잡아도 괜찮지만, 차가운 칵테일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잡아줘야 한다. 특별한 쥐기가 아니라, 쉐이커와 피부가 닿는 면적을 최소화시킨다는 느낌으로 손가락 끝으로 잡아주는 방법이다.

제대로 쥐었다면, 내용물을 섞어 줘야겠지만, 위아래로 흔들어 섞는 느낌이 아니라, 쉐이커 내부의 얼음을 부수지 않고 흔든다는 느낌으로, 쉐이커 통을 가로로 눕혀서 손끝으로 꽉 쥔 채로, 앞으로 내밀었다가 뒤로 당기는 느낌으로 흔들어 준다. 이때 한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지 말고, 위에서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면서 내려온다는 느낌으로 흔들게 되면, ‘바텐더’ 이미지의 쉐이킹 동작이 나오게 된다. 이런 특이한 동작이 나오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만 공기도 섞이고 얼음도 안부수고 내용물을 차갑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적당히 쉐이커를 같은 포물선 방향으로 흔들어 주지만, 이번에는 특별 손님이라는 이유로 포물선이 위에서 아래로내려 오도록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손목 스냅을 주었다.

가게 안에 울리는 쉐이커 통내부의 얼음이 살짝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혜 씨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쉐이커의 울림 소리에 문득 나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러운데.’

평소라면 그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았을 쉐이킹을 하는 모습을…. 누군가 바라 봐준다는 이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부끄럽다.

그렇게 10초 미만의 시간 정도를 흔들어 주면 완성이겠지만, 손님 접대용 이니까 잔에 따르는 것까지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이제 마티니잔, 칵테일 하면 떠오르는 역삼각형 모양의 잔 안에 들어 있는 얼음을 버리고 겉 표면에 살짝 묻은 물기를 마른 행주로 살짝 닦아주면 차가운 칵테일잔이 완성된다.

자, 이제 손님 앞에 잔을 둔 뒤 그대로 따라주면 된다.

현준 씨 앞에 잔을 두고 쉐이커 안에 든 내용물을 따르니, 붉으면서도 약간의 핑크색이 감도는 액체가 흘러나온다. 코스모 폴리탄이라 불리는 칵테일이다.

내가 마실 술이라면 완성이지만, 손님 접대 용이기에 생 라임 조각을 꺼내서 장식을 해주었다.

“코스모폴리탄입니다.”

라임 조각으로 장식을 한 뒤, 완성된 코스모폴리탄 잔을 좀 더 현준 씨 앞으로 살짝 밀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바텐더 느낌이 물씬 나지 않았을까?

지혜 씨와 나리 씨는 이런 퍼포먼스는 처음 보는지 신기하게 바라봤다면, 현준 씨는 익숙하다는 듯이 칵테일 제조 과정을 봤지만, 쉐이킹할 때 ‘이건 꽤?’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바라보다가, 내가 잔을 다 따르고 나니 말을 걸어왔다.

“오, 방금 퍼포먼스 오랜만에 봤어요! 일반 클래식 바라면 그냥 적당히 흔들 텐데, 뭔가 손목 스냅을 많이 넣으신 거 같네요?”

“지인 분이다 보니, 좀 과하게 한 거 같은데 제가 실수했나요…?”

조금 전, 공짜도 부담스러워서 안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서비스도 부담을 느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현준 씨는 오히려 아니라는 듯이 말을 해 왔다.

“에이, 좋은 퍼포먼스였어요, 그렇죠 팀장님?”

“어…. 귀, 귀여웠…아니, 아니! 멋졌어요!”

지혜 씨는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황급히 말을 바꾸지만, 나도 귀가 있다. 아마 귀엽다고 말 하려 한 거 같은데….

멋지게 보이려한 방법이 실패한 느낌이 든다.

이제 핑크 레이디를 만들 차례라서, 다른 재료를 새 쉐이커 통에 담으려 하지만 지혜 씨의 말이 이어졌다.

“음, 순화해서 말 하려 했는데, 역시 생각 나는 게 없네요. 그냥 인권 단체는 정부의 개일 뿐이고, 점령된 게이트 너머의 이 종족의 실상은…. 최악이죠.”

“네?”

“아마, 나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점령된 게이트에서 이 종족 취급은 일회용 배터리보다 더 못한 취급이다 보니, 생산품의 고품질 화가 힘들다는 말일걸요?”

어라…? 생각보다 심각한 내용을 이야기를 들은 듯한 기분인데….

지혜 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백바에 진열된 게이트에서 만들어진 술들을 바라보니….

그냥 술 같지는 않고, 뭔가 사연이 많은 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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