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데이트 칵테일(9) 일러스트 아니에요 칵테일 사진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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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바에 위치한 게이트에서 생산된 술들을 바라보니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 가지 상상이 들게 되었다.
이 종족 대우가 일회용 배터리 보다 안 좋다면, 휴식 없이 일을 시킨다는 말일까?
게이트 너머의 상황이 너무 궁금하기에 되묻게 되었다.
“배터리라 표현할 정도로, 이종족의 대우가 열악한 상황 인가요?”
나의 말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지혜 씨가 말을 이어 간다.
“배터리라는 표현은 조금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최악이라니.... 당연한 처우인데. 인간처럼 팔다리가 달려 있다 보니까 가끔 표현이 헷갈려서요.”
“음, 당연한 처우라는 것에는 이유가 있나요?”
이번에는 핑크레이디의 부재료를 꺼내면서 이야기를 이어 가기 위해 물어보니, 지혜 씨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주 말을 해 왔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말을 이어갔다.
“게이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측은하게 느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을 상대해 보면 말이 달라질 걸요?”
“팀장님 말이 맞죠. 진짜 현역 시절 때 긴급 출동 방어팀에 편성되었을 때 얼마나 끔찍했는지…. 전역한지 몇 년 되었는데, 자다가 긴급 출동하는 악몽을꾸고 있을 정도죠”
“윽, 나리 선배 게이트 5대기 전담 부대였어?”
“어…그렇지? 보직이 어쩌다가 선제 방어 보직이 되어 버려서…. 그때 경험이 어떻게 든 천칭의 공격팀에 도움이 되서 다행이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
5분전투대기부대면 긴급 출동을 위한 부대인 것은 아는데, 게이트 5분 대기조 라면…. 갑자기 출현한 게이트의 방어를 전담하는 성격의 부대일 것이다. 전투 부대와 다르게 잠깐의 방어만 하면 게이트 안에 들어갈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제일 먼저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적들을 소수의 병력으로 버텨야 하는 부대 이기에 어려움은 매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백바에서 드라이진과 그레나딘시럽 병을 바 테이블 위에 올렸으며, 바 테이블 아래의 냉장고에서 크림이 들어 있는 팩과 달걀 한 개를 꺼내었다.
코스모폴리탄과 전혀 겹치는 재료가 없기에, 바 테이블이 조금씩 난잡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재료를 꺼내다 보면 테이블 위가 난잡해지고 실수로 병을 치는 순간 옆으로 넘어지면서 내용물이 쏟아지거나 할 수 있기에, 쓰지 않는 재료는 테이블 아래에 위치한 냉장고에 넣었으며, 보드카의 경우에는 백바에 되돌렸다.
빠르게 정리하던 도중 지혜 씨의 말이 이어졌다.
“나리 말을 들어 보면 저희가 침략당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러네요…? 뉴스나 선전물에 나오는 '우리가 먼저 침략'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인가요?”
“거짓말은 아니예요 가아아끔 선제 공격이 오지 않는 게이트도 있거든요?”
“아, 있어요 그럴 때 아주 가끔 게이트에서 아무것도 안 나올 때! 그럴 때가 개꿀이죠!”
군대 이야기는 이쪽에서도 이야깃거리 로 사용이 되는지 나리씨가 말을 이어 나갔다.
“가끔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는 게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은 ‘그쪽에서 먼저 공격’한단 말이죠? 이게 한두 번이면 모르겠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1.2회 정도 게이트가 열려요.”
“대부분이 공격해오는 게이트 인가요?”
“네, 그렇다 보니 게이트와 관련돼서 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종족 권리 운운하는 것을 싫어해요. 팀장님이 말씀하신 일회용 배터리 취급도 많이 쳐준 느낌이라니까요? 이종족은 그냥 쓰레기라고 생각 합니다.
생각보다 이종족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이다. 어쨌든 공격을 먼저 하는 것이 이종족이라는 말인 것 같은데, 공산품은 도대체 어떻게 생산하는 것일까?
나리 씨가 잘 아는 듯하기에 나리 씨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권리 같은 것이 없다면, 판매용 물건은 어떻게 생산하나요?”
내가 질문을 하자, 나리 씨는 또다시 자기 팀장인 지혜 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지혜 씨도 나리씨가 머뭇거리는 것이 자기 눈치를 보는 중인 것을 알았는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뭘 그리 눈치를 보는 거야. 그냥 말 해. 일반인은 뉴스 같은 매체만 보고 직접 조사를 안해서 잘 모르는 것뿐이지 조금만 조사해도 알 수 있는 ‘정보’잖아?”
“그, 그건 그렇죠. 게이트 관련 종사자가 워낙 많아서 정보의 은폐는 불가능하지만, 언론 매체에서 보도를 안 하고는 있죠….”
충격적인 이야기일 확률이 크지만, 대외비도 아니라면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보다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며, 손님들이나 거리에서 들리는 이야기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 에게는 큰 영향이 없는 정보 일 것이다.
“생포한 이종족은 그냥…. 적당히 잠도 안 재우면서 쓰다가 죽으면…. 다른 종족으로 대처할걸요? 생산 시설에 들어간 애들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죠. 팀장님이 말한 ‘일회용 배터리’ 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회용 배터리는 유용하기라도 하잖아요? 이종족은 그냥 몰살하고 인류로 대처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나리야, 말이 너무 나갔다.”
“아차, 남성분 앞에서 좀 과한 말을 했네요. 죄송해요.”
나리 씨의 말이 너무 과격해지자 약간의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서 말을 끊었다.
음… 무언가 잘못 들은 느낌이 강한데…. 정말로 이곳과 취급이 다른 것일까? 그게 좋은 편이면 최악은 어느 정도일까.
“네?? 그게 대우가 좋은 편이라니…. 진짜 최악은 어느 정도 인건가요?”
“성화 씨 죄송해요, 거기까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굳이 찾아보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추천 드리지는 못하겠네요.”
“혹시 죽으면 시체를 비료로 쓰거나 하지는 않죠?! 제가 마셔오던 술이 혹시…그런 종류….”
죽은 시체를 비료로 써먹는 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백바에 위치한 이세계 술 들이 너무 신경 쓰이기에 질문을 하였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라 그런지, 괴담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질문을 하였다.
이런 질문을 하는 나도 이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나 보다….
지혜 씨는 나의 질문에 당황을 했지만, 본인도 확신을 못 하여서 그런지 답을 못 하고 있었다.
나의 질문에 답변을 해준 것은 지혜 씨 팀의 두뇌라 불리는 나리 씨였다.
“그런 소문도 있지만, 비료 포대를 뿌리는 것보다. 시체를 균등하게 묻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걸요?”
다행히도 술에는 시체의 영양이 들어가지 않았나 보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느낌으로 안도의 한숨을 속에서 내쉬었다.
아마 본인이 직접격지 못한 일이다 보니 멀게만 느껴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보니 손이 멈춰 있었다. 코스모폴리탄의 차가움이 없어지기 전에 빨리 남은 2잔의 칵테일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넣는 핑크 레이디, 아니 이곳에서는 핑크 맨이라 불리는 칵테일은 이전 칵테일과 비슷한 양의 부재료가 들어간다.
가게에서 최대한 특색이 없는 드라이 진을 1 1/2 온스, 그레나딘 시럽이라 불리는 석류 시럽을 1/3 온스, 크림을 1/2온스, 마지막으로 달걀 흰자 1개를 쉐이커에 넣었다.
기본적인 레시피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아무리 그래도 드라이진은 초보자한테 심하지 않을까…?’
진이라는 술은 노간주 나무 열매가 주재료지만, 허브나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껍질도 같이 넣다 보니 향이 강한 증류주다.
앞에 붙은 드라이 라는 단어가 붙은 진이라면… 독한 술을 좋아하는 헌터에게는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드라이 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향과 단맛을 최대한 억제하였기에 붙은 단어이다. 취향을 타는 향을 어느 정도 억제한 드라이 진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헌터가 독한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 편일까?’
설탕시럽 혹은 바닐라 시럽을 1/3 oz 넣으려 하였지만, 너무 달아도 조금 그렇고, 현준씨 말 대로 레시피 그대로의 맛을 알아야 다음번에도 다른 맛을 알 수 있다 생각하기에, 단맛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재료를 넣으면서 남은 부재료인 달걀 껍질을 깨려는 도중 지혜 씨의 말이 이어졌다.
“언론에서도 보도를 안 한다고 했듯이…. 현재의 인권 단체도 믿지 마세요. 혹시 이 종족이 불쌍하다면서 감정에 호소하면서 기부를 유도해도 절대로 믿지 마세요.”
인권 단체는 정부의 개라는 발언의 연장선상 인 것일까? 그래도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면모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러한 생각 또한 정보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언론 매체에 기댄 탓일지도 모르겠다.
지혜 씨의 말 만 들으면 부패한 단체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인권 단체가 부패한 단체 인가요?”
“아뇨. 진짜 이 종족 권리를 자기 권리보다 중요시 여기던 극성 인권 단체는 전원이 몰살당했거든요.”
지혜 씨의 말과 함께 계란이 깨지면서 흘러내린 내용물이, 작은 그릇 안에 떨어졌다. 이제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면되는데…. 몰살이라니?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한번 되물었다.
“…어.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몰살이라뇨?”
“아뇨, 제대로 들으셨어요. 극성 인권 단체는 몰살당했거든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세상이 이전 세상과 비슷한 논리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주변 소문에 귀를 귀울이기 시작하니 이전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사용하고 버린다. 몰살. 같은 단어가 나와도 나에게 직접 와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이 더욱더 커질 뿐이다.
아마 내가 직접 그 일을 격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칵테일을 만드는 손은 멈추지 않았지만, 귀는 지혜 씨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 까지 3200자)
@@ 이하 갓네비스님의 리뷰에 관한 감사 사진!@@
후기에는 사진을 올릴 수가 없어서...본편에 넣었습니다.
탱커레이나 핸드릭스 쓰고 싶었지만, 있는게 봄베이여서... 봄베이 베이스의 핑크레이디 입니다.
리뷰를 써주셨는데 받기만 하기 좀 그래서 때 마침 재료가 다 있어서 만들었습니다.
맛묘사는 2~3편뒤에!
저는 핑크레이디가 달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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