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61화 (61/140)

〈 61화 〉 데이트 칵테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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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하면서 칵테일을 만드는 꿈을 꿔온 것이 얼마나 길었던 걸까?

바의 마스터인 내가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을 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좋다.

대화하면서 술을 만든다는, 그 꿈을 이루는 중이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내용자체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일상에 만족하면서 타인의 일 정도야 검색하지 않을 이야기다.

작은 그릇에 담은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면서 지혜 씨에게 이어서 질문을 하였다.

“그래도 몰살까지는 뜬소문이 아닐까요? 뉴스에도 나온 적이 없는걸요?”

하나의 단체라고 한다면 최소한 백 단위의 인원이 움직일 것이다. 그런 단체가 몰살을 당한다면 사회적인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한데 전혀 그런 느낌이나 언론 보도조차 없었다. 오히려 인권 단체들의 활동을 알리면서 사회적인 분위기를 좋게 하려 하지 않았던가?

옆에 있던 나리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언론에서 다룰 수 없는 정보라서 통제당한 거 뿐이죠.”

“나리 말대로, 극성 인권 단체가 전체와 비교하면 소수의 인원지만, 헌터들도 가끔 임무 실패하면 그 정도의 인원이 사망하거든요. 정부는 그렇게 사망한 사건은 보도하지 않는 편일걸요.”

나리씨는 본인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 하겠지만, 헌터답지 않은 동글동글한 외모때문이라 그런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정말 몰랐다.

언론에서는 언제나 헌터들에 관해서 활약상 및 인류의 위대함을 방송해왔고, 도시 주변의 야생화된 이종족의 부락정도가 위험 요소라 생각해왔으며, 게이트에서 전투는 언제나 인간 측의 압승이라 생각해 왔다…. 역시 현장에서 일 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봐야 아는 것일까?

조금 긴장되는 목소리로, 조금 전부터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였다.

“극성 단체가 몰살당한 것과, 현재의 인권 단체가 정부의 개라는 점을 말해 주셨는데, 연관성이 있나요?”

“연관성이라…. 아까 이종족 대우가 열악하다고 나리가 말했죠?”

“네, 열악해서 제품의 질이 올라가지 않는다 까지는 알게 되었는데…. 인권 단체의 몰살 사건은 어떤 일 인가요?”

진지하다면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던 와중에 코스모폴리탄잔을 들어 입을 살짝 축인 현준 씨가 이런 대화를 싫어 하는지, 대화 중간에 끼어들었다.

“누나들 왜 그리 분위기와 안 맞는 대화를 하려는 거야? 오늘 팀장님이 내는 날이잖아? 그러니까 재미있는 대화로 하면 안 될까?”

“확실히. 죄송해요 성화 씨 너무 무거운 주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나리가 답변한 정도에서 끊을 걸 그랬나 봐요. 성격이 성격인지라 너무 직설적인 표현을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지혜 씨가 중간에 말을 여기까지 하려 하였지만, 내가 만류하였다.

“아뇨? 주변 도시 전설 같은 뜬 소문만 듣다가, 진짜 정보를 듣다 보니 무언가 생각할 게 많아진 것 같네요. 계속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바의 마스터잖아요? 대화하는 실력은 없지만, 들어 주는 것은 자신 있답니다.”

“어…그, 그런가요?”

능력에 대한 실체를 모르던 시절에 B~C급 헌터들의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는 귀동냥으로 자주 들었다.

인신매매, 능력 유전자 교배 실험, 무엇이든 있는 암시장 같은 뜬 구름 잡는 듯한 대화내용이 주된 이야기였다.

자신들이 A급을 달성하면 어떻게든 암시장이나 이런 소문의 실체에 접촉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대화하던데…. 역시 술이 들어가면 허황된 이야기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대화에서 괴담이 탄생하는 걸지도.’

괴담 같은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이런 실체가 있는 정보도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대화를 하다 보니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게이트 안쪽의 이종족은 현재도 고통받고 있겠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인 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이런 대화만 쭉 하다 보면 주문을 받은 칵테일을 내 마음속에서 정한 시간 내로 만들지 못할 것 같기에 남은 부재료인 달걀 흰자를 넣고 쉐이커 통을 덮었다.

칵테일에 무슨 달걀 흰자가 들어가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달걀 흰자가 들어가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달걀의 비린 맛이 칵테일에서 난다면, 처음부터 정식 레시피로 등록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핑크 레이디는 주문받은 세 개의 칵테일 중에서, 쉐이킹 난이도가 제일 어려운 칵테일이다.

크림과 달걀 흰자는 생각보다 섞이지 않는 재료이기 때문에 강하게 섞어 주는 하드 쉐이킹이 필요해진다.

하드 쉐이킹의 단점은 얼음이 부셔져서 작은 조각을 만들어내지만, 핑크레이디 정도면 어느 정도 물로 인해 희석되는 것을 감안 하고도 한 번쯤은 마실 맛이다.

‘얼음을 얼마나 안부서지게 하냐, 그리고 얼마나 잘 섞을수 있냐가 바텐더의 기술 이겠지.’

한 가지 문제는 정식으로 배운 적 없이 독학으로 가게를 열었기에 이런 하드쉐이킹은 자신이 조금 없다.

바 라고 하여도 동네 바라는 특성상 마시는 음료는 대부분 정해져 있는데, 난이도가 있는 칵테일이라니…. 이때까지 공부를 해온 실력을 보이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맛이 없거나 엉망인 음료가 나오면 어쩌지라 생각하면서 쉐이킹을 시작하였다.

쉐이킹 동작은 이전과 같지만,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그리고 좀 더 길게 쉐이킹을 하였다.

얼음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얼음이 쉐이커통에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도 나를 바라보게 되는데, 아까보다는 덜 부끄럽다.

시선이 모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쉐이커를 사용해서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은 바텐더의 상징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까보다는 강하게 흔들면서 오랫동안 쉐이킹 하였다면, 이번에는 스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스프링이 달린 주걱 비슷하게 생긴 도구를 꺼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쉐이커통을 열고 스프링이 안쪽에 들어가게 덮어 주면 된다.

이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조각난 얼음이 잔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사용하는 물건이다.

‘평소 같으면 거름망을 쓰겠지만, 손님이 손님이다 보니 어쩔 수 없네.’

손님이 지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평소에 안 해온 행동하게 된다.

스트레이너와 거름망의 차이는 거름망이 좀 더 얼음을 잘 걸러낸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촘촘한 망으로 인해서 작은 얼음도 걸러내는 것이다. 스트레이너는 작은 얼음 조각까지는 걸러낼 수 없지만, 그러한 작은 얼음 조각도 들어가면 전체적인 맛은 비슷하지만 맛이 미묘하게 달라질 것이다.

그러한 칵테일을 마시는 것 또한 재미 아닐까?

손님을 너무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르게 약간 굴곡이진 잔을 사용하였다.

잔 안에 들어 있는 얼음을 버리고, 이번에도 마른 행주로 물기를 살짝 닦아준 뒤, 쉐이커 안에 들어 있는 핑크 레이디…아니 핑크 맨을 잔에 따랐다.

석양이지는 노을 색과 비슷한 코스모폴리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분홍색 솜사탕 같은 달콤한 느낌의 부드러운 액체가 잔 안에 채워져 간다.

전문성이 있어 보이게 잔을 다 채웠다면, 이전과 같이 잔을 그대로 내밀었지만, 누구에게 줄 지 몰라서 그냥 가운데 앉아 있었던 지혜 씨에게 자연스레 잔이 갔다.

“핑크 레…. 아니 핑크 맨입니다.”

“오…예쁜데요?”

“이게 킬러 칵테일이라 불리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네요.”

지혜 씨와 나리씨는 정말 신기하다는 모습으로 바라보며, 옆에 앉아 있던 현준 씨가 여유로운 자세로 말을 이어 나갔다.

“핑크 맨은 보기는 정말 예쁜데, 맛은 약간 호불호 있을걸요?”

확실히 진이 들어가는 칵테일은 진 자체의 향이 강렬하기에 호불호가 생기는 칵테일의 기주 중 하나다.

“그래도 작업주에서는 제일 유명하잖아요?”

“네에~. 그래서 자주 마신 칵테일 중 하나라니까요? 작업주의 실상은 조금 다른 데, 누나나 동생 들은 그걸 모르니….”

“하하…. 일단 지혜 씨에게 드렸는데, 이번 칵테일은 누가 마실 건가요?”

작업주의 실상을 계속 말 하려던 현준 씨의 말을 살짝 끊었다. 이 이상 대화가 옆길로 새면 내가 궁금해한 이야기를 유야무야하면서 넘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 그건 그냥 앞에 두세요. 마지막 칵테일 다이키리도 팀장님 앞에 두세요. 1인 1잔이 아니라 그냥 다 같이 맛을 보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현준 씨는 자신이 든 잔에서 입만 축인 뒤, 이번에 만든 칵테일의 옆에 잔을 두었다.

자신이 살짝 입을 댔지만, 으근슬쩍 잔을 되돌리는 느낌일까?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지혜 씨나 나리씨는 현준 씨에게 한마디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면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 하거나.

이제 다이키리를 만들 준비하면서, 대화를 이어 가기 위해서 또다시 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몰살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인권단체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게이트에서 생산된 물건의 품질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으음, 들으면 기분만 나빠질지도 모르지만… 뭐, 말 안 해도 찾아보실 것 같으니…. 사건을 말하자면…. 그냥 진짜 인권 단체들이 이종족과 화합을 위한답시고 게이트에 무장 없이 들어간 사건이네요.”

“네? 진짜요?”

“놀랍게도 진짜 몇 년 전에 있었던 사건인 게…. 웃지도 못 할 일이죠.”

생각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일까?

지혜 씨 말 대로라면 무방비한 상태로 인권 단체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인데….

진짜….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조직이었나 보다.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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