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데이트 칵테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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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받은 칵테일 중, 마지막 칵테일인 다이키리의 부재료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몰살사건 이전에 인권 단체가 게이트 안에 들어간 이유에 관하여 지혜 씨 에게 질문하였다.
“극성 인권 단체라 불리는 집단이, 왜 무장 없이 게이트에 왜 들어갔대요?”
“아마,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서 들어간 거죠.”
“신념이라니…. 그게 목숨보다 중요할까요?”
“때로는 중요할 때가 있어요. 그때 게이트에 들어간 인권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우리는 당신들을 해칠 의사가 없다.’ 혹은 이 종족과 친해지기 위해서 비무장 상태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게 정부도 사실 잘 몰랐던 사건이죠.”
“응? 정부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하나의 집단이잖아요?”
“정부도 몰랐던 이유가, 막 생성된 게이트에 진입해 버린 거라서…. 유해가 발견될 때까지 대규모 실종 사건으로 언론에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 남아 있던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에 남은 데이터에서 학살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도 소문으로만 들은 사건이라서 내막은 잘 몰라요.”
아, 몇 년 전 대규모 실종 사건이 한번 있었다.
인권단체가 사실 종교 집단이었다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집단전체가 증발한 사건이 있다고 언론에서 떠들지 않았던가. 어느 순간 뉴스에 나오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어서 잊어 버렸는데, 사실은 이 종족에게 학살당한 사건일줄은 몰랐다.
언론에서 언급이 없으면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잊힌 다는 것이 조금 나의 능력과 비슷한 느낌이라 조금 그러네.’
자신이 직접 찾는 정보가 아니라면, 어느 순간 관련 내용을 잊게 된다. 그저…. 뉴스나 언론에서에서 알려주는 정보만 듣게 될 것이다.
그보다 지성체라면 비무장 상태인 인권단체를 공격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일단 다이키리의 재료인 화이트 럼 2oz 라임주스3/4oz 설탕 티스푼으로 2~3번 정도를 쉐이커 안에 넣으면서, 비무장 상태의 사람을 공격한 이유를 물었다.
“이 종족도 지성이 있을 텐데, 비무장인 상대를 왜 공격했을까요?”
내가 지혜 씨와 이야기만해서 그런지 나머지 두 분의 손님과 대화할 기회가 적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팀장인 지혜 씨가 게이트 내에서의 상황을 잘 알 것 같아서 지혜 씨를 바라보면서 말을 하였다.
지혜 씨는 나의 질문을 듣고 한숨을 내쉬고는 나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다.
“성화 씨 현재 이쪽 세상에서 사는, 혹은 야생화가 되지 않은 이 종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으음, 마트에 갈 때 가끔 보거나 도심쪽에 가면 자주 보이는데…친근한 느낌을 받죠.”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그랬지만,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이 종족 노예를 계속 봐와서 그런지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친근하면 친근하다 생각했으며,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게이트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쟁을 보면 굳이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들 때가 있었다.
나의 말을 들은 지혜 씨는 틀렸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든 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였다.
“애초에 품종개량을 실시한 이 종족과 게이트 안쪽의 원주민이 같을까요?”
“아…. 전혀 다르겠네요.”
품종개량.
게이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세계대전부터 게이트에서 공격이 격해졌지, 아주 옛날부터 게이트가 드문드문 발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시절부터 게이트 안쪽의 노예로 활용하기 위해 이 종족을 공격하여서 잡아 왔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그렇게 개량된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이 같을까?
현재 이 종족 일반적인 노예는 인간에게 최대한 친밀하게 구는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끼리 지속적인 교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게이트에서 최근 포획을 하였거나, 아직 개량이 안 된 사나운 노예들은 소형 폭탄이 달린 목걸이를 하고 다니고 있다.
‘확실히…. 처음 보는 무리가 집단으로 몰려 간다면 비무장이라 생각을 할까?’
게이트 안쪽의 이 종족과 말이 통한다면, 학살이라는 참사도 없었을 것이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기에 서로의 의도를 모르기에 일어난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처음 봤다면… 게다가 단체로 이 종족이 거주하는 게이트에 들어갔다면, 공격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겠네요.
“그렇죠. 도심 지역에서는 성격을 순하게 만든 이 종족이 많아서, 일반 인들이 권리 운운하면서 그들도 ‘지성체이며 우리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 종족또한 저희를 공격하는 야생의 동물과 같은 존재예요. 나리가 말했지 않나요? 게이트가 생성되면 대부분 공격을 시작하는 쪽이 이 종족이라는 것요. 저희가 먼저 공격한 적은 거의 없어요.”
지혜 씨의 말을 듣고 나리씨를 슬쩍 보니, 5대기로 복무하던 시절을 생각 하는 것일까? 얼굴이 약간 그늘이 져 있지만, 자신을 본다는 것을 느꼈는지 애써 웃는 표정이 조금 애처롭다.
“그러네요…. 저도 옛날에 야생부락을 조우한 경험이 있는데… 이 종족에 대해서 너무 무지 했던 걸까요?”
“어, 어…. 부락… 아, 아뇨, 일반인은…. 음, 언론에서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면 실상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헌터라는 직업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직업으로 보이잖아요?”
헌터라는 직업은 자기 능력을 마음껏 쓰면서 미지를 향한 모험이라는 느낌으로 로망이 가득한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미디어 또한 그렇다. 언제나 승리하는 모습을 혹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사기 진작을 위해서 선봉에 서는 모습을 보여만 왔지, 패배하거나 후퇴하는 모습은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민간인들에게는 이 종족 노예를 노동력으로 쓰는 게 일상화되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 종족에 관한 과도한 친밀감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뉴스를 보기는 하였다.
이 종족에 관해서 과도한 친밀감까지 느낀다면,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기가찰 노릇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은 그 종족과 죽어라 싸우고 승리하여 오지만, 소수의 민간인들은 그들을 두둔하고 그런다면 나라도 혈압이 오를 만한 상황이라 여겨진다.
“확실히 너무 일상에 녹아 있어서 그런지 안일하게 생각했네요. 죄송해요.”
“성화 씨가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요.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종족은 언제나 저희를 공격해 오는 존재 들인데, 노예로 지내는 이 종족이 불쌍하거나, 사육의결과로 자신에게 애교를 부린다는 이유로 그들 전체를 옹호하지 않았으면 해요. 몰살 사건처럼…. 역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데, 이 종족에게 애정을 느끼다니…끔찍하지 않나요?”
지혜 씨도 본인 나름의 고충이 있는지 말이 조금 거칠어졌다.
한 조직의 팀장이라는 위치에 있어서 현재의 인권단체와 접촉이 많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인권 단체에게 많이 시달렸나?’
그러한 생각하면서 마지막 쉐이킹을 시작하였다.
이번 쉐이킹은 난이도가 제일 쉬웠다. 설탕과 라임주스가 잘 섞이게 흔들어 주는 정도이다. 이 정도로 흔들면 얼음 조각도 나오지 않게 된다. 쉐이킹을 끝냈다면 이번에도 마티니 글라스, 흔히 칵테일 하면 떠오르는 브이자 모양의 유리잔에 따르면 끝이다.
이전까지는 핑크색이 감도는 술이었다면, 다이키리는 스퀴저로 갓짜낸 라임주스 느낌의 연한 녹색의 시큼해 보이는 액체가 잔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잔을 적당히 채웠다면, 장식으로 라임 껍질을 장식으로 꼽아준다.
“자 마지막 주문인 다이키리 나왔습니다.”
“와아! 드디어 다 나왔네요. 사장님도 한잔 어때요?”
내가 칵테일을 중앙으로 내밀자 현준씨가 나도 한잔 어떠냐고 물어본다.
“저는 가게 주인 입장으로써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만약 집에 초대한 상태였다면 나도 마시겠지만, 바 마스터가 같이 마시는 것은 모양새가 빠진다고 생각 한다.
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현준씨는 다시한번 권유하였다.
“그럼 논 알콜이라도 마셔요! 건배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역시 헌터라서 그런 것일까? 술을 마실 때 건배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건배를 할 만한 음료라면….
“잠시만요. 라임에 탄산수 정도면 괜찮을 거라생각되네요.”
간단하게 라임주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정도면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마실 것은 생각지 못하였기에 하이볼 글라스, 즉 수직으로 길쭉한 잔에 얼음을 가득 담으면서 지혜 씨가 말한 정부의 개에 관한 질문 겸, 현재 인권단체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너무 질문만 하는 기분인데, 현재의 인권 단체는 뭐가 다른 건가요?”
얼음을 다 담았다면 이제 라임주스를 조금 넣을 차례다. 라임주스를 따르기 시작하니 지혜 씨가 대화를 이어간다.
“이 종족의 권리보다는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단체가 다 되었죠. 진짜 이 종족의 권리를 찾던 사람들은…. 그 사건 이후로 전부 기겁하면서 자체적으로 해산을 하거나 이 종족에 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정도일까요?
“뭔가 어려운 대화가 되었는데, 그들이 챙길 만한 이권이 있을까요?”
이 종족의 권리를 요구하는 단체가 이권이라고 말할 게 있을까? 그저 이 종족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었던 것일까?
그러한 고민을 하던 도중에 지혜 씨가 아닌 나리씨가 지혜 씨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이 이상 팀장님이 말하시면 대화가 너무 과격해질 것 같은데 제가 말해도 될까요?!”
“어라. 과격해질 내용이 있나요?”
“내용 자체는 과격하지 않지만…. 팀장님이 현재 인권단체에게 너무 시달리셔서 말이죠….”
“하아…개씹…인권은 지랄이지….”
이제 탄산수 캔을 열어서 잔에 따르면 라임 에이드가 완성인데…
지혜 씨가 욕이라니…. 어라…? 분위기가 살짝 내려간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직접 연관이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나리씨는 지혜 씨를 조금 진정시킨 이후 현재 인권 단체에 관하여 입을 열었다.
“현재 인권 단체들은…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연출을 위해서 이 종족을 학대하는 단체? 기업에 빌붙어서 기부금을 주지 않으면 시위하겠다는 단체? 혹은 정부의 돈을 받아서 언론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용하는 단체? 전부 다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딴 단체면 차라리 몰살당하기 전의 급진적인 녀석들이 그나마 나아요. 개들은 최소한 돈소리는 안 꺼내서 말이죠.”
“아하하… 그, 잘은 모르겠지만, 돈만요구 하면서권리 향상에는 신경을 안 쓰는 단체가 되었다는 의미 인가요?”
“네, 최근에 저희가 당한 게 말이죠…!”
이런저런 대화하면서 라임 에이드를 완성하였지만, 다시한 번 더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 되어 버려서 건배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안 되었다.
나리 씨는 머리가 아픈 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현재의 인권 단체에 관해서 말을 해 주지만, 뭔가…. 사회의 어두운 일면에 관해서 듣고 있는 느낌이다.
이세계에서 만든 술이나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던 것에는 이런 이유가있던 것일까?
건배하고 빨리 마시고 싶어 하는 현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나리 씨의 말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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