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63화 (63/140)

〈 63화 〉 데이트 칵테일(12)

* * *

나리씨의 설명은 간단 하였다.

진짜 이 종족의 권리를 생각하던 사람들은 게이트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몰살당했으며, 그 자리를 흔히 꾼이라 부르는 전문 시위꾼 들이 용돈이나 벌 겸 들어간 상태라고 한다.

“…그렇게 된 거죠. 이 종족에게 감정 이입하는 순진한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단체가 되었어요.”

“그런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본다는 의미일까요?”

“네 그게 정답이죠,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줄 알고, 조사나 공부없이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불쌍하기에 돕는다는 그런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죠.”

‘겉만 안다라….’

어정쩡하게 알고 있으면서 신념을 가지는 경우가 가장 무섭다.

이 종족을 옹호하는 단체도 결국 능력을 숭배하는 종교단체와 비슷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리 씨와 잠시 대화하고 있던 도중, 지혜 씨는 단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표정을 짓더니 듣다가 터져 버렸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지혜 씨 입에서부터 욕이 먼저 나와 버렸다.

“씨발 아주 그냥…. 역겨운 단체야, 거기에 생각 없이 가입해서 시위하는 새끼들은 자신이 어떻게 먹고 사는 지 생각을 안 해…. 씨이발, 자원 찾는 게 얼마나 힘든데. 아, 아, 그….성화 씨 한테 욕한 건 아니구요 아니 저, 저.

“아하하…이, 이해는 해요. 많이 힘드셨나 봐요.”

“네, 아주 그냥 출정할 때 혹은 본사 앞에서 언론인들 끌고 와서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그냥 욕이 절로 나와요.”

“단체의 그런 행동이 극심한가 봐요?”

“하, 개들은 뒤로 돈만 주면 조용히 물러나요. 오히려…. 진짜 후원금이 필요한 사람한테 돈이 못 가게 돼요."

“으음, 그런가요?”

진짜 후원금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하는 얼굴이 표정에 드러났던 것일까? 옆에서 지켜보던 현준씨가 말해주었다.

“아마 진심으로 이 종족의 권리를 정말 챙겨 주는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이 할 일하고 있을 걸요?

“그, 그런가요? 그 사람들은 극성 단체랑 관계가 없나요?”

“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하지, 할 수 없는 일을 땡깡 부리면서 ‘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진심이라는 표현을 붙인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후원금이 못 간다는 의미였을까?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이 또한 얼굴에 티가 났는지 현준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냥 법과 원칙 보다는 목소리가 센 놈한테 돈이 더가는 거 뿐이에요. 이해하기 차암 쉬운 설명이죠?”

현준 씨도 그리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해주었다.

확실히 기업 입장이면 자신들을 공격하는 단체를 먼저 해결하려 하지, 자기 일을 묵묵히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이런 이야기까지 흘러간지는 모르겠지만, 술잔을 보아하니 약간 물방울이 끼기 시작했다. 슬슬 마시지 않으면 기껏 차갑 게 만든 칵테일이 아까워진다.

“늦었지만 건배라도 할까요?”

조금 전 현준씨가 건배하자는 말이 계속 신경 쓰여 왔는데, 이제 건배를 권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드디어! 자! 팀장님과 선배님! 어서 잔을 들어 주세요! 아차, 나리 선배는 코스모폴리탄으로!”

현준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다이키리를의 잔을 잡고 지혜 씨는 핑크레이디, 나리 씨는 코스모폴리탄을 잡았다.

현준 씨는 어느 정도 칵테일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지, 칵테일 잔을 적당히 쥐었으나 나머지 두 명은 이런 잔은 어떻게 잡지라는 생각으로 어정쩡하게 잡고 있다.

칵테일 잔은 와인글라스처럼 음료가 담긴 부분에서 멀리 쥐는 것이 매너라 알려졌지만, 그냥 편할 대로 마시면 된다.

칵테일 글라스를 직접 잡기에는 손이 차가워지는 것이 싫다면 칵테일 잔의 목 부분만 잡고 마셔도 괜찮고, 맛의 온도에 민감하지 않다면 잔의 몸통을 잡고 마셔도 괜찮다.

이런 바에서는 재미있게 마시다 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딱히 잔의 쥐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현준씨는 이제 제대로 마시게 되어서 들떴는지 건배하자고 잔을 들기 시작했다.

회식 자리가 아니기에 그런 것일까? 딱히 건배사를 하거나 그런 모습은 없었다.

한다고 하여도 지혜 씨는 조금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기에 건배사 같은 것은 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나 또한 라임 에이드가 들어 있는 잔을 들었다.

“자! 팀장님은 건배를 하실 준비가 되었고. 나리선배!? 건배!”

“으, 응! 건배!”

“”건배!””

회식 자리가 아닌 바에서 이렇게 칵테일로 떠들썩하게 건배를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마시던 두 헌터분도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건배를 하지는 않으셨다. 그냥 가볍게 잔을 부딪치는 정도였다.

아, 여기서 요란스럽다는 어디까지나 ‘건배의 구호가 요란스러웠다.’ 정도였다.

정말 맥주로 건배하듯이 칵테일잔을 서로 부딪치는 순간 손에 쥐고 있는 잔이 깨지는 대 참사가 일어나기에 칵테일 잔으로 힘을 줘서 건배를 해서는 안 된다.

칵테일을 마셔본 경험이 적은 지혜 씨와 나리씨는 그것을 모르지만, 잔을 직접 쥐어 보니 유리가 얇은 것을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기에 유리가 부딪치는 느낌만 조금 날 정도로 잔을 부딪혔다.

현준 씨가 말한 맛을 한 번씩 보자는 말을 기억해서 그런 걸까? 다들 한 모금 정도를 마셨다.

먼저 칵테일 맛의 감상을 말한 것은 지혜 씨였다.

“맛은 정말 괜찮은데, 온도 말고 무언가 시원한 목 넘김이나 화끈한 맛이 없어서 아쉽네요.”

“원래 그런 칵테일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맛이 없나요?”

“아뇨! 아뇨! 맛있어요! 뭐랄까… 알콜의 화끈함이 없어서요? 전에 마신 러…러…”

“러스티 네일요.”

“네! 러스티 네일처럼 달면서도 알콜향이 확 퍼지는 그런 술을 생각했거든요.”

지혜 씨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첫 입문 칵테일이 알콜 도수가 높은 칵테일이라서 그런 걸까?

‘헌터라는 직업상 독한 술을 자주 마셨을 거 같기도 한데…. ‘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과, 맛있게 마시기 위한 술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핑크 레이디에 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마, 달걀 흰자 때문일걸요?”

나의 말을 들은 지혜 씨는 잔을 황급히 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엑, 달걀이 들어가요?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던데요?”

“네. 여러 가지 베이스가 되는 술의 향과 시럽의 향이 섞여서, 흰자의 비린내를 못 느끼게 된 것이랍니다.”

“어…달걀을 굳이…?”

“정확히는 달걀 흰자만 사용했어요. 달걀이 안 들어간다면 맛이 전혀 달라질 걸요? 흰자를 사용한 건 어디까지나 목 넘김을 위한 역할 겸, 재료끼리 섞이게 하기 위한 유화제 역할을 한답니다. 재료에 생크림이 들어갔거든요.”

아차, 말투를 고치기로 했는데, 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말투가 옛날 말투가 되어 버렸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지혜 씨를 위해서 드라이 진 한잔을 입술만 축일 정도로 샷 잔에 따라주었다.

“한번 맛만 보세요.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를 걸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샷 잔에 아주 조금 따라주었지만, 진이라는 술 또한 위스키와 비슷한 40도 전후를 자랑하는 도수이기에, 맛을 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지혜 씨는 샷 잔에 든 진의 냄새를 맡고는 그대로 마셨다.

지난번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과는 꾀나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위스키는 곡물이기에, 곡물의 부드러운 향이 나면서도 독한 느낌이었다면, 진이라는 술은 위스키와 비교하면 향이 매우 강렬할 것이다.

진을 마신 지혜 씨는 표정이 살짝 변하였다.

방금 전에는 재료를 알게 되어서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이게무슨 맛이지? 라는 표정이다.

“독특한 맛이죠?”

“네, 으음…제 취향은 아닌 것 같네요. 전에 마신 위스키가 좀 더 편했어요.”

“지금 맛 이랑 이 칵테일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내가 만든 칵테일 이기에 맛을 알고는 있지만, 감상이 듣고 싶어서 지혜 씨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과연 지혜 씨가 느낀 맛은… 어떠한 감상이 나올까?

“으음, 전혀 다른 데요? 핑크 맨? 이었나? 지금 원재료 마신 것과 비교하면, 술의 향이 많이 억제되어서 그런지 입안에서 진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네요. 그리고 약간 과일 시럽의 단맛이 조금나요. 정말 칵테일만 마셨을 때는 몰랐는데, 확실히 마시기는 이쪽이 편하네요. 마실 때 정말 부드러운 느낌인데… 재료를 들어 보니 확 깨면서도 신기하네요.”

“신기하죠? 베이스가 되는 술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마시기 편해지는 느낌. 계속 마실 수 있다면 몇 잔이라도 마실 것 같죠?”

“정말로 신기한데요. 이거 몇도예요? 처음 마셨을 때 엄청 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전에 마신 술을 생각하면 알콜향이 입안에서 엄청퍼졌는데…. 음, 이 칵테일 도수가 좀 될 것 같은데요?”

“네. 도수가 높다고 생각하신 거 자체는 정답이에요. 정확히 재어본 적은 없지만, 못해도 30도 전후일걸요?”

“정말로요?”

“그럼요. 현준씨가 작업주 종류로 주문을 하셨잖아요? 작업주 라는 것 자체가 마시는 사람이 취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술 이거든요? 이 칵테일이 그런 계열 중 도수가 높은 축에 끼어요.”

현준 씨가 무슨 생각으로 작업주를 고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작업주란 본디 마시는 사람이 본인도 모르게 취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작업용 칵테일. 혹은 레이디 킬러라 부르는 칵테일이다.

‘그보다…. 칵테일을 내가 만드는 것을 봤을 텐데 왜 흰자가 들어가는 것을 못 봤지? 아, 고민하고 있었던가?’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제대로 봐주지 않았기에 약간의 심술이 발동해 버렸다.

“주방에서 만드는 칵테일도 아니고…. 만드는 과정을 안보셨나 봐요?”

“아, 아니에요! 다, 다봤어요! 그렇지 애들아!?”

지혜 씨는 황급히 나리씨와 현준씨를 바라보면서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그 상황에서 나리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현준 씨가 장난스레 입을 열었다.

“에이, 팀장님 뭔가 ‘고민’ 이 있는 듯이 생각중이었잖아요?”

“아, 아니 그건! 아니, 그러니까….”

지혜 씨가 당황한 모습이 재미있었지만, 능력 때문에 평소 내가 만든 칵테일의 평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리 씨나 현준 씨에게도 칵테일 맛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쯤 할까 싶었다.

“장난이에요. 제가 질문한 것에 관해서 고민했던 거 잖아요?”

“그, 그렇죠! 이상한 단체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니 고민하게 되었네요! 죄송해요 안 보려 했던 것은 아니에요…!”

“에이. 정말로 장난 한번 친거예요. 그냥 칵테일 맛이 괜찮다고 해 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 칵테일 맛이 어떠셨나요?”

약간 당황하는 지혜 씨를 뒤로하고 나리씨와 현준씨를 보면서 칵테일에 맛에 관하여 묻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혜 씨는 왜 그리도 당황한 것일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