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데이트 칵테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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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지혜 씨는…. 내 질문 때문에 인권 단체에 관해 생각을 했으리라 추정된다.
본인 나름의 고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나리 씨에게 칵테일 맛에 관하여 질문을 하였다.
“코스모폴리탄 맛 어떠세요?”
“맛요? 으음, 그저 달달한 맛일줄 알았는데, 마셔보니까 쌉쌀한 맛이네요. 그리고 음, 이거 술 들어간 거 맞죠?”
“네. 보드카 들어갔어요.”
“술맛이 전혀 없는데요? 술 색과 비교하면 뭔가 향이 약한 느낌도 있고….”
코스모 폴리탄 칵테일의 특징중 하나이다.
칵테일의 색은 노을빛이 한가득한 칵테일이기에, 처음 마셔보는 사람이면 달달한 혹은 노을색 같은 포근한 맛을 예상할지 모르겠으나, 쌉쌀한 맛에 신맛이 강한 칵테일이다.
강한 오렌지향을 가진 트리플 섹, 라임의 신맛을 가득 담은 주스, 라임만큼은 아니지만 신맛이 강렬한 크랜베리 주스. 재료부터 신맛이 가득한 재료들이다.
하지만 각 재료간의 조화로 인해서 무작정 신맛이 나는 칵테일은 아니다. 강렬한 신맛이 나지만 적당히 달면서도 보드카의 알콜향이 은은하 게 퍼지는 느낌.
위스키를 마실 때 정장을 입는다는 느낌과 비슷하게, 파티장에서 마실 법한 칵테일이다.
이런 코스모폴리탄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던 중에 현준씨가 고민을 끝냈는지 핑크 레이디를 조금씩 마시고 있는지혜 씨를 가운데 두고는 나리 씨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 내가 마시고 있는 다이키리도 마셔볼래? 이건 그냥 라임주스에 알콜 들어간 느낌일 텐데.”
“그냥 지금 나온 것들 주스같아.”
“주스라니. 이걸 작업주라고 하는 거야. 혹은 데이트 중에 마시는 술!”
“작업술 치고 술 향이 너무 없지 않아?”
나리씨의 말을 들은 현준씨는 다이키리를 잡고 있던 반대 손으로 두통이 난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나도 헌터지만, 이래서 헌터들은….”
“아니, 술이라면 알콜향이 가득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리 씨는 정말로 모른 다는 듯이 갸웃거렸다. 갸웃거릴 때마다 은색의 단발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나리 씨의 외견만 본다면 헌터 같지 않은 지적이면서 부드러운 분위기의 소유자다. 게다가 지혜 씨와 다르게, 큰 가슴에 눈길이 조금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남자긴 하지만…. 뭐, 이 세상에서는 여자 가슴을 본다고 이상하게 보거나 성추행이라고 하지 않기에 너무 대놓고 바라보지만은 않았다.
지혜 씨가 나를 슬쩍 바라보는 건 기분 탓 이겠지?
“선배, 알콜 향이 안 나서 작업주라고 불리는 거라니까?”
“알콜향이 안나는 게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맥주조차 알콜 향이 조금은 나잖아? 그것보다 알콜 향이 더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신맛에 가려져서 잘 모르겠네.”
현준씨가 어떻게 설명하지 라는 표정이라면, 나리씨의 표정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 되어 간다.
아까 현준씨가 술만 마시러가면, 나리씨는 ‘깡소주만 뜯는다’고 말한 의미가 이런 의미였던 것일까?
청초해 보이는 겉모습만 보면 정말 헌터 같지 않은데, 내용물은 독한술만 마신다는 보편적인 이미지의 헌터가 맞나보다.
일단은 술에 관한 설명해야 하기에 나리씨와 현준씨의 대화에 끼였다.
“알콜 특유의 향이 적어지는 게, 칵테일의 술을 맛있게 하는 방법 중 하나랍니다. 알콜 향이 너무 쏘면 마실 때 좀 그렇잖아요?”
“흠, 모든 칵테일은 이런 느낌이라는 건가요?”
“조금은 달라요. 대부분의 칵테일이 기주, 즉 베이스가 되는 술과 재료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거든요? 여기서 더 독한 느낌을 주는 칵테일이라 거나, 혹은 더 달달한 술이 될 수도 있죠. 애초에 칵테일의 어원에는 말이 많지만, 마시기 힘든 술을 쉽게 마시기 위해서 발전했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
“그렇다면 모든 칵테일은 작업주가 아니라는 소리겠네요. 그렇다면 작업주는 뭘 말하는 건가요?”
작업주. 레이디 킬러 칵테일이라 불리는 술은 말 그대로 상대를 취하게 한 다음 여러 가지하려고 하는 칵테일의 종류 중 하나다.
작업주의 대부분이 알콜의 향이 나지 않게 한 음료를 말한다. 그래야 상대가 의심 없이 마실수 있기 때문이다.
‘바에서 작업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을 텐데….’
작업주를 모르는 사람이 오해가 생기기 전에 알려 줘야겠지라 생각하며 말을 꺼내려 하였지만 현준씨가 좀 더 빨랐다.
“뭐긴뭐야. 술 향을 못 느끼게 하면서 취하게 만들려는 술이지. 선배는 이상하게 이런 쪽에서는 잘 모르는 거 같단 말이야. 혹시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건 아니지?”
“헌터 일만 하다 보면 모를 수도 있지! 그리고 나만큼 연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죠 팀장님!?”
“어? 아, 아.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지.”
“봐! 팀장님도 애매한 답변 하시잖아! 선배는 이론만 공부를 한 거잖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놀러 다니자니까?”
“아니,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한편의 만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재미는 있지만, 작업주에 관하여 이상한 지식이 쌓이기 전에 제대로 설명해야겠다.
“이런 곳에서 마시는 술은 사실 작업주라 부르기도 애매하죠.”
“네? 어째서죠?”
“술집에서 작업주를 마시게 하는 것 자체가, 친하거나 연인 사이가 아니면 힘드니까요?”
나의 말에 어떤 상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씨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렇다. 작업주는 술집에서 마시게 하기 힘든 술 중 하나이다.
킬러 칵테일 종류가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친하지도 않은 상대와 술을 마시려 할까? 오히려 맥주나 소주가 아닌 술을 보면서 의심을 안 사면 다행일 것이다.
이런 바에서 작업주를 마신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나의 의도대로 놀아주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엑, 그럼 작업주라고 불릴 이유가 없지 않나요?”
“바 같은 단둘이서 마시는 술집에선 힘든 거지, 다른 곳에서는 쉬울 걸요? 현준 씨는 아는 표정인데…. 그렇죠 현준씨?”
“물론이죠~. 파티장이나 클럽같은 곳 가면 그런 술 맥일려고 얼마나 용을 쓰는데요. 그때마다 귀엽게 봐주고는 있죠. 술을 맥일려는 누나나 동생들보면 얼마나 웃기던지. 취한 척하고 만지는 재미도 있다니까요.”
“윽. 현준아 너 그런 곳 다니니? 팀장님도 한마디 하세요!”
“어? 응? 아니, 뭐, 본인이 간다는데 굳이 말릴필요가 있을까? 헌터가 언제부터 그런 거 따졌다고 그래. 그보다 이 술맛있는데 한잔 더 주실수 있나요?”
“네, 잠시만요.”
작업주는 소란스럽고 많은 인파가 있는 장소, 즉,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좋은 장소에서 준다면 자신도 모르게 마시고 취하게 되는 술인 것이다. 애초에 단둘이 있을 때 작업주를 마시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허락을 해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현준씨의 경우 그냥 즐기는 느낌으로 작업주라도 마시는 것 같은데…. 전형적인 헌터의 일상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남들이 보면 문란해 보이겠지만, 자신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부러운데 나도 한번 현준 씨한테 여러 가지 특강을 받아봐? 아직 초면인데 이런 부탁은 이상하게 볼지도….’
현준 씨의 생활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끼면서 놀 수 있는 세상인 건 확실한데, 최근까지 나도 모르는 능력에 고통을 받았으니…. 이제 해결됐으니 천천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보다 취한 척하면서 어디를 만진 걸까?
대화를 듣다가 잡생각이 들려 하였지만, 지혜 씨의 핑크레이디 한잔 더 요청하여서 한 잔 더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지혜 씨가 무언가를 여전히 고민하는 듯한 모습으로 있다가 나리씨의 말에 깜짝 놀라서 답변을 해주던 모습을 보면, 인권 단체 문제가 아니라 다른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고민을 해 봐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주문부터 내주었다.
작업주 라는 명성에 맞게 자신이 취하는 것을 모른 채로 그냥 마시게 된다. 지혜 씨가 딱 그 모습이다.
“자, 한잔 더 나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한잔 더 만든 핑크 레이디를 지혜 씨에게 드렸지만, 이번에는 마시지 않고 고민하고 있다.
현준 씨와 나리 씨는 가게 내부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느낌을 받은 것일까?
“앗! 팀장님 저도 마실래요! 오랜만에 마시는 핑크맨 궁금해요!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니까 기대되는 걸요!”
“현준이 말 대로 제가 마시고 있는 이 칵테일도 드셔보세요! 생각보다 달지도 않고, 씁쓸한 맛이 괜찮아요!”
“야,야, 마, 마실 테니까! 진정들해!”
나리 씨와 현준 씨가 서로 잔을 주려 하면서 지혜 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혜 씨는 좋은 부하를 둔 것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대화였다.
‘그보다 칵테일의 맛이라…. 아차!’
무언가 빠졌는데 라는 생각하니, 조금의 긴장하면서 대화했던 탓인지 지혜 씨만 진을 줘버렸다.
“지혜 씨에게만 드렸는데, 나리 씨 랑 현준 씨도 한번 진을 마셔보세요.”
“오! 진은 오랜만인데 한 샷인가요?”
“네. 적당히 한샷 정도요. 진의 알콜 맛을 알게 되면 칵테일이 얼마나 연하게 만든 건지 알 수 있잖아요?”
“뭐, 그렇긴 하네요. 술 향을 좋아하는 나리 선배는 스트레이트가 취향일지도 모르겠네요.”
“마셔봐야 아는 거지! 그보다. 그 정도로 향 차이가 많이 나는 건가요?”
“네, 한번 마셔보세요.”
‘다른 사람도 입이 있는데. 아마 팀장이라고 아무런 말을 못 한 것 같아서 미안해지네.’
그러한 생각하면서 드라이 진 두 잔을 따르면서 지혜 씨를 향해 손짓으로 드라이 진이 들어 있는 병을 살짝 드니 고개를 끄덕인다.
드라이 진이 취향은 아니라고 했지 싫지는 않은가 보다. 아니면 처음 마셔본 드라이 진이라서 한 번 더 맛을 보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식 명칭은 드라이 진이라고 하는데, 일단 한 번씩 칵테일 맛 보신 다음에 맛보세요 느낌 엄청 다를걸요? 그리고 나머지 기주도 다 마신 뒤에 드릴게요.”
칵테일의 맛을 보기 위해서 방문한 목적도 있으니 서로 한 잔씩 맛을 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뭔가 칵테일이 맛있다고 해주니 술을 권유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단골도 만들 겸, 술 친구도 생겼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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