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65화 (65/140)

〈 65화 〉 데이트 칵테일(14)

* * *

지혜 씨는 진을 받더니 특별히 말없이 마시고 있으며, 현준 씨는 즐기듯이 마시고 있다. 그에 비해서 나리 씨는 드라이 진이 든 잔을 마시고는 깜짝 놀랐다는 표정이 된다.

“이거 일반 소주보다 강하네요.”

“생각보다 취향이 맞으면 좋은 술 같죠?”

“네! 팀장님이 설명할 때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몰랐는데. 마셔보니까… 향이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단독으로 마시기 힘든 술 같네요. 저는 괜찮다 느껴져요.”

다행히도 현준씨는 진이 취향에 맞나 보다.

“그럼 그걸 그냥 마시기 힘든 사람도 있겠죠? 그래도 마시고 취하고 싶은 기분일 때가 있을 거 아니에요? “

“그렇죠? 가끔 취하고는 싶지만 소주 냄새는 싫을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억지로 마시기는 하죠.”

“그런 의미로, 독한 술을 칵테일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마시는 거죠. 이런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업용 술로 오인하고 있지만, 그냥 바에서 마시기 쉬운 술 중 하나예요.”

“음, 현준이가 술 향을 못 느끼게 하면서 취하게 한다고 말한 의미를 알 것 같네요.”

작업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조금 그렇지, 마시기 편한 술이라 생각하면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술이다.

정말로 술 하나만으로 맛있는 술이라면, 그 술 하나만 마시지 굳이 섞어서 마시겠는가? 물론 섞어서 마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진 또한 저가에 속하는 술을 사용한다. 값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 저가의 진이라면 알콜 향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다양한 향들이 섞이지 못하는 독한 맛을 내지만, 칵테일로 마시면 그런 특징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주 애용한다. 물론 나리씨처럼 입맛에 맞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의 취향은 백인 백색이라 할 수 있다.

지혜 씨를 사이에 끼고 대화하기가 힘들었는지, 현준 씨는 나리 씨 옆에 앉으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흥, 선배 이제 내 말을 이해를 해준 거구나. 나 덕분에 지식이 늘었지? 그치?”

“이런 술도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나쁘지는 않네.”

“아, 팀장님 혼자만 마시는 거예요?! 자 이번에 바꿔서 마셔 봐요!”

“아, 그렇지. 미안. 뭔가 맛있으면서도 향이 좋은 게 계속 마시게 되네.”

역시 레시피 대로 섞으면 뭐든 맛이 좋아지는 법이다. 물론 만드는 사람의 실력도 필요하지만 레시피대로만 한다면 최소한 평균은 할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니 현준씨가 분위기 메이커 느낌이 든다. 지혜 씨는 생각보다 부하들을 강하게 잡는 성격이 아닌 것 같고. 나리씨는 뭔가 지적인 이미지는 맞는데…. 현준 씨 말 대로 실전 연애는 정말 잼병인 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잔을 서로 번갈아 마셔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주로 칵테일 맛에 관한 개인 평가 정도?

“오…! 오랜만에 마시는 핑크 레…아니 핑크 맨인 것 같은데 괜찮네요! 선배는 어때?”

“괜찮은데? 다이키리라고 하셨나요 시큼한 게 나쁘지 않아요. 이것도 그냥 마실 수 있는 것 같네요.”

“나리가 말한 이미지, 색만 보고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과하게 달지도 않으면서도 씁쓸한 맛이 괜찮네.”

맛에 관한 평가들을 들으면서 나 또한 에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현준씨가 한 말이 걸린다.

‘현준 씨가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은데. 흐음…. 혀가 꼬여서 말이 잘못 나온 거겠지? 에이, 설마.’

나 같은 경우가 또 있을 리가 있겠냐 라는 생각과, 잘못 들었겠지 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맛 평가를 한 뒤 가게 안에는 잡담이 이어졌다.

주로 회사의 일을 말하거나 평소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정도?

­이번 작전이 끝난 뒤 내가 좀 심했다. 미안.

­에이 팀장님 정도면 양호하죠. 다른 팀 봐 봐요 얼마나 씹창인데….

­그런 의미로 다음 작전에 관해서 회의를

­아니 팀장님 그런 작전은 나쁘지는 않겠지만 다른 팀에서 염병할 것 같은데요?

­상관없다 밀어, 내가 책임 진다.

바에서 흔히 들을 법한 이야기가 되어 간다.

‘나쁘지 않네.’

확실히 나쁘지 않다. 이런 분위기가 바답다면 바 라고 할 수 있다. 회사 이야기는 낄만한 자리도 아니라서 딱히 말에 참여는 못하고, 칵테일 추가 주문을 할 때 한잔 더 주는 정도로 접대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카운터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바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혼자 멀뚱히 서 있기도, 대화에 끼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려서 에이드를 마시면서 앉아 있는데, 현준씨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나리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 선배! 그런 의미로 오늘 배운 거 실습하러 다음 휴가 때 나랑 놀러 갈래?”

“너 또 그런다. 그렇게 놀러 다니는 게 좋은 거야?”

“그렇죠? 노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런 자리를 빼려 하니까 팀장님이랑 세트로 처녀즈 라고 불….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팀장님이랑 어떻게 만나셨어요?”

현준 씨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듯이 말을 바꾸었다. 아마 지혜 씨가 슬쩍 째려 봐서 말을 바꾼 것 같은데…. 아마 속으로 지뢰를 밟았구나라는 생각 중일 것이다.

작업주라는 명성에 맞게 슬슬 취기가 오르는 것일까?

평소의 가게 느낌으로 흘러 갈 줄 알았는데…. 지혜 씨와의 첫 만남이라….

“그, 그, 소, 손님으로써 만났네요.”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지어낼 이야기도 없어서 그런지 있는 그대로 말을 해 버렸다.

“오…그럼 어떻게 친해진 거죠!?”

하지만 되묻는 질문을 해 올 줄은 몰랐다. 아니 이런 자리면 당연히 되묻게 되는 걸까?

나리씨도 이런 대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 게, 나리씨가 질문한 내용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이면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보다 친해진 방법이라….’

숙취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던 때에, 술을 취한 자신을 데리러 올 사람이 있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이런 세상에 즐기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한탄스럽다 여겨서, 여러 가지 해보고 싶다는 느낌으로 빡 돈 뒤, 지혜 씨 에게 안겨보고, 뒷머리의 감각으로 지혜 씨의 가슴골을 느껴보다가, 왠지 모르게 세상에 대해서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다 보니 울고불고 난리를 쳤고, 그러다 보니 친해졌다. 를 어떻게 제3자에게 말할 것인가…?

아마도 무덤까지 가져갈 이야기 아닐까?

“그…. 어쩌다 보니까요?”

“에에… 본사 로비까지 같이 온 것을 보면 어쩌다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미 소문 쫙 퍼졌어요! 그렇죠 팀자앙…님?”

나리씨는 취하면 브레이크가 부서지는 것일까? 현준 씨가 말을 꺼냈을 때는 지혜 씨가 빠르게 반응하지 못하였지만, 나리 씨 말에는 눈을 치켜뜨는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약간 화난 지혜 씨의 모습도 나쁘지 않은데?

“나리야???”

“아하하…그, 잘못했습니다?”

“하아…기숙사에서 보자. 그보다 정말로 별거 아닌 사이야. 그냥 술 친구 정도?”

‘술친구’ 나쁘지 않은 울림이지만, 지혜 씨 입으로 들으니 왠지 모르게 부족하게 느껴진다.

‘친구 이상도 괜찮은데…내가 먼저 들이대는 길뿐일까?’

나쁘지 않은 선택 같지만, 오늘은 지혜 씨 말고도 다른 손님이 있어서 먼저 말을 걸만한 타이밍이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 다음으로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어떻게 첫 만남을 가졌으며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알려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으음, 지혜 씨가 손님으로 왔다가 ‘어쩌다.’ 보니 제가 능력 과잉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어 서요.”

“아하! 회식 때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상견례가 아니었…으극…!”

아까부터 계속 발이 밟히는 나리씨다. 너무 티내면서 밟는 것 같은데… 모르는 척을 해 줘야겠지?

상견례라니, 나쁘지 않은 울림이지만, 내가 내세울 것이 없는데 결혼은 무슨…. 최소한 지혜 씨를 먹여 살릴 정도는 벌어야 동급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지혜 씨에게 이 이상 접근하기가 좀 그렇다.

물론, 이 세상에서 남성인 내가 먼저 접근을 하여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기엔 내 자존심이 용납치 못할 것 같다. 싸 보이는 건 너무 싫다. 그렇다고 이런 인연을 놓치기도 싫다 보니, 현재로서는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고 있다.

나리씨의 발등을 강하게 밟았던 지혜 씨는 남은 칵테일을 다 마신 뒤,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아…나리야 왜 이런 이야기로 가면 자꾸 이상한데로 빠져….”

“팀장님두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많지 않나요!?”

“당사자가 되어봐 그냥 곤혹스러워. 정말로 성화 씨의 능력 과잉을 고치기 위해서 방문한 것뿐이야….”

“훈련 장비이야기는 기억하는데, 그 외에도…훈련이 없으면 힘들지 않을까요…?”

오늘 방문한 김에 능력에 관한 질문을 해 보려 했는데, 타이밍 좋게 나리씨가 말해주었다.

지혜 씨도 훈련에 관해서 고민이 많은지 약간의 인상을 쓴다. 아마 헌터일이 바쁘기에 나를 신경 써줄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신경을 써 주지 않아도 요령만 알려 줘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팔찌까지 공짜로 받지 않았는가?

“그보다 성화 씨 저 팔찌 말인데요 사실….”

“아 맞다. 능력제어 대충 감은 잡겠는데….”

““네?””

서로 말의 타이밍이 겹쳐 버렸는지. 서로 되물으면서 멀뚱히 바라본다.

팔찌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회수해 가야 하는 것일까?

약간 긴장하면서 지혜 씨의 말을 기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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