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66화 (66/140)

〈 66화 〉 새로운 한 주의 끝(1)

* * *

말이 서로 겹쳐서 그런 것일까? 긴장하면서 지혜 씨의 말을 기다리고 있으니 옆에 앉아 있던 나리씨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사장님 정말로 제어하셨어요!?”

“네? 네넷! 능력 제어라면 어느 정도 되었다 생각 하는데요?”

제어라면 아마 능력을 말하는 것이겠지.

지혜 씨가 가르쳐 준 이후로 쭉 연습을 해왔고, 이제 적당히 힘의 흐름정도는 움직인다.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팔찌를 뺀 뒤에도 능력 발동을 어떻게 억제할 것 인가인데….

방법을 묻기 위해서 지혜 씨에게 질문을 하려 하였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나 보다.

현준씨 또한 깜짝 놀랐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어떻게 하신 거에요?!”

“하니까 되던데요…?”

“”“네?”””

“다들 그렇게 반응하셔도…. 진짜 하니까 되던데요?”

“어…사장님 진짜로요? 정말? 거짓말 아니죠?”

“네. 흐르는 느낌으로 움직여 보니까 잘 움직이던데요?”

“와아…선배, 사장님은 나처럼 재능있는 거 아니야!?”

바 영업 시작 전에도 연습을 하였지만, 정말로 하니까 되던데….

나리씨도 그렇고 현준씨까지 뭔가 대단한 일을 하였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니 생각보다 부끄럽기도 하고 곤란한 상황이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 나의 말에 지혜 씨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질문을 하였다.

“저어…성화 씨 제어라면 어떤 느낌으로 된다는 말씀인가요? 흐름을 약간 움직이는 정도인가요?”

“아뇨? 잘 움직여 지는데요? 처음에는 조금 힘들지만, 어느 정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쉬워요. 에스프레소를 뽑는 느낌일까요? 기계에서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몇 초가 지나면 일정하게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어… 어떤 느낌인지 몰라서 죄송해요…. 어쨌든 움직인다는 말이시죠? 그럼 보여주실수 있나요?”

지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지혜 씨가 전에 언급했듯이 너무 강하면 팔찌를 하여도 잊힐지도 모르기에 사용하지는 못하겠는데…. 지혜 씨는 그때 당부를 잊은 것일까?

“그,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죄송해요. 조절이 너무 강하면 억제 팔찌를 껴도 잊히지 않나요?”

“아,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였어요. 그래도 불안하니까 조금만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괜찮을까요?”

지혜 씨는 그렇게 말한 뒤, 핸드폰을 켜면서 영상 촬영모드로 촬영을 시작하였다.

“응? 영상촬영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성화 씨의 능력의 경우에는 생명체한정으로 적용이 되는듯해서요. 전자 장비의 경우에는 그대로 모습이 찍히신다고 해야 할까요?”

생명체 한정으로 능력이 통할 줄은 몰랐다. 전자 장비라니… 기억을 해 둬야겠다.

“으음, 감지 능력이 없으면 이렇게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군요.”

“그렇죠? 제 능력은 잘 아실 테고. 현준이는 보급관련 중력 계열이고, 나리는 장거리 저격 전문이라서 감지 능력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쓰는 방법이에요”

현준씨는 보급계라 어울리는 능력이지만, 나리씨는 팀의 두뇌라고 소개를 하셔서 감지 능력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아마 장거리 저격하면서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므로 작전 관련 담당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능력 같은 정보 막 알려주셔도 괜찮으신가요? 개인정보 아닌가요?”

“능력 자체는 딱히 비밀이 아니잖아요? 사회적 통념이 물어보면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사실 이런 건 물어봐도 본인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요. 오히려 대기업 소속이면, 인터넷에서 정리가 잘되어 있어요. 어느 회사의 어느 헌터는 이렇다 저렇다 느낌으로 말이죠.”

확실히 유명인이면 찾아보면 알 수는 있겠다. 가끔 헌터TV에도 생 중계를 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 딱히 상대가 능력을 안다고 해서 기밀이 되는 건 아니다.

상위권 헌터들에게 능력을 묻는 건 괜찮다는 것이고…. 아마 중하위권 헌터들에게 본인의 능력을 묻는 게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팀장님 말 대로, 오히려 완곡히 돌려 말하면서 알아내려는 경우가 좀 그래요. 그냥 편하게 물어보면 좋겠는데…. 아니 작업을 걸어 보려고 그렇게 물어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현준아 좀 취했니…?”

“에이 이 정도로는 안치헤! 아 혀 꼬였다. 약간 취한 것처럼 보여도 정신은 멀쩡해!”

“회식장이면 모르겠지만, 여긴 가게잖아. 적당히 마셔 적당히.”

“네에, 네에. 내일 출근이니까 적당히 마실 생각이었어. 선배는 걱정도 많아. 그런 의미로 나랑 같이 잘래?”

“현준아? 사적인 자리지만 이 이상은 좀 그렇다야. 팀장님 보신다 야, 야.”

현준 씨는 능력에 관한 질문은 해도 괜찮다는 듯이 말한 뒤에 작업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니…. 생각보다 즐기면서 사는 타입 같이 보인다. 이 세상 남성치고 의외라 느껴진다.

아마 취기가 조금 오른 상태라서 머릿속에서 필터링이 되지 않는 걸 수도 있다. 그것이 술의 매력이기도 하고 무서운 점이다.

그보다 내일이 출근이면 지금 마시고 있는 잔을 마지막 잔으로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능력 검증을 위해서인지, 지혜 씨는 핸드폰을 양손으로 잡은 채로 렌즈의 방향을 나에게 향하게 하였다.

구도가…뭔가….

“어…. 자기소개 라도 해야 하나요?”

카메라가 이쪽으로 향하니 왠지 모르게 자기소개라도 해야 할 분위기가 되었다.

나의 말과 함께 지혜 씨는 당황하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아, 아니! 그, 그, 성화 씨! 능력만 발동하시면 되는거에요! 발동후에 저희가 인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자기소개라뇨!”

음…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성을 당황하게 만드는 발언이 자연스레 나와버려서 그런지 얼굴에 피가 쏠리는 기분이 되었다.

나 또한 그냥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고 나니, 지혜 씨와 서로 눈도 못 마주치면서 어물쩍거리고 있었다. 말 하기가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현준씨가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사장님 금방 발언 최고였어요! 저도 언젠가 써먹어야겠네요.”

뭔가 색드….립…. 같은 발언인 것은 나도 알지만…. 그냥 카메라 렌즈를 보니 생각난 말을 했을 뿐이다. 그런 의도는 정말로 없었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으음, 일단 능력 써볼게요.”

“그, 그러죠.”

나의 이상한 발언에 의해서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능력을 발동해 본다.

나를 숨긴다는 느낌으로….

방향성 없이 이곳저곳 흐르는 힘의 방향을 안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물론 처음 당기기 시작하면 아무런 반응도 없다. 거대한 벽을 밀거나 당기는 느낌?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여 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아주 천천히 힘을 가해준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힘이 움직여진다.

지혜 씨의 말처럼 흐름을 타는 기분으로 천천히 당겨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놓는 기분으로 힘을 풀어 주면 내가 당긴 만큼 바깥으로 흘러간다. 힘의 반동이 없어지려는 시점에서 다시 천천히 힘을 당겨보면, 이번에는 더 많은 힘이 끌려왔다. 이걸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기 시작한다.

마치, 엔진을 예열하는 느낌처럼, 나의 능력 또한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지인 앞에서 실험이기에, 오전에 능력을 막 사용한 것과는 다르게, 힘을 아주 조금씩 당기고 있다.

이 정도로 약하게 실험 해 보기는 처음인데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저어 지혜 씨?”

“아, 네 무슨 이야기 중이었죠?”

오…. 대충 이 정도는 나를 잊지도 않지만, 방금 전 대화를 살짝 잊은 상태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해 버렸는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봤다.

“저한테 고백한 거 까지요?”

막상 장난은 치고 싶지만, 할 말이 없어서 흔히들 하는 농담정도로 말을 꺼내어 보았다.

은인을 놀려 먹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지만, 이런 기회가 얼마나 될까?

‘잠시뒤 능력을 해제한 뒤에 장난 쳐본 것을 사과해야겠지…. 라모스 진피즈 칵테일이라도 드려야 하나…? 그거 진짜 고통스러운 칵테일인데, 장난쳐본 값이라 생각하면 괜찮겠지.’

그런 생각하면서 능력을 해제해볼까 생각했지만, 지혜 씨 반응이 조금 격했다.

“저, 정말요?! 아, 아니 제가…. 제가, 그러니까 어, 어…. 그럼 받아 주시는 건가요?”

“오 팀장님 드디어 아다 탈출! 저희 팀에 남은 건 나리 선배네요!”

“현준아! 너무 나갔어! 그리고 아다라니! 다른 분이 계시는데, 그보다 사장님 답변이 어떻게 되시나요!?”

어….지혜 씨는 뭔가 비장한 결심을 한 표정이 되었고, 현준씨와 나리씨는 남의 연애사를 보는 제3자의 입장이라도 되었는지…. 팝콘이라도 있다면 먹으면서 구경하고 있을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어라…? 이건 좀 예상 못한 일인데.’

뭔가 반응이 격해져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가볍게 장난친 것인데….수습을 어떻게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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