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67화 (67/140)

〈 67화 〉 새로운 한 주의 끝(2)

* * *

장난이란 무엇일까?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유쾌함이 있어야 장난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흔히들 드라마나 타인과의 대화에서 말할 법한 장난을 쳐봤다.

나도 내가 이렇게 장난을 자주 칠 줄은 몰랐다. 색드립부터 시작해서 고백했다는 듯한 언동까지.

문제가 있다면 내가 친 장난의 파장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는 것일까? 장난이 장난으로 끝나지 않게 될 분위기다.

내가 장난을 친 이후 속으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어떻게 하지를 속으로 반복하고 있다.

지혜 씨 얼굴은 붉어진 채로 무엇을 말할지 몰라서 말을 더듬고 있고, 나리씨나 현준 씨는 축제라도 왔다는 듯한 반응들이다. 게다가 취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더 반응이 오버액션적이다.

“그러니까 사장니이임! 답변이 어느 쪽이죠!?”

“아니…저, 그….”

“선배니임~! 그러는 거 아니죠! 천천히 기다려줘야겠죠!

"그렇지? 이럴땐 조용히 있는 게 도움움이 되는 거겠지?!"

장난을 당한 당사자 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시끄러운 상태다. 둘 다 이 상황을 반쯤 즐기고 있는 모습이 얄밉기만 하다.

아마 취해서 더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러면서 친해지는 걸까 싶지만, 지금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하하…. 역시 능력을 풀고 장난이었어요~! 하는 편이 좋겠지…?’

우물쭈물하는 편 보다는 역시 빠르게 수습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 말을 하려 하였지만, 무언가 기대 중인 지혜 씨의 반응이 더 빨랐다.

“저로는 안 될까요?

“네?”

어….

무언가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다.

뭘 들은 것일까?

순간적으로 생각이 정지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으으음

‘아니 이걸 이렇게?’

뭔가 역으로 고백을 받는 기분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촬영 중인 영상부터 처리하자 싶었다.

“잠시 핸드폰좀 주실래요?!”

“어라…이걸 왜 들고 있었죠, 여기요.”

“감사해요 잠시만요.”

너무 의심 없이 주는 게 아닐까? 아니면 나의 능력이 먹히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받은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직도 영상 촬영 중에 있었다.

일단 촬영을 중지하고 삭제버튼을 누르니 현재 찍힌 영상이 삭제되었다.

'후... 이걸로 한시름 덜었네....'

이제 지혜 씨에게 핸드폰을 주면서 사과의 말을 하였다.

“핸드폰 잠시 빌려 줘서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나의 죄송하다는 말이 거절의 답변으로 알았는지 지혜 씨의 반응이 좋지 않다.

“아, 예…. 그럴 수도 있죠. 헌터라는 직업이 돈은 잘 벌어도 잘 죽기도 하고…으음, 죄송해요.”

장난 한번 쳐본 게 일이 너무 커져가고 있다.

아니...! 지혜씨면 최고의 여친 아닐까?

몸매 좋지! 성격도 괜찮은것 같지! 돈도 잘 벌지!

“아뇨, 아뇨! 아악! 그게 아니라…. 일단 고백은 잠시 보류!”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능력 사용을 멈춰야겠다.

능력사용을 멈춘 뒤에도…. 기억한다면 그때 생각해보자.

이번에는 흐름을 멈추는 느낌으로 천천히 제동을 걸어간다.

어제집에서 연습할 때 급하게 멈추려 했더니 전신을 맞은 듯한 고통이 밀려왔었다.

아마, 처음 능력을 발동할 때와 같이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겠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팔목에 있는 팔찌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있을 때까지 능력을 줄여 나갔다.

내 앞의 지혜 씨와 나리 씨, 현준 씨는 눈을 몇 번 깜박거리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어라…능력 확인 까지는…. 무슨 일이 있었죠?”

나리 씨가 궁금 하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지만, 이대로 기억을 못해 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다들 잠깐 고민을 하더니 능력 사용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내는 분위기가 되었다.

“와…이건 재능이 있을지도…. 사장님 헌터 안 되실래요!?”

“글쎄요, 아쉽지만 이미 가게 생활이 있어서요.”

옛날에 이 방법을 알았다면 정말 헌터를 지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지혜 씨가 반응이 없는데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걱정하면서 나리씨와 현준씨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미 취해서 그런지 질문의 공세가 이어졌다.

“그보다 촬영한 거 어디 갔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아, 그건…. 예 좀 그런 일이 있어서 삭제 했답…니다? 멋대로 지워서 죄송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혹시 팀장님이 고백이라도 한 건 아니겠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어렴풋이 기억이라도 하는 것일까?

내가 저지른 짓이 있기에 어떤 일이 있는지는 직접 말 하지 못하고 완곡히 돌려 표현했다.

“아하하… 그럴 수도 있겠죠…?”

“수상한데…. 그렇죠오 나리 선배에?!”

“으음, 무언가 일이 있어서 지운 것 아닐까아? 적당히 넘기자~ 그보다 한잔 더주시죠!”

다행히 넘어가는 분위기일까? 다들 조금씩 취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이 든다.

역시 취하면 적당히들 넘어가려 한다.

일단 칵테일또한 술이기에 너무 취하면 귀갓길이 걱정되므로, 이번잔이 진짜,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코스모폴리탄과 핑크레이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얼음을 넣고 쉐이크 하려는 시점에서 현준 씨의 말이 이어진다.

“그보다 사장니이임, 뭔가 인지저해 말고도 편리한 능력이 부가적으로 있는 듯한데, 그걸로 저랑같이 여자 꼬셔보지 않을래요!?”

“뭐, 자영업이라서 어디 나가지는 못하니까. 바 일 하면서 여자라도 꼬셔보죠.”

“아하. 사장님도 헌팅의 재미가 궁금하신가보구나! 제가 잘~ 알려드리겠습니다!”

“에이~. 농담이예요. 진짜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혜 씨가 순간 움찔 한 기분이 드는데 기억 하는 건 아니겠지…?

사소한 잡담을 하다 보니 칵테일이 완성되어서 각각의 잔에 따라서 주었다.

‘헌팅이라… 괜찮을 지도…? 생각보다 능력이 끝내 주잖아? 그래도 완벽히 제어는 안 되니까 아직 보류하는 것으로…!’

그러한 생각하면서 뒷정리하고 있으니 나리씨가 잔을 든 채로 말을 걸어왔다.

“그보다. 진짜 아쉽네요. 이렇게 재능이 있는데 늦은 감도 있기도 하고…. 지금 와서 헌터를 지망하기는 으음…팀장님?”

지혜 씨가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나리씨가 이상함을 느끼고 지혜 씨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지혜 씨의 얼굴은 아주 붉었고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저…성화 씨.”

지혜 씨 말투가 저건 100% 기억하는 말투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장난쳐서 죄송합니다!”

일단 바로 사과를 하였다. 다행히도 남은 두 명은 모른 다는 점 때문일까? 부끄러움이 3분의 2는 줄었다.

“아뇨…장난을 좋아하시는 것은 알지만, 그런 장난은 좀….”

“으윽, 죄송합니다.”

순식간에 실내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유감스럽게도 지혜 씨는 전부 기억을 하는 모양이다. 아마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이야기면, 계속 기억을 하는 것일까? 이 또한 능력의 강약에 따라서 바뀔지도 모르겠다.

나리 씨나 현준 씨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조용히 관전을 하는 느낌이다.

뭔가 주목받는 느낌이 간질 하면서도 부담스러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혜 씨는 말없이 남은 잔을 천천히 비우고 있고.

나는 눈치가 보여서 먼지가 조금 쌓인 잔을 닦고 있고….

그와 중 눈치를 보던 현준 씨가 화재를 바꾸기 위해서 다른 말을 하였다.

“그보다 최근 이쪽 뒷골목 분위기 안좋은 거 아세요?”

“네? 분위기라뇨?”

“으음, 상가 쪽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요. 골목 뒤쪽은 좀 분위기가 안 좋아졌거든요.”

아마 최근 들은 소문에 의하면 독거미 라는 존재 때문일까?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게까지 영향이 오지는 않겠지?

“뒷골목 때문에 여기까지 큰 문제가 생길까요?”

“아뇨? 그냥 뒷골목 웬만하면 들어가시지 말라는 것과 관련자랑 만나지 않는 것을 추천 드려요.”

“뒷골목은…. 음, 들어갈 일이 없고. 관련자는 누구인지는 모르겠네요.”

가게 개업 이후로 그런 인물을 만난 기억이 없다.

해 봐야 B급 헌터들 손님 들이나…퇴근하는 직장인 정도? 아니면 지인 수아라던지….으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관 될 일이 없는데.

그보다 가게 건물 값 안 떨어 지겠지?

너무 속물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 다들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

“아마 이 가게에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지혜 씨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역시 팀장급 헌터라서 그런지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럼 다행이네요….”

건물 값은 문제 없겠지라 생각하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지혜 씨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죄송해요 성화 씨. 사실.... 능력 제어가 어려운데… 제가 쉬운 듯이 말해서…? 그러니까 이게 아닌데…어쨌든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능력 제어가 되면 된 것 아닐까요?”

사실 제어 팔찌만 주신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혜 씨가 주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음….

으음….

나는 이미 닦은 유리잔을 다시 마른 행주로 닦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뭐, 조금 전에는 장난이었지만, 지혜 씨 정도면 나쁘지는 않겠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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