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새로운 한 주의 시작(1)
* * *
성화 씨 가게를 향해 가는 길이지만, 속으로 한숨이 계속 나온다.
버스 안에서 눈을 감은 채 고민하고 있지만, 남들이 보면 심각한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아…독사년과 말싸움을 할 때 해 버린 말이 있어서 철회를 할 수도 없고…’
여자로서 자존심이 있어서 없던 일로 할 수도 없고… 곤란해진 상황이다.
성화 씨에게 능력 제어에 관한 이야기를…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만 한기분이라 죄송할 따름이다.
성화 씨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억제 팔찌도 만능은 아니 라서….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 줘야 한다.
아니면 능력 발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성화 씨의 뇌를 건들 수는 없지않는가?
그래서 지나 언니의 허락 하에, 성화 씨에게 팔찌를 선물한 날.
성화 씨의 귀여운 모습을 보다 보니 설명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게다가 나만 독점적으로 억제 팔찌를 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능력 제어에 관해 말 하지 않았다.
독사년을 봤을 때 급하게 능력 제어에 관한 설명을 했지만,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급하게 가르쳐 준 것일 뿐이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성화 씨에게 왜 그런 약을 줬을까?
성화 씨는 민간인에 가까워서 이득 날 것도 없을 텐데… 도대체 왜?
다음에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그보다 독사년의 짓거리를 알게 된 이후, 그녀와 말싸움하게 되었다.
그렇게 독사년과 싸우다 보니…. 누군가를 독점한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생각을 바꾸기는 했지만….
성화 씨에게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크다.
'성화 씨를 독점 하고싶어서 말 안했어요!' 라고 말 할 수는 없지않은가?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나를 인간 쓰래기로 볼까봐 무섭다.
이런 내 상황도 모르고 나리와 현준이는 얻어 마신다는 이 상황이 즐거운가 보다.
버스를 타고 있어서 큰 소리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고민하는데 나리만 들떠 있는 상황이 좀 그래서, 툴툴거리면서 나리에게 한마디 하였다.
“야, 비싼 술 마시러 가는 게 그래좋냐?”
“에헤헤…칵테일은 처음이라 기대되는 중이예요!”
“하아…그래. 그래. 비싼 술 마시러 가자”
내가 사준다고 했지만…. 칵테일을 마시러 간다는 상황에 들떠 있는 나리가 밉기만 하다.
매번 깡 소주나 맥주만 마시다가, 미디어에 나오는 술을 마시게 되니까 궁금해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연애 지식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가는 게 분명 할 것이다.
나는 속으로 외칠 뿐이다.
‘고민하는 팀장이 안 보이냐!?’
나는 오늘 성화 씨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며, 속에서 비명을 내지르고 있지만, 은근 눈치 없는 나리가 이것을 알리 가 없다.
전장에서는 눈치가 빠른 데 일상에서는 왜 이러는 것일까?
그보다 현준이는….
내 옆에 서서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좀 많이 신경이 쓰인다.
‘연애귀신 아니랄까 봐. 눈치챘나?’
우리 팀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애를 하는 게 현준이다.
심심하면 여자를 갈아치운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헌터들이 연애상대를 자주 바꾸는 것은 일상적이다.
현준이가 유명해진 이유는, 남자답지 않은 성격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성화 씨와 닮았으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다.
진짜 표정을 보아하니, 벌써 무언가를 눈치챈 걸지도 모르겠다.
질문을 받게 되면 난감한 질문을 할 것이 분명하기에 눈을 안 마주치고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봐줄 현준이가 아니었다.
“팀장님 결국 마음 정하신 건가요?”
“어…아, 아니 뭘!?”
“오 모른 척 금지! 뭔가 말 하려고 가는 거 아닌가요?”
정말 현준이는 직설적이다.
팀장의 체면이 있지, 혼자가기 싫어서 부하직원을 데리고 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준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말을 하였다.
“뭐, 팀장님이 옆에 있어 주길 원하면 있겠는데… 말만 하세요. 언제든지 가게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그, 그래 너희만 미, 믿을게…?”
부하직원에게 들킨 느낌을 받지만, 현준이는 연애 고민 상담을 자주 하기도 하니까….
괜찮겠지…?
뭔가, 팀장으로써 권위에 금이 가는 기분이지만, 실상황이 아니라면 평소에도 이런 분위기였으니…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눈치 없는 나리가 현준이와 어떤 말하는지 몰라서 질문하기 시작하였다.
“어? 무슨 일 있어?”
“선배…. 선배는 진짜 연애하고 싶으면, 눈치부터 기릅시다.”
“나 정도면, 눈치 있는 거 아니야?”
“눈치가 아니라 가슴만 있는 거 아닌가?”
“야…! 너!”
버스안이라 그런지 적당히 자제하면서 싸우고 있다.
애들은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가게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 나름대로 고민 좀 해야겠다.
그렇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
시간이란 참... 상대적이다.
시간아 좀 흘러라! 할 때는 가장 느리게 흐르지만, 흐르지 말아 달라 하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나의 고민을 끝내지 못하였지만, 성화 씨 가게 앞에 도착하였다.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던 사이,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카페 숲속 & 바 만월]
간판을 본 나리가 들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와 팀장님 여기예요? 꽤 분위기 있는데요?”
“나쁘지 않지?”
“네! 이런 가게는 처음이지만 분위기 자체는 괜찮을 것 같네요.”
내 경험상 카페 영업시간에는 꽃밭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바 영업 시간에는 달빛 아래에서 술을 즐기는 느낌으로 마실수 있는 독특한 느낌의 분위기였다.
아마도 조명으로 분위기를 조절하는 느낌인데, 이런 세세한 곳까지 조명을 신경 쓴 것을 보면, 성화 씨의 성격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지만, 현준이가 나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가요 팀장님. 저희가 있잖아요? 고백 실패하면, 까짓 것 내일 연차내서 온종일 마셔보자구요.”
“그래 가보….ㄹ. 아니 왜 이야기가 거기로 빠져!?”
“어라? 고백하러 오신 거 아니었어요?”
“틀려! 아, 아니! 고백하면 좋겠지만! 사, 상황이 안 되는 걸?!”
“팀장님 고백하는 겁니까!?”
저 눈치 없는 새끼….
나와 현준이는 짜게 식은 눈빛으로 나리를 봐주었다.
나리는 아니 왜?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래. 고백이라면 고백이지…. 사랑 고백이 아닐 뿐….
지금 와서 고민한다 한들 답이 있겠는가?
게이트에서 오크 놈들 대가리를 창으로 뚫어 줄 때 혹은 기습을 당하였어도….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어갔다.
“하아…그래 일단 들어가자.”
내가 술을 사준다 말하였기에 계속 입구에서 세워둘 수도 없다.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성화 씨! 저 왔어요!”
애써 밝은 척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두 녀석도 따라 들어왔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성화 씨가 나를 반기기 시작하였다.
“어서 오세요! 바 만월입니다~!”
확실히 성화 씨는 귀여운 축에 낀다.
주변에 워낙 거친 녀석들이 있어서 그런지 성화 씨의 귀여운 모습에 계속 눈길이 가게 된다.
‘으음, 일단 칵테일부터 마시고 생각해 보자.’
애들을 데리고 온 목적부터 클리어 한다음에 성화 씨와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
현준이가 나와 나리에게 이런 게 있으니까 나중에 좀 써먹어! 라는 눈빛과 함께 주문한 칵테일은, 작업주라 불리는 술이었다.
들어 본적은 있다.
달달해서 마시기 편한 술 정도?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귀여운 성화 씨가 술을 통에 넣고 흔드는 모습은… 멋지다 보다는 귀여웠다.
현준이가 했다면 멋졌겠지만, 성화 씨가 통을 흔드는 모습은 어른을 따라 하려는 아이 같은 느낌을 받아버려서 귀엽다고 느껴진다.
본인은 나름 멋있게 했다고 생각하는지 가슴을 쭉 내밀고 당당하게 칵테일 이름을 말하지만 그마저도 귀엽게 느껴진다.
일단, 칵테일 맛부터 봐야겠지….
그보다…. 진짜… 좇 같은 인권 단체 이야기는 정말 내 입으로 하기가 싫었다.
성화 씨는 사정을 모르기에 궁금한 것은 알겠지만, 그 새끼들 때문에 서류작업 및 통제작업에 사용된 내 시간을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다.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취기가 오른다.
나리나 현준이도 취하기 시작했는지, 성화 씨를 어떻게 만났는지 묻거나, ‘처녀’s’ 라고 언급 할 뻔한 거…
내가 언급을 안 해서 못 들었다 생각 하겠지만, 다 들었다.
여기서 화를 내기에는 어정쩡한 장소니…자고 일어나면 그냥 빡세게 굴려야겠다.
교량가설 훈련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리는 또 상견례 드립을 치지 않나….
정말 개판이 되기 전에 진짜 용건을 말해야겠다.
“그보다 성화 씨 저 팔찌 말인데요 사실….”
“아 맞다. 능력제어 대충 감은 잡겠는데….”
성화 씨와 나의 말이 서로 겹쳤다.
지금 성화 씨가 뭐라고 했지?
아마 조금 움직인 것을 제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겠지…?
에이, 설마 진짜 능력을 제어했을까…봐?
성화 씨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일단, 능력 제어가 진짜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