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새로운 한 주의 시작(2)
* * *
성화 씨의 말이 사실인지 어떻게 확인을 해 봐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나리가 놀라서 질문을 하였다.
“사장님 정말로 제어하셨어요!?”
성화 씨가 과잉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을 아는 나리로써 깜짝 놀랐을 것이다.
팔찌를 꼈을 때 움직이지 않는 뻣뻣한 느낌을 받아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것을 나 또한 기억하고 있기에, 나리가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과잉능력 장애증후군이면 자신 마음대로 제어가 안 될 텐데…. 제어를 해낸다? 그러면 과잉장애가 아니다. 하지만 성화 씨의 능력 발현을 본다면 필시 과잉 장애가 맞다.
그게 아니라면…. 능력이 발현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능력을 사용하는데, 성화 씨는 어떠한 이유로 사용 방법을 몰랐다 던가….
…에이, 너무 나간 생각 같다. 능력이란 자기 팔다리를 움직이며 숨을 쉬는 것과 같은 느낌인데 그것을 모를 리가 있을까?
아마 조금 움직인 정도로 성공한 것이라 생각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 중인데,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화 씨가 귀엽게만 느껴진다. 성화 씨의 매력포인트라 생각되는 옆머리가 흔들거릴 때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계속 얼굴을 보고 싶지만, 아직 특별한 사이도 아닌데 계속 볼 수는 없었다.
내가 몇 번 본 것 정도로는 성화 씨가 눈치채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성화 씨는 나리의 말에 당황을 한 것 인지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 답변을 하였다.
그 모습 또한 사…아니 귀엽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심하게 콩깍지가 씌인 것 같은데. 어쩌겟는가? 먼저 반한쪽의 패배인 것을.
“네? 네넷! 능력 제어라면 어느 정도 되었다 생각 하는데요?”
역시 정말 조금 움직인 정도로 움직였다 생각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약간 눈치가 없는 나리는 이번에도 질문을 계속하기 시작하였다.
나 또한 조금 궁금하기에 나리의 질문에 속에서 나이스! 를 외쳤다.
“어떻게 하신 거에요?!”
“하니까 되던데요…?”
“““네?”””
내가 무엇을 들은 걸까?
사실 약간 움직였어요 같은 자랑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 하니까 되던데요는… 뭔가 와 닿지 않는 발언이었다.
정말로? 그렇게 쉽게 된다면 헌터라는 직업의 의미가 퇴색될 텐데…?
“다들 그렇게 반응하셔도…. 진짜 하니까 되던데요?”
“어…사장님 진짜로요? 정말? 거짓말 아니죠?”
“네. 흐르는 느낌으로 움직여 보니까 잘 움직이던데요?”
…진짜 그 팔찌를 끼고 움직였다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성화 씨의 팔찌를 보았다.
은색의 시계체인과 비슷한 느낌의 팔찌가 성화 씨 왼쪽 손목에 감겨져 있다.
혹시 팔찌 성능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확인을 하지만 금이 가거나 부서진 흔적은 전혀 없었다.
팔찌를 한 채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쉽게 움직이는 게 되는 거였나…? 게다가 능력 조절이 안 되는 상태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하던 도중 현준이는 성화 씨의 말을 쉽게 받아들였는지, 자기 일 마냥 환호를 하였다.
“와아…선배, 사장님은 나처럼 재능있는 거 아니야!?”.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진짜면, 성화 씨는 굉장한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헌터는 추천해 주고 싶지는 않다.
죽음을 옆에 두고 일하는 직업이 헌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능력을 사용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뭔가 변화라도 있겠지....
아, 생각해보니… 감지계열 능력자는 이곳에 없었기에 폰으로 영상촬영 모드로 촬영을 시작하였다.
회사에 성화 씨가 온 것이 뿌려진 것을 보면, 일반적인 은신 능력자와 다르게 전자기기까지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 나와 같이 간 손님이라는 이유로 회사에 퍼진 것이 아니라, 성화 씨가 그만큼 귀여워서 사내 게시판에 쫙 퍼진 것이 아닐까?
일단은 합법적으로 성화 씨를 찍을 기회가 생겨서 카메라 화면에 있는 성화 씨를 보았다.
흔히들 생각하는바텐더 복장이 아니라 갈색의 앞치마에 흰셔츠를 입은 모습이, 가게 사장님 보다는 일을 막 시작한 아르바이트생처럼 느껴졌다.
여러 가지 잡념이 들기 시작하였지만 최대한 자제하면서…. 성화 씨의 능력을 확인할 겸 촬영을 시작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성화 씨의 말 한마디로 인해 가게 안의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 자기소개 라도 해야 하나요?”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당황해서 멍하니 성화 씨를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었지?... 어…자기소개?
뜻을 알고난 뒤 듣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말 하지 않겠지? 같은 생각만이 앞섰다.
진짜 다른 사람 앞에서 저런 말을 한다면…여러 가지 의미로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나니까 다행인 거지! 다른 여자들은 아주 그냥 잡아먹으려고 난리를 쳤… 음, 나도 요 두녀석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성화 씨 본인도 이상한 말을 한 것을 눈치챘는지 일단 능력을 쓴다고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능력 촬영이지만, 정신을 차리니 카메라의 기록은 지워져 있었으며, 성화 씨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둘째치고 능력 조절이 팔찌를 끼고 되는 거였던 걸까?
나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하였지만, 정말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이, 생각이 날 듯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알듯이 모르는 이 상황이 약간 짜증이 날 뿐이다.
진짜 성화 씨는 왜 영상을 지운 것일까? 아니면 내가 지웠나…?
풀릴 듯이 안 풀릴 수수께끼와 같은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현준이의 이야기가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혹시 팀장님이 고백이라도 한 건 아니겠죠?”
고백…
고백?
머릿속에 순간 스파크가 일어난 느낌을 받자마자, 안개처럼 뿌옇던 기억이 아주 선명해졌다.
분명 성화 씨는 능력을 사용하였다. 정말…이렇게 단기간에 사용을 할 줄이야….
나는 멍청하게 무엇을 하는지 성화 씨에게 물었고…. 성화 씨는 약간의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 하였다.
ㅡ저한테 고백한 거 까지요?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치자…응, 고백했다고…. 정말 그렇게 믿었으니까.
오히려 그때에 성화 씨의 답변을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것 같았다.
성화 씨는 장난을 친 것이었기에 어떻게 수습할지 당황을 하였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당연히 거절이구나 싶어서… 내인생의 흑역사로 기록될,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기억이…나기 시작하였다.
ㅡ저로는 안 될까요?
아악! 부끄러! 부끄러워! 이 미친 이지혜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정말…다시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성화 씨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내 앞의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하하…이게 핑크맨…이었나? 저게 다이키리…코스모폴리탄…
하아아… 현실 도피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기억이 난 이상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그런 약해진 느낌을 주는 발언이라니.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성화 씨에게 감점요인 아니었을까?
그런 내 마음도 모르는 성화 씨는 현준이랑 여자를 꼬셔본다는 농담이나 하고 있다.
듣다 보니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울컥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여서 성화 씨를 불러 보았다.
“저…성화 씨.”
내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걸까?
성화 씨는 바로 사과해왔다.
“장난쳐서 죄송합니다!”
“아뇨…장난을 좋아하시는 것은 알지만, 그런 장난은 좀….”
“으윽, 죄송합니다.”
성화 씨가 정신적으로 내 몰린 상태일 때는 몰랐는데, 성화씨는 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전에 성화 씨 집에서 하룻밤 잘때도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다.
그보다. 고백건은 역시 장난이었던 걸까?
고백한번 못하고 차인 기분을 받아서 너무나도 씁쓸한 기분이 든다.
기대한 내가 바보였던 거지….
아직 성화 씨에게 좋은 인상을 준 기억이 들지는 않는다.
가게에서 우울해하던 사람을 도왔다는 느낌정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성화 씨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던 도중에 현준이가 뒷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아….독사년 신경을 빡빡 긁어 줘서 이쪽 구역의 흑월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들은….편하게 있지 못할 정도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현준이도 나랑 독사가 싸운 것을 모르기에 말을 꺼낸 것이지만, 역시 말을 해 두는 편이 좋았으려나?
성화 씨가 괜한 걱정하지 않도록 현재 상황에 관해 말해주었다.
“아마 이 가게에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네요….”
까마귀 깃털이 달려 있는 이상, 흑월의 존재를 아는 놈들은 이 가게를 건들지를 못할 것이다.
흑월….독사….
하아….
능력 제어가 힘들다는 것을 말해야겠지….
현재 제어가 된다고 하여도,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이기에 마음 한편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받고 있다.
결국, 내 마음이 편해지자고 하는 사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죄송해요 성화 씨. 사실…. 능력 제어가 어려운데… 제가 쉬운 듯이 말해서…? 그러니까 이게 아닌데…어쨌든 죄송해요.”
말재주가 그리 좋지 않기에 어떻게 말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능력 제어가 사실 힘든 일이라 말하였지만, 성화 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쉽게?
그 후로 가게 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나리나 현준이는 둘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일 훈련 일정이나… 다음 원정 이야기 등등…
성화 씨는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유리잔의 먼지를 닦아내고 있었다.
나만 신경을 너무 써 온 기분이 들기 시작한 그때.
성화 씨는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열었다.
“뭐, 방금 전에는 장난이었지만, 지혜 씨 정도면 나쁘지는 않겠네요.”
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