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74화 (74/140)

〈 74화 〉 흑백의 조합(2)

* * *

날씨가 만약 후덥지근 했다면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을 정도로 긴장될 만한 상황이다.

부잣집의 아가씨로 추정되는 손님이 어떤 주문을 할지 너무나도 걱정된다.

아마 커피 콩이 어디 산지인지부터 시작해서, 크림은 어떤 걸 사용했는지 시럽은 어떤 시럽을 사용했는지 등등 따지고 들 것 같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술은 아직 판매하지 않는 시간대인점?

술은 고급으로 갈수록 가격이 청전부지로올라버린다. 이런 곳에서 그런 술이 있을 리 없다…!

싼 맛에 마시는 술이 많은데 어쩌지?! 아, 아니 커, 커피로 한다고 하셨지!?

남들이 본다면 눈이 돌고 있으면서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너무나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그녀는 메뉴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내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그보다 가게이름이…. 만월 아래 숲속의 느낌을 내려고 하셨나요? 뭔가 시적인 표현 같아서 나쁘지 않네요.”

“그, 그렇죠? 그래도 알아주는 손님이 적어서 아쉽지만…. 이렇게 해석해주시는 분도 계시네요. 에헤헤.”

“그런데 숲속의 만월이라 하여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아, 그건 처음 생각해 본 가게이름이지만 하지 않았어요.”

가게 이름은 중요한 사안이기에 몇 번이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생각한 가게이름은 내 의도를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숲속의 만월] 이라 지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현재의 가게이름으로 결정하였다.

“생각은 해봤는데, 이게 최선인 것 같아서요.”

“안 하신 이유라도?”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가, 이야기가 시작되자 바 테이블 위에 양팔을 올리면서 허리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 또한 자연스러우면서도 기품이 있다고 느껴진다.

아마 바 같은 장소에 익숙한 것 같다.

그보다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라….

“구분을 해 두는 편이 두 종류로 영업을 한다고 알리기 좋지 않을까 싶어 서요. 숲은 음료만 판매한다는 느낌으로, 만월은 달 아래서 술을 마시는 느낌으로 한번 해봤어요.”

“어머나, 섬세한 사장 님이시네요. 확실히 알콜 비알콜 두종류를 따로 판매하신다면 구분해 두는 편이 좋겠네요. 정말 잘 지은 가게 이름이네요!”

“그, 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다아?”

그녀는 누군가와 대화에 능숙하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면접관을 만나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고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라 그런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아마 가게이름을 보고 연상한 손님은 있겠지만, 이렇게 말해주는 손님은 처음인지라, 칭찬받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럼 가게 이름의 유래는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마시기만 하면 되는 카페인가요? 마스터가 대화 상대를 해 주시나요? 도심이 아닌 곳에서 마시는 건 처음이라서요.”

이번에도 질문하면서 화사하게 웃어 주는 모습이 다른 의미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보다 마스터라….

매번 사장님이라 불려왔기에 마스터란 단어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대, 대화는 이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지혜 씨나 요 며칠간 단골 헌터들을 상대해온 실력을 내 보일 때가 된 것 같다.

주로 내가 듣는 쪽이긴 했지만….

“물론 가능하답니다? 말만 하세요! 뭐든 들어는 드릴게요!”

“들어는 주신다라. 후후 귀여워라.”

귀엽다는 말을 듣게 되니 패배한 기분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성별의 역할이 반전된 세상이라지만, 귀엽다 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듣고 싶기에, 그녀에게 귀엽다는 단어를 정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머, 멋진 거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글쎄요? 흐음, 그럼 그렇다 할까요? 와아 마스터 멋져요~.”

뭔가 내가 요청해서 멋지다고 해 주지만, 칭찬을 받는 거에 그런 것을 따질 이유가 있을까?

그녀는 지혜 씨와 다른 느낌으로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 하더니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것을 눈치채더니 음료 주문을 하였다.

“아, 주문을 깜빡 했네요. 그럼 아인슈패너 한잔 아이스로, 생크림은 달달하게 해주시고, 커피와 생크림의 양은 60대 40정도로 해주실래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엄청나게 복잡한 주문을 할 줄 알고 긴장을 하였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주문이었다.

아인슈패너 라면 흔히 비엔나 커피로 잘 알려진 생크림이 들어간 커피다.

커피와 생크림의 조합이라 생각하면 어떤 맛인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 외로 중독적인 조합이다.

소금커피의 쓴맛 단맛 버전이라 생각하는 편이 쉽다.

소금커피는 단맛 짠맛을 커피향과 함께 즐긴다면, 아인슈패너는 단맛과 쓴맛, 커피향을 즐기는 커피다.

아인슈패너쪽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보다, 그녀의 주문에서 이런 가게에 익숙함과 동시에 비싼곳 많이 다녔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일반 주문에서 무언가를 빼는 경우 ‘~되나요?’라고 묻지만, 그녀는 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는 점이다.

주문을 할 때에도 기품이 있는 듯한 느낌의 음성이, 정말 음료 한번 잘못 냈다가 찍히는 거 아닐까?

음료의 재료자체는 일반적이지만…. 최대한 마, 맛있게 만들어야지! 가게의 운명이 달려 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내가 너무나도 긴장한 것일까? 행동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꼿꼿이 허리를 펴면서 앉았다.

“이런…. 처음에 경호원들이 좀 오버를 해서 죄송해요.”

“아, 아뇨!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녀의 대화와 연결이 되지 않는 답변을 하여서 그런지 곤란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평소 가게 운영하는 것과 같이 해주실래요? 그냥 소문이 나 있어서 온 것뿐이예요.”

“어… 어떤 소문인가요? 혹시 컨셉형 가게라고 소문이 나 있다던가….”

“아뇨~? 처음에 말했듯이 귀여운 사촌 동생이 최근에 여기 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사촌 동생이 추천을 해준 건가요?”

“추천이라…. 조금은 다르지만 궁금해서 와본 것이죠.”

“으음, 너무 일반적인 가게라서 죄송합니다아?”

왠지 모르게 사과가 나와 버렸다.

귀한 집 아가씨를 접대할 줄은 가게 오픈이래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쓴웃음을 짓던 그녀는 가게의 테이블과 실내 장식을 다시한 번 더 둘러보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눈웃음을 살짝 지어 주면서 바 내부에 관한 감상을 들려주었다.

“오히려 좋은걸요? 최근 들린 바는 대부분 모던함과 클래식을 중시해서 그런지 도시의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여기는 바 테이블도 원목이고, 주변에 꽃장식도 많아서 그런지 나쁘지 않은데요?”

“그…. 이런 흔해 빠진 장식 보다는, 고급스러움이 좋지 않을까요?”

꽃이라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게이트 산 꽃도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가치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졌는지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가로 젓더니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그리면서 말을 하였다.

“고급스러움이라…. 비싸고 가치가 높은 물건은 뭔가 유리 케이스를 씌우고 감상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당연하죠. 비싼 물건이잖아요? 약간의 흠집이라도 생기면 가치가 떨어질텐데요?”

“그렇죠? 그런 것을 가지고 있거나 대상화 된다면, 흔한 것에 눈이 가는 법이죠.”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다.

이게 상류층의 사교적인 대화인가…?

내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그녀는 다시한 번 더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오히려 흔하기에…. 가까이 접하기 쉬우면서도 자유롭다는 것이 좋네 라는, 개인적인 투정이랍니다.”

“으음, 그래도 뭔가…. 어려워요.”

“간단하게 말하면 답답한 분위기보다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좋아요.”

“가, 감사합니다다?”

가게에 들어온 뒤부터 칭찬만 해서 그런지 자연스레 감사의 인사가 나와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느낌의 대화였다.

흔함과 자유롭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일단 고급스러움이 좋지 않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던 나의 표정을 보았는지, 그녀는 여전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뭔가 가게구경을 왔다가 푸념만 하는 기분이네요.”

“아, 아뇨! 얼마든지 대화하셔도 괜찮아요! 아! 커피! 잠시만요!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오늘은 여기서 시간을 조금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고 싶었지만, 일단 주문받은 음료부터 먼저 드리고 이야기해야겠다.

하는 김에 내가 마실 것도 만들어서 대화를 해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대, 대화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지 다른 의도는 없다.

솔직히, 이런 가게에 아가씨 같은 손님이 오시는 것도 신기하였고,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경호원들을 보낼 때부터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대화로 풀어 두는 편이 가게 평판에 좋지 않을까?

그리고 지혜 씨에게 이런 상류계층의 사람과 대화도 문제없이 하는 가게 사자…아니 마스터라고 자랑 한번 해볼 수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그녀가 주문한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시작하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