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흑백의 조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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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엔나커피라 잘 알려져 있는 아인슈패너는 만들기 간단한 커피다.
아메리카노에 크림을 끼얹는 느낌?
일단 에스프레소를 뽑으면서 생크림을 준비하였다.
그러고 보니 생크림을 달게 그리고 많이 였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휘핑크림과 시럽을 준비하였다.
시럽은 일반 시럽부터 시작해서, 헤이즐넛, 바닐라 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닐라 시럽을 쓰는 게 제일 무난한 맛을 낸다.
자 이제 핸드 믹서로 거품을 낼 차례다.
여기서 포인트는 케이크에 올리는 생크림처럼 부푼 생크림이 아니라, 약간 걸쭉한 느낌을 내는 편이 마시기 편하다.
그렇게 휘핑기의 전원을 켜고 휘핑을 시작하니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생크림의 점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를 보지 않고 답하였다.
“평소에는 잘 안보셨나요?”
“뭐, 간다면 혼자 가지 않다 보니 볼 기회가 생각보다 적죠.”
“으음, 그래도 동행자 분이랑 이야기하면 즐겁지 않나요?”
“즐겁기는요, 일 이야기만 가득하지, 다들 한번 언론에 언급되어 보려 거나, 언급좀 안 되게 해 달라는 청탁만 가득하니….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른 곳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지요.”
휘핑기의 전원을 넣은채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데, 아마 언론쪽에서 일하는 중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바 같은 곳에서 사업 이야기를 자주 하는가 보다.
다른 가게에선 뭔가…. 음식과 같이 술을 해야 하는 느낌이고, 식사와 함께 술을 하다보면 상당한 시간이 흐르기도 하고. 역시 술을 마시면서 간단하게 대화하기에는 펍이나 바 만한 곳이 없다. 분위기도 조용한 게 나쁘지도 않고, 사업이야기만 할 수 있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곳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는 편이 분위기 좀 나지 않을까요.”
아가씨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자신의 생각이 행동까지는 안 나오리라 생각 했는데, 나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글쎄요, 어떻게 설명해야 마스터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요.”
양손을 무릎위에 올리고 있던 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오해라니….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는 않는다.
그보다. 휘핑기에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지는 것이, 휘핑크림이 완성되었다.
에스프레소도 다 뽑았고…. 이제 얼음 물을 준비할 차례다.
아인슈패너 자체가 아메리카노보다는 물을 적게 넣는 편이다.
너무 많은 물이 들어가면 생크림의 맛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녀의 특별 주문을 생각 한다면, 한잔의 비율을 잘 생각 하여야 한다.
커피 60, 생크림 40.
일단은 제빙기를 열어서 얼음을 잔의 절반 정도 담았다.
고급진 바라면 큰 얼음 덩어리로 만든 아이스 볼을 사용하겠지만, 여기는 속이 움푹 파인 사각형얼음 정도가 한계다.
유리잔과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는 언제나 들어도 청명한 음색이라 기분이 좋다.
그렇게 얼음을 다 채웠으면 이제 물을 잔의 절반만 차도록 조심히 계량하면서 따랐다.
여기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다면 대충 커피 60의 비율이 나오게 될 것이다.
맑고 투명한 물이 담겨 있는 잔에 에스프레소를 천천히 따르니, 검은색 잉크를 물에 떨어트리는 것처럼, 에스프레소의 색이 잔 전체에 번져간다.
칵테일을 만들던 습관인지, 잔을 잡고 살짝 흔들어 줬다.
어디까지나 습관적으로 음료 전체를 차갑게 하려는 행동일뿐, 큰 의미는 없다.
고민 중이던 그녀는 어느새 내가 만드는 것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 며칠 전 지혜씨가 왔다 갔을 때와 같이 누군가 지켜본다는 상황이 조금 부끄럽다.
최대한 멋을 내면서 만들어야 하나…?
이런…. 잡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빨리 음료부터 만들어야겠다.
커피를 절반 조금넘게 채웠다면, 이제 생크림을 넣을 차례다.
여기에도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냥 생크림을 커피 위에 붓는다면, 생크림과 커피가 서로 섞이면서 생크림의 흰색에 커피 색이 조금 섞여서 지저분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얼음위에 생크림을 올린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생크림이 든 계량컵을 천천히 기울였다.
얼음위에 떨어진 생크림이 아래로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퍼지는 것을 확인한다면, 한 번에 생크림을 부워주면, 아주 깔끔한 느낌의 층구분이 가능해진다.
이제 마지막 장식을 하면 끝이다.
그냥 드리기에는 심심하니까 포인트로 코코아 가루를 생크림 위에 엷게 뿌렸다.
코코아 가루는 어디까지나 보기 좋게 하기 위해서 올리는 장식이라서 맛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대신 마실 때 약간의 코코아 향이 나기에, 생크림의 맛을 보면서 코코아 향을 느끼면 기분이 포근해진다는 점이 장점이랄까?
어찌되었든 그렇게 완성된 아인슈패너와 스푼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와 고마워요. 이렇게 예쁜 데코레이션과 스푼 까지 주시다니~! 마스터 섬세하시네요”
어느 가게를 가던 아인슈패너를 주문한다면 어느정도 장식과 스푼을 주는 곳이 많을텐데 이렇게나 칭찬을 해주다니.
아마 그녀의 화법은 상대를 칭찬하면서 띄워주는 쪽인 걸지도 모르겠다.
별것 아닌 말이지만, 칭찬 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아진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내밀어진 잔과 함께 전체적인 모습을 보았다.
아인슈패너와 그녀는 뭔가 한 셋트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잔의 아랫층에 깔려있는 검은색 커피와 흰색 생크림…. 그리고 포인트로 뿌린 코코아 가루가 마치 그녀가 하고 있는 검은색 리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색 조합도 괜찮고… 맛은 어떻게 평가 해주시려나?
하지만 그녀는 바로 마시지 않고 스푼으로 생크림을 떠서 한입 먹었다.
생크림 비율이 많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단 것을 좋아하는 느낌이다.
높은 집안사람으로 보여서 그런지, 단 것을 좋아하는 것과는 매치가 되지 않지만, 그녀는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생크림을 몇 스푼 먹었다.
“하아 나쁘지 않네요.”
“생크림을 좋아하시나 봐요?”
“달고 푹신한 느낌이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이렇게 먹기가 힘들어서요.”
“으음, 바에서 시켜 드시면 되지 않을까요? 블랙 러시안 처럼 생크림이 들어간 칵테일도 있잖아요.”
그녀는 나의 질문에 숟가락을 입에 문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이내 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물고 있던 숟가락을 잔에 꼽고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인지 다시한번 양팔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허리를 살짝 굽혔다.
역시 꼿꼿이 앉은 모습보다는 이쪽이 편한 느낌을 받는다.
“아까전의 이야기에서 계속되는데, 있는 사람의 투정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라서 죄송해요.”
“어…. 편하게 말하셔도 괜찮아요. 그러라고 있는 마스터잖아요?”
그녀는 죄송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말을 고르는 표정에… 나는 팔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내 가슴을 살짝 통통 하는 느낌으로 치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풋 하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아 어떻게 해 그냥 확인차 온 가게인데 사장님 너무 귀엽잖아요.”
“으으음. 귀엽다는 좀 안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럼 멋있다로 하죠. 어디까지 말했죠? 아, 일반적으로 말이죠 그런 비싼 곳에 가면 장식품이 된 기분이라서 금방 갑갑해질걸요?”
“그래도 그만큼 대접받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그녀는 잔 윗부분을 잡고는 커피와 생크림이 약간 섞일 수 있도록 살짝 흔들었다.
“그만큼 보는 눈 또한 많아지겠죠.”
자신이 공예품처럼 비싼 물건처럼 취급이 된다면, 생활이 편하겠지만, 지켜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지는 것일까?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나와 반대되는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다.
“감이 오지 않겠지만, 상상이상으로 주변 신경을 엄청 쓰면서 살아야해요.”
“행동까지요?”
“그렇죠.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상대의 가면을 간파해야 겠지요.”
그렇게 말 하고는 잔에든 아인슈패너를 조금 마시고 잔을 테이블 위에 두었다.
아인슈패너를 마시고 난뒤 그녀의 입술에는 생크림이 묻어있다.
뭐, 뭔가 아가씨와 연상되지 않는 모습이지만, 원본이 예뻐서 그런 것일까? 어울린다고 한다면 어울린다고 말 할 수 있는 모습이였다.
“봐요. 이렇게 생크림이 묻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으음, 특별히 드는 생각은 없고….생각 외로 어울리시는데요?”
그녀의 웃음 포인트를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폭소하기 시작하였다.
“푸하핫! 마스터 생각외로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어…. 감사합니다?”
“뭐어…. 아마, 제가 가는 바였다면 순식간에 소문이 나겠죠? 품위가 없다면서 말이죠.”
일단 그녀에게 물티슈 한 장을 뽑아주려 하였지만, 그녀는 거절하였다. 아마도 다 마시고 난뒤에 닦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입술에 생크림 좀 묻은 정도로는 매너가 없다는 소문은 안 날 텐데….
“너무 과한 생각 아닐까요…?”
“아뇨,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곳이라 서요. 게다가 단 것을 좋아하는 인상을 준다면, 그 또한 이상하게 해석하겠지요.”
이번에는 생크림과 커피가 섞인 부분을 스푼으로 떠서 생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단 것을 정말 좋아하시는 구나.
“그래서 흔한 느낌이 가끔은 부러워요. 너무 흔하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그만큼 자유롭잖아요?”
“죄송해요 저로써는 조금 먼 이야기 같아서요.”
“아니에요 저야말로 죄송하죠. 한번 가게 보러왔다가 푸념이나 하다니. 가끔 제 사촌 동생이 부럽다니까요? 저도 그냥, 확 이런 자리 내팽겨치고 싶지만, 이미 자리도 잡기도 했고… 멋대로 나갔다가는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고…힘드네요.”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지만, 그녀 나름의 고충은 이해하였다.
아마 자신이 고가의 장식품이 유리케이스 안에 진열된 것 마냥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지.
어떤 말을 해줄지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있었던 일이 떠 올랐다.
“그러면 주변 상황을 조금 무시 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녀는 반쯤 마신 잔을 흔들면서 얼음을 찰랑 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나의 말에 무슨말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나의 발언을 예상하지 못하였는지 그녀는 딱히 표정을 짖지는 않았지만, 차갑다는 느낌이 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어…엄…. 괜히 나댔나…?
등 뒤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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