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흑백의 조합(4)
* * *
그녀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잔으로 돌렸다.
약간을 고민을 하는 듯이, 잔을 보면서 고민하다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신음성을 냈다.
“흐으음, 마스터, 그게 어떤 말인가요?”
“말 그대로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정말로 간단한 해결책 같이 말했지만, 내 말뜻이 이상 했던 걸가?
어떤 말인지 당황해서 표정을 굳혔던 그녀는 이내 작게 웃더니 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게 말대로 쉬울까요? 말했잖아요?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고.”
“그, 그러니까!”
“대답해 봐요. 저도 마스터의 생각이 조금은 궁금해졌으니까.”
나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 위압감이 넘쳐흐른다.
지금이라도 죄송합니다 하면서 사과를 할까 싶을 정도로 정신적인 압박이 심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최대한의 용기를 내서 나의 생각을 전달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타인을 보는 것 같지만 생각 외로 무심하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저 같은 자리라면 무시하기도 힘들죠.”
“으음, 그건 좀…. 주변을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닐까요?”
그녀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다시 한번 갸웃거렸다.
아직 술을 판매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녀와 단둘이 있어서 그런지 칵테일을 판매하는 기분이 되었다.
나 또한 목이 마르기에, 남아 있던 생크림을 사용할 겸, 우유를 생크림이 들어 있는 계량컵에 부웠다.
딱히 음료의 이름은 없다. 생크림의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맛과 우유가 너무 잘 어울려서 가끔 마시는 음료다.
그렇게 음료를 만들고 나니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푸후…마스터. 어떤 말하고싶은지는 알겠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장식품 같으시다면서요.”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죠, 유리케이스에 씌여진 장식품 같은 생활이라는 느낌이 간간이 들지요.”
“장식품은 주변 시선 같은 거 신경 안 쓰지 않나요?”
“흐으음, 그래서요?”
“장식품은 바라보는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던 자신의 가치를 뽐내잖아요?
“아…?”
고가의 장식품은 누군가 바라보거나 엄중히 보관되고 있다고 해서 그 가치를 잃지는 않는다.
사람 또한 큰 실수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없어지지 않기에….
“그러니까 말이죠. 앞뒤 안 맞는 소리인 거 알지만. 적당히 쳐낼 사람들은 쳐 내더라도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흐으음….”
“자잘한 시선정도야 높으…ㄴ. 아니 아가씨…? 으으음, 으아악! 그러니까! 손님이 그런 자리면, 장식품이 아닌 사람이니까!어느정도 마음대로 행동해도 문제없지 않을까요!? 그렇죠?!”
내가 주도적으로 손님과 말해 보기를 완전 실패한 기분이 든다.
말실수라니…말실수라니이…!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최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아하하! 나쁘지는 않네요. 나쁘지는 않아…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그녀의 웃음 소리가 바깥에도 들릴 정도였을까.
바깥에 대기하던 경호원 중 한 명이 살짝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할 정도로 크게 웃었다.
무언가 시원하다는 듯이, 막혀 있던 무언가 뚫린 듯이, 술을 입안에 한 번에 털어 마시듯 커피를 다 마시고는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번에는 더욱더 많은 크림이 입술에 묻었지만, 그녀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한번 핥짝이고는 손등으로 살짝 닥았다.
“아, 그렇게 생각 하니까 편하네요.”
“그, 편해지셨다면 다행인데, 말실수는 죄송합니다…!”
“아뇨, 그정도야 자주 듣는 이야기 인걸요? 맞아요 지금 자유롭게 행동은 못하지만…. 그래요 권력을 사용하는 것 정도야 저의 위치라면!!”
“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 데요…?”
뭔가 의미 전달이 잘못된 기분인데?
나는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너무 쓰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였지만, 그녀는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권력을 어느정도 휘두르면 된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한 건지 이때까지 보지 못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일단 생크림의 흔적은 지워야 하기에 물 휴지를 주었다.
그녀는 물 휴지로 입술을 닦는 것조차 기품이 있다고 느껴 지는 것이, 한손으로 티슈의 가운데를 잡고는 입술을 톡톡 치듯이 도도한 표정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나라면 휴지로 슥슥 닦아낼텐데…. 확실히, 이런 모습을 보면, 기품이 넘친다.
그보다. 나, 정말 크게 말실수를 한 것일까?
“마스터 말이 맞아요. 저는 그럴 만한 힘이 있지요.”
“아니, 제 말은 어디까지나 주변 시선을 너무 신경 쓰시지 말라는 거였는데요…!?”
“그 말도 맞아요. 주변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아라…. 하지만,저는 장식품이 아닌 사람이잖아요?”
“그, 그렇죠…?”
“이때까지는 후계자니 뭐니 하면서 억압되면서 생활했다면, 이제부터 어느정도 권력을 휘둘러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장식 품이 아닌 사람이니까요!!”
아, 아, 아!! 큰일 났다!
정말로 다른 의미로 해석을 한 기분인데… 아까 경호원에게 보인 모습을 생각해보면 더욱더 폭군이 되지않을까 걱정이된다.
음…
어라…? 내가 걱정할 필요가 있는 문제인가? 딱히 고민할 필요 없는 문제인데 너무 고민하는 것 같다…!
그, 그래. 나한테는 크, 큰문제없겠지!
그보다 폭군이라….
취향은 아니지만, 그녀의 외견을 생각하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는데?
흑백의 옷에 아름다우면서도 기품이 있는 동작.
의외로 수요가 있지 않을까…?
“끄으응, 손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지만요….”
“마스터와 생각이 달랐지만, 저도 제 나름대로 길을 찾은 기분이라 괜찮았어요. “
약간의 침묵이 지나간 이후, 그녀는 빈 잔을 잡고 흔들면서 얼음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나를 바라보면서 한잔 주문하였다.
“그보다 한잔 더 주실래요?”
“오후시간대인데 카페인 괜찮으시겠어요?”
“네, 카페인 정도로는 숙면에 방해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이번에도 아인슈패너로 드릴까요?”
그녀는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 말하더니, 이번에는 핸드폰을 들어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핸드폰 문자의 내용은 개인 사생활 이기에 궁금하지는 않다.
나의 위치는 소시민이라 생각 하기에 괜히 봤다가 목이 날아가지 않을까 같은 상상을 하지만, 아무리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치안이 좋지 않다지만, 그런 일이 실존하겠는가?
일단은 아인슈패너를 새 잔에 담아드렸다.
그보다, 맛은 괜찮을까? 그녀의 입맛에 맞을지 조금은 걱정된다.
“커피 맛은 괜찮으신가요? 어디 부족하거나 그런 거 없으신가요?”
커피를 마시려던 그녀는 나의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아가씨 같은 모습으로 피식이라니, 생각 외로 어울렸다.
“네, 이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이곳 만의 맛이 있는 법이죠.
“적당한 칭찬으로 얼버무리시려는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잔을 들고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맛의 표현이 직설적이지 않아서 약간 헷갈린다. 결국 입맛에 맞다는 것일까? 맞지 않다는 것일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나의 표정을 바라본 그녀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마시던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이번에는 양팔을 테이블 위에 올린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와, 진짜 아가씨라 생각되는 여성이 이런 자세를 취하니, 말로는 표현못할 무언가…으, 뭐라고 표현을 하면 좋을까? 그녀의 뒤로 흰 백합이 가득 피어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턱을 괸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만든 커피의 맛을 말하여 주었다.
“음, 음. 어떻게 말해야 마스터가 시무륵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요.”
나는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볼을 부풀리면서 투명하게 대답해버렸다.
“그런 표정 지은 적 없는데요.”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뭔가 결심을 한 이후에 분위기가 바뀐 느낌인데 착각은 아니겠지…?
그녀도 말 장난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지, 자신이 맛본 아인슈패너의 맛에 관하여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때까지 단맛을 많이 추가 못해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좀 걸쭉한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 기분? 코코아 데코레이션도 귀엽다 생각하고. 스푼까지 따로 주신점도 가점이에요. 와아 마스터의 커피는 제 기준으로 합격이네요.”
“아, 칭찬 감사합니다. 손님!”
다행히도 그녀의 합격 기준을 넘긴 것 같다.
그보다…. 나의 인사를 들은 그녀는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뭔가 실수했나 싶어서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데?
실수 했나 하면서 고민하고 있던 도중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미나.”
“네?”
“편하게 미나도 좋아요. 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줬잖아요? 이름정도야 부를 수 있죠.”
“아, 그, 그럼 미나 님? 미나 씨?”
“씨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
“네 손님. 아니 미나 씨.”
내가 이름을 불러줬더니 그제야 만족하는 표정으로 커피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미나 씨는 오늘의 일정도 없기도 하며, 가봐야 일만 늘어난다는 이유로 가게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보다… 가게 바깥에 경호원이 배치가 되어있어서 그런지 주변 이목을 엄청 끌고 있다는 점이 문제랄까…? 창문너머로 보이는 인파에 관해서는 생각하기를 포기하였다.
정 안 되면 능력이라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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