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78화 (78/140)

〈 78화 〉 단순함의 한잔(1)

* * *

SNS에 실린 내용은 간단하였다.

광휘의 이미나 씨가 서민들이나 갈법한 바에 방문했다는 내용.

가게 외부의 모습과 경호원들의 사진이 SNS에 한가득하였다.

가게 홍보적 측면에서는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뭔가… 기분이 좀 그렇다. 이렇게까지 한 번에 뜬다면 퇴근 후 한잔 마시는 분위기가 힘들어질텐데….

이상한 손님이 안 오겠지 하면서 SNS를 무시하고 뉴스나 보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메인 뉴스에도 올라와있다. 처음 보는 언론인데?

[광휘의 귀공녀 서민적인…]

음… 저거 아무리 봐도 제목을 저렇게 지어 놓고서는 별것 아닌 내용이 분명하겠지만, 실제로 이미나 씨가 귀공녀로 불리는 것을 알았기에 급 호기심이 동하여서 눌러보았다.

예상대로 내용은 간단한 내용 들이었다.

이미나 씨가 서민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정도의 뉴스? 사진은 전부 SNS에서 주운 사진들로 뉴스를 썼다.

아, 이거 100% SNS 보다가 뉴스 하나 쓴 느낌이 가득한 기사다.

내용도 없고… 제목으로 주목을 끄는 그러한 뉴스 기사다.

이래서 비주류 언론의 인터넷 기자들이란…. 정말이지 기자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뉴스의 댓글이 궁금해서 내려보니…. 좀…. 가관이었다.

­귀공녀가 저기에 왜갔대?

­최근에 컨셉바 포기했는지 아니면 본인 얼굴 믿고 영업하는 건지 거기 사장님 오짐 ㄹㅇ.

­ㅇ? 뭐 잘생김?

­ 최근에 가 보니까 존나 귀엽던데? 이런 남편 있으면 아무것도 안 시키고 내가 돈벌어온닼ㅋㅋ

­진짜임 저번주에 봤는데, 후드티에 앞치마 입고 있었음, 진짜 천상계 외모임

­와 찾아보니까 존나 귀엽네 왜 몰랐지?

­능력이 은신이었나보지 병신녀나

­은신이 그렇게까지 됨?

­몰?루

응??

소파에 누워 있다 보니 이게 뭔가 싶어서 핸드폰을 눈앞까지 들이대면서 화면을 자세히 보았다.

아무리 봐도 나에 관한 글인데…엑?

아니 내가 왜 귀여운건데! 남자답다라던지 멋지다 같은 말은 왜 없는 건데!!

컨셉형 가게인 것으로 소문 난 것 정도야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이렇다니…. 왠지 모를 패배감에 좌절을 하였다.

그렇다 해도 푹신한 소파에 누워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서도.

후….

한숨을 쉬고 난 뒤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댓글 하나를 쓰기 시작하였다.

­ 거기 사장님 멋지…

‘아니다…지우자…’

내가 내 손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게 부끄러워서 전부다 지웠지만, 소파에 누운 채로 다시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억울함 인지 답답함 인지 무언가 속에서 올라오니, 내 손은 이미 댓글을 쓰고 있었다.

­거기 사장님 귀엽지는 않던데?

완성된 댓글을 보니, 이정도면 충분 하겠지?

나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썼고, 그다지 귀엽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였으니까 내가 쓴 것을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뉴스의 댓글 등록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나의 댓글은 등록되었다는 메시지가 오지 않고 다른 메시지가 왔다.

[찾을 수 없는 페이지입니다]

아니 왜?!

기껏 큰마음먹고 댓글을 썼지만, 찾을 수 없는 페이지라는 알람이 와서 그 뉴스를 찾았지만, 어디를 봐도 존재하지 않는 뉴스가 되었다.

내가 환상이라도 본 것인가 싶어서 뉴스가 아닌 SNS를 확인해 보니, 확실히 미나 씨에 관한 글은 남아 있었다.

뉴스가 삭제된 것이었다.

하긴… SNS를 퍼 나른 뉴스라서 삭제된 것이겠지.

…?

그런 경우가 있던가?

대형 언론사가 아닌 인터넷 언론사는 자극성 기사만 가득하기에 자주 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런 기사가 삭제되는 것이 평범한 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수준 낮은 기사 하나 삭제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절대로 나에 관한 댓글이 있어서 신경이 쓰인 것은 아니다.

***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면서 놀다 보니 슬슬 영업할 시간이 가까워져 왔다.

왜 쉴 때는 이렇게도 시간이 빨리 갈까?

블라인드가 내려간 창문 바깥은 아직도 소란스러웠다.

정말로 팔찌를 빼고 영업을 하던지 능력 조절 연습을 하던지 해봐야겠는데…. 역시 빼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능력이 어디로 튈지도 모르겠고…. 괜히 잘못 했다가 사고를 칠 것 같은 기분이 엄청 들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채로 왼팔을 천장을 향하여 뻗어 보았다.

은빛의 금속 밴드.

‘지혜 씨로부터 받은 선물이지만, 팔찌 없이 능력조절을 해 본 적이 없는데….생각난김에 해볼까?’

아직 30분 정도는 남아 있고, 팔찌 없이 제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연습할 겸 팔찌를 풀어보니,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팔찌로 인해 습해진 손목의 감촉과 자상의 흔적들이었다.

하아…치유능력자나 피부과에 가서 치료받지 않으면 평생 가야 하는 흔적이다.

상처를 보게 되니… 생각보다 우울해졌다.

아마 저번 주?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생긴다.

어디까지나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울하다? 불안하다? 으음, 정확히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답답한 느낌을 받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그런 기분?

작년인가 재작년쯤의 상태로 돌아 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답답한 기분이 느껴진다.

이것이 전부 꿈이라면 어쩌지?

모든 것은 나의 환상이었다면?

이미 나는 미쳐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혜 씨와 문자를 해 왔다.

최소한 애, 애, 애인! 이랑 그런 문자하면 적당히 진정되니까!

지금 시간이면 사무업 인지 훈련인지 업무를 보고 있을 시간이라서 문자를 잘 안보내지만, 기분이 좀 그렇기에 문자를 보내봤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그저 답답해서 보내는 문자일 뿐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뭐 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담백한 문자였다.

뭐, 문자를 보냈으니 언젠가 답장이 오겠지 생각하며, 능력을 조절해 보았다.

이번에는 팔찌를 뺀 채로 조절을 시작해봤는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약간 밀어본다 생각하면 저 멀리까지 나아가는 기분이 들며, 살짝 당겨보면 한껏 압축되는 기분이다.

어…어라…??

생각대로 조절이 안 되고 있다. 살짝만 밀어도 저 멀리 나가 버리고 당황해서 당기면 한껏 압축되어버리기에, 그대로 능력조절을 그만 두니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격랑처럼 힘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라 당황한 채로 몇 초정도를 기다리고 있으니 겨우 잠잠해진 기분이 든다.

능력에 익숙해질때까지는 팔찌를 빼면 안 될 것 같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가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체온이 순식간에 식는 기분이 든다.

일단 팔찌를 다시 꼈는데, 약간의 금속 가루가 손에 느껴진다.

‘아, 모서리 각진 부분이 조금 마모된 것 같네.’

생각 외로 무른 금속일지도 모르겠다. 지혜 씨의 회사 물건이니까 소중하게 써야겠다.

당황한 가슴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며 팔찌를 끼니 문자가 와 있었다.

능력 때문에 깜짝 놀라서 진동도 못 느꼇나보다.

­훈련하고 있었어요!!

­와. 어떤 훈련인가요?

­돌진 훈련요!

­훈련하는데 방해를 한 건 아니겠죠?

­ 아니요! :S 지금 쉬고 있어요! 나리도 옆에서 쉬고 있어요!

그냥 갑자기 문자를 해 버려서 민폐인가 싶었지만, 훈련 중 쉬는 시간에 문자를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아…역시 훈련 중이니까 계속 문자하기는 조금 그렇겠지?

­훈련 열심히하세요 :D

­문자 해도 괜찮아요!! 진짜로요!! 정말로 쉬고 있어욧!

­에이 그래도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이잖아요?

­아, 그게 오늘은 팀별로 경쟁하는 야간 행군까지 있어서요ㅠㅠㅠ

윽, 전생의 기억이 롤백 되는 기분이다.

야간 행군이라니….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컴컴한 길을 쭈욱 걷는 기분은 지금 생각해도 최악이라는 기분이 든다.

야간 행군을 하다니 지혜 씨 오늘 고생 좀 하겠네…. 다른 팀과 경쟁하는 행군이라니 진짜 힘들 것 같다.

게다가 헌터라는 직업 특징상 걷는 행군도 아니고 급속행군으로 목적지까지 행군을 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 또한 고등학교쯤 헌터 교육이랍시고 시청각 자료만 본 게 전부지만, 그래도 그 지친 모습들을 보면 난이도가 예상이 간다.

­ 쉬는 날에 오시면 달달한 거 만들어 드릴게요

­와­ 만세! 성화 씨가 만들어 주는 거면 뭐든 좋아요!

­엄청나게 달달한 칵테일로 만들어 버릴거에요?

­그것도 문젱ㅄ어 아! 죄솧해여! 잠시마요!

­네, 천천히 하세요

역시 바쁜 와중에 문자를 한 것 같다. 혹시 지나씨에게 혼나고 있지는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영업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래! 손님의 인파 정도야…! 팔찌를 빼든지 능력 조절을 해보던지 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난 잘할 수 있어! 난 멋져!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영업을 시작할 준비해야 겠다!

마지막 영업 시간도 즐겁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