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단순함의 한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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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준 물건을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도중 수아와 정아연 기자의 이야기가 끝났다.
정아연 기자의 이야기를 들은 수아의 반응은 정말 이냐는 듯이 물었다.
“정말로 기사를 쓸 생각인각~?”
“어, 역시 조, 좀 그렇지요!? 아, 안 쓰는 게 좋겠….”
“아니, 써도 상관은 없는데~. 한번 써 보시죠?”
“하하…기사 구성해둔 건 없었던…. 예…?”
“저와 관계없는 기사잖아요~?”
“어, 그렇죠…? 관계없는 이야기긴 합니다.”
“저랑 관계없는 이야기인데 뭘 그리 긴장하신 건지... 정씨는 가끔 너무 긴장하시는 것 같네요~.”
“그, 그렇죠 제가 좀 많이 긴장을 하는 편이라서요 아하하…!”
수아가 오기 전의 정아연 기자를 생각하면 전혀 긴장을 잘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취재하러 온곳에서 진상을 부린다면 충분히 부리고도 남을 만한 타입이었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저지르는 성격?
지금의 정아연 기자 상황을 비유를 하자면 뱀 앞의 쥐처럼 바짝 긴장을 하였다. 수아가 그렇게까지 이 거리에서 힘이 있던건가? 상가 연합회 회장님은 김 씨 아저씨 일텐데….
박 사장님을 생각하면 수아도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어찌되었든 수아를 말려야 하나…? 수아가 오기전에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통쾌하긴 하지만, 너무 압박을 주면 저금 그렇지 않을까?
“그, 수아야 거기까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응~? 그런가~? 여기까지 하지 뭐.”
정아연 기자는 옆에서 한숨을 쉬고는 하이볼 한잔을 마셨다.
역시 하이볼의 매력은 청량감일까? 정아연 기자도 한 번에 쭈욱 마신다. 아마 수아의 압박에 긴장을 한 게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수아도 정아연 기자를 조금 경계하는 게 언젠가 한번 사고를 쳤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묻지는 말자.
수아도 진정을 했는지, 하이볼 글라스를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네?” “응?”
“쓰는 건 그렇다 쳐도 뒷감당 되겠나요~? 조금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생길 텐데.”
언제나 미소를 짓던 수아의 표정에 웃음기가 더욱더 짙어졌다.
뒷감당이라, 아마 천칭에서 오는 압력을 말하는 것이겠지?
딱히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기에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정아연 기자가 들뜬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예, 물론 저희 대리님이 어떻게든 막아 주겠…죠? 저야 조회수만 뽑으면 되는 거라…. 아하하.”
“그래? 뭐, 대리라…. 알아서 하겠지 힘내 봐요~.”
“가, 감사합니다!”
정아연 기자는 수아의 말에 감사인사를 하고는 남은 하이볼을 한 번에 다 마셨다.
목이 타는 상황이기는 하였지…. 지켜보는 내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수아도 한 성깔은 하는 구나.
하이볼을 다 마신 정아연 기자는 카드를 쥔 채로 나에게 손짓을 보낸다.
계산을 하기 위해서 카운터에 섰지만, 수아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 할말은 다 한 것이겠지.
두 잔을 마셨으니까…. 얼마 더라.
계산을 끝낼 때까지 가게안의 분위기는 어색하였다. 나 또한 낄 만한 자리가 아니기에 카드 승인을 기다리면서 가게안의 풍경이나 보고 있었다.
발광 꽃을 한번 구매하는 게 가게 분위기상 좋을 것 같은데, 내일 출근전에 한번 찾아봐?
그날 숲에서 본 꽃은 어떤 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찾아보기 전에 지혜 씨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삑
아, 결제가 완료되었다. 개인 단말기라 그런지 가끔 결제가 느려지는 게 흠이다.
“카드 여기 있습니다. 영수증 드릴 까요?”
“아뇨! 아뇨!! 괜찮아요! 그, 그럼 가, 가보겠습니다!”
“잘가요~.”
그렇게 말하고는 도망치듯이 나가는 정아연 기자였다.
조금 심한 것 같기에, 수아를 보고 나무라듯이 말하였다.
“수아야.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응? 에이~. 이 정도가 적당해, 너무 풀어주면 나에 관한 귀찮은 글 쓸지도 모르잖아?”
“그런가….”
“그런거야~. 탄산 들어간 칵테일도 나쁘지는 않지만 자주 마시기에는 목이 따갑네.”
남은 하이볼을 홀짝이다가 생각이 난 건지 잔을 내리고는 나를 보면서 말을 하였다.
“그보다 오빠.”
“응?”
손님이 수아다 보니 나도 한잔 마셔볼까 하다가 수아가 내 손을 잡았다.
으응?
“에, 엑? 수아야!?”
“에이~. 이정도야 괜찮잖아~? 그보다 능력은 언제 제어한거래?”
능력 제어라는 말을 할 때 수아의 눈빛이 빛난 것 같은데 착각이려나…?
“어, 나 능력 있던 거 알았어?”
“응~.”
“아, 그렇구나….”
“어라? 그동안 능력으로 가게를 숨겨오던 것 아니야?”
“그, 그렇지! 남자 혼자 운영하기에는 조, 좀 그렇잖아!”
“응~. 나도 오빠가 걱정돼서 자주 들리긴 했지.”
“그런 거였어?”
“우와. 내 마음도 몰라주는 오빠~. 수아는 슬퍼요.”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우는 척을 하는 수아였다.
평소 다른 텐션의 수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후드티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귀엽게 느껴진다.
그보다 수아도 나의 능력을 알고 있었구나. 왠지 모르게 나만 모르고 있던 나의 능력 같았다.
살아온 세월을 생각 해보면 억울한 면도 있지만, 있지만…….
막상 생각을 하다 보니, 안 좋은 감정들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는데, 수아가 그것을 눈치 챈 것일까? 잡고 있던 나의 손을 살짝 강하게 잡았다가 힘을 풀었다.
“오빠 괜찮아?”
“으, 응. 미안! 잠깐 딴 생각 했었어.”
“그으으래~?”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놓은 수아는 가져온 고급스러운 종이 가방에서 종이상자를 꺼내어 포장을 뜯고는 병 하나를 꺼내었다.
“선물을 내가 뜯는 게 좀 그렇기는 한데, 이거 한번 마셔 봐~. 오빠가 만든 칵테일 보다는 맛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몇 번 마시다 보면 달면서도 오묘한 맛이 중독적이라니까?”
“비, 비싼 건 아니지?”
“에이 약국에 파는 자양강장제와 비슷한 값을 생각중인 걸~.”
“그럼 괜찮을 지도 모르겠네….”
안 받아 주면 수아가 계속 마셔 달라고 할 것 같기에, 병을 받아서 마셔보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예거마이스터라는 리큐르가 있는데, 그 특유의 끈적한 느낌을 줄이고 청량감을 준 듯한 느낌?
결론은 진한 약초 맛이다.
이거 싫어 하는 사람은 싫어 하겠는데….
“으음, 파는 물건 이야?”
“시제품이야~ 시제품. 어때?”
“괜찮은데 조금 호불호 갈릴 것 같아.”
“그럼 된 거야. 그보다 오빠의 능력 조절은 어때? 쉬워?”
“응? 으음, 쉽다고 해야 할지 어렵다 해야 할지….”
수아 말을 듣고 보니 능력 조절에 관한 생각이 든다.
팔찌를 끼고 하면 적당히 조절이 쉬운데, 팔찌가 없으면 조금 힘든 게 단점이라면 단점 이겠지…?
“뭐, 능력 제어하는 게 중요 한 거지 그렇지~?”
“수아는 안 힘들어?”
“나? 아, 나는 감각 적인 영역이라서 말이야. 말했던가? 감지계열 인 거. 말 안 했다면 지금 말 한거로~.”
예상대로 수아는 감지계열 능력자였다.
끄응…. 수아도 내 상태를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치를 챈 것은 지혜 씨 혼자 인가?
자양강장제를 마시고 나니 기운이 나기 시작하는 게…. 잠 제대로 못 자는 건 아니겠지?
생각보다 약이 괜찮다고 생각하던 중에 수아가 박수를 짝 하고 치더니 이야기 화재를 돌렸다.
“능력 제어는 알았고~. 그럼 한잔 더 주문해볼까?”
“응? 아, 주문하게? 뭘로 할래?”
“언제나처럼 온더락으로 한잔 줘~.”
아, 수아 스타일이 단순한 한잔을 좋아하는 쪽이었지.
하이볼도 단순 하기에 수아의 취향에 맞았을 지도 모르겠다.
일단 수아의 주문에 맞추어서 위스키와 잔을 준비하는데, 문득 드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보다 정아연 기자가 지혜 씨 일을 기사로 써도 괜찮을까?”
“아아, 그 언.니 걱정 하는 거야?”
“으응? 아, 아니 아니! 걱정 보다는 어, 회, 회사적인 이유로 말이지!?”
“흐으응. 가게에 몇 번 온 손님이라고 벌써부터 챙기는 걸까아~?”
“아, 아니! 손님이면 신경 쓸 수도 있는 거지!”
“그렇다고 믿어줄 게~. 그보다 가게 진짜 단골은 나다? 알았지~?”
“그, 그렇지 수아가 단골이야!”
아차, 수아한테는 아직 사귄다는 말을 하지 않은 상태였 다는 것을 까먹었다.
단골이라는 타이틀로 신경전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수아말에 수긍하기는 하였지만, 언젠가 말해야 겠지…?
수아는 내 얼굴을 보다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아마 상관없을 거야. 그런 쪽에선 멘탈이 튼튼할 거고….”
“아, 다행인 건가…?”
“하지만 정기자가 조금 곤란 할 거야.”
“응? 지혜 씨 회사에서 조치를 취하는 거야?”
“아니? 정마아알~ 무서운 언니가 있거든.”
“응? 지혜 씨 친언니가 있었어?”
“친언니는 아니고 사촌언니? 메이져 언론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아, 언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말리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정아연 기자가 조금 곤란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기사를 막는 것이 지혜 씨도 곤란한 일을 격지 않을 것이며 정아연 기자도 메이저 언론으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을 텐데…. 굳이 일을 귀찮게 할 필요가 있을까?
“뭐, 조회수를 빨기 위한 헛소리를 지껄이는 뉴스라면 이지혜한테 타격도 안 갈 텐데…내가 왜?”
“기자랑 어느정도 안면 있는 사이 아니야? 괜히 올렸다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며?”
“안면이라…안면…. 있지 오빠~.”
“응?”
양손을 볼에 대고 있던 수아는 웃음기가 더 진해졌지만, 왠지 모르게 끈적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게 사실이야. 게다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굳이 신경 써야할 이유가 있을까?”
“없지…?”
“응, 없어. 그냥 남이야 남~. 본인이 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있을까? ‘그냥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면 편해.”
하긴. 본인이 하겠다는데 무엇을 말릴까?
수아도 말을 꺼내기 귀찮으니까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방치하는 것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삭막하다고 느껴진다.
정아연 기자도 제대로 취재를 하고 다녔다면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
“끄응… 정아연 기자도 기자로서 제대로 취재를 한 적이 있을까?”
“응? 아, 있었지.”
“있었어?”
“응. 취재하다가 ‘약방’ 취재를 조금 이상하게 해서 말이야~.”
“어떤 일이 있었어?”
“궁금해?”
“조금은 궁금하지. 과거에는 어떤 기자였는지 정도?”
“그러엄. 온더락부터 한잔 주면 말해줄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
바로 말 해주지 않는 수아에게 약간 장난을 쳐보았다.
‘에이 손님이 뭐야 수아야~라고 해줘.’ 라는 수아의 말이 있었지만, 이미 온더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아와 마실 때는 언제나 조용한 분위기 였는데, 이런 장난스러운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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