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84화 (84/140)

〈 84화 〉 단순함의 한잔(7)

* * *

온더락은 위스키를 간단하게 마시는 방법 중 하나다.

위스키에 얼음을 넣으면 끝.

여기서도 중요한 건 기주의 선택이다.

애초에 위스키에 얼음을 넣는 게 전부라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님의 취향을 물어보고 그것을 캐치해내는 것이 바텐더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음, 수아의 취향은 알지만 직업상 물어보는 게 예의겠지?

“오늘도 스카치 위스키면 될까?”

“물론이지~. 비싸도 되니까 게이트 생산 위스키만 아니면 돼~.”

“으음, 게이트 생산 품도 나쁘지는 않은데….”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만든다는 게 좀~ 그렇잖아?”

“그, 그렇기는 하지…. 응, 좀 그러네. 잠시만 기다려 봐 수아의 위스키 좀 찾아볼 게.”

“응, 부탁해~.”

수아는 빈 잔을 굴리면서 이종족 혐오는 당연 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역시 이 종족에 대한 적대심이 심한 세계다.

나는 말을 마친 이후에, 진열장 방향으로 돌아서서 술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게이트에서 생산된 술이 몇 병이 보인다.

특색있는 과일 리큐르가 가장 많았으며, 도수가 높은 위스키도 존재하였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괜찮은데….’

게이트의 생산설비는 노예들을 운영 하기에 싼 노동비로 제품을 생산하지만, 노예들의 폭동의 리스크가 있어서 고급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

부품으로 써먹는 노예들에게 기술 교육을 가르칠 이유도 없다.

술 생산 또한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사업이라 맛이 검증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다.

10년가까이 생산 중이지만 아직도 인정을 못 받는 비 인기 제품이다.

술 사업이라는 것이 기본 몇십년 단위로 걸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오히려 이런 값에 이런 술이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인데….’

이종족에 대한 혐오가 없는 내가 이 세상에서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 실제로 트라우마 속에 남아 있는 이종족의 모습을 생각하면…. 침략당하는 입장에서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하아, 주문부터 해결하자.’

일단, 전에 따 둔 스카치 위스키 한 병을 찾고 있다. 영국산 위스키인데 수아의 주문으로 구매해둔 물건이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양조장은 야생화된 이종족의 주된 목표가 되기 쉽다.

야생화된 이종족 침입을 막기 위해 경호 인력으로 헌터들을 고용하면서 자연스레 수입되는 술의 가격이 비싸 졌다.

‘술 관세가 없으면 뭐 해, 다른 요소로 술 가격이 비싼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적당히 정리된 진열장을 뒤지고 있다.

개인 가게라서 그런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술 진열장에 깔끔히 정리되지 못하고 진열장에 술병이 한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다 보니, 술병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아, 수아의 위스키를 찾았다.

아주 조금 남았는데 한잔으로 끝날 것 같다.

그렇게 병을 꺼내고는 수아에게 병을 보여주면서 살짝 흔들었다.

“마지막 잔 일 것 같은데 영국 말고 다른 나라 위스키는 어때?”

“응? 술 추천해주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영국 위스키가 마음에 들어서, 가격은 신경 안 쓴다니까?”

“그러면 상관없지만…. 아, 양조장에도 헌터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데 사실일까?”

“국가 면적을 생각 한다면, 배치되어 있을걸? 개들 생각보다 웃긴 집단인 거 알고 있어~?”

“응? 어떤 의미로?”

“연합 작전을 할 때도 티타임은 무조건 지켰다? 게다가 ‘여왕 얼굴이 그려진 찻잔에 마셔야 진정한 헌터다!’ 라고 외치면서 마시던 사진이 얼마나 웃기던지~.오빠도 볼래?”

맙소사, 이 세상에서도 국가가 동일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런 곳까지 동일 한 것인가?

설마 영국 음식도 맛없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전투 중에 차 한잔 정도면 긴장을 푸는 데 제격이 아닐까?

“그 정도면 다행 아닐까? 술 안마시는 게 어디야?”

“아닌데~? 헌터들은 홍차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게 당연한걸~. 영국년들 똘끼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 남자면 이런 이야기 재미없겠지~? 미안 미안~. 정기자 이야기 빨리하게 빨리 주라~.”

“어, 으, 응! 잠시만! 오늘은 얼음으로 해? 아이스 큐브로해?”

“오늘은 빨리 취해 보고 싶으니까 아이스 큐브로 해줘~.”

“네~. 손님~.”

이번에도 ‘수아라고 불러줘~.’ 하는 말을 뒤로한 채로 냉동실에서 아이스 큐브를 꺼냈다.

아이스 큐브를 사용하면, 물을 얼린 얼음을 넣는 온더락의 의미와 조금 다르지만, 편의상 아이스 큐브를 넣은 온더락이라 부르고 있다.

아이스 큐브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주사위 모양의 스테인리스다. 얼음을 대신해서 위스키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물을 타지 않은 위스키 맛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고의 장점으로는 아이스 픽(얼음 송곳)으로 원형 구체를 만들거나 부피가 큰 얼음 틀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는 압도적인 편의성?

단점으로는 얼음이 녹을 때 희석되는 위스키의 맛을 즐기지 못하는 정도지만, 본인이 직접 물을 타 마시면 되는 문제라 큰 단점은 아니다.

아이스 큐브를 잔 안에 넣는데, 유리가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넣었다.

그리고 준비된 스카치 위스키를 적당량 부으면 끝.

이번에는 마지막 잔이기에 병을 뒤집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나오게 하는데, 수아가 병을 잡고는 바 테이블 위로 돌렸다.

“흐응, 오빠는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니까. 마지막 한 방울이 나올 때까지 병을 들고 있을 생각이야? 무겁잖아~.”

“그래도 비싼 술이잖아? 아깝기도하고….”

“에이~. 괜찮아 괜찮아~. 오빠가 편하면 된 거지. 그깟 술 한 방울이 중요해?”

“으, 그치마안 비싼 위스키잖아…?”

잔을 수아 앞으로 내밀지만, 그것을 받지 않고 내 양 볼을 잡았다.

수아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당황하였다. 수아가 조금 취한 걸까?

“소시민스러운 게 오빠의 매력 포인트라니까? 귀여워~귀여워.”

나도 모르게 볼을 부풀렸지만, 자각을 하고는 볼에 한껏 들어간 공기를 빼냈다.

“아까워라~, 귀여웠는데.”

“안 귀엽거든? 그보다 빨리 마시고 어서 정아연 기자 이야기나 들려 줘.”

“어머, 나보다 정기자가 중요한 걸까~?”

“푸, 수아가 궁금하게 만들 었잖아.”

“그랬지 아하하.”

나의 말에 수아는 그랬지 하면서 꺄르륵 하고 웃는다. 평소의 은은한 웃음이 아니라 크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라 그런지 귀엽다고 느껴진다.

“정말 별것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그냥, 신입 시절에 약방 취재를 왔다가 인생의 쓴맛을 본 정도?”

“어떤 쓴맛인데? 그보다 신입이면 언제야…?”

“으음, 작년 인가? 나도 약방에서 막 일하기 시작했을 때~ 정기자를 만난 거야~.”

”그때도 특종이랍시고 약방에 방문한 거야?”

“어떻게 말해 줘야 오빠가 오해 안 할까~?”

수아는고민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하고는,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 눈을 감았다.단어를 고르고 있나보다.

새삼 느끼지만, 위스키를 마시는 수아의 모습은 조금 언밸런스 함이 느껴진다.

드레스코드도 없이 편하게 마시고 가는 가게를 지향하지만…. 수아가 입은 캐쥬얼한 느낌의 후드티에 위스키를 마시면서 고개를 갸웃 한 느낌이 좀…. 서로 안 어울리면서 귀엽다는 느낌?

오늘따라 귀엽다는 인상을 많이 받지만, 동생이라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귀여운 여동생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

내가 그런 생각을 잠깐 하고 있을 때 수아는 위스키를 조금 마시고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약방의 ‘일’에 관해서 캐묻기 시작하더라.”

“약방의 일? 박씨 아줌마 하는 일은 환약 만들고 파는 정도잖아? 겨우 그런 일로 기자가 취재 할 리가 있을까…?”

“그치? 겨우 약방의 ‘일’인데 자꾸 귀찮게 굴잖아.”

“주먹으로 싸우기라도 했어?”

“으음, 오빠 날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우면 소송당해~.”

“아, 으음 미안!”

“가끔 오빠 과격한 단어를 말하는 것보면 남자보다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조금 들어~. 성별이 잘못된 느낌일까?”

수아의 날카로운 질문에 순간 놀라버렸다.

하긴…. 성별의 역할이 반대인 곳에서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고 튀는 행동일까?

아니 뭐…. 게이트에서 전쟁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보니 폭력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그, 그 이상한 발언인 걸까?”

“아~니? 오빠의 매력이라 생각해. 보자,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조금 취기가 오르네.”

생각해 보니 수아는 하이볼을 이미 마신 상태였다.

슬슬 취기가 오를 시점이다.

“’귀찮게 굴었다.’ 까지?”

“아, 그거다~! 그러니까아~ 정기자가 쓸대 없는 것까지 물어보니까 말이야~.”

“응, 그래서?”

“그냥~ 이야기로 잘~해결했습니다~?”

“응??”

내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이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반응을 보여주자, 수아답지 않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내 눈을 회피하였다.

“’농담’이야~. 그냥 잘 타이르고, 자신이 속한 언론 사를 생각하라고 말해 줬을 뿐이야.”

수수께끼 같은 대화다. 잘 타이른 것과 소속된 언론사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수아를 바라보는데, 수아도 이번에는 말을 고르고 있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던 게 분명한데, 이야기를 돌리려는 표정?

수아니까 별일 없었겠지 생각하면서 수아의 말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 내가 말할 차례야~?’ 라고 말하고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빠는 표정으로도 말을 잘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정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메이저가 아니잖아~?”

“으음, 헌터 클럽이랬나? 확실히 인터넷 뉴스를 다루는 곳이지?”

“그렇지? 그런 곳에서 ‘굳이 취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에 관해서 이야기를 조금 했지. 이러니까 조금 내 말이 이상 한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약방 일을 해결 한다음에 조언해준 것뿐이야~ 오빠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으, 응? 수아가 그런 말을 했어?”

나는 약간 떨떠름하게 답변을 하였다.

수아는 내 눈을 약간 회피하는데, 조금 신경이 쓰인다.

신입때는 어느 정도 취재를 하려는 의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수아에게 어떤 말을 들었기에, 정아연 기자가 그렇게 되었을까?

이상한 말을 한 게 아니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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