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88화 (88/140)

〈 88화 〉 퇴근 길(3)

* * *

상가입구를 지날 때까지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누군가 엘프를 끌고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정말 이상한 소문이 돌았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그녀를 돕는 상황에서 ‘바 사장님의 이상한 취미.’ 라던지 ‘그런 취향’ 같은 이상한 소문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손을 이끌고 있지만, 정말이지 차가운 손이었다.

문득 그녀의 이름이 궁금해서 묻게 되었다.

“저어….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 한마디 없는데, 말을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색한 기분위기에 웃으면서 얼버무리러 하였다.

“아하하…. 그, 그냥 물어봤어요.”

“없…어.”

“네?”

“없어, 이름….”

안 그래도 어색하던 분위기가 더 어색해진 기분이다.

나만 어색하게 느끼는 건가?

“그, 그렇네요.”

“….”

다시한번 대화가 없어졌다.

그래도 성격은 좋은…건가? 아니 온순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이종족을 내가 대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손을 당기면 따라오는 느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걸어가던 도중 주변이 시끄러워서 뒤를 돌아보니 ‘왜?’ 라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 보는 엘프와 저 멀리 뛰어오는 여성들이 보였다.

“이쪽이다!!”

“찾았어!!”

엑, 설마 주인이 있던 엘프였던 것일까? 인식표나 목걸이가 없던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을 텐데….

두 여성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명확하기에, 엘프를 내 뒤에 서게 한 채로 앞에 섰다.

뭔가 정의감에 불타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 쫓아 오기에 반사적으로 그리 하였다.

“하아하아…. 씨이발 골목에서 찾기 힘들었는데 누구 따라가고 있던 거였냐.”

“야, 진정해 일반인 앞이야. 저 도련님~? 우리가 찾던 엘프인데….”

뭔가 날렵하게 생긴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였지만,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요?”

뭔 용기가 나서 그랬던 것일까? 그녀의 말을 끊으면서 내 뒤에 서 있는 엘프의 손을 꽉 잡았다.

내가 말을 끊을 줄을 몰랐던 것일까?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이내 허탈하게 웃기 시작하였다.

“하하…. 돌겠네 아무리 우리와 관계없다지만, 우리 물건을 건드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럼 엘프의 주인이신가요?”

“어, 주인은 아니고…. 말하자면 상품을 관리하는 쪽이지?”

“그런 것 치고는 엘프의 상처가 너무 많은데요?”

“뭐, 관리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안 그래?”

“솔직히 의심스러우니까 경찰서에 데려갈 생각인데요….”

사실 집에 데려가서 치료해줄 생각이었지만, 여성 두 명과 대치하는 상황에 긴장을 하여서 허세를 부려보았다.

경찰이라는 단어에 효과가 있던 건지 역효과가 난 것인지, 옆에서 있던 얼굴에 흉터가 있는 험상궂은 여성이 욕을 하면서 다가오려 하였다.

“썅! 뭘 그리 말로 해결 하려해! 그냥 데려가!”

그렇게 말한 여성이 다가오려 할 때, 뒤에 있던 엘프가 여성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손을 꽉 잡아서 가지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 또한 이종족에 대한 좋은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저 여성들을 따라가게 된다면 정말 좋지 못한 일을 격을 지도 모른다 생각이 되어서 가지말라는 의미로 손을 꽉 쥐었는데, 다행히 의미는 통하였나 보다.

다가가려는 엘프는 제지하였고, 다가오는 여성을 어떻게 말릴까 고민하던 그때, 여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거의 경보 신호에 가까운 핸드폰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여성은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예, 옙! 접니다! 네?! 철수라뇨!? 목표물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잡아 가겠….”

그녀의 상관으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중인 것 같은데…. 그녀는 목표물인 엘프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전화로 어필하였지만, 그녀의 상관은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는…. 윽!”

갑작스레 핸드폰에서 귀를 땠다. 그리고 욕설이 여기까지 들리는데…. 익숙한 목소리 같기도 하지만, 아마 멀리서 듣다 보니 착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순간적인 욕설로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귀에서 땠지만, 다시 귀에 대고는 욕설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답변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 아닙니다. 예, 예 보스 명령이 우선입니다.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잠시 전화를 하던 그녀는 통화를 끝냈는지 전화를 끊고는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면서 사과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엘프를 착각했나 봅니다.”

“아니,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내가 말 할 새도 없이 본인 할 말만 하고 뒤돌아서 가버린다.

전화를 받지 않았던 여성도 대충 분위기를 보고는 되돌아 간다.

하아…다, 다행인 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왜?”

여성들이 물러가자 뒤의 엘프가 ‘왜?’라는 질문을 하는데

자신을 왜 도와줬냐는 질문이겠지.

“그냥요. 그냥.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응….”

그렇게 말하고는 엘프의 손을 이끌면서 다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이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

“도착이랍니다~.”

“….”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오지만, 엘프의 반응은 없었다. 지혜 씨는 좋아하던 말투였는데 뭔가 무안해지면서도 시무륵해진다.

뭔가 마음을 닫은 기분이기도 한데…. 내 착각일까?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 그녀가 따라오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현관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 들어오세요?”

“…?”

으음, 평소에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현관문 앞에 서있기만 하였다.

답답해진 마음에 말없이 손짓으로 부르자 그제서야 들어왔다.

방안에 들어와도 자신이 멈춘 자리에서 서있는 상태인데…. 내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리고 걸을 때는 신경 못 썼는데, 그녀는 맨발로 이때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걸어오면서 아프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대로 있다가 집안이 더러워질 것이 분명하기에, 그녀에게 씻을 것을 권하였다.

“이, 일단 씻는 방법은 아시죠?”

대답은 없지만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줬다.

“자 화장실은 이쪽이니까 씻고 오세요. 그, 그…. 귀에 난 상처는 씻고 소독해요.”

내 말을 이해는 한 것일까? ‘씻고 오세요.’라는 말에 내 손이 가르치는 방향에 있는 화장실 안에 들어간 뒤 샤워기에 물이 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이런 말은 이해를 하나 보다.

후…. 자, 그러면 따뜻한 음료라도…. 준비해볼까?

한참을 걸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가움이 느껴졌다.

손을 계속 잡고 있어서 처음보다는 덜 차갑지만, 몸 전체가 차가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취향을 모르기에, 따뜻한 코코아라도 줄까 싶어서 냉장고의 우유를 꺼내는데,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어? 벌써 다 씻은 거야?

장발의 머리카락을 생각하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들어가자 마자 나온 느낌이다.

뜨거운 물은 제대로 나왔을까 싶을 정도인데….

일단 화장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옷을 입은 채로 물에 젖어 있는 엘프가 보였다.

어…. 으음…. 상식이 부족한 엘프인가…?

“저, 저기…. 다 씻은 건가요?”

씻는 방법 모르는지 질문을 할 수는 없기에 다 씻은 건지 물어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도 이렇게 씻은 거 에요?”

“응, 일…. 빨리 투입 해야해.”

아…. 그녀의 말을 들어 보니 지금 상황이 납득은 간다.

그래… 이종족은 지적 생명체로 안 보려 하는 곳이지….

코코아를 만들기 위한 우유를 꺼내 놓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내가 말이 없으니 여전히 서있는 그녀의 몸을 살짝 만져보았는데, 샤워가 아니라 그냥 냉수를 끼얹은 느낌으로 씻은 것 같다.

몸이 바깥에 있던 상황보다 더 차가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가 묻은…옷이라 할지 누더기라 할지 모를 헝겊도 젖어 있어서 그런지 바닥에 피가 섞인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골치가 아픈 상황 같은데….

“으으음!! 이, 일단 화장실 안으로 들어 가세요!”

“…?”

“이익! 그냥 의문 가지지 말고 일단 들어가 있어 봐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젖은 몸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 갔다.

하아아… 젖은 채로 나와서 방안이 엉망이었다. 거기다 피가 조금 섞인… 핏물이라 해야 하나? 옷에 묻어 있던 피가 물을 만나서 흘러내린 거긴 하니까…핏물이네.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대충 마른 밀대로 물부터 닦아냈다.

정말 대충 닦아내서 이곳 저곳에 물기가 남아있지만 너무 기다리게 하면 감기가 걸릴 것이기에 화장실 안에 들어가 보니….

그녀는 젖은 채로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벌써부터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이걸 어떻게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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