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출근 전 소소한 일상 이야기? (1)
* * *
“어…?”
어느새 잠이 든 것일까?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창문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살의 강도로 보아 하니…오전 9시쯤 된 것 같은데…눈을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시곗바늘은 8시50분을 가르치고 있었다.
원래 잠이 적긴 하지만생각보다 일찍 일어난 기분인데, 그런 기분이 느껴진 이유는 처음 느끼는 잠자리의 감각과,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지만, 이불을 덮은 채 내 팔을 쪼물락 거리는 그녀가 있었다.
정신을 차려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데, 여기는 내 방이 맞고…. 어제 침대에 기대어 위스키를 마시다가 평소처럼 자버린 것 같은데…. 침대에서 잠이 들지 않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은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아니, 문제라 부르기에 애매한 그런 사소한 사건이라 할까?
일단 내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신체 감촉에 의해 조금 곤란한 상황이다.
내 옷이 입혀진 것을 보면,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어서 그런지 얼굴에 피가 쏠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지혜 씨도 다음날 어정쩡하게 누워 있던 게 전부였는데…. 그녀는 이런 상황이 능숙 하다는 듯이 뒤에서 껴안고 있는 상황은 뭔데에에! 라고 외치고 싶다.
무언가를 노리고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일단 일어났으니 말이라도 해봐야겠지.
“어,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응…. 새로운 아침.”
그녀에게 아침 인사를 했지만, 여전히 내 팔을 만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팔을 그냥 쥐어 보는 게 아니라, 팔찌아래의 자상의 흔적들을 만지고 있었다.
이런… 봐 버린 것일까?
대화를 돌릴 겸,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겸 그녀의 팔베개를 한 채로 물어보았다.
“저, 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응? 마시다 자버렸어.”
“아, 네…. 그러네요.”
저어언혀 설명이 되지 않기에 좀 더 자세히 물어 봤다.
“그럼 왜 제가 이렇게 붙어서 자고거죠??!”
“떨어져서 자면 춥잖아…?”
“그, 그냥 둬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혼자 자면…. 차가워진 채로 죽어….”
그녀와의 대화로 대충 어떠한 생활 환경에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아….
우울한 생각은 치우고, 등 뒤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은 나쁘지 않았다. 그보다 그녀는 여전히 내 팔을 만지고 있었다.
뭔가 계속 상냥하게 만져 주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계속 만지고 있으니 일어날 타이밍을 잡지 못하겠다.
“어…. 저 그러니까 팔….”
“안 아파?”
“뭐, 이제는 괜찮아요. 아마도.”
“가족들 힘들면 피날 때까지 긁었어. 그리고 상처나…. 아파해.”
“지금은 안 아파요.”
“응….”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자상의 흔적들을 만져 주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오늘 계획한 일을 못 할 것 같았기에, 이불을 걷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를 따라 일어서려던 그녀를 앉히고, 여전히 나체인 상태이기에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단 나갈 준비하고 씻어야겠다.
“잠시만 기다려 봐요.”
“응. 잘 기다려.”
평소라면 이대로 벗고 들어가겠지만,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런지 옷을 챙기고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을 준비를 하였다.
***
화장실에서 씻고 나왔을 때 그녀는 여전히 앉은 자세 그대로였다.
안 불편한가 싶지만, 불편한 표정은 아니기에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씻길까 싶었지만, 심적으로 지칠 것 같아서 일단 포기를 하였다. 뭘 시키더라도 옷부터 사줘야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계속 나를 바라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가 가득 와 있었다.
이건 납품 관련 문자. 수도비나 전기세 지불 문자, 대출 광고 등등, 광고성 잡다한 문자는 보지도 않고 넘기다가… 중간에 멈추었는데, 수아와 지혜 씨의 문자였다.
지혜 씨는 언제나 같이 간단한 아침 인사를 보냈으며…. 수아 애는 왜 어제부터 문자를 많이 보내는 걸까? 뭔가 일이 있는 게 아닐까?
몇십 통 정도가 와있는데 요약하면 대충 이런 장문의 문장이 나온다.
오빠 괜찮아!? 연락 왜 없어? 문제 있는 거 아니지? 9시30분까지 연락 없으면 집에 갈게!!
엑…?
연속된 문자에 스토커인 줄 알고 보낸 사람 이름을 다시 보았는데 수아가 맞았다.
애가 왜 이런데…하면서 시계를 바라보는데….9시 25분쯤 되었다.
지금도 ‘괜찮은 거 맞지?’ 하면서 문자가 오는데 답장을 안 보내주면 더 큰 일이 날 것 같기에 빠르게 답장을 보내주었다.
수아야 무슨 일 있어?
아니 없어! 정말 괜찮은 거지!?
애가 왜 이러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정말 아무 일 없는데…. 왜 그래? 오히려 수아가 걱정되는데 무슨 일 있어?
수아로부터 답장이 바로 올 줄 알았지만, 약간의 시간이 걸리나 보다.
일단은 머리를 말리면서 지혜 씨로부터 온 답장을 보았다.
성화 씨이ㅣㅣㅣ 좋은 아침이에요!
지혜 씨 성격과 비슷한 느낌의 사자 캐릭터의 이모티콘을 같이 보내어 왔다.
네~! 좋은 아침이랍니다.
다음 주 가게 쉬는 날 시간 있으세요!?
네? 다음 주요?
네! 연차 썼어요! :D
어…. 으음…. 그날 수아랑 놀러 가 볼까…. 싶었는데 연차라니… 고민해볼 문제다.
수아랑 그냥 놀러 가는 정도니까 지혜 씨가 끼여도 상관없지 않을까? 가게에서 서로 으르렁 대던 모습을 생각하면…. 악수일 것 같고….
수아와 약속을 좀 더 미뤄야 하나…? 연차는 귀중한 휴가인데…. 고민이 된다.
오히려 좋지 않아 보이던 둘의 관계를 개선할 겸 모여서 놀러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냥 도심지 놀러 가는 것이니 모여도 상관없을 것 같고….
일단은 고민할 겸 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으로 약속을 조금 늦게 잡아 보기로 하였다.
오늘 가게에서 일정 확인후 연락 드릴게요!
네! 그리고 저 이제 훈련 시작 시간 전이라서요! 좀 있다 점심시간 쯔으음 문자 할게요
바이바이 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주길래 나 또한 비슷한 느낌의 귀여운 토끼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내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싶던 그때 수아의 문자가 타이밍 좋게 왔다.
아니 그냥 어제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서 걱정되기도하고. 그냥 걱정 좀 할 수 있지! 아니 그보다 데이트 언제 할 거야!?
어제 저녁부터 뭔가 수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수상하기만 할 뿐이다.
일단은 데이트 일정을 정하기는 해야겠지…?
아마… 다음 주 쉬는 날? 인데 일정이 잠깐 바뀔지도 모르니까 기다려줄래?
일단 다음 주? 일정 빨리 잡아줘~. 그보다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수아가 왜 이러는지 전혀 감이 오지는 않지만, 급한 문자는 정리된 기분이다.
머리를 다 말려 갈 때쯤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보았다.
일정이라 하여도 장을 본 다음 출근을 한다 정도다.
그렇게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외출 준비를 하면서 그녀에게 한 가지 물어보았다.
“혹시 글 읽을 줄 아세요?”
“응…? 조금.”
“그럼 잠시만 혼자 있을 수 있죠?”
“응, 잘 기다려.”
이번에도 씻으러 들어갈 때와 같은 대답이었다.
무언가를 훔칠 것 같지는 않고…괜찮겠지…? 아무것도 안 입힌 채로 나갈 수는 없으니 빨리 갔다 와야겠다.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요.”
“응.”
급하게 외출 준비를 한 뒤 집을 나섰다.
***
밤낮이 뒤바뀐 생활의 장점을 몇몇 꼽아 보라면…. 출근할 때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한적한 거리를 걷거나, 한적한 마트를 나 혼자 누비는 그 상황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한산한 거리를 걸으면서 도착한 곳은 이제 막 오픈한 마트였다.
이 대형 마트를 거의 나 혼자 누빌 수 있다는 점이 의외로 편하다.
일단 마트에 들어서자 특가 코너라고 입구에서부터 신상 무기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일상은 비슷하지만 정말 소소한 곳에서 다른 점을 느끼는 세상이다.
나도 남자다 보니 일단 신상 무기 앞에 서서 한번 둘러보고 있다.
장식된 반짝반짝한 무기를 바라보면 남자의 로망을…. 아, 여기서는 여자의 로망인가?
어찌되었든 한때 무기를 모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마트에 오면 한 번씩 무기 코너를 둘러보고 지나간다.
특가 할인이라면서 이계의 금속함량을 높였다던가, 특수 직물을 사용한 방어 장비 광고 등. 식료품이나 생활 가정물품을 제외한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으레 그러하듯 전문성이 떨어지는 물품이다. 그래도 급할 때 쓰거나, 하급 헌터들은 애용하는 무기들이다.
한때 헌터가 되어 보겠다고 열심히 조사해서 무기 품질을 보는 법 정도야 아직도 숙지하고 있지만…. 무기라…. 방안을 대청소 하면서 정리하였지만, 집안 구석에 마련해 둔 무기 장 정리까지는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정리를 하려니 마음 한쪽에서부터 올라오는 공포심이 무섭기도하고….
왠지 모르게 팔목에 있는 상처가 조금 가려워지는데, 오늘 그녀가 괜찮은지 물어보면서 만져 줄 때는 멀쩡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것인지…. 괜히 무기장에 관한 생각해버렸나 보다.
일단 입구의 무기 특가 코너를 지나 식음료 코너부터 돌기로 시작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