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스트리머(1)
* * *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프림과 함께 가게에 도착하였다.
길을 걸을 때 주변 사람이 프림을 볼 때 별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거나 나를 이상하게 보기에 능력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왔다.
프림도 거리의 풍경이 신기하게 보이는지 오는 내내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장에서 생산노동자로 사용되고 있었다면, 이런 풍경이 신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불 꺼진 가게에 도착하였을 때는 가게오픈 2시간 전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하였는데, 센터에서 프림의 절차가 빨리 끝나서 비게 된 시간이다.
일단 가게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돌렸다.
평소의 일정과 다른 일을 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한 상태다. 많이 걷기도 해서 다리도 아픈데, 프림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체력은 나보다 좋은 것 같네.
일단 다리가 아파서 소파에 편하게 앉아있는데, 프림은 앉을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는 얼굴이다.
해야 할 일도 있으니 손짓을 하면서 앉기를 권유하였다.
“일단 앉아봐요.”
“응.”
내 말에 옆에 앉았는데, 가게에 들어오면서 착용한 팔찌를 보고 신기하게 바라본다.
설명해주기로 했지 참.
“아. 이거 능력 같은 거에요. 보이지 않게 되는 그런 능력?”
“마법?”
“뭐어…. 비슷한거죠? 그보다 프림도 할 줄 알아요?”
“몰라. 가족들도 쓸 줄 몰라. 이름만 알아.”
“그런가요 궁금했는데 아쉽네요….”
인간들만의 특별한 능력이니까 엘프들의 기준으로 보면 마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네.
그보다 귀 상태를 확인해볼 겸 귀를 보여 달라 하니 ‘응’이라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줬다.
일단 프림의 귀 끝이 잘린 부위를 만져보는데, 다행히 출혈은 완전히 멎은 것 같다. 그래도 귀에 열이 가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안 아파요?”
“응, 안 아파.”
“으음,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네요….”
평범하게 베인 상처도 아닌 절단된 상처부위인데…. 프림은 여전히 괜찮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일단은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까 넘어가고, 퇴근 후 드레싱 작업할 때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보다, 센터에서 받은 물건을 사용해야 할지 그냥 형식적으로 해 두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때. 프림이 말을 하였다.
“괜찮아.”
“응?”
“써야 하는 거.”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프림은 자신의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멀쩡한 반대쪽 귀를 보여주는데 해도 된다는 허락의 의미인 것일까?
프림은 내민 다음 아무 말이 없었다.
고요해진 가게안의 분위기, 아직 오픈전이라 불도 안 켜서 그런지, 말 하지 못할 압박감이 온다.
“그, 그럼 실례할게요!”
센터에서 받아온 피어서를 그녀의 귀에 대었다.
이제 양옆으로 힘을 주면서 누르면 내장된 바늘이 나와서 프림의 귀를 관통한 뒤, 준비된 반대쪽에 준비된 클립에 바늘이 들어가지면서 피어싱이 프림의 귀에 남게 될 것이다.
센터놈들…. 본인들은 등록만 해주는 곳이고, 기록된 칩은 본인이 직접 ‘설치’ 하라고 하다니.
그보다 설치가 뭐야! 단어 선택이 왜 그따위인데!
솔직히 반대쪽 귀에 난 상처의 흔적을 보면, 인식용 피어싱을 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안 하면 단속반에 걸리게 될 것이고…. 나 없을 때 걸리면 살처분 당할 지도 모르고… 그렇게 결단을 못 내리고 헤매고 있던 나의 무릎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괜찮다는 의미인 것일까?
무릎위에 올려진 손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프림은 감정표현 하는 방법이 서툰 것이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괜찮아….”
프림의 손끝에서부터 미약한 떨림이 느껴진다. 무서운 것일까?
역시 최근에 반대쪽 귀 끝부분이 절단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귀에 무언가를 대고 있는 상황이 무서운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하아…. 프림도 용기를 내서 멀쩡한 귀를 내주는 것일 텐데…. 내가 망설이고 있으면 안 되겠네…
“잠깐만 참아요.”
피어서에 힘을 주면서 양옆으로 누르니, 뚜둑 하면서 무언가를 관통하는 느낌과 함께 프림의 귀에 샛노란색의 피어싱이 박혀 있었다.
두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바늘로 살을 뚫는 감촉이라니.
다행인 점은 아프지 않았던 건지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후아…. 이런 감촉 다시는 느끼기 싫네요.”
“미안해.”
“아뇨. 미안해야할 이유는 없죠. 따진다면 인간 우월주의인 이 세상 탓을 해야겠죠.”
“우월주의?”
“으음 설명하기 힘든데, 대충 안 좋은 단어에요!”
“응, 안 좋은 단어.”
그보다 다 쉬었고 해야 할 일도 다했으니…. 가게 청소를 해 두는 편이 좋겠지?
가게 청소를 다한 다음에 프림이 가게 일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은 가르쳐 주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고…
“혹시 청소할 줄 아세요?”
“응! 나 잘해. 옷 만들고 나면 주변 청소 해야해!”
자신이 할 줄 아는 일이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감돌면서 본인 어필을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럼 프림에게는 빗자루를 들려줘야겠네.
“그럼 전 설거지를 할 테니까 바닥 청소 부탁드려요.”
“응!”
자리에 일어서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프림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는 설거지거리와 재고정리를 하기 위해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
청소를 할 줄 안다는 프림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니 나보다 청소를 잘하였다.
처음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줬는데, 그것을 쥐고 가게 안을 몇 번 둘러보길래 청소를 가르쳐줘야 하나 싶던 그때. 카운터를 정리중인 나에게 다가와 먼지떨이를 요구하였다.
그렇게 먼지떨이를 받은 프림은, 가게 주인인 나라도 이런 구석은 안 보겠지 하고 조금은 게으름을 부릴 법한 장소까지 확인하면서,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먼지 털어낸 뒤 빗자루로 쓸어 담았다.
그리고는 물걸레까지 요구를 하였다.
청소를 뭐 이리 잘하는 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응? 청소 못하면… 인간들이 혼냈어.”
인간이 미안해라는 말이 나올 뻔하였다….
어찌되었든, 청소를 끝낸 이후 확인을 겸해서 가게 안을 둘러보았는데, 정말 반짝반짝한 상태의 가게였다.
청소담당은 무조건 프림 확정! 이라는 말이 속에서 나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청소를 끝내고 나 또한 가게 영업 시작 준비를 끝냈을 때 프림에게 가게영업 중 할 일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것은 그녀에게 어려울지도 모르며,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 일단 잔회수나 테이블을 닦는 정도의 간단한 일만 지시하였다.
“아시겠죠? 다 먹고 난 잔을 여기에 넣는 정도만 해줘도 충분해요.”
“응. 잔 여기 담아. 그리고 설거지도 해?”
“오…. 설거지도 가능해요?”
“응, 인간이 먹고 남은 그릇 정리 엘프 담당.”
프림의 말에 노동력으로 부려 먹으면서 잡무까지 써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일을 지시하는 나 또한 보상 없이 부려먹는 느낌이 들긴 한데…. 돈을 줘도 공장에서 생활해온 프림은 돈의 개념을 모를 수도 있고….
그렇다면 돈의 개념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할 것이니, 당분간은 맛있는 음식이나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에 대한 보상을 줘야 겠다.
그리고 시계를 바라보니 아직 20분정도 남아있었다.
“목 안 마르세요? 뭐라도 마실래요?”
“응, 목말라.”
“그럼 아메리카노 어떠세요?”
“아메리카노?”
어떤 음료인지 잘 모르기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오픈전까지 잠시 쉬기로 하였다.
***
프림은 뜨거운 아메리카노파였나 보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줄지 물었는데, 차가운 것은 뭐든 싫다 하였다.
그래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줬더니 쓰면서도 맛있다 해주었다.
쓰다고 하면 시럽 같은 것을 잔뜩 넣어주려 준비했는데 아메리카노 자체로도 맛있다 하니 다행이었다.
그보다 가게 오픈 시간이 10분이나 지났지만 …. 손님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픈 직후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어제 미나 씨 일 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미나 씨의 경우에는 경호원들이 줄을 서서 가게 유리창에서 안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면.
이번에는 가게 바깥이 다 보이는데 몇몇은 안을 찍거나 가게 입구쪽으로 카메라를 향하게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뭔가 유명인이라도 온 것일까…?
그렇게 긴장하면서 카운터에 서 있으니 프림이 옆에서 내 옷깃을 당겼다.
“응? 무슨 일 있나요?”
“괜찮을거야. ”
“아, 고마워요.”
내가 프림을 걱정하게 했나 보다. 뭐…. 어제 일이 있다 보니 후폭풍이 걱정될 뿐이었다.
미나 씨가 온 뒤 가게가 엄청 소란스러워졌는데, 이번에도 누가 온 것일까?
주인으로서 좋아해야 할 일인지, 머리아픈 일이 생길까 슬퍼해야 할지….
그보다. 프림의 앞치마 모습은 정말 괜찮았다. 헐렁한 셔츠에 팔을 걷어 올린 후 앞치마를 입혀 놓으니 카페에서 일해온 경력자의 모습이 난다.
계속 가게 앞만 소란스럽고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서 프림의 옷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딸랑
“아, 안녕하….”
“…그래서 제가 이 가게에 와본 것입니다! 어디 한번 얼마나 유명한지 제가 알아 보기 위해서 말이죠! 아 도네 감사합니다! 뭐요?! 여기 종업원이 그렇게 귀엽다니 꼭 봐야겠네요! 후원 리엑션은 나중에 할 거니까 킵! 킵! 자 일단 가게 안에 들어왔습니다!”
카페 안에 들어온 사람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어제 정아연 기자보다 더 귀찮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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