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스트리머(2)
* * *
가게 안으로 들어온 한 사람 그리고 나머지 손님들은 바깥에서 진을 친 채로 가게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정아연 기자는 처음에 손님으로서 왔지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하지는 않았다.
어제 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 될 듯한데….
문을 열고 들어온 여성은 굉장히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앳된 모습이었다.
저 멀리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녹색 형광이 포인트를 모자와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으며, 입고 있는 옷은 몸의 굴곡이 다 보이는 크롭티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난한 패션인데, 겉옷이 조금 그렇다. 본인 어필을 위해서 일부러 형광색 옷을 입은 걸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짐벌을 든 채로 여전히 혼잣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혼잣말보다는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오 바깥에서 볼 때는 허름한 가게처럼 보였는데 생각보다 안은 깔끔합니다! 봐요! 이 깔끔함. 그리고 분위기도 잔잔한 게 좋은데? 이거 데이트 필수 코스의 예감!”
깔끔하다는 평가에 훗 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프림이 청소한 거지만 내가 사장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보다 내 예상대로 그녀는 방송인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 인터넷 방송. 즉 스트리머였다.
아…두통이야 또 이상한 손님이야 하면서 팔찌를 뺄지 말지 고민하던 그때, 손님 쪽에서는 안 보이게 숨겨둔 감정을 보는 보석이 보였다.
보석까지 끼고 다니니까 생각 외로 불편해서 지혜 씨에게는 말하지 않고 빼놓고 다녔다.
생각해보아라. 커다란 보석이 팔목에 감긴 채로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느낌을 준다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있다면 팔찌를 빼면 그만이라 팔찌를 꼈다 뺐다 한다.
지혜 씨 말로는 최대한 감정을 보면서 다스리라고 했지만, 자연스레 팔찌를 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더 편하기도하고….
그렇게 팔찌를 뺄지 말지 고민하면서 팔찌를 만지고 있는데…. 최근에 팔찌에 쇳가루가 많이 묻은 느낌은 착각일까?
어쨌든 지금 상황을 확인할 겸 푸른색 보석을 만져보니 약간 탁해지면서 보라 빛이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혼란스러운 감정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아…
그래도 이 기회에 한번 감정을 다스려 보는 것도 좋을지도…?
난이도가 하드 모드인 것 같지만…. 정 안 되면 팔찌를 빼야겠지…?
일단 귀찮은 일인 것은 확실 하기에 프림에게 피해가지 않게 구석에 있어라 손짓을 보내니, 고개를 끄덕 하고는 카운터의 구석에 섰다.
“… 가게 소개는 이쯤 된 것 같고! 이제 대망의 주문…아니 가게 종업원을 볼 차례입니다! 와 정말~ 귀엽네요!””
“저….저기요?”
“오오오! 목소리도 앙증맞게 귀엽네요! 와 이거 월척의 느낌이?”
전혀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일단 누구인지 물어는 봐야겠지.
“가게 촬영은 조금 그런데요. 그보다 누구신지…?”
스트리머인 것은 확실하나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질문을 하였는데, 나의 질문에 그녀는 하이텐션이 되어서 반응을 해줬다.
“오오! 인기 이슈 스트리머인 게이트서치! 라고 합니다! 줄여서 서치라 불러세요! 오늘 취재 잘 부탁드립니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향하여 인사를 하였다.
생각보다 머리 아픈 상황이 지속될 듯한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응? 가게 주인한테는 안 하냐고? 아차차! 죄송합니다! 구독자 님들에게 정신이 팔려 서요! 반가워요! 게이트 서치입니다!!”
“아…네.”
“아~ 게하! 반가워요 구독자님들!”
..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스트리머인가…? 이쪽을 전혀 보지를 않았다.
텐션은 높지만 뭔가 방송 진행이 서투른 느낌이 많이 든다.
“저어…주문은 안하시나요?”
“주문이라뇨! 주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이미나 님의 방문! 광휘의 귀공녀가 이런 누추한곳에 방문을 하다니! 무슨 일인지 제가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청자에게 알려드릴 의무가 저에게 있는 것입니다! 자자! 궁금하시면 구독 좋아요 알람~설정 해주시고 계속 시청해주세요!”
“제 말 좀 듣고 말하세요!”
짜증 나서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양손으로 쳤다.
본인을 게이트서치라 말한 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바, 박력 있으신 사장님이시네요….”
창가에서 가게 안을 구경하던 사람들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이런 손님이 이제 늘어 날것을 생각하니 두통이 나는데…. 이를 어쩌지….
일단은 정면 돌파 라는 생각에 그녀와 대화를 계속했다.
“저기요.”
“네…? 오! 드디어 인터뷰하실 생각이 드신가요!? 키부터 시작해서 자기소개를 부탁 합니다!”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소란스러우면 유순한 성격이라 추정되는 프림조차 ‘저 손님 치워?’ 라는 얼굴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화나 있는 모습을 무시하는 건지 알고도 짜증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마이페이스로 질문을 해왔다.
“정말이지…. 촬영허가 해준 기억도 없고 갑작스럽게 카메라부터 들이대시면 곤란합니다 손.님.”
“에이, 촬영 허가 받다가 다른 대기업 스트리머들이 먼저 온다니까요? 그러니까 기~습! 인터뷰라는 취지로 한번 제 방송에 출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먹고살아야죠 안그래요?! 최근 들어서 헌터 의뢰도 줄어 들어서 먹고 살려면 이것뿐이라니까요!? 진짜에요! 정말 저를 불쌍하게 여기시고 인터뷰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대박 나면 일부 금액 지불 할테니까요! 야! 글들 너무하네 추하다니! 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 에이씨이 알바라도 하고싶어도 더 싼 이종족으로 채우고 있으니까 이거라도 해야지!!”
아… 현직 헌터인가 보다. 일거리가 없어서 스트리머가 된 것 같은데…. 이걸 어쩌지…. 본인 나름 먹고 살기 위해서 막무가내로 가게에 들어온 것 같고…. 막상 본인의 사정을 듣고나니 마음이 약해지려 한 그때. 그녀가 리액션을 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후원이라도 받은 것일까?
“우와~! 이런 크으은! 후원이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큰 후원은 처음인데! 서치는 이런 후원이 힘이나서 텐션이 올라갑니다! 지금 야방중이라서 소리를 못 듣는데 후원 감사할 겸 읽어 드릴게요! [ㄹㅇ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카운터 앞에 깃털 안보여? 님 그러다 망할 거 같은데…?] …응…?? 깃터…ㄹ 히에에엑!”
리엑션이 참… 실시간으로 기겁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자신을 서치라 칭한 그녀는 기겁하는 포즈로 굳어 있었다. 정말로 시간이라도 정지된 듯이 기이한 포즈로 굳어 있는데…. 프림이 옆에서 이런 인간도 있구나 하는 한심한 표정이 되었다.
인간에 대해서 안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은데…. 프림을 위해서라도 빨리 저 서치라는 사람을 진정 시켜야겠다.
“저기…요?”
이대로 두고 있으면 한없이 굳은 자세 그대로 있을 것 같아서 말을 걸었다.
어떤 의미로 스트리머 최적화인 성격 같기도 하고….
“네…네…!? 네엣! 아, 아앗! 여러분, 미안! 오늘 야방은 여기까지! 아직 소란은 안 피웠으니까 이 정도까지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겠지…?! 거기 [ㅋㅋㅋ] 치면서 웃는 너 기억해뒀다…! 그, 그럼 일단! 방종하고 나중에 봐, 봐요!!”
일단 말을 걸어 줘서 그런지 서치는 정신을 차리고는 방송을 종료한다는 말을 보내고는 카메라를 껐다.
그리고 짐벌을 정리를 한 뒤에 테이블 위에 올린 뒤에 고개를 90도 가까이 꺽었다.
“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카메라를 끄자마자 바로 사과부터 해오다니. 기본 상식은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미 사고를 친 다음에 사과하는 건데 있다고 할 수 있나?
일단 사과를 해오기에 이 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중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아, 아니 그. ‘까마귀 님’ 들이 봐주시는 가게인 줄 모, 몰랐죠! 아! 그래서 귀공녀가 온 건가…!? 아니 아니 그래서 죄, 죄송합니다! 없던 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무슨 말을 하는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는데. 일단은…. 손님이니까 앉히는 게 정답이겠지?
“으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앉으시죠...?”
“네, 넵!”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무섭게 바로 의자에 앉았다.
뭔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
가게 바깥에서 구경하던 손님들도 그녀가 카메라를 끄자 재미있는 구경이 아니었나 싶은 듯이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일단 주문을 받기 전에 내가 궁금한 이야기나 질문해보았다.
“그래서 스트리머면 많은 사람이 보나 봐요?”
“아, 아뇨! 시작한지 몇 달 안 돼서 아직 생방중에…에…. 그러니까 50명 저, 정도 보는데요…?”
“엑…?”
야외 방송을 하면서 가게에 들어오길래 대형 스트리머 인줄 알았으나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스트리머였다.
“그보다! 한번 봐주실 거죠?! 네!? 그렇죠!? 죄송해요!!”
“하아….”
솔직히 대형 스트리머면 광고를 조금 기대하긴 했는데, 소형 스트리머라니 그러니까 무작정 들이댄 것일까?
일단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무엇을 마실지 물어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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