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스트리머(5)
* * *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쑥스러운 감정부터 들었다.
어떻게 말할지 생각하는데 서치는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라도 되는지 다운되었던 기분이 어느샌가 업 되어서 들떠 있었다.
“오! 어떤 이야기 입니까! 이거 제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 입니까!?”
“재미없는 이야기겠죠?”
“그래도 이런 바에서 이야기라니! 분위기 만땅이잖아요!? 가게 후기 리뷰 정도는 되는 거죠!?”
“뭐…그 정도야.”
“이예쓰!!”
오버액션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슬슬 이야기를 하지않으면 기다리게 할 것 같기에, 내가 마실 탄산수 한 캔을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헌터가 되기 싫다 하셨죠?”
“으음…. 그…렇죠? 전쟁을 치른 직후의 게이트에서 끌고 온 포로를 대상으로 훈련을 했을 때… 살을 베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는데…. 칼날이 뼈에 긁히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딱딱하면서도 긁는 감각과 찔렸던 수인의 고통에 찬 표정이나 흘러내리는 피 등…. 이것저것 생각하면 두 번 다시 느끼기 싫은 경험이었어요.”
“그럼 학교는 어떻게 되신 건가요?”
“학교요? 뭐…. 다니다가 진로를 급하게 변경해 버려서 망했죠. 전투적성이 맞지만 그걸 제가 거부했고, 행정직이나 제조업 관리자로 가기에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도 저도아닌 상황에서 뭘 하겠어요. 제 채널 처럼 망해 버린 거죠.”
“그런 사람 많죠. 갑작스레 진로를 바꾸는 사람. 저도 그랬어요.”
학교라…. 학교를 다녔던 시절은 나에게도 있다.
그 당시에는 능력의 존재도 몰랐지만, 강도도 약했는지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이랬다가 저랬다 하는 반응 때문에 엄청 혼란스러웠다.
남자니까 무조건 친절하게 혹은…. 지금 생각해 보면 작업 걸 요량으로 말을 걸어오는 여학생들이나, 귀엽다고 말 걸어오는 몇몇 남학생들이 있긴 했었네.
문제는 불특정한 주기마다 나를 처음 본다는 듯이 리셋 되는 현상 때문에 정말 헤매었다.
지금 와서 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서치에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말을 하면서 탄산수가 들어있는 캔을 땄다.
“종업원 씨도 진로를 바꾸신 경우인가요!? 역시 남자라서 이런 곳에 고용이 된 거였어! 성차별 반대!”
“진정 해 봐요….”
“끄으…. 진정되게 생겼어요!? 저는 성별이 다르다고 아르바이트에 고용되기도 힘든데에!? 역시 남자로 태어났어야해!”
가게에 왔을 때부터 성별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였는데…. 이대로 두자니 대화가 안 된다….
흐음…. 어떻게 진정시키지?
“저도 남성이었다면 방송만 켜면 도네 가 쫙쫙 들어오고! 구독자 팍팍 늘 거고! 거기다 살짝 야한 옷도 입어 주고!! 으아! 부러워...!”
“까마귀.”
“히에에에엑!!”
내가 한 단어를 말하자 서치는 굳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리더니 테이블에 고개를 박아버린다.
리액션이 정말 찰지다.
“죄송합니다!!”
“진정 했으면 된거예요. 그래서 어디까지 말 했죠?”
“아! 진로를 바꾸셨다는 거까지 들었어요!”
“그럼 계속 말하면….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좀 있었어요.”
“네? 어떤 일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서치지만, 남에게 알리기는 좋은 일은 아니다.
공식상으로 실종이라 하지만이미 닫혀 버린 게이트다 보니…. 부모님의 유해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적당히 웃으면서 얼버무렸다.
“뭐 안 좋은 일요. 그래서 진로를 바꿨다 해야 할까요? 그냥 헌터 일을 포기한거죠.”
“종업원 씨도 그런 일이 있었네요…. 그래도 헌터라는 일을 포기하는 경우는 흔한 일인데…. 인생이야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헌터는 로망이 넘치는 듯이 언론에서 방송을 하며 이 세상에서는 일상적인 직업이라 그런지 잊기 쉽지만, 헌터라는 직업은 목숨이 걸려 있는 직업이다 보니 도중에 포기하는 인원도 꽤 나온다.
뭔가 내가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듯이 말하자 대화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름의 배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탄산수 한 모금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쎄요…? 저도 비슷한 이유로 포기해서 말이죠…? 남일 같지 않다고 해야 할지.”
“오… 저랑 비슷한 일이면, 역시 찌르는 게 좀 그런 느낌이긴 하죠!? 저만 이상한 게 아닌 거죠!?”
“진정 좀 해요. 비슷하면서도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쉽게 흥분하거나 과장된 몸짓 등이 정말이지 수다스러운 성격과 알맞은 모습으로 보였다.
그 당시 나를 유일하게 제대로 인지해주던 부모님이 실종되자…. 절망에 빠져서, 머리에 퓨즈 하나가 끊어진 상태로 칼 하나 들고 야생화된 오크 부락에 들어갔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으음. 고등학생일 당시에, 어쩌다 보니 야생화된 오크 몇 마리? 정도를 죽여 봤거든요.”
“헤…? 네!? 고등학생일 때 오크를 한 마리도 아니고 몇 마리나…!? 종업원 씨 혹시…A급이라던지 S급 배정 되어 있던 예비 헌터 아니예요!?”
“놀랍게도 ‘등급 없음.’ 이었답니다?”
“엑? 지금 놀리는 거죠!? 그런 거죠!?”
“정 궁금 하시면 정부공식기록 보셔도 상관없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할 때죠. 그러니까 오크를 죽이고 나니까 정신이 확 들고…. 주위를 돌아보니까 시체만 가득했어요. 그런 상황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몇 달 전의 저라면…. 만약 기분은 나쁜 감촉이 없다면…. 오크 몇 마리를 단신으로 제거했다는 것에는 엄청 기뻐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잖아요?! 최소 A급보장에 성장성을 가지고 회사와 연봉 협상하거나 사관학교 입교할 실력이잖아요!?”
서치는 당연하다는 듯이 생명의 죽음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극히 이 세상 다운 발언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기에 헌터라는 직업을 포기했다.
“뭐…. 오크 시체가 즐비한 곳에서 정신을 차리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투 중에는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거나 찌르는 것에 급급해서 몰랐지만, 손에 묻어진 피와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니, 나에게 살아 있는 존재의 생명을 끊을 권리가 있던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으엑…? 종업원 씨 혹시…. 이종족 보호협회나 권리 단체의 회원이세요…?”
내가 이종족의 생명을 끊는데 주저한다는 반응을 보이자, 단체의 회원인지 물어본다. 아마도 이상한 사상에 빠진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더 큰 오해로 커지기 전에 서치의 질문에 답하여 주었다.
“그런 단체에 가입한 건 아니죠. 이 세상에서 돌아가는 구조상 게이트에서 자원 채취는 인정해요. 그때 발생하는 전투나 살생도 필연적이라 생각하죠. 그저 제 손으로 하려니 하지 못하겠다는 거뿐이에요. 게다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등급 없음’ 이었으니까. 헌터가 되고 싶어도 되지도 못했을걸요?”
“어우…. 이상한 사상을 믿는 쪽인 줄 알고 식겁했잖아요! 뭐, 그런 이유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저랑 비슷한 이유네요! 게다가 그런 실력이 ‘등급 없음’이라니…. 사기 아니에요?”
“그러게요?”
딱히 능력에 관해 설명해주어도 무방하지만, 설명하다가 대화주제가 어긋날 것 같기에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탄산수 캔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서는 캔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등급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계속 이야기하면 말이죠. 졸업한 뒤에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먹고 사는 이야기겠죠?!”
“그렇죠? 뭘 하고 살아야 하지…? 그렇게 몇 년 정도를 멍하니 보냈죠. 그리고 또 몇 년을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보냈죠. 그러다가 문득 술이 보이는 거에요. ‘아 차라리 좋아하는 거라도 하자.’”
단어 선택을 하다 보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살, 자해 같은 단어를 직접 말하기가 그래서, 뭉그러트리면서 이야기를 하려니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었다.
과거에 몇 년을 멍하니 보내다가 보험금이 남아 있지만,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정신적으로 못 버티고, 이도 저도 아닌 생활에 힘들어 하다가 문득 술과 시럽, 탄산수가 들어 있는 패트 병 등을 본 게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대뜸 오픈한 가게가 이곳이다.
서치는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는 듯한 표정과 행동을 하였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게 된건가요?”
“그렇죠? 아르바이트는 혼자 먹고 살 돈은 되지만 생각보다 즐겁지 안더라고요? 정신적으로 오는 것도 있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하니까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 혼자서라도 즐기면서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치 씨?”
“네?”
“서치씨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요? 진짜 스트리머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가요 아니면 돈이 되어 보여서 하는 건가요?”
“네?! 어…. 돈이 되니까? 하는 거로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거라…. 글쎄요?”
“그걸 먼저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차라리 돈을 많이 번다면 상관없지만, 거의 24시간을 방송 활동에 사용한다면서요? 저라면…. 제가 여성일지라도 방송 포기하고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자리를 찾아 낼 정도로 고된 생활이 아닌가요? 그런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가 돈이라는 목적으로 하는 건지, 즐거워서 하는 건지를 먼저 생각해봐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이죠….”
다시 한번 분위기가 가라앉은 서치는 자신의 잔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서치를 바라볼 뿐이다.
답은 서치가 내릴 것이기에 남은 탄산수를 마시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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