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스트리머(6)
* * *
“아하하…. 어려운 말이네요. 스트리머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적은 없어서 말이죠. 정말하고싶어서 하는 건지 돈이 되니까 하는 건지….”
“지금 내리라는 답은 아니예요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남은 레몬에이드를 천천히 마시라는 손짓을 취하자, 서치는 고민하는 모습이 되었다.
약간 진중한 이야기를 했더니 서로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장래에 관한 선택이기도 하니….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게 안에는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그런 적막 속에서 이제 하나둘 다른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지나가던 학생이나 커플 손님 등이 방송용 짐벌과 형광색의 복장을 입고 있는 서치 씨를 이상하게 쳐다 보면서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이제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을 시간이다.
“아! 안녕하세요. 서치 씨 잠시만요.”
“네…넷!”
그렇게 30분 정도를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으면서 음료를 만들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러는지 따뜻한 라떼나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았다.
이때 프림이 눈치껏 자리를 치우거나 정리해줘서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쪽 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손님의 주문이 끝나자 다시 말을 할 여유가 생겼지만, 먼저 말을 걸기가 모호하였다.
서치 본인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기도 했고…. 괜히 인생이야기랍시고 훈수를 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딸랑
아, 또다시 손님이 온 것 같다.
손님은 하굣길인지 여학생 두 명과 남학생 두 명으로 이루어진 학생 그룹이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장발의 여학생이 큰 목소리로 떠들면서 들어온다.
“아! 그러니까 이곳 사장님인지 종업원인지 남성 귀엽다니까!? 자! 보라고!”
“그 말에 한두 번 속냐.”
“아니라니까!? 진짜 귀여운 사람이라니까! 야 니들 내 말이 진짜인지 증인이나 서줘!”
장발의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에게 소리를 치다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남학생들에게 증인이나 서 달라고 하였다.
교복을 입었다고 하지만 차림새가 노는 학생의 모습이라 그런지 벌써 머리가 아파 온다.
그래도 이상한 짓은 하지 않고 평범하게 음료를 마시다 나가는 학생이다.
어떻게 아냐고?
최근에 팔찌를 끼고 난 이후, 이 시간쯤 출몰하는 학생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친구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구라 아니…. 어?”
친구들과 재잘거리면서 들어오다가 내가 아닌 서치를 보고는 멈칫 한다.
“어, 저기 혹시 게하?”
“네에~! 게하!! 아…. 반사적으로 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서치를 보더니 게하라고 말을 붙이는 여학생이었다.
줄임말을 듣고는 서치는 게하라고 답변을 해줬지만, 이곳이 가게인 것을 잊고 한 답변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매우 우렁찼다.
커다란 목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모여서 서치는 바로 손님들에게 사과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여학생이 더 호들갑이었다.
“미친! 실물을 영접할 줄이야! 이런 형광색 옷을 입고 돌아다니건 게이트서치 뿐이라 생각해서 말을 걸었는데! 진짜네!? 야야! 여기 종업원 보다 중요한 건 여기 스트리머야! 어제 야방 한다더니 여기 오려 한 거였어요!?”
“팬이시군요!? 뭐, 여기서 이제 곧 방송하려 했ㅈ…. 아니 야방 하려 했는데 촬영 금지당해서 말이죠! 아하하….”
여기서 방송을 할 것이라는 듯이 말하기에 짜게 식은 시선으로 바라보자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여기서 이런 연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갑작스럽게 시작된 서치의 1대1 팬 미팅회.
주변 사람들도 서치가 독특한 옷을 입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장발 여학생의 말에 스트리머였어 라는 시선이 된다.
“진짜 팬이예요! 그, 그 학생이라 매일은 못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봐요! 어제 리뷰하신 최근 ‘떡락했던 천투 피지컬 회복?’ 에 관한 영상도 잘 봤어요! 그거랑 겜방 정도?”
“아, 뭐. 이지혜가 사고 쳤던 게 피지컬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최근에 폼 회복해서 피지컬 회복하는 거 아닌가를 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어떠셨어요!?”
“그냥 이슈보다는 서치의 말투가 재미있었어요! ‘젊은 혈기로 미는 건 후배들에게 넘기고 슬슬 머리도 좀 쓰는 게 좋지 않겠냐!? 적당히 좀 선봉에 서고 지휘나 똑바로 해라!’ 였나…? 그 말도 웃겼어요!”
음….
서치는 이슈 스트리머 성향이 강한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지혜 씨 이야기한거구나…. 그렇구나아…?
일단 서치에게 웃는 얼굴로 있었지만, 표정에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내 일을 도우면서 옆에 붙어 있던 프림이 눈치를 보더니 구석 자리로 슬쩍 자리를 옮겼다.
게다가 지혜 씨는 나중에 말하기를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실수 한 거지 아직은 팔팔하고 5공격팀의 의의는 돌격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돌격하지!
좋은 말과 인생경험 등을 말하면서 그녀에게 조언해준 게 순간 후회가 되었지만, 그리 화낼 일도 아니었다.
이때까지 내가 경험한 것을 타인은 모르듯. 외부인은 내부의 일을 모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살짝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같이 온 학생들은 각자의 주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학생이라 그런지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고는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빠진 것 같은데, 가끔 테이블 자리에서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지금이라도 팔찌를 뺄까 싶지만…. 서치랑 대화 중이었으니까 관두기로 하였다.
게다가 서치는 자기 팬이라는 장발의 여학생과 대화하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그리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나쁜 표정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팬이야? 라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약간 방어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자기 영상이야기 혹은 스트리밍 중 있었던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어느새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물론 장발의 여학생도 음료 주문을 하였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이었다.
지금은 내가 대화를 낄 만한 상황이 아니기에,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이나 나가는 손님의 자리를 정리하면서 내일을 보았다.
그러면서 문득 서치가 질문하였다.
“저어…. 그, 그러니까! 남에게 이런 질문하는 건 처음인데. 지, 진짜! 순수하게 질문 하는 거예요! 방송 컨텐츠나 이런 게 아니라 순수한 질문요! 그러니까. 제 방송 재미있나요!? 객관적으로 봐서 재미 있나요…? 다른 유명한 방송도 널려 있잖아요? 저 같은 방송에 어떤 재미가 있는 건가요?! 제 스스로 편집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데 말이죠….”
다른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면서 서치씨의 말을 들었지만, 본인도 혼란스러운지 같은 질문의 내용을 말하였다.
본인의 방송이 재미가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오는 서치의 말을 듣고는 여학생은 씨익 웃었다.
“재미있으니까 계속 보는 거죠! 뭐, 중소기업 느낌이라 가끔 어설픈 방송 진행 같은 게 보이지만, 그 맛으로 보는 거잖아요! 유명한 대기업 스트리머는 뭔가 내용이 비슷하거나 진행 탬플릿이 정해져서 재미없어요. 뭐, 서치는 방송에 열정이 보이잖아요?!”
“그, 그런가요? 그렇게 보이나요? 진짜요!?”
“아니 이 언니 또 약해지는 모습 보이네. 가끔 방송에서도 도네 쏘는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뜰거라고요! 아, 학생이라 도네 못쏜거 이해 좀 해 줘요!”
여학생의 말을 듣고는 잠시 고민에 빠지는 서치였지만, 이내 여러 질문을 해 오는 여학생으로 인해서 다시 한번 잡담의 시간이 되었다.
이게 찐 팬의 힘인가 싶을 정도로 질문이 많았는데, 그걸 하나하나 대답해주는 서치도 대단하였다. 나라면 질문이 너무 많다고 귀찮아졌을 텐데….
그렇게 시간이 다시한 번 더 흘렀지만, 여전히 즐겁게 대화하는 여학생의 어깨에 같이 온 여학생의 손이 올려졌다.
“야, 이제 슬슬 가자. 남자애들도 노래방이나 가재.”
“아, 벌써 시간이 그래된 거야!? 야! 미안 해! 대신 노래방은 내가 낸다! 자, 그럼 저 가 볼게요! 오늘 밤 방송하면 그때 봐요!”
“예이! 기대하라고! 여기 라이브 송출은 못 하지만 리뷰는 허락 해줫으니까. 그 내용으로 방송할 거니까! 딱 기다려!”
그렇게 장발의 여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가게 바깥으로 나가려 하였지만, 문득 생각난 말이 있는지 말하고는 가게 바깥으로 나갔다.
“까먹었는데! 이슈 렉카보다 겜방이나 분신으로 대전하기 컨텐츠가 더 웃기니까. 그쪽으로 좀 밀어 줘요! 그럼 가 볼게요!”
학생답다고 할지 자기 할 말만 하고는 가게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서치는 어떠한 답변도 못하고 멍하니 학생이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더니,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덮었다.
흠, 주문도 없고…. 새로운 손님도 없으니 지금이 말 걸기 좋은 타이밍 같았다.
“그래도 뭐…. 채널이 인기 있는 건 아셨네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있는 그대로를 말했지만, 서치한테는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면, 양손으로 가렸던 손을 내리고는 확신이 섰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일단은 계속해볼래요! 뭐,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못 버는 쪽이긴 하지만….”
서치는 단어를 고르는 중인지 약간의 뜸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할래요! 종업원 씨도 재미있어서 카페에서 일하시는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저도 할래요! 스트리머!”
“그게 서치 씨의 답이라면 된 거죠.”
“네!”
그렇게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반짝이는 눈빛을 내면서 자기 생각을 말한 서치는 자신이 너무 오래 있었다면서 계산을 하더니 나갈 준비를 하였다.
“자! 오늘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리뷰는 화끈하게 해드릴게요! 이제 생각이 났는데 사장님한테 허락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리뷰면 괜찮을지도…? 무료 광고잖아요!? 그러니까 화끈하게 할 게요! 분신도 꺼내 놓고! 듀얼 마우스로 아주 그냥! 확실하게 해 드릴게요!”
“그 정도면 적당히 해도 문제없을걸요?”
“그럼! 리뷰하는 것으로 알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제 가게에서 볼일은 끝났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만 한 가지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줄 필요가 있었다.
“저, 서치 씨.”
“네! 무슨 일인가요!? 지금이라도 야방에 협력해주시게요!? 그러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사장은 저랍니다?”
내가 사장이라는 말을 듣자 ‘헉’하는 표정으로 굳어 버린 서치였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