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쉬는 시간
* * *
서치 씨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은 뒤 가게를 나간지 몇 시간은 흘렀다.
그동안 가게 영업을 하였지만, 아주 바쁘게 영업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 해서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말하자면 적당한 정도의 손님…? 어제 미나 씨의 일도 있었는데 의외로 적은 인원이 가게를 방문 한점이 놀라웠다.
가게가 붐빌 것을 각오했지만,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아니 붐비지 않아서 좋은 건가…?
“에에! 벌써 카페시간 끝이라니! 그럼 내일도 올게요 오빠~!”
“이런 곳보다는 학업에나 신경 써!”
“꺄하 또 그런 소리다! 어쨌든 내일 올 게요! 가자 애들아!”
이런저런 생각하던 도중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나가는데, 내 말에도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가는 여학생들.
최근에 부쩍 여성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그중 젊은 학생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대학생에서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층의 여성손님들 이랄까?
뭐어…. 번화가가 아니라 동네에 오픈한 가게다 보니 학생이 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게일 외의 일로 말을 걸어오는 게 곤란한 게 문제라면 문제다.
사람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 팔찌를 빼지 않고 노력을 하는데 조금 버겁다.
그래도 요 며칠 동안 단호하게 대처를 하니 잡다한 질문은 없어졌지만, 지금처럼 끈질기게 말을 거는 여학생도 있었다.
아직 주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기도하고 미성년자인 애들에게 너무 냉정하게 말하기는 뭣하다 보니 이번에는 바(bar)로 바꿀 시간이라는 이유로 축객령을 내렸다.
대화를 듣다 보면 반은 놀러오는겸, 반은 나를 놀리러 오는 것 같기도하고….끄응.
어찌 되었든 손님이 다 나간 뒤 가게 문 앞에는 ‘CLOSED’라는 팻말을 걸어 두니 갑작스레 가게 안이 한산해졌다.
카페에서 술판매로 업종을 바꾼다 해서 뭔가 바꾸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냥 중간에 한번 쉬기 위해서라는 느낌…?
아 조명 정도는 밝은 조명에서 조금 은은한 조명으로 조절하는 정도다.
게다가 논 알콜 음료시간과 연동해서 가게영업을 하기에는 기존에 커피나 음료를 마시던 손님과 술을 마시는 손님이 섞이는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 중간에 끊어 줄 필요가 있다.
혼자 운영 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기도하고….
그러고 보니 프림이 일을 잘하였다.
눈치가 빠른 것인지….시키지 않아도 정리나 서빙 정도는 몇 번 하다 보니 본인이 스스로 할 정도였다.
으음…. 눈치가 빠르니까 별로 좋지 않은 곳에서 스스로 탈출을 한 거겠지…?
불법 처분을 하려 던 것을 소유권 등록을 했으니까. 불법적으로 키우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등록했으니 법적으로도 안전 할 것이며,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뜻한 코코아에 맛이 들렸는지 테이블 석에 앉아서 영업 종료 이후부터 계속 마시고 있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안심하고 얌전히 코코아를 마시고 있다니….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 생각된다.
그게 아니면 안심되는 장소라 생각해서 편하게 있는 걸까?
“가게일 안 힘들었어요?”
“응, 옷 만들기보다 편했어….”
귀를 파닥이면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 잘린 한쪽 귀가 보기에 좀 그렇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있지만, 귀가 움직일 때마다 인상이 써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나중에 집에 가서 상처 부위의 소독을 제대로 해야겠다.
“그럼 다행이고요. 모르는 일 있으면, 최대한 알려 드릴 테니까 뭐든 물어봐요!”
“응….”
그렇게 말하고 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서로 수다스러운 성격이 아니다 보니…. 완전 쉬는 모드가 되었는데…. 프림의 과거를 묻기도 조금 그렇고…. 어제 일을 묻기도 좀 그렇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게 싫은 눈치는 아니니 다행인 걸까?
한 생명을 구했다는 느낌으로 데리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어안이 벙벙하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는데….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문자나 확인할겸 핸드폰을 들었는데, 그전에 검색창에 ‘게이트 서치’를 쳐보았다.
그러자 나오는 서치씨의 채널인데…. 배너부터 그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인지 형광색으로 가득 채워진 배너와 썸네일들…. 본인의 개성이 엄청 확실하게 보였다.
스트리머 컨셉인 줄 알았는데 그냥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채널의 구독자수….약 2만 전후의 구독자가 있는데, 이 정도면 준수한 거 아닌가? 2만이라는 숫자가 장난도 아니고…. 사실 스트리머 쪽은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다.
게다가 몇 시간 전 올라온 공지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야방 취소 매우미안! 하지만 리뷰는 허락바듬! 저녁 정규방송 시간에 리뷰할 거니 딱대.]
아하하…. 서치 씨 다운 발언이었다.
흐음, 별 볼 일 없는 가게인데 무엇을 리뷰하려는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방송 시간을 보니 한참 영업할 시간에 방송을 하기에 볼 수 없는 게 유감이었다.
그렇게 서치 씨의 채널을 뒤져보는데 대부분 게임 방송이나 게이트에서 채취한 식재료 먹방, 혹은 이슈 등을 취재하는 난잡한 느낌의 채널이었다.
채널 성향도 성격을 따라가는걸지도…?
가게일을 마치거나 시간이 난다면 한번 보는 것으로 하고 온 연락이나 뒤져 보았다.
사무적인 내용이나 고지서 문자를 빼면 연락 올 사람이…. 지혜 씨나 수아뿐이다.
그래 유일한 문자 상대였던 수아에서 한 명이 더 늘다니 이게 장족의 발전이지!
그렇게 문자의 답장하면서 시간을 때우기 시작하였다.
먼저 지혜 씨는…. 으음…. 오전에 단어선택을 잘못한 거 같기는 한데… 이걸 어쩌지?
그래서 가슴을 왜 물으신 건데요!?
아니 뭘 하시려는 거예요!?
와와와! 자꾸 문자 보내서 미안 해요! 이제 쉬는 시간이예요! 성화 씨는 뭐 하세요!?
같은 문자가 조금 많이 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전에 별생각 없이 가볍게 묻기는 했는데…. 아니 뭐 여자 가슴 사이즈 묻는 정도야 여기서는 너 몇 사이즈야 라는 대화를 심심치 않게 하는 대화다 보니 그냥 물은 건데….
생각해 보니 사, 사귀는 사이라서 조금 곤란한 질문을 해 버린 것 같다.
대인관계에관한 감각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 일어난 사고인데…. 이를 어쩌지…?
그런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슬쩍 엿보는 모양의 귀여운 콘과 함께 문자가 왔다.
지금쯤이면 중간 쉬는 시간이죠!? 뭐 하세요!?
쉬고 있지요~. 답장 늦어서 미안해요 :D
와! 저도 이제 쉬고 있어요 :p 오늘 가게 가고 싶지만…. 팀장급 회의가 잡혀 있어서 죄송해요!
에이 일도 중요하죠. 언제든지 오세요 :D
그보다 오전에 물으신 건에 관해서 말인데요….
그냥 넘어갔으면 좋았겠지만, 아니나 다를까….바로질문을 해오는지혜 씨였다.
이럴 땐….으음.
비밀이랍니다. XD
이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지혜 씨 사이즈를 기준으로 하나 사서 깜짝 선물로 써먹으면 좋겠지.
아 네!
환호하는 콘과 함께 광속의 답장이 왔다.
으음. 서로 성인이기도하고…. 뭐….속옷 정도면선물로 적당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지혜 씨와 사사로운 잡담하면서 수아의 문자를 확인하니, 대부분 나의 안부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애가 왜 이러지 싶은데 어제 술을 마신 것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답을 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간단한 문장을 써서 보냈다.
별일 없는데…. 주변에 일이라도 있어?
아, 아니! 큰 문제는 아니고 별일 없다면 다행이지~. 그보다 데이트 언제 할 거야!?
아…. 술김에 승낙한 데이트….
아니 뭐, 친하게 지낸 동생이고 단어선택이 그렇다 하지만 그냥 하루 편하게 노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시작된 데이트 이야기였으니. 아니 그러니까 건전하게 그냥 도심을 놀러 가는 정도며 별일 없을 것이고…. 그러니까 이게 아닌데….으음.
역시 지혜 씨에게 말해야겠지…?
가슴 사이즈 물어본 일도 있고…. 지금바로 말을 하려니 죄책감이 느껴진다.
끄으응. 오늘따라 왜 이리 지혜 씨에게 미안한 일이 계속 생기는 것일까?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하고…. 지혜 씨에게 어떻게 말할지 생각하며 수아에게 답장을 하였다.
다음 쉬는 날 정도면 괜찮겠지?
물론이지~ 도심 어디든 말해! 내가 안내 확실하게 해줄 테니까~.
사귄 지 몇 주가 안 되었지만, 오전부터 시작해서 죄책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들고 있었다.
내일 이든 오늘 영업 종료 이후에 말을 하던, 지혜 씨에게 알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무조건 알려야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
그렇게 뉴스를 보거나 문자를 보내서 잡담을 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가게 영업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지혜 씨나 수아에게 가게 영업할 시간을 알린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까지 코코아를 마시고 있던 프림에게 간단하게 둘러보는 정도로 가게청소를 부탁한 뒤, 나 또한 준비된 재료를 한 번 더 점검하였다.
가게 상태는 완벽하고 재료도 문제없었다.
"뭔가 부족한데."
아차, 가게 조명을 조금 어둡게 조절하는 것을 깜빡 하였다.
배선반을 조작하여 가게의 조명을 은은한 조명으로 바꾼 뒤, 가게 입구에 걸린 팻말을 ‘CLOSED’ 에서 ‘OPEN’으로 뒤집었다.
자, 이제 가게영업을 시작할 시간이다.
* * *